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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송병구 "e스포츠 악역 내가 맡겠다"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송병구 "e스포츠 악역 내가 맡겠다"
안녕하세요. STX 소울 프로게이머 서지수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삼성전자 칸 송병구 선수와 즐거운 데이트를 가졌습니다. 송병구 선수는 아마추어 때부터 저와 인연을 맺고 있었지만 생각해 보면 사석에서 본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아예 없었는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송병구 선수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저 역시도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 주에는 송병구 선수와 현존 최고의 선수라 일컬어 지는 '택뱅리쌍'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는데요. 2005년에 데뷔한 송병구가 2012년까지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로 인해 힘든 일도 많았겠지만 워낙 긍정적인 송병구 선수의 생각 덕분인지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지혜롭게 그런 부분을 극복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는데요. 성격이 좋은 송병구 선수지만 승부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팀에서 가장 고참인 송병구는 지는 것을 정말 싫어해 어떤 선수보다 열심히 연습한다고 하는데요. 역시 '택뱅리쌍'은 아무나 낄 수 있는 곳이 아닌 것 같습니다.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최고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송병구. 그리고 아직도 도전해야 할 일이 남았다며 미친 듯이 노력해 타의 모범이 되는 선수 송병구와의 또 다른 이야기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시죠.

◆삼성전자의 기둥 송병구

서지수=삼성전자가 오랜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잖아. 정말 축하해.

송병구=저도 오랜만에 올라가니 정말 좋아요. 매번 6강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서 힘들게 못 올라가거나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가도 플레이오프까지는 가지 못하는 등 마음 고생이 심했거든요. 다른 팀들은 포스트시즌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는 그저 멀뚱히 TV만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이번에는 정규시즌 2위를 해 이렇게 마음 편하게 준플레이오프를 지켜볼 수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서지수=삼성전자가 갑자기 이렇게 성장한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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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구=제가 주장을 했기 때문이죠(웃음). 농담이고요 이름은 제가 주장이지만 이미 (주)영달이형이 주장 역할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다 밑바탕을 깔아 놓은 상태에서 저는 수저만 올려 놓으면 되는 상황이라 제가 한번 별로 없어요(웃음).

성적이 잘 나오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1년 단위 리그가 아니라 반년 단위 리그라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우리 팀은 강압적으로 연습시키는 스타일이 아니라 굉장히 자유롭거든요. 그래서 1, 2라운드는 항상 성적이 좋아요. 그런데 점점 리그가 길어지고 휴가를 받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다른 팀들보다 빨리 지여서 1년 단위 리그는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반년 단위 리그는 우리 팀이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라운드에요(웃음). 3라운드 정도는 선수들이 집중해서 따라오는 것 같아요.

게다가 지난 시즌 팀이 일찌감치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해 새 맵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막판까지 열심히 결승전을 준비한 SK텔레콤이나 KT보다 우리가 더 맵 분석을 많이 했을 거에요. 아마 감독님의 신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 싶어요(웃음).

서지수=나도 그 점이 항상 신기했어. 연습을 너무나 자유롭게 하는 거야. 사실 다른 팀들과는 배틀넷에서 연습하기 쉽지 않은데 삼성전자 선수들과는 연습을 자주 할 수 있어서 정말 프리한 스타일의 선수들이구나 생각했어. 더 놀라운 것은 그래도 성적이 좋다는 거지. 그래서 천재들만 모인 것이 아닌가 생각도 했다니까.

송병구=천재라고 보기에는 좀 그래요(웃음). 우리 팀은 천재보다는 노력파가 더 많아요. 저 역시도 노력파고요.

서지수=지난 메딕데이트에서 만났던 선수가 같은 팀 후배 (박)대호였는데 (박)대호도 노력파야?

송병구=정의 내리기는 힘들지만 적당한 천재에 적당한 노력파라고 볼 수 있어요(웃음)? 요즘 (박)대호를 보면서 부러워하고 있어요. 나도 프로게이머 생활을 7년 넘게 하면서 월간 MVP 한번 겨우 받았는데 경력이 나의 반도 안 되는 (박)대호가 라운드 MVP를 받았다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죠.

그 생각을 하니 은근히 '내가 관심을 못 받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팬들이 부부젤라로 응원하는 등 관심 받을 때가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지난 경기 때 (박)대호 팬 중 한 명이 하수구가 막혔을 때 쓰는 '뚫어뻥' 도구를 가져와 응원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부럽더라고요. 그런 팬들의 열정이 있으면 선수는 더 잘하게 마련이거든요.

사실 (박)대호에게 연습 때 자주 져요. 그때부터 이놈은 될 놈이라 생각했어요(웃음).

서지수=아무리 다른 선수가 더 인기를 끌어도 송병구가 없는 삼성전자는 생각할 수 조차 없잖아. 기둥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

송병구=(허)영무도 있고 요즘은 선수들이 다 잘해주잖아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제가 잘해야 팀 성적이 좋다는 거에요. 이번 시즌 제가 프로토스 선수 가운데 다승 1위를 하자 곧바로 팀이 정규시즌 2위를 하는 것을 보고 제가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강해지더라고요. 플레이오프에서도 잘해야 할 텐데 걱정이에요.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의 소유자

서지수=최근 예능왕 등 말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잖아. 그 점은 어떻게 생각해?

송병구=원래는 말을 잘 못했어요. 예전에 막내 시절 형들에게 많이 혼났거든요. 사투리를 쓰는 데다 말투가 공격적이라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쁠 수 있다고 만날 혼나는 통에 아예 말을 안 했죠. 게다가 성적도 떨어지면서 인터뷰할 기회도 없어지다 보니 말을 점점 못 하는 거에요. 그러다가 형들이 하나 둘 게임을 그만 두고 팀 내에서 고참이 되기 시작하면서 어쩔 수 없이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되더라고요. 그 때부터 말이 늘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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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수=송병구 하면 솔직한 발언의 대명사라 그 때문에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아.

송병구=속상한 것은 별로 없어요. 모든 프로게이머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말한다면 아마 50%는 악역을 맡아야 할걸요? 숨은 악역이 될 인재들이 제가 볼 때는 매우 많습니다(웃음).

가끔 방송에서 '제가 이길 줄 몰랐어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선수를 보면 속으로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프로게이머가 자신이 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게임을 해요. 당연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죠. 속으로는 그런 생각 하지 않는데 겉으로는 어쩔 수 없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선수들을 보면 테란전 보듯 형식적이고 졸려요.

저는 e스포츠가 더 재미있어 지려면 악역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단 저는 선두에 서서 악역을 하는 선수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보려고요. 제가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는데 누구나 다 선한 역할을 하면 그 경기가 재미있겠어요? 프로레슬링이 재미있는 이유는 악역이 있기 때문이에요. 여기는 다 착한 역할만 하려고 하니 재미가 없어요.

솔직히 방송 인터뷰할 기회가 생겼을 때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말하면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택뱅리쌍' 중 한 명을 꺾은 선수가 인터뷰 했을 때 솔직하게 '프로게이머인데 진다는 생각 했겠어요? 그러면 프로게이머 그만 둬야죠. 다들 안 된다고 했지만 저는 제가 이길 줄 알았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얼마나 주목 받겠어요. 요즘 프로게이머들은 자신을 알릴 기회를 줘도 그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아요.

서지수=그건 그래. 매번 천편일률적인 인터뷰를 10년 넘게 보고 있으니까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더라고.

송병구=이긴 선수는 무엇을 해도 용서되잖아요. 그 점을 적극 활용해 악역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만 악역 하면 심심해요(웃음).

서지수=그러면 지금까지 했던 말 중 가장 후회되는 말은 없어?

송병구=없어요. 실수했다는 생각이 드는 말이 몇 개 있었는데 나중에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의 도구로 사용하니 나쁘지 않더라고요

◆송병구배 스타리그가 열린다?

서지수=프로게이머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어?

송병구=2006년 시즌에서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뒤 2007년 연봉 계약할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물론 연봉이 내려가면서 자극이 돼 2007년에는 성적이 올랐지만 연봉이 내려갈 때마다 정말이지 너무나 힘들어요.

돈도 돈이지만 내가 못한 것을 인정해야 할 때가 연봉계약 하는 시기잖아요. 스스로 이번 시즌 얼마나 못했나를 먼저 돌아봐야 하는데 프로게이머가 그 때만큼 좌절되는 시기가 있을까 싶어요. 물론 잘했을 때는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지만요.

제가 결승전에서 딱 두 번 울었거든요. 한 번은 (이)영호와 박카스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만나 0대3으로 졌을 때와 WCG 2010 그랜드파이널에서 이제동과 결승전을 했을 때에요. (이)영호와 결승전은 너무나 허무하게 패했고 상대 심리전에서 완패를 당한 것이 너무나 속상했고 (이)제동이와 결승전에서는 1세트에서 드라군 사거리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는 실수를 하는 바람이 패해 힘들었습니다. 결국 둘 다 울었어요.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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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수=나도 꼭 이겼어야 하는 경기에서 패했을 때 정말 힘들었어. 예전에 프로리그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뒤 출전 기회를 잡았을 때가 있었거든. 빌드도 좋았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는데 조그마한 실수 하나 하는 바람에 패하고 속상해서 처음으로 울었던 것 같아. 프로게이머들은 다들 비슷한가 봐.

송병구=당연하죠. 프로게이머는 아쉬운 경기를 하고 나면 다들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서지수=만약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종족을 바꿀 생각은 있어?

송병구=원래 테란을 했는데 캐리어가 싫어서 프로토스 바꿨거든요. 물론 프로토스로도 성공했다고 생각해 불만은 없지만 내가 테란을 했다면 더 잘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어요. 아마 지금의 이영호 대신 송병구가 있었겠죠(웃음). 몇 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다시 테란으로 돌아가고 싶어요(웃음).

서지수=프로토스 원 톱을 꼽아 보자면 누구를 꼽을 것 같아?

송병구=솔직히 한 명을 꼽기는 힘들어요. 한 시대를 독점한 선수들이 이상하게 프로토스는 없었던 것 같아요. 원 톱은 아니고 프로토스 패러다임을 제시한 (박)정석이형과 (강)민이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테란을 상대하는 빌드는 대부분 (박)정석이형이 했던 플레이고 저그를 상대하는 빌드는 (강)민이형이 만든 거에요. 지금의 프로토스들은 그것을 발전시킨 것뿐이죠. 프로토스 토대를 만든 두 사람이 프로토스 투 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지수=재미있는 질문 두 개만 해볼게. 우선 만약 세가지 소원을 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어떤 소원을 빌거야?

송병구=우선 예전으로 시간을 돌릴 겁니다. 어떻게 하면 성적을 잘 낼 수 있을지 아니까요. 상대가 쓸 빌드를 아는 상황에서 경기를 하면 백전백승 아닐까요(웃음).

그리고 또 하나의 소원은 이건희 회장보다 자산이 10배가 많은 워렌 버핏의 자산을 욕심날게요(웃음). 마지막으로는 원빈급의 외모(웃음)?

서지수=남자로서 외모와 경제력 그리고 명예까지 거머쥐겠다는 거군(웃음). 그럼 만약 로또 1등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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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구=가장 큰 문제는 당첨이 안 된다는 거에요(웃음). 지난 번에 3만 원어치를 했는데 5천원 당첨되더라고요(웃음).

아무튼 1등이 되면 송병구배 스타리그 스폰 한번 해주고 불우이웃 돕기 성금도 내보고 싶어요. 그리고 게임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니 바로 공군도 갈 수 있겠네요(웃음).

◆다른 분야에서도 성공하고 싶어

서지수=메딕데이트 마지막 공식 질문이기도 한 송병구의 꿈은?

송병구=요즘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몇 년 전에는 그냥 e스포츠 쪽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지금도 그것은 변함이 없는데 다른 꿈이 하나가 추가됐죠.

다른 분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요. 게임도 더 열심히 하고 게임 외적으로도 이름을 날릴 수 있을 정도의 무언가를 이뤄보고 싶어요. 외국 축구 선수들을 보면 공부도 잘하고 의사를 하면서 축구하는 선수도 있더라고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능력이 돼서 두 개의 직업을 모두 소화하는 그런 사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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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수=그러면 생각해 놓은 것이라도 있어?

송병구=지금부터 찾아야죠(웃음). 누군가는 저에게 늦었다 말할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찾을 거에요.

서지수=이번 기회를 통해 송병구라는 선수가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번 플레이오프 잘하고. 파이팅!

송병구=누나도 빨리 프로리그에서 봐요. 대신 저랑은 붙지 마요(웃음).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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