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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동 STAR 일기] 사랑하는 사람과 가고픈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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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G 프로게이머 이제동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지난 일기에서는 북미 지역을 돌았던 추억을 들려 드렸습니다. 캐나다와 미국을 오갔던 지옥과 같은 일정 속에서도 팬들과 지인들, 동료들 덕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 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 기분이 좋았는데요. 다음에 북미 지역을 가게 된다면 더 많은 곳을 돌아 다니며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12월 동안 저는 유럽 대륙에 있었습니다. 한 달 남짓 외국에 있었던 경험이 처음이었기에 많이 불안했습니다. 지난 번과 다르게 함께 다닐 일행도 없었던 상황이라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죠.

하지만 이도 분명 저에게는 좋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재미있었고 잊지 못할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세상에는 인연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도 배운 여행이기도 했고요.

원래는 한달 내내 유럽에 머무를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12월 대회 일정을 보니 세 개의 대회가 유럽에 몰려 있더라고요. 지난 번에 북미 대회가 3개 있을 때 한국과 북미를 오가며 출국과 입국을 반복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그 때의 경험 때문에 이번에는 차라리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유럽에 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순전히 대회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하기 위한 결정이었는데 저에게는 더 큰 의미를 준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 만난 운명 같은 인연
제목만 놓고 봤을 때는 운명과 같이 만난 사랑 같지만 안타깝게도 제가 만난 인연은 남자입니다(웃음).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이렇게 놀라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도 참 독특한 인연이었던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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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에서 오스트리아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기차를 타야 하는데요. 한국과 다르게 유럽은 기차가 마치 하나의 방처럼 돼 있습니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기차처럼요. 운이 좋게도 두 시간 동안은 저 혼자 그 칸에 있어서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한 정거장에서 기차가 섰고 사람들이 하나둘 타면서 제 칸에도 드디어 한 명이 들어오더군요. 동양인 남자가 한 명 들어오는데 왠지 한국 사람 같았어요. 느낌 아니까. 그래서 그 남자가 칸에 들어서자마자 저도 모르게 일어나서 반갑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습니다.

그 남자도 "제가 한국 사람인 것 어떻게 아셨냐"며 웃었습니다. 그렇게 첫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는데 아무리 봐도 낯이 익은 사람이더라고요. 계속 속으로 '어디서 봤지'하며 고민하고 있는데 마주 앉은 그 남자가 저에게 "혹시 (이)제동이 아니냐"고 물어보는 거에요.

알고 보니 제 절친의 친구였어요. 제 고향인 울산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의 친구요. 술 자리에서 잠깐 본 적이 있었던 친구였는데 낯선 유럽 땅에서 그 시간에 저와 같은 기차를 그것도 같은 칸에서 타게 되다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게다가 목적지도 같아서 가는 내내 서로 신기하다는 말만 반복했죠.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친구가 기차를 놓치는 바람에 시간을 미뤄 탑승한 열차가 바로 제가 탔던 열차였더라고요. 친구와 저는 "우리가 만약 이성이었다면 이보다 더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는 없었을 것 같다"며 멋쩍은 듯 웃었습니다.

정말 신기했던 인연을 만난 유럽 기차 안을 아마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독일 퓌센에서 만난 동심
이번 유럽 여행을 하면서 꼭 가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은 여행지가 참 많았습니다. 우선 때 묻은 저를 동심의 세계로 안내해 준 독일 퓌센의 노인슈반슈타인 성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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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은 디즈니에서 애니매이션화 하면서 더 유명한 성입니다. 아마 디즈니 로고와 함께 한 번쯤은 보였던 곳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갔을 때는 눈이 많이 와서 풍경이 더 예뻤습니다. 포근하게 눈이 내려 앉은 성의 모습은 마치 만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는데요. 그래서인지 내가 어린아이가 된 느낌이 들더군요.

퓌센 성을 보고 난 뒤 한 작은 마을에 묵었는데요. 여기에서도 한국인 한 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로 이름도 물어보지 않은 채 같은 한국인이라는 반가움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분이 갑자기 "내가 아는 사람과 많이 닮았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흔한 얼굴인가 보다"라고 맞장구 쳤죠. 그 분은 계속 고민하더니 "혹시 프로게이머 이제동 닮았다는 이야기 안 듣냐"고 진지하게 물어보더라고요. 갑자기 웃음이 터져서 눈물이 나도록 웃었습니다. 그 분에게 "사실 제가 이제동이다"라고 말했더니 그 분도 미안한 마음과 함께 이제동에게 '이제동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느냐'고 물어본 것이 재미있었나 봅니다. 그렇게 같이 몇 분은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제 외모가 그렇게 많이 바뀌었나 싶어서 조금은 씁쓸했습니다. 퓌센 성을 보고 와서 마음은 어린 아이가 됐는데 외모는 '이제동을 닮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늙었나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착찹했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오고 싶은 곳 '프라하'
이번 여행은 동행자 없이 계속 혼자 다녔기 때문에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오며 가며 사람들을 만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옆에 아무도 없었기에 빈자리를 채워줄 사람이 빨리 나타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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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장소이지만 반대로 가장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곳은 프라하였습니다. 이곳은 정말 걷고 있는 모든 곳이 관광지라고 여겨질 만큼 예쁩니다. 자동차는 그저 부속품처럼 느껴질 정도로 프라하의 거리는 상상 이상으로 아름답습니다.

게다가 야경 또한 끝내줍니다. 예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면 내가 아는 것보다 더 아름답더군요. 프라하 야경을 보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결혼하게 될 사람과 꼭 이곳을 다시 찾으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었으니까요.

아마도 먼 날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제가 결혼하게 된다면 아마 신혼여행은 프라하로 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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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유럽 여행에서는 대회 성적도 좋았고 갔던 모든 곳에서 추억을 쌓고 돌아와 뜻 깊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2013년 너무나 힘들게 달려왔고 잠시 저에게 휴식이라는 선물을 줬으니 이제 2014년 1월부터 다시 앞으로 달려 나가려고 합니다. 차기 시즌 WCS에서 맹활약하는 모습 기대해 주세요.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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