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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프로게이머와 열정페이

[기획] 프로게이머와 열정페이
e스포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프로게이머가 억대 연봉을 받는 일은 이제 흔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돈을 벌지 못하는 프로게이머들도 많다. 적지 않은 프로게이머들이 받고 있는 급여를 시급으로 환산했을 때 최저시급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일각에서는 "열정페이만 받고 활동하는 프로게이머들이 불쌍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프로게이머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에 대해 성토가 끊이질 않는 것이다.

e스포츠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는데, 어째서 여전히 돈을 벌지 못하는 프로게이머들이 존재하는 것일까. 프로게이머에게 돈을 주지 않는 게임단들은 그만큼 돈을 벌고 있는 것일까.

e스포츠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에서 왜 '프로게이머 열정페이' 논란이 발생하게 됐는지, 프로게이머 생태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아 선수와 게임단 각자의 입장을 정리하고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프로게이머는 근로자가 아니다

가장 많은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은 프로게이머가 최저시급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버워치 컨텐더스나 배틀그라운드 PKL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로게이머는 최저시급을 받지 못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프로게이머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게이머는 게임단 입단 시 일반 직장인들처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근로 계약이 아닌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한다. 그래서 4대 보험도 적용되지 않고 퇴직금도 받을 수 없다. 팀에서 방출되더라도 실업급여를 받기 힘들다.

이는 다른 프로 스포츠들도 마찬가지다. 생산성을 증명할 수 없고, 직업이 갖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업팀 소속 운동선수나 지방자치단체에 속한 운동선수의 경우 근로자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지만 프로게이머는 이런 사례와는 거리가 멀다.

게임단은 프로게이머를 개인사업자의 형태로 보고 있다. 실제로 프로게이머들은 개인이 알아서 세금을 납부하고 연말정산을 처리해야 한다. 팀 차원에서 세무 작업을 도와주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선수 개인이 세무사를 통해 처리한다.

◆프로게임단 형태에서 오는 차이

같은 종목에서 활동한다 하더라도 고액의 급여를 받는 프로게이머가 있고, 한 푼도 받지 못하는 프로게이머가 있다. 각자 소속된 팀의 상황에 따라 차이가 난다. 차이가 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프로게임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국내 프로게임단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기업팀이고, 다른 하나는 이른 바 클럽팀이다. 기업팀은 우리가 잘 아는 kt 롤스터나 SK텔레콤 T1처럼 기업에서 직접 운영하는 팀이다. 회사로부터 연간 예산을 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선수들이 급여를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프로축구나 프로야구와 같은 방식이다. 게임단 창단 목적 역시 회사의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데 있다.

클럽팀은 창단 목적부터가 다르다. e스포츠 사업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주목적이다. 돈을 쓰는 쪽이 아닌 벌어야 하는 입장이다. 주로 개인 사업자나 중소기업에서 창단한다.

클럽팀은 연예기획사와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연예기획사는 연예인 지망생들을 훈련시키고, 데뷔 후에도 투자를 이어간다. 연예인 데뷔 후 수익이 나더라도 기획사에서 그동안 투자한 만큼 벌지 못하면 해당 연예인은 정산을 받지 못한다.

클럽팀 역시 마찬가지다. 선수들을 발굴하고 훈련시키는데 상당한 투자를 한다. 숙소 월세, 전기세, 식비, 코칭스태프 선임 비용 등을 팀에서 부담한다. 보통 10명 안팎의 선수들을 데리고 있는 오버워치 컨텐더스 팀들은 한 달 평균 1천만 원 정도를 팀 운영비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은 대회에서 벌어들인 상금이나 후원을 통해 얻는다. 대형팀으로 선수를 이적시켜 이적료를 받기도 하고 인기 있는 선수와는 스트리밍 계약을 통해 수익을 나누기도 한다. 이중에서 후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탄탄한 후원사를 유치하지 못할 경우엔 적자 운영을 이어가다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일정 규모의 후원을 지속적으로 받는 팀들은 기업팀 못지않은 급여를 선수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팀에서 수익이 나지 않으면 선수들은 급여를 받기가 어렵다. 급여 명목으로 1백만 원에서 수십만 원 사이의 돈을 지급하는 팀도 종종 있는데,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선수들의 안정적 활동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지원하려는 팀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몇몇 팀에 있어서는 다른 클럽팀에게 선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방책이기도 하다.

◆팀 사정 알고 입단했으면서도 터져 나오는 불만…왜?

선수들 역시 클럽팀에 들어갈 때 계약 조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입단을 결정한다. 그러나 다른 팀 선수들과 교류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되고, 다른 선수의 처우와 스스로를 비교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불만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팀에 급여 상승이나 이적을 요청해봐야 쉽게 받아들여질 리도 없다. 팀과의 불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모든 선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선수들이 이 과정에서 프로게이머의 현실에 대해 실망하고 떠나기도 한다. 화려한 면만 보고 뛰어들었다 실패를 겪는 것이다.

한 프로게임단 관계자는 이러한 선수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군대 문제도 있고, 스스로에 대한 실력이나 종목의 인기 지속에 대해 불안감이 있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한다"고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불만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조급한 마음으로 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좋은 기회를 놓치는 선수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남이 보기엔 그렇지 않은데 스스로를 정말 잘한다고 착각하는 선수들도 있다. 실력이 받쳐주지 않는데도 좋은 대우를 받고 싶어한다"며 자기 평가에 대해 객관성을 잃어버린 선수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선수와의 약속이나 계약 사항을 지키지 않는 팀들도 존재한다. 이런 팀들은 대부분 구두로 계약을 하는데, 선수가 계약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선 반드시 문서화된 계약서를 갖고 있어야 한다. 또 주변의 도움을 받아 계약 내용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게임단 입단을 결정할 때에도 재정이나 운영 능력이 탄탄한 팀인지, 이전에 선수들과의 마찰은 없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연예기획사만큼 게임단도 평판이 중요한 시대다.

◆게임단 창단도 철저한 시장 조사 후 진행해야

프로게이머 열정페이 논란을 없애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선수들만큼이나 게임단들도 제대로 알아보고 시작해야 한다. 게임단의 탄탄한 운영이 우선시 돼야한다. e스포츠가 돈이 된다는 소식만으로 뛰어들 것이 아니라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해 창단을 결정해야 여러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시장 조사 없이 섣부르게 뛰어든 이들 중에서는 적자만 보다가 채 3년도 버티지 못하고 팀을 해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경우 투자에 실패한 본인은 물론, 갈 곳을 잃은 프로게이머와 이 팀을 응원하던 팬들 모두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설령 해체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팀들은 선수들이 식사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여러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게임단 등록제 혹은 등급제 같은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절에는 한국e스포츠협회 이사회 가입을 위해 1억 원 상당의 이사회비를 내야했다. 재정이 탄탄하지 않은 개인이나 법인들이 들어와서 팀을 만들었다가 해체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을 줄이고 책임감을 부과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종목이 다양해지고 e스포츠의 문호가 넓어지면서 협회나 게임사가 신규 게임단의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아지면서 폐지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라이엇 게임즈처럼 종목사가 직접 나서 선수들에게 최저 연봉을 지원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프로게이머들이 자사의 게임을 홍보하는 만큼 지원해줄만한 명분은 확실하다. 게임단에 대해서도 파트너로 인식해 좀 더 탄탄하고 안정적인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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