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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릴레이 인터뷰] '문호준 키즈' 이재혁, 황태자를 꿈꾸다

[카트 릴레이 인터뷰] '문호준 키즈' 이재혁, 황태자를 꿈꾸다


박인수를 정상급 선수로 성장시키며 주목 받았던 박인재 감독. 그의 두번째 픽은 이재혁이었습니다. 만년 유망주였던 이재혁은 그렇게 '카트리그 마이더스 손'으로 불렸던 '박인재 키즈'가 됐고 락스 랩터스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죠.

그리고, 이재혁에게는 긴 시간이었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느끼기에는 단 시간에 그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 섰습니다. 그것도 문호준, 유영혁, 박인수 등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꺾고 말입니다. 그 누구도 이재혁의 우승을 점치지 않았기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며 당당하게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재혁. 그가 카트라이더 릴레이 인터뷰 7번째 주자입니다. 샌드박스 유창현은 질투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안보이겠지만 (이)재혁이랑 저랑 동갑”이라며 “개인전 우승한 것이 너무 부럽고 사실 정말 우승할지 몰랐다”며 이재혁을 다음 인터뷰 주자로 선택했습니다.

이제는 당당한 우승자로 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킨 이재혁. 아직은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미지의 선수이기에 이번 릴레이 인터뷰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정글로 탐험을 떠나는 느낌마저 들었죠. 사실 인터뷰 경험이 별로 없는 이재혁을 상대하는 일이 유창현의 초창기 시절 같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먼저 들기도 했습니다.

그 걱정을 부채질 하듯 유창현은 “인터뷰 실력은 (이)재혁이보다 내가 나을 것”이라며 기자를 더욱 긴장시켰습니다. 긴장감을 가득 안고 인터뷰 장소에서 만난 이재혁은 생각보다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개인전 우승자라는 타이틀이 그를 여유롭고 편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미지의 세계 같은 이재혁의 이야기, 우승자로서 차기 시즌에 임하는 각오 등 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함께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DES=릴레이 인터뷰 일곱 번째 주자로 선정되신 것을 축하해요. 우선 팬들에게 인사 한번 부탁 드려요.

이재혁=사실 제가 이렇게 빨리 릴레이 인터뷰를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지 좀 당황스러워요. 팬들께 제 이야기를 들려 드려도 될지 고민이 됐고요. 이제 겨우 개인리그 우승 한번 한 것뿐인데 개인 인터뷰까지 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유)창현이가 지목한 것이라 하니 기쁜 마음으로 임할 생각입니다.

DES=유창현 선수가 이재혁 선수를 콕 집어 지목했어요. 두 선수가 친한가 봐요.

이재혁=사실 정말 놀랐어요. 창현이가 저를 지목할 것이라 상상도 하지 못했거든요. 사실 아직 개인 인터뷰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요. 창현이 말대로 인터뷰는 아직 잘 못하거든요. 긴장도 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창현이 인터뷰를 읽으면서 화들짝 놀랐어요. 왜 날 지목한 건지 궁금하더라고요.

인터뷰를 쭉 읽으니 아무래도 저에게 라이벌 의식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나이도 같고 같은 팀에도 있었고 인연이 있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하나 본데 저와 라이벌이 되려면 개인전 우승 한번은 하고 와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박인수가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DES=와, 처음부터 굉장히 센데요? 예전의 순한 이재혁 선수 느낌이 없어요. 역시 우승자는 다른 것인가요?

이재혁=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우승자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우승자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닐 텐데 그에 걸맞는 성적과 태도를 보여야죠. 창현아! 나랑 라이벌 하려면 개인리그 우승부터 하고 오렴(웃음).

그런데 다른 의미로 저는 창현이가 부러워요. 팀전 우승을 밥 먹듯이 하고 있잖아요. 저도 팀전 우승이 너무 해보고 싶어요. 게다가 버스를 타는 것이 아니라 창현이는 스피드전, 아이템전 다 잘하고 팀을 우승권으로 이끌고 있고요. 저도 그렇게 한 팀을 이끄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창현이도 본받을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DES=겸손한 듯 하지만 굉장히 욕심이 많은 느낌이에요. 개인전 우승했다고 우쭐하지 않고 곧바로 목표를 정했잖아요. 멋있네요.

이재혁=아직 겸손할 때죠. 내가 최고라고 자만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직 멀기도 했고요. 겨우 한번 우승했을 뿐이잖아요. 제 앞에 문호준, 유영혁, 박인수가 아직 있는데 어떻게 자만할 수 있겠어요. 더 많이 우승하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

DES=아무래도 개인전 우승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우승자는 하늘이 낸다고 하는데 정말 쟁쟁한 선수들을 모두 꺾고 우승했잖아요. 어떤 마법을 부린 걸까요?

이재혁=아마 현장에 있는 사람 중 제가 우승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이 두 명 정도 됐을 것 같아요. 저랑 박인재 코치님. 같은 팀 동료들도 믿지 못하더라고요. 사실 그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기분이 묘했어요. 제가 우승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코치님한테 '저 우승하면 어떡하냐'고 물어봤어요. 동료들은 '김칫국 마시지 말라'고 구박했죠(웃음).

그런데 정말 우승자는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 맞나 봐요. 일어나자 마자 갑자기 그런 생각이 뜬금없이 들었다니까요. 박 코치님도 저에게 '나도 팀전 우승할 때 아치에 그런 기분 들었었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더 확신이 섰죠. 그래서인지 개인전 무대에 섰을 때 긴장 보다는 설렘이 더 컸어요. 제가 우승할 거니까요.

DES=들어보니 지난 2019 시즌1 개인전 탈락이 본인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이재혁=시즌1 개인전에서 광탈(빠르게 탈락함을 일컫는 말) 했고 동료인 송용준은 개인전 결승에 갔죠. 동료를 응원하기 위해 결승전 현장에 갔는데 수 천명의 선수들이 환호하는 큰 무대에 조명을 받으며 서있는 용준이를 보며 피가 끓어 올랐어요. 나도 올라가고 싶다, 저 무대에서 게임을 해보고 싶다, 저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항상 저에게는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부족했어요. 지고 나서도 웃곤 했거든요. 그런데 그날은 야외 무대에 올라가지 못한 제가 한심했고 답답했어요. 그날 이후로 박인재 코치님께 '저 개인전 결승전에 너무 올라가 보고 싶다'고 말씀 드렸어요. 정말 진심이었거든요.

코치님이 제 진심을 눈치 챘는지 그때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저를 지도해 주셨어요. 좋은 카트를 발견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더라고요. 결승 진출이 확정되고 나서는 결승전과 같은 상황에서 연습하기 위해 시즌1 결승전 VOD를 큰 소리로 틀어 놓고 연습하기도 했고요. 그래서인지 저는 결승전 현장이 전혀 낯설지가 않았어요. 그 덕분에 실력 발휘가 제대로 된 것 같아요.
[카트 릴레이 인터뷰] '문호준 키즈' 이재혁, 황태자를 꿈꾸다


DES=제대로 훈련을 받았네요. 우연하게, 운이 좋아서 우승한 것이 아니라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던 거네요.

이재혁=물론 재능도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의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박 코치님이 알려준 전략이나 훈련 방식들을 온전히 마음으로 받아 들이기 힘들었어요. 결승전에서도 완전히 믿지 못한 상황에서 붓을 꺼내 들었었죠. 하지만 결국은 박 코치님의 말이 맞았어요. 정말 감사 드려요.

DES=그래도 박인재 코치님 말로는 이재혁 선수가 워낙 자신의 말을 잘 따라준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지시 사항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능력은 이재혁 선수가 최고라고 하던데요?

이재혁=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사실 재능이 없었다면 프로게이머를 시작도 하지 않았을 테고 박 코치님도 저에게 힘을 쏟지 않으셨을 것이라 생각해요. 어느 정도만 다듬으면 될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으셨을까요? 저에게 그 정도의 재능은 있었을 것이라 감히 생각합니다. 하지만 재능만 믿고 무너지는 사람들 많이 봤어요. 재능만 믿고 한 시간 연습하면 그 열 배인 열 시간 연습하는 선수에게 밀리기 마련이거든요. 재능과 노력이 함께 해야만 한 선수가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DES=김승태 선수가 이재혁 선수가 재능이 있다고 평가하더라고요.

이재혁=너무 고마웠어요, 사실 프로게이머가 그 게임에 재능이 있다고 평가 받는 것만큼 기쁜 일이 없잖아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주고 불러주면서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아요. 물론 노력도 항상 따를 테지만요.

DES=이재혁 선수는 어떻게 카트라이더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이재혁=재미있게도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어요.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다 놀라요. 대부분 부모님들은 게임 하는 것을 말리시잖아요. 저희 아버지는 달랐어요. 카트라이더를 처음 접한 것은 6~7세 사이였던 것 같아요. 이후 레이싱 게임에 푹 빠졌죠. 오락실에 가서도 운전대 잡고 하는 게임만 했거든요.

DES=부모님이 정말 깨어있는 분이셨네요. 대부분 그때는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거든요.

이재혁=운이 좋았죠. 아버지께서 항상 절 응원해 주셨어요. 아버지의 응원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승도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 드려요. 아버지, 코치님을 잘 만나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DES=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카트라이더를 했다면 누구의 팬이었나요.

이재혁=개인적으로 저는 문호준 선수 팬이에요. 정말 좋아했어요. 문호준 선수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 자리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고 같이 무대에 서면 얼마나 좋을지 늘 상상했죠. 처음 경기장에서 문호준 선수를 봤을 때 티는 안 냈지만 정말 너무 좋아서 기절할 뻔 했다니까요(웃음).

그래서 이번 시즌 우승이 저에게는 너무나 특별해요. 우상이었던 선수와 한 무대에 섰고 그 선수를 꺾고 우승을 했잖아요. 그 누구보다도 성덕(성공한 팬을 일컫는 말)이 아닐까요?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지켜봤던 선수 앞에서 들어 올린 우승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DES='문호준 키즈'가 나타났네요. 사실 이재혁 선수의 꿈은 정말 달성하기 어려운 거에요. 이재혁 선수가 잘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호준 선수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상에 있어야지만 가능한 꿈이거든요.

이재혁=그래서 문호준 선수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존경스러워요. 저 역시 문호준 선수를 좋아했지만 함께 결승 무대를 서게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제가 최고가 됐을 때는 문호준 선수가 전설로 남아 있을 것이라 예상했죠. 하지만 아직도 최고잖아요. 저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정말 닮고 싶은 선수입니다.

DES=이 이야기를 들으면 문호준 선수도 뿌듯하겠어요.

이재혁=제가 무뚝뚝해서 이런 이야기를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또 앞에 서면 제대로 말도 못하겠지만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하니 좋네요(웃음). 문호준 선수, 제가 왕, 빅 팬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DES=개인적인 목표가 바뀌었을 것 같아요.

이재혁=당장의 목표는 팀전 우승이에요. 정말 얼마나 기쁠지 상상도 안돼요. 그리고 욕심이 있다면 개인전 우승을 한번 더 해보고 싶습니다. 이번에 찍힌 사진들을 보니 너무 아쉬워요. 표정도 각도도 더 멋있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때는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거든요. 시즌1에서 (문)호준이형이 찍힌 사진을 보니 역시 우승을 많이 해본 사람은 다르더라고요. 꼭 개인전에서 우승해서 멋진 인생 사진 하나 남겨보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양대 우승을 해야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양대 우승이라는 타이틀이 욕심이 나요. 최초로 양대 우승 해보고 싶어요. 제가 퍼플의 저주도 깼으니 카트라이더에 있는 징크스나 기록들은 모두 깨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그래야 문호준에 버금가는 업적을 남긴 선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DES=정말 멋진 포부네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해요.

이재혁=이제 막 이재혁이라는 이름이 알려졌을 것이라 생각해요. 앞으로 더 기억에 남는 플레이를 펼쳐야 이재혁이 더 유명해지겠죠.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저는 이제 시작이잖아요. 이대로 끝이 나지 않도록 몇 배 더 노력할 테니 저와 락스 랩터스에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

개인적으로 팀에도 감사해요. 안정적인 환경에서 게임할 수 있도록 항상 도와주셔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말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돼서 말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네요. 저를 응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 드립니다.
[카트 릴레이 인터뷰] '문호준 키즈' 이재혁, 황태자를 꿈꾸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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