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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럭의 롤드컵 돋보기] 한화생명-EDG의 자르반 4세 어떻게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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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G 정글러 '지에지에' 자오리제(사진=라이엇게임즈)
안녕하세요 조이럭입니다. 이번에는 한국 팀의 그룹스테이지 2일 차 경기 포인트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2일, 그룹스테이지 2일 차 경기에서 한국 팀 중 담원 기아 만이 승리하며 1승 3패를 기록했습니다. MSI나 롤드컵이 시작하면 ‘메타’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듣게 됩니다. 다른 팀들의 공개된 경기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챔피언들의 티어를 얼마나 잘 매기는지와 그에 맞는 플레이를 잘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2일 차 경기는 이 화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 EDG의 자르반4세와 한화생명의 자르반4세 픽은 어떻게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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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롤드컵 방송
위 그림은 T1과 한화생명의 밴픽 화면입니다. 두 경기의 자르반을 픽한 상황은 극명한 차이가 납니다. EDG는 상대 팀 상체 3명이 모두 소위 뚜벅이 챔피언이 나온 것을 확인하고 자르반4세를 픽했습니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르블랑과 바텀 조합이 나온 뒤 선택했습니다. 이 차이는 PSG의 4, 5픽에 자르반4세가 아주 싫어하는 챔피언으로 채우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자르반 4세가 싫어하는 챔피언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EQ 깃창 콤보를 큰 코스트 없이 피하는 챔피언, △강제 이니시에이팅 궁극기를 벽 넘기로 벗어날 수 있는 챔피언, △자르반4세의 딜이 애매해지는 중반 이후 맞딜이 성립하지 않는 챔피언 정도로 나열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 한화생명의 상대 상체 3인방은 위 조건에 완전히 들어가는 챔피언들입니다.(유미는 덤)
이 차이는 경기 내에서도 치명적인 차이를 불러왔습니다. 킬 장면을 먼저 보자면 '오너' 문현준의 신짜오가 미드 주도권이 밀린 상태에서 약간 깊게 들어온 것을 놓치지 않고 EDG의 레오나와 자르반이 붙잡는 장면입니다. 이로 인해 2번째 데스도 쉽게 주면서 글로벌 조합으로 탑을 뚫겠다고 대놓고 뽑은 조합의 힘이 쭉 빠지게 됐습니다. 이후에는 EDG의 강력한 중반 전성기를 못 넘기고 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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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멸 없는 신짜오는 CC기에 취약(이미지=롤드컵 방송)
한화생명은 PSG와의 경기에서 바텀을 터트려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8분까지는 바텀에서 3킬을 만들어내며 주도권을 가져간 거까지는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자르반 4세의 행보를 보면 '경기 9분 탑 갱킹 실패+전령 뺏기고 이후 소소한 카정'말고는 별다른 활약을 못 했습니다. 파이크와 끊임없이 상대 정글을 누비며 강제 이니시 각을 보고 있었지만 미드에 안전하게 있는 진을 제외하고 자르반 4세가 강제로 잡을 수 있는 챔피언은 없었습니다. 이후 중반이 넘어가면서 자르반의 파괴력이 급격히 줄어들게 됩니다.

물론 상대처럼 빠른 챔피언들을 잡아내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강력한 한 타를 통해 오브젝트에서 강제로 전투를 펼치는 거지만 이마저도 3드래곤 직전에 PSG에 차단당했습니다.

◆ 유미 말리기 미션을 선택한 한화생명과 젠지의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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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롤드컵 방송
한화생명과 젠지는 모두 상대팀에게 첫 1~3픽에 유미와 르블랑을 의도적으로 열어줬습니다. 바텀 공략을 반드시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팀이 선택한 방법도 매우 유사합니다. '강력한 원거리 딜러+강력한 CC 서포터'로 바텀 선 푸시를 잡고 초반에 다이브 압박을 주며 이득을 보겠다는 조합입니다.

▶영악한 MAD, 솔직했던 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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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변수에 대비한 '아루뭇' 오공의 위치 선정(이미지=롤드컵 방송)
젠지는 이런 노골적인 조합을 상대로 하여금 여러 변수에 대해 대비를 하도록 했습니다. 젠지는 평소의 패턴대로 인베이드를 들어가다 역으로 바텀, 서폿 2개의 점멸이 빠지게 됩니다. 여기서 MAD에게 칭찬할 점은 오공의 위치선정입니다. △인베이드를 올 수 있는 2개의 경로에 와드 설치, △인베이드가 확인되면 도우러 오고 안 온다면 탑으로 바로 갈 수 있는 절묘한 위치였습니다. 유미를 고른다면 단순 잘 쓰는 거뿐 아니라 유미 조합의 약점을 알고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MAD였습니다.

역습을 당한 젠지의 점멸 빠진 바텀은 라인전에서 킬을 교환하는 데 그치게 되고, 미드와 탑은 모두 먼저 킬을 내주며 초반 미션은 시도를 못하고 무력화됐습니다. 이후 '비디디' 곽보성의 아지르에게 너무 큰 짐을 짊어질 수밖에 없는 한타에서 괴력을 발휘하며 비등하게 싸웠지만 결국 느리고 팔 짧은 조합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아쉽게 패했습니다.

▶ 한화, 아쉬운 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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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빗나간 한화의 논타겟 스킬(이미지=롤드컵 방송)
한화생명도 역시 젠지와 비슷한 드레이븐+파이크 조합을 꺼내 들었습니다. 1AP를 준비한 상황에서 강력한 한 타 AP딜을 뿜어낼 수 있는 아지르도 함께 합니다. 초반 강력한 압박을 통해서 완벽한 설계라고 할 수없지만 바텀 지역에서 3킬을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탑에서 3인 갱킹이 실패함에 따라 전령을 내주며 스노우볼을 굴리지 못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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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용 1분 전 바텀에 빽빽한 PSG의 와드(이미지=롤드컵 방송)
그렇다면 오브젝트로 4드래곤을 챙기기가 다음 순서로 오게 됩니다. 발이 무거운 조합으로는 PSG의 빠른 조합을 잡아낼 수가 없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3드래곤 1분 전에 시작됩니다. 드래곤 1분 전인데 드래곤과 바텀에는 온통 파란색 와드가 5개나 설치되어 있고, 특히 PSG 정글 내부의 뒷텔 와드 감시용 와드까지 설치된 것이 매우 인상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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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비'를 암살하는 PSG상체의 뒷텔(이미지=롤드컵 방송)
하지만 한화는 1분 전에 전령을 칠지 어떤 것을 할지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령이 있는 강에 이미 올라와 있었기에 '쵸비' 정지훈의 아지르가 끊길 때까지 미드 오른쪽 시야만 보고 있었습니다. 이럴 때 중요한 큰 흐름을 잡아줄 오더가 없었다는 면에서 매우 아쉬운 모습입니다.

▶ T1, 콘셉트는 확실했지만 아쉬운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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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레벨 딜교환에 손해를 본 트페(이미지=롤드컵 방송)
T1은 탑을 터트리겠다는 조합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5레벨까지 '페이커' 이상혁의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가져갈 이득은 초반 주도권입니다. 하지만 2레벨 딜교환에서 사일러스의 QE 콤보를 모두 맞으며 적극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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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의 와드로 갱킹 회피 but 제어와드로 자르반도 갱킹 인지(이미지=롤드컵 방송)
다행히 기회는 한 번 더 왔습니다. '오너' 문현준이 귀환 전 깔아둔 와드를 통해 자르반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자르반이 시야에 있을 때 제어 와드가 아이템 창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뒤의 움직임이나 핑으로 보아 강한 체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드-탑 갱킹 조심 경고 정도로 보였습니다.

덕분에 '칸나' 김창동의 제이스가 멋지게 갱킹에 당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결국 자르반의 제어 와드로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신짜오의 움직임을 파악됐고, 어렵지 않게 트위스티드 페이트 첫 궁극기 턴을 넘겼습니다. 4분 30초에 설치된 자르반의 제어 와드는 10분 30초가 돼서야 발견됐습니다. 미드 라인을 버리면서 턴을 사용한 T1 시야를 체크 못 하고 '오너' 문현준의 신짜오가 끊기면서 주도권을 잃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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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라이엇게임즈.
▶ 담원 기아, 초반 설계와 생각의 유연함
롤드컵을 보는 팬들이라면 크게 재미있을 만한 매치가 담원 기아 vs 로그의 매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로그는 피들스틱을 LEC에서도 사용하고 있고 거의 졌던 경기를 역전한 경험이 있습니다.

▶ 완전히 설계된 피들스틱 성장 저격
궁극기 의존도가 절대적인 피들스틱의 목표는 6레벨을 빨리 찍기입니다. 담원 기아는 반대로 자신의 성장도 유지하면서 피들스틱의 6레벨을 최대한 느리게 만들고 사이드 챔피언인 잭스, 라이즈를 잘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담원은 피들스틱의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5명이 모두 모여 상대 팀 레드 정글에 와드를 설치했고 탈론이 상대 정글에 들어가기 위한 근거도 완벽하게 마련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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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정 세팅 완료된 담원 기아의 라인 상황(이미지=롤드컵 방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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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라인전에 도움이 되는 시간 왜곡 물약 (룰루가 선택)
나미는 '비스켓 + 우주적 통찰력'을 선택했지만, 룰루는 '비스켓 + 시간 왜곡 물약'을 선택해 확실하게 바텀 라인을 밀면서 탈론의 안전한 카정을 보장했고 미드 라이즈 또한 마나를 모두 써서 라인을 먼저 밀고 귀환, 텔포를 통하여 바텀 다이브 각을 만들어냅니다. 성공 여부를 떠나서 약속된 플레이를 만들고 이를 깔끔하게 수행해 내는 담원 기아의 움직임은 다른 팀들에게 참고가 될만합니다.이를 통해 피들스틱의 레벨업만 늦춰도 위의 핵심 목표를 달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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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들스틱 말리기에는 성공!
동시에 상대 4명의 위치를 파악한 '칸' 김동하의 잭스가 안심하고 상대 그레이브즈를 솔로 킬 내면서 피들스틱의 동선이 극히 제한됩니다. 이후 피들스틱의 동선이 극히 제한되며 6레벨을 찍는데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딥롤(deeplol.gg)의 데이터에 의하면 솔로랭크에서 피들스틱과 탈론의 평균 6레벨 달성 시간은 비슷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둘의 6레벨 달성 시간은 2분여 차이나 벌어지게 됐습니다.

▶유연한 생각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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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골드 차이인데도 강력한 피들스틱 한타조합(이미지=롤드컵 방송)
워낙 유리한 상황이다 보니 정면 한타를 해봤지만 로그 역시 롤드컵 팀답게 괴력을 보여주며 한 타를 승리하고 바론을 가져가게 됩니다. 롤드컵은 각 지역에서 위닝 마인드로 무장된 뛰어난 팀들끼리의 대결입니다. 하지만 소위 ‘우틀않’으로 불리는 '우린 틀리지 않아'를 계속하다 결과가 안 좋은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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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태세전환한 담원기아의 특공대(이미지=롤드컵 방송)
오늘 담원은 상대의 조합을 정면 한 타로 다시 붙는다면 힘들어질 것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전술을 변경해 사이드 푸시가 우위에 있는 잘 성장한 챔피언을 중심으로 사이드를 공략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롤드컵을 우승하기 위해 꼭 보여줘야만 하는 '생각의 유연함'이라고 봅니다.

오늘은 한국팀들이 모두 8강에 올라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체크포인트를 점검해 봤습니다. 다음 경기에서도 여러분들이 좋아하실만한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데일리e스포츠는 2021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서 '조이럭' 윤덕진 e스포츠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게임아이(GameEye)’ 대표가 참여한 기획 기사를 제공합니다.

윤덕진 대표는 리그 해설, 분석가, 코치, 에버8 위너스 대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부트캠프, 선수이적,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활동 중입니다. 현재 AI 석박사 연구진과 함께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 롤 전적검색 서비스 '딥롤 (deeplol.gg)'을 베타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으며, e스포츠 데이터 분석 플랫폼 '딥롤프로(pro.deeplol.gg)'를 통해 국내외 팀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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