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비자금 강탈 (3) “후우.” 건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전방을 봤다.벤은 손가락으로 숫자를 헤아리며 말했다. “안에 적어도 30명은 넘게 있을 거야. 보기보다 창고 안이 넓어. 어떻게 생각해?” “나도 똑같아.” 건기는 거주 구역에서 사 둔 마총들을 보여 줬다.구슬을 재장전하기보단 그냥 총을 여러 정 쓰는 게 더 빠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충분히 준비했지.” “그것 참 든든하군.” 벤은 엄지를 세웠다. “그럼 시작할까?” 마침 보초를 교대하는 타이밍.그 전 보초는 지쳤고,교대하러 나온 보초들은 상의 탈의한 채 술에 취한 상태였다. “좋았어.” 우선 벤.그는
2021-03-09
24. 비자금 강탈 (2) 건기의 기억이 정확하다면,옐로우 클랜의 아지트는 59층.그러나 거기 말고도 몇 군데 더 보조 아지트가 있었다.그 중 딕이 관리하는 곳은 52층.딕이 지금처럼 비밀리에 자금을 긁어모으고 있다면 그곳에 쌓여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일반적으로 돈과 물건은 인벤토리에 넣어 두는 게 가장 안전하다.그러나 현금 80억의 무게는,5만 원권으로 약 155kg.제한인 200kg에 가까웠다.딕 정도의 위치가 되는 간부라면 분명 어딘가에 돈과 물자를 쌓아 둘 것이었다. “거길 털면 되겠군.” 큰돈을 벌기 위한 밑천.건기는 옐로우 클랜 2인자의 비자금을 털기로 작정했다.리텐밍으로부터 얻은 장부에는 그가 상납한
23. 비자금 강탈 (1) “설마 이건기, 그 개새끼가 우리를 노리진 않겠지?” “애들 말로는 현재 41층이고, 곧 이쪽으로 올라온다고 합니다. 근데 저희랑은 마주칠 일 없을 겁니다.” “왜지?” 데미언은 손에 쥔 술잔을 흔들어 위스키가 찰랑이게 했다. “듣자 하니, 40층 길드에서 이건기한테 무슨 소포를 맡겼다고 합니다. 목적지는 길드 본부고요.” “그래? 그럼 우리 층은 그냥 알아서 지나가겠군?” 데미언은 기쁜 마음으로 위스키를 마셨다.지태도 그가 한시름 놓은 것을 보고는 맥주를 들이켰다. “으아아악!”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 소리.그것은 음악 소리에 묻히지 않고 점점 더 커졌
22. 블루 클랜 (5) 약사는 휘파람을 불면서 방 안의 수납장에서 누런색 가루가 든 비닐봉지를 꺼냈다.그러자 그걸 본 손님은 레이피어를 뽑아 들어 냅다 던졌다.날아간 레이피어는 봉지를 쥔 약사의 손을 꼬챙이처럼 꿰뚫었다. “크아아악!” 약사는 자신의 손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그러나 비명을 지르기 무섭게 손님이 그에게 달려들어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손님은 한 손으로 약사의 입을,다른 손으로 단검을 들어 약사의 목에 댔다. “잘 들어. 한 번만 물을 거야.” 약사는 겁에 질려서 무어라 웅얼거렸다.그는 자신의 입이 막혔다는 사실도 잊은 채 계속해서 지껄였다.손님은 천천히 약사의 입을 막았던 손을
21. 블루 클랜 (4) “흐음.” 폰은 코를 후비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삼문은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만지며 뭔가를 느끼려 했다. “아무 느낌도 없는데?” 안드레멜은 말없이 삼문을 쳐다봤다.그의 얼굴은 아직 뭔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백억은 받을 수 없……!” 갑자기 삼문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쩍 벌어진 입에서 분수처럼 쏟아지는 핏줄기는 삼문의 주변을 붉게 물들였다. “커어어억!” 피는 계속해서 나왔다.보고 있던 사람들은 삼문이 진작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로 죽지 않는 것에 의아할 정도였다. “치사량은 진작 넘어섰고, 신체에 있는 피를 거의 다 토했어.” 아틀라스는
20. 블루 클랜 (3) *** 사흘, 또는 칠십여 시간 뒤.그리고 마탑 40층. 오후 1시, 치안대 옆 공터.족히 수십에서 수백이 될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다들 소문, 또는 권유를 듣고 모인 무법자들이었다.건기는 미리 준비한 가면을 쓴 채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 “도대체 언제 시작하는 거야?” “이봐! 다리 아파 죽겠다고!” “난 아침 일찍부터 기다렸어!” 공터 안쪽에 준비된 단상.그 앞에 덩치 좋은 조직원들이 일자로 서 있었다.무법자 몇이 조직원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접근했지만,이내 그들의 발길질에 훅훅 나가떨어졌다. “다들 조용!” 조직원들 뒤.미키는 단상 위로 올라갔
19. 블루 클랜 (2) “안녕하세요?” 건기는 인사를 하며 노인의 얼굴을 쳐다봤다.그러나 노인은 대꾸하지 않았다.탁하고 생기 없는 눈동자.노인의 눈은 죽어 있었다.그는 노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별다른 반응이 없자,그대로 가게를 나왔다. “이봐, 기다려!” 다니엘도 건기를 따라 가게를 나왔다.그는 만족스럽게 배를 두드리며 웃었다. “덕분에 배부르게 잘 먹었어. 난 키가 커서 항상 남들보다 더 먹어야 하거든.” “뭐, 하나 물어봐도 되나?” “뭔데?” “혹시 어딜 가야 ‘모래가루’를 살 수 있는지 알아?” “모래가루? 글쎄? 난 좀도둑질까진 해도 약은 안 하거든.” 다
18. 블루 클랜 (1) “생수 한 병에 2천 원은 너무 비싸잖아? 이거 1층에선 5백 원에 파는 거지? 너무 바가지다.” 간혹 흥정을 걸어오는 주민도 있었다.그러나 건기는 단호했다. “싫으면 다른 사람한테 사쇼.” “여기 다른 사람이 어디 있어? 가게에 물건 들어오려면 일주일이나 남았단 말이야! 좀만 깎아 줘. 생수병 20개에 3만 원 어때?” “4만 원.” “그럼 3만5천 원!” “4만 원.” “3만8천 원!” “4, 만, 원!” 결국 주민은 건기의 말대로 4만 원을 내고 물건을 사 갔다. “보부상 주제에 엄청 거들먹거리네. 건방지게…….” 뒤 담화는 덤.그러나 건기는 개의치 않았다.마
17. 잘려 나간 귀 (5) “히이이익!” 태구는 제자리에 주저앉아 바지에 오줌을 쌌다. “으아아아! 건기야! 나 죽는다!” ‘싸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 날아오는 광선은 세상에서 가장 평등하고 잔인해. 다리가 불편하다고 해서 봐주지 않아.’ 윌리는 건기의 말이 떠올랐다.살고 싶으면 싸워야 한다.생각 같은 건 사치다.엘프가 어린 그에게서 돌아선 채 태구를 노리고 있었다.그는 태구가 그랬듯이 바닥에 떨어진 단검을 주었다. “으아아악!” 윌리는 뒤에서 엘프를 덮쳤다.하지만 그 순간,왼쪽 다리가 미끄러지며 앞으로 넘어졌다.푹.단검이 엘프의 왼쪽 발목에 박히며 칼날이 부러졌다. “크
16. 잘려 나간 귀 (4) *** 1시간 전. 윌리는 건기를 기다리는 동안 마총 쏘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사실 그는 야영을 하는 며칠간,자신이 불침번을 설 때에는 언제나 몰래 연습을 하고 있었다. 태구의 감독 아래,윌리는 멀리 떨어진 생수병을 쐈다. “오오!” 경쾌하게 날아간 광선은 단숨에 생수병 한가운데를 꿰뚫었다. “혹시 타고난 건가?” 태구는 빈병을 놓으러 가는 윌리의 걸음을 보면서 한 가지를 더 깨달았다.그리고 건기가 왜 그렇게 윌리를 몰아붙였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걸음도 훨씬 빨라졌어.” 윌리의 걸음걸이.다리를 저는 것은 여전했지만,빠른 걸음을 걷는 것처럼 움직일
15. 잘려 나간 귀 (3) 건기는 손에 든 리볼버를 바지춤에 쑤셔 넣었다.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수건을 꺼내 케빈에게 내밀었다. “귀에 묻은 피 좀 닦지 그래?” “감사합니다. 급히 준비하느라 피를 제대로 닦아 내질 못했어요.” 케빈은 수건을 받아서 조심스럽게 귀를 닦았다.그리고 닦자마자 황급히 인벤토리에서 방한모자를 꺼내 썼다.그가 푹 눌러쓴 덕에 모자 양옆으로 내려온 덮개가 양쪽 귀를 완벽하게 가렸다. “잘 썼어요.” 건기는 수건을 돌려받으며 방한모자를 가리켰다. “모자가 참 특이하네. 기온이 일정한 황야에서 웬 방한모자지?” “패션인데요?” 케빈은 가증스런 미소를 띠며
14. 잘려 나간 귀 (2) 그들은 이제 막 20층 출입 자격을 얻은 광부들.죽도록 구슬만 캐서 마탑을 오른 경우였다. “이번에 새로 가는 수정산에 도착할 때까지 다들 무기 들고 있어.” 잭의 말에 일행은 인벤토리에서 무장을 꺼내 갖췄다.조금 더 전진하니, 그들의 눈앞에 뭔가가 보였다. “이봐, 저기 뭐가 있는데?” 지면에 솟아난 무언가.잭은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고 천천히 쳐다봤다.둥그스름한 테두리.절대 돌은 아니었다. “내가 가서 보고 올게.” 잭은 장검을 빼들고 물체에 다가갔다.점점 가까워질수록 물체의 형태는 확실해졌다. “젠장.” 노인의 머리.정확히는 목 아래가 땅에 묻힌
13. 잘려 나간 귀 (1) 다음으로 들른 곳은 길드.건기는 10억 수표를 즉각 자신의 계좌에 입금했다.그리고 가게에 들르기 전,태구에게 속삭였다. “4억 받고 싶죠?” “엉? 어! 그래!” 태구의 얼굴이 급히 환해졌다.태구는 초롱거리는 눈망울로 손에 깍지를 끼었다.어찌나 간절한 것인지,그는 애지중지하는 모히칸 가발이 벗겨지는 것도 몰랐다. “당장은 못 드려요. 이 돈은 쓸 데가 있거든요.” “쓸 데?” 태구의 얼굴은 일그러졌다.전형적인 핑계.그는 건기가 현상금을 독차지할 생각이라고 여겼다.그의 마음속에 건기를 죽이고 돈을 가로채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그냥 확, 엑스포켓으로
12. 현상금 *** 다음날, 또는 몇 시간 뒤.그리고 마탑 59층. 거주 구역 고급 주점 3층. 회색 머리.붉은 눈동자.노란색 고급 정장. 옐로우 클랜의 보스, 교수.그는 클래식한 가죽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래? 이건기가 죽었다고?” 그 앞에 무릎 꿇은 청년.바로 간부인 파이브였다. “네. 파이톤과 싸우면서 생긴 부상으로 죽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군. 널 죽인 후에 파이톤과 싸우다가 도망친 그 이상한 놈은?” “잘 모르겠습니다. 스킬은 쓴 파이톤과 거의 호각으로 싸우는 걸 보면 A급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가 분명합니다.” “쳇.” 교수는 혀를 차면서 손가
11. 다섯 악당 (5) “후후후.” 파이톤은 맨 뒤에서 걸어갔다.그는 여차하면 부하 하나를 잡아 또 고기방패로 쓸 생각이었다. 무덤 하나 사이.건기와 파이톤 일당이 서로 대치했다.건기는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집중했다.어쩌면 마지막이 될 감촉.아주 짧은 시간, 삶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하앗!” 건기는 멀쩡한 오른쪽 다리로 힘껏 땅을 걷어찼다.그리고 몸을 왼쪽으로 날렸다.몸을 따라 시야도 이동하면서 무덤에 가려졌던 적들의 모습이 드러났다.팡팡팡팡팡.건기는 손바닥으로 리볼버의 공이치기를 쉴 새 없이 재끼며 방아쇠를 당겼다.그 속도는 가히 다섯 발을 동시에 쏘는 수준.그는 순식간에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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