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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리퍼 21화

메탈리퍼 21화
[데일리게임]

“미련한 덩치, 아니 호퍼…… 정말 린을 사랑했니?”

“네.”

“그리고 린도 호퍼를 사랑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네.”

“그럼. 기다려 봐.”

“뭘 기다리라고…….”

“린을 기다리라고.

“그렇지만…….”

“뭘 걱정해. 서로 사랑한다면서…… 린이 호퍼가 말한 대로 진심으로 대했다면 둘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다면 애당초 린이 호퍼를 이용한 거잖아. 그리고 사랑하고 믿는다면서 만약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호퍼도 린을 진심으로 대한 게 아니잖아.”

“그렇긴 한데…….”

“그럼 끝! 린의 사랑을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

“제, 제가요? 아뇨! 그럴 리가요!”

“그럼 기다려 봐.”

페이가 마치 문제를 푸는 학생에게 정답을 가르쳐 주듯 호퍼를 몰아간다.

“정말로 기다리면 다시 린과 잘될 수 있을까요?”

호퍼의 마음이 조금 흔들린다.

“맞아…… 린도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고 때를 봐서 너를 다시 만나려 할 거야.”

옆에 있던 잭슨이 장단을 맞춘다. 페이가 슬쩍 아이딘의 옆구리를 찌른다.

“어. 사실 린이 너에게 사기를 쳤다고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던 거고 사실 속으로는 너를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

“맞아, 맞아.”

잭슨과 페이가 동시에 짝 하고 박수를 쳤다.

“그러니까 이제 정신 차리고 린을 기다려 봐. 조금 시간이 걸려도 진실한 사랑은 제자리를 찾아오기 마련이니까.”

페이가 다 정리되었다는 듯이 호퍼의 어깨를 두들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기운내고…… 언젠가 다시 만날 린에게 보여 줄 멋진 호퍼의 모습을 준비해 두라고.”

“멋진 호퍼.”

호퍼가 페이의 말을 되새긴다.

“자, 그래 호퍼. 멋진 호퍼로 린을 기다리라고.”

잭슨이 여세를 몰아간다. 비로소 어제부터 울상인 호퍼의 얼굴이 살짝 펴지기 시작했다.

“멋진 호퍼, 아이딘과 보리 몇 포대만 사다 줄래?”

“그러지 뭐…….”

호퍼가 자리에서 어슬렁어슬렁 일어서 문밖을 나선다. 아이딘이 미소 짓는 페이와 안도의 표정을 짓는 잭슨의 등 뒤로 싱긋 웃으며 호퍼를 따라간다.

* * *

닉스 연방 공화국의 수도 헤이번.

닉스 연방의 주요 시티인 고스포드에 위치하고 있다. 대재앙 이후에도 파괴되지 않은 원자력 발전소의 건재로 연방의 전력 생산 요충지일 뿐만 아니라 닉스 연방 10개국과 모두 국경을 접하고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수도향 고속도로 연결에 따른 교통의 요충지로도 큰 의미를 부여받은 시티다.

또한 통령 닉스의 관저인 이글하우스와 주요 중앙정부의 기관들이 집중되어 있는 닉스 연방의 정치 중심지이기도 하다. 지금 이곳에서 연방 최고 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평상시라면 5개 부의 부장과 9개 연방국 대표들을 중심으로 수행원을 포함하더라도 40여 명의 인원이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현재는 루체와의 전쟁 중으로 국방부의 중앙군 장성과 9개 연방군 장성에 휘하 경비대 사령관까지 참석하기에 평상시의 두 배가 훨씬 넘는 인원이 참석하는 형태가 되었다. 따라서 연방의 주요 안건을 논하는 원래 취지의 정상적인 회의는 애당초 진행하기가 힘들어져 이미 루체와의 전황을 일상적으로 브리핑하는 자리로 바뀐 지가 꽤나 오래되었다.

회의실은 닉스 연방의 상징인 독수리 휘장이 왼쪽 벽을 크게 장식하고 있고 그 양옆으로 톱니바퀴 문양의 모스크, 잘 익은 밀 모양을 형상화한 곡창지대가 유명한 네바다 등 9개 연방국의 휘장들이 순서대로 회의장을 꾸미고 있었다.

휘장 밑으로는 경무장한 치안유지군들이 일렬로 도열해 있었다. 최근 정부 요인들에 대한 연이은 테러로 어느 때보다 경비가 삼엄해진 상황이다.

각 정부 및 군부의 요인이 모두 들어서고 U자형 테이블에 앉자마자 영관급 선전관의 형식적인 인사말과 통령 대리 에바 과학부 부장 특유의 차가운 인사와 함께 연방 최고 위원회 회의가 시작되었다.

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있는 전황도가 전면 스크린에 투영되었다. 좌측의 붉은색이 닉스, 우측의 푸른색이 루체의 군사세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동시에 해당 지역에 대한 지배력 또한 파악할 수 있었다.

닉스 연방은 전쟁 발발 초기 연방과 국경을 접한 루체의 4개 지역 중 하나인 고비를 완전 점령하는 데 성공했고 그 외 지역인 바이칼과 엘로라 지역까지 진격하면서 수도 파르마를 위협하는 듯 기세가 등등했다. 그렇지만 벌써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난 지금 닉스의 푸른색은 한 치도 더 전진하지 못한 채 지속적인 답보상태가 지속되었다. 또한 닉스 연방이 점령하고 있는 루체 왕국의 영토 또한 명목상의 점령일 뿐 실효성은 없는 상황이다.

2주 전에 있었던 전황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전황보고에 장내는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닉스 연방 군부 세력의 최고위직이자 실질적인 군통수권자인 중앙군 총사령관 기가스 안드레이가 적막을 깼다.

“전선의 변화는 전혀 없는 것입니까?”

“네. 엘로라 전역에 대규모 공세를 시도했으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현 위치에서 지속적인 대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앙군 작전부장 아서 캠벌 준장이 답변한다.

“그 외에 특이 사항을 언급해 주십시오.”

“네.”

짧은 대답과 함께 전황판에 표시된 닉스 연방 영역 곳곳에 붉은색 교전표시가 떠올랐다.

“표시되는 곳에서 지난 2주간 소규모 교전이 일어났습니다. 루체 왕국 점령지에서 레지스탕스의 테러 양상이 점점 조직화되고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고비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2개 지역에서 우리 군의 대대 이하 소규모 병력의 운용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장내 분위기가 웅성웅성해진다. 전황이 날로 불리해진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쉽게 전세가 역전될 줄은 몰랐다. 아서가 계속 말을 잇는다.

“더욱이 연방군의 반란세력들이 결집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일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연방군의 반란세력이 킹스턴을 넘어 하바로프 지역까지 확대되면서 최전선까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런 반란군의 집결은 반란군의 우두머리…….”

기가스 사령관이 작전부장의 말을 끊는다.

“모스크의 라이너 카이슨.”

순간 장내가 더욱 어수선해진다. 대부분이 믿을 수 없다는 놀라운 표정들을 지었다.

“그는 벌써 2년 전에 루체 왕국의 테러로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반란군을 이끌 수가 있겠습니까?”

중앙 위원들의 질문들이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온다. 장내는 한층 더 소란스럽다.

라이너 카이슨은 모스크 지역의 영주로, 9개 연방 도시의 대표 중 가장 덕망이 높았던 지도자 중 한 사람이었다. 통령인 닉스와의 친밀한 관계나 명망으로 보았을 때 지금의 통령 대리인 에바와 견줄 만한 정치력을 가진 인물이었지만 독수리의 눈물이라 불리는 루체 왕국의 테러에 아깝게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그가 돌연 반란군의 수장으로 살아 있다고 하니 모두가 떠들썩하는 것은 당연했다.

“놈들의 속임수일 수도 있습니다. 반란군들의 명분을 갖기 위한 조작일 수도 있기에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중앙군 정보부장 로버트 친 소장이 답변을 했지만 전황판의 점멸하는 수많은 불빛처럼 웅성이는 위원들 때문에 장내는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이제 그만해 주십시오!”

군통수권자의 목소리라기에는 너무나 가냘픈 기가스 사령관의 목소리가 회의장의 뜨거운 열기를 가라앉힌다.

“루체 왕국의 더욱 거세지는 저항과 반란군까지 설치는 이 마당에 전세를 뒤집을 전력의 보강은 필연적입니다. 그 일환으로 강화 인간 특전부대(특수전투부대의 약어)의 증원을 요청 드립니다.”

의원들은 또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강화 인간 특전부대 때문일 것이다. 강화 인간 특전부대, 속칭 메탈리퍼는 인체 강화 연구의 산물이었다.

인체 강화 연구의 역사는 대재앙 이전으로까지 돌아간다. 미국, 유럽 중심의 범국가적 우주 개발 연합인 대서양 연맹은 지구를 떠난 지구인의 우주적응을 돕기 위한 연구과제 중 하나로 인체 강화 연구를 시작한다.

이 연구는 크게 인체의 약물 투입이나 유전공학을 이용한 바이오닉 계열 연구 및 기계와 전자장비 활용을 통한 사이보그 계열의 두 가지 연구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빠른 성과를 내는 바이오닉 계열로의 연구로 집중되어 진행되었다.

대재앙 이후에도 이 연구는 계속되었다. 단지 연구의 목적이 조금 변경되었을 뿐이다. 지구를 벗어난 우주인으로서 인체 강화의 목적이 아닌 변화된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체 강화로 목적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 연구는 어찌 보면 필연적이었다. 대재앙 이후 변화된 지구환경과 수많은 바이러스 질병은 인류의 새로운 시련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스스로 이 모든 역경을 이겨 낼 수 있을 만큼 강해져야 했고 이 인체 강화 연구는 그런 이유로 지속되었다. 그러나 이 연구에 따른 반발과 부작용 또한 연구의 목적을 퇴색시킬 만큼 심각했다.

실험체 부족으로 인한 인간에 대한 납치 그리고 강화 작업 오류에 따른 실험체의 처리 문제, 그리고 극히 낮은 강화 성공률, 중추 신경계(이성중추) 손상으로 인한 강화 인간들의 폭력성 증가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는 이 연구의 목적 자체와 의미를 위협할 법한 수준이었다.

이런 연유로 인체 강화 연구는 닉스 통령에 의해 일시 중단되었으나 닉스의 부재 후 에바 통령 대리가 부활시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는 중이었다. 그리고 메탈리퍼는 그 강화 과정을 거친 인간들만으로 구성된 전투 부대였다.

“아니, 메탈리퍼가 더 필요하다는 말씀입니까?”

연방 위원 중 한 명이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특전부대의 증원이 필요합니다.”

기가스 사령관이 전황판을 가리킨다. 전황판은 어느덧 강화 인간 특전부대의 전과를 보여 주는 화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시간대별로 표시되는 전과표에 특전대의 전과는 당연 압도적이었다. 또한 주요 승리한 전투의 선봉에는 특전대 메탈리퍼가 있었다.

“자, 보십시오. 전쟁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 전쟁을 이끌어 온 것은 바로 특전대입니다. 특전대가 없었다면 지금의 전선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군도 구분 못 하는 살인병기들을 더 만들어 낸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통제받지 않는, 아니 통제받을 수조차 없는 군인들의 폐해-대서양 연맹의 아시아 연합에 대한 핵공격은 당시 대서양 연맹 군부 일부에 대한 독단으로 이루어졌다-는 우리 모두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최근 특전대의 활약과 더불어 특전대의 과오 또한 부각되고 있었다. 적 지역에서의 민간인 학살은 그렇다 치더라도 일부 부대원들의 아군 부대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말씀 삼가시죠, 나이젤 위원장님. 그들은 결코 괴물이 아닙니다. 그들 역시 우리를 위해 싸우는 우리의 군인들입니다. 그들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렇지만…… 그들로 인한 아군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네. 물론 그렇습니다. 저도 인정합니다. 특전대가 전장에서 민간인들까지 죽이고, 이성을 잃은 병사들이 아군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가했다는 소문을 저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전부 근거가 부족하거나 대부분은 과장된 내용입니다. 위원님, 지금은 전시입니다. 지금 저희 영토 안에서까지 적들의 수많은 테러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음모라는 생각은 안 해 보셨습니까?”

“…….”

“그리고 특전대의 일부 병력들이 아군을 공격한 사실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극히 적은 병력에 대한 일부의 사고일 뿐 확대 해석은 금물입니다.”

“하지만 지난주에도 그들이 고비지역에서 300명 이상의 민간인을 학살하고 아군 지원부대 2개 소대까지 전부 몰살시켰다고 들었소.”

“네, 그 부분은 저도 보고받았습니다만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민간인들은 특전대와 루체 왕국군의 교전에 휩싸여 사망한 것이고 지원부대는 루체 왕국군이 설치한 부비트랩에 희생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니, 내가 파악한 정보로는…….”

“위원장님. 말씀 도중에 죄송합니다만 그 전투에서 생존자들은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아는데 대체 무슨 근거로…….”

“…….”

베르시의 위원장 나이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저는 더 이상 여기 계신 분들이 루체 왕국의 거짓된 정보에 현혹되어 저희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이렇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기가스 사령관이 머리를 깍듯이 숙인다.

“그렇지만 특수전투부대의 증원은 많은 희생이 따를 수 있는 만큼 좀 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저는 에바 과학부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장내의 모든 시선이 U자형 테이블 앞단에 위치한 젊은 여자에게 집중되었다. 검은색 슈트에 짧은 단발머리, 그리고 앳된 외모가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통칭 에바로 불리는 에바 로젠펠트. 현재 닉스 중앙정부의 과학부 부장과 국방부 부장을 겸임하며 부재중인 닉스 통령을 대신하는 통령 대리로 연방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이다.

강성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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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한화생명 15승 3패 +19(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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