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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Story] 서지수 "프로게이머였음이 자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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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를 그만둔 뒤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며 지낼까요? 궁금하기도 하지만 굳이 취재를 하려고 애를 쓰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어린 나이에 프로게이머를 시작해 사회 생활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선수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인터뷰를 할 정도로 성공한 케이스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선수는 달랐습니다. 프로게이머를 그만둔 뒤에도 꾸준히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신기한 것은 게임이나 e스포츠와 관련된 분야가 아니었다는 점이지요. 최근 이 선수는 예술이나 패션 쪽에서 엄청난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또다른 분야에서 주목을 끌 정도로 자신의 열정을 쏟을 일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여제' 서지수입니다. 알려졌다시피 그녀는 최근 향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프로게이머를 그만 두면서 쇼핑몰 사업을 했던 서지수는 이제 향수를 넘어 미술이나 조각품 등으로 영역을 벌리려 합니다.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예술 감각을 은퇴 이후에 발견해 제2의 인생을 펼치면서 새로운 나래를 펼치고 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행보이기에 팬들은 그녀를 더욱 응원하고 있습니다.

프로게이머 시절, 인기만큼 숱하게 오해도 많이 받았고 악성댓글 공격도 많이 받았던 서지수. 프로게이머였기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제는 일반인이 된 후 편하게 할 수 있다며 뛸 듯 기뻐했습니다. 편안함을 넘어 여유로움까지 보였던 그녀와의 유쾌한 데이트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오해와 진실
서지수만큼 선수시절 많은 추측과 억측이 많았던 사람이 있었을까요? 그녀는 여성 프로게이머 가운데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에서 가장 오래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루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로 인해 남성 프로게이머 팬들에게 말도 안 되는 공격을 당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한 번도 큰 소리를 내지 않고 묵묵히 견뎠습니다.

하지만 침묵하는 사이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졌고 그녀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죠. 여자로서는 참 견디기 힘든 시기였을 것입니다. 제가 봤던 그 누구보다 여리고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에게 꼬리 치고 다닌다", "공주라더라", "누구 누구에게 작업 했다더라"등 근거도 없는 소문이 퍼져갔습니다.

서지수는 프로게이머 시절 그 누구에게도 먼저 인사를 걸거나 말을 걸어본 적이 없습니다. 내성적이기도 했고 남성 게이머에게 먼저 말을 걸면 어떤 소문이 날지 모르기 때문에 죽은 사람처럼 지냈습니다. 그녀를 옆에서 지켜봤던 사람들이라면 그런 소문들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알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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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소문이 퍼지면서 감독님 등 주변 사람들이 소문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그런 해명을 왜 해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왜 하지도 않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해야 하는지 답답했어요. 그리고 어차피 해명한들 그런 소문들이 사라졌을까요? 아마 해명을 했다고 해도 더 많은 소문들이 났을 거에요. 그때 가만히 있었던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더 나았던 것 같아요."

그녀는 20대를 마치 수녀처럼 살았습니다. 이상한 소문이 날 것이 두려워 호프집에서도 술을 마신 적이 없습니다. 흔한 클럽이나 나이트 한번 가본 적도 없고요. 꽃다운 20대를 그저 게임과 함께 보냈던 그녀에게 말도 안 되는 소문들은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면 털털한 성격에 놀라고 생각보다 순진한 그녀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랍니다. 까다로울 것 같지만 그녀는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먹습니다. 팀에서 중국으로 포상휴가를 갔을 때 그녀는 달랑 트레이닝복 한 벌만 가져오는 '털털함'을 보여주기도 했죠. 꾸미기를 귀찮아해서 평소에는 민낯으로 다닙니다.

"여자 프로게이머가 공식 석상에 나설 때 민낯으로 대충 아무런 옷이나 입고 나가는 것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공식 석상에 나갈 때는 화장도 하고 옷도 신경 써서 입으려 노력했는데 그런 모습만 보고 '꾸미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연습도 제대로 안 한다'는 댓글을 보면 정말 서글프더라고요."

STX 소울 시절 서지수가 후배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원성은 "제발 화장 좀 하고 와라"였습니다. 공식 석상이 아닌 곳에서 그녀가 화장한 모습을 본 동료들은 거의 없습니다. 지금도 그런 점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털털하고 노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침묵 때문에 더 많은 오해를 받았지만 그래도 그때 침묵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아요. 프로게이머로서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지금은 그 어떤 소문도 웃어 넘길 정도로 강심장이 돼 있는 것 같습니다."

◆성공한 사업가
내성적이었고 10대부터 28살까지 프로게이머만 하고 살았던 여자가 사회에 나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혹자는 "시집이나 가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그녀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그녀조차도 감을 잡을 수 없었죠.

"프로게이머를 은퇴하고 나니 갑자기 사회 초년생이 된 기분이었어요. 28살이 돼서야 첫 사회에 발을 디딘 스무 살이 된 거죠. 솔직히 처음에는 무섭고 당황했고 갈 길을 잡지 못해 방황도 많이 했어요."

쇼핑몰을 운영했지만 그녀의 동생이 오히려 적극적이었고 그녀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고민하던 찰나에 그녀는 새로운 사업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바로 향수 사업이었죠. 그녀에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예술의 혼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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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잘 쳤고 그림도 잘 그렸어요. 상도 여러 번 받았고 피아노는 교향곡을 모두 완주할 정도의 실력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음악과 그림을 정말 좋아하고 나름 보는 눈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그녀의 장점은 향수라는 또 다른 예술을 만나 날개를 폈습니다. 그녀는 아트페어 전시회를 준비하며 향수와 그림을 접목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고 앞으로는 향수와 음악을 접목해 콜라보레이션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몰랐던 그녀의 능력으로 현재 향수 업계의 떠오르는 샛별이 됐습니다.

"솔직히 저에게 사업가 기질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없던 열정이 어디선가 솟구치는 것 같아요. 향수 사업을 하면서 또다른 나를 발견하고 있는 중입니다. 정말 행복해요."

◆프로게이머임이 자랑스러워요
프로게이머였을 때 보다는 향수 사업을 하고 있는 서지수의 얼굴이 훨씬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서지수는 아직도 프로게어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말합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말이죠. 서지수에게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순간은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절이었습니다.

"한 순간도 프로게이머를 했던 것에 후회하지 않아요. 사업가로 변신한 지금도 프로게이머였던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고요. 지금 일을 하면서 프로게이머였기 때문에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 많아요. 프로게이머는 자부심이자 제 인생의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내성적이었던 그녀는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대범해지는 법을 배웠고 수많은 악성댓글을 겪으면서 강한 심장을 지니게 됐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그녀를 보며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엄지를 추켜 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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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서지수라는 과거는 사업을 하면서 상대에게 신뢰와 호감을 줄 수 있는 백점 만점의 명함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만 상대는 프로게이머 시절의 서지수를 알고 있었고 그녀의 도전정신과 열정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한 발자국 앞에서 시작할 수 있는 셈이죠.

"프로게이머였던 시절이 제일 행복했고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어떻게 자랑스럽지 않겠어요. 지금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고, 지망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어요. 나는 공부를 못해서 게임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직업 가운데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 그 길을 걷는다고 말이죠. 자부심을 가진다면 프로게이머로서도 성공할 수 있고 은퇴 이후에 다른 일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프로게이머 서지수가 아닌 사업가 서지수로 만났지만 그녀의 e스포츠에 대한 사랑은 여전보다 더 커졌습니다 스타크래프트2 시장이 축소되고 있음을 안타까워했고 또 다른 대안이 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대한 기대와 걱정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지켜보며 응원하는 입장이 됐지만 아직도 마음은 프로게이머일 때와 전혀 다르지 않아요. 후배들 모두 잘 됐으면 좋겠고 한국e스포츠가 계속 발전했으면 좋겠고요. 옆에서 응원하며 지켜보겠습니다. 제 고향 잘 지켜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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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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