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깜짝 생일 파티는 성승헌 캐스터의 입담으로 유쾌하게 진행됐고, 경기장은 훈훈한 열기를 띠어 갔다. 그 분위기에 동화돼 즐겁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한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밀고 들어왔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를 쯤이었나. 경기장을 방문한 모든 팬들이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뇌리에 깊게 파고 들었다.
취재를 하다보면 선수들에게 이런 말 쯤 어렵지 않게 듣는다. "아, 저도 몰랐는데 팬 분들이 알려주셔서 알게 됐어요". 생일보다는 데뷔 기념일, 몇 주년 기념일에 많이 듣는 얘기다. 팬들은 선수 본인조차 잊은 날짜를 기억하고 셈한다.
또 팬들은 그 날을 가치 있는 하루로 만들어주고자 고군분투한다. SNS를 보면 기념일 한참 전부터 준비가 한창이다. 선수들에게 선물을 '드랍' 하기 위해, 팬들을 모으고 선물을 정하고 구매하고 포장한다. 팬들은 이 복잡한 과정을, 응원하는 마음만으로 능히 해낸다.
하지만 팬의 역할은 그 이상이다. e스포츠의 역사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 또 e스포츠에 감정을 심어주는 사람들. 팬들이 있기에 오늘이 누군가의 생일로, 누군가의 데뷔 기념일로 기록되는 것이다.
e스포츠에서 가장 희생적인 사람들. 항상 e스포츠 무대 위에 선 타인을 위해 애쓰는 그들에게 "고맙다, 수고했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