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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토크] 2019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채민준 캐스터

[근황토크] 2019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채민준 캐스터
봄바람이 불면 꽃이 피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렇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이 피고, 나뭇잎이 무성해지고, 열매가 열리고, 다시 꽃이 피는 것.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죠.

너무 뻔한 비유지만 이 사람의 e스포츠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표현하려면 이 문구가 가장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꽃처럼 갑자기 확 타올랐던 것도, 한 순간의 꿈도 아닌 그저 그에게는 꽃이 피듯 자연스러웠고, 피할 수도 없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e스포츠가 좋아서, e스포츠 방송이 너무나 하고 싶어서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 두고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채민준 캐스터. 아직도 2016년 프로리그 결승전 영상을 돌려보며 그 자리에서 목청 터지게 외치는 꿈을 꾼다는 채 캐스터를 만난 것은 스포티비를 퇴사하고 정확하게 일주일이 된 시점이었습니다.

그의 도전은 실패할지도 모릅니다. e스포츠에서의 인지도가 다른 캐스터들만큼 크지 않은 상황에서 채민준 캐스터의 선택은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주류인 스포츠 캐스터를 하다가 왜 비주류인 게임에 왜 몸을 담냐고 의아해 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 이런 선택을 한 채민준 캐스터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습니다.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행복한 일을 찾아 나선 그의 멋진 발걸음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이유’

채민준 캐스터가 회사에서 나와 게임 캐스터로서의 길을 걷겠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의문을 가졌습니다. 안정적으로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그것도 꽤 많은 권한이 주어진 직책을 가진 그가 가시밭길이 예약된 길로 들어서려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결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사람들의 의구심은 더욱 커져갔습니다. 혹자는 다른 방송국에서 이미 캐스팅 제의를 했기 때문에 미련 없이 나오는 것이라는 의심을 하기도 했죠. 그의 선택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의문을 갖게 했습니다.
[근황토크] 2019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채민준 캐스터

“당연히 그렇게 생각 하실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저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텐데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정말 아무것도 결정된 것 없이 나왔다는 거에요. 제가 e스포츠에서 쌓은 필모그래피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저에게 그런 제안을 했겠어요. 정말 게임 방송이 하고 싶어서 나왔어요. 그 이유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요. 무모하다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 진짜 그 이유 말고는 다른 이유를 꼽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고 e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은 그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 그의 도전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혹자는 “e스포츠가 좀 매력 있지”라며 그의 선택을 두둔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팬들은 제 선택에 대해 지지를 많이 해주더라고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제 마음을 아는 거죠(웃음). 만약 팬들 조차도 왜 이런 선택을 했냐고 질타했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거에요. 저에게는 가족과 팬들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거든요.”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e스포츠에 한 번이라도 빠진 사람이라면 알 수 있는 채민준 캐스터의 마음. 그에게 게임은 첫사랑이었고 그 첫사랑을 이루기 위해이 같은 선택을 했다면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4살 때부터 오락실에 다녔던 저에게 게임은 세상에서 가장 처음 만난 ‘사랑’같은 거였죠. 굳이 비유하자면 첫사랑이요(웃음). 어떻게 빠져들었는지 모르지만 어느 새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그 사람 생각만 하게 되는 첫사랑 말이에요.

여가 시간은 거의 게임을 하며 보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친구들 사이에서도 게임 좀 하는 아이로 통했죠. 남자들에게 그건 엄청난 훈장이었거든요(웃음). 게임 덕분에 친구들 사귀는 데도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제 정체성에서 게임을 빼면 남는 것이 많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운명처럼 다가 온 e스포츠

채민준 캐스터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이던 사람들 조차도 딱 하나 궁금한 점은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그것은 ‘왜 처음부터 게임 캐스터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쯤 게임 캐스터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꿈을 단번에 알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채민준 캐스터가처음 꿨던 꿈은 방송인이었습니다. 방송을 하고 싶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이나 스포츠 분야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대를 다니던 그는 과감하게 모든 것을 접고 서울로 상경해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제가 TV에 나왔으면 했어요. 너무 단순하죠(웃음)? 누군가의 관심을 받는 것이 좋았고 행복했어요. 첫 직장을 구할때 자신의 진짜 꿈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저 역시 그저 방송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말고 구체적인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운 좋게 스포티비에 입사한 채민준 캐스터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중계를 하면서 행복감에 젖었다고 합니다. 드디어 꿈을 이룬 것 같은 마음,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뤘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슴 한구석에서 뭔가 허전함을 느꼈던 것이죠.
[근황토크] 2019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채민준 캐스터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프로리그 중계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셨을때 사실 좀 놀랐어요. 좋아서 무조건 오케이를 했을 것이라 생각하셨겠지만 사실 고민이 많았거든요. 맨날 보던 게임 방송에 내 얼굴과 목소리가 나온다고 생각하니 너무 벅찬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좋아하는 분야였기에 더 고심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엉겁결에 e스포츠로 뛰어든 그는 자연스럽게 출연진들, 선수들 그리고 팬들과 한 마음이 됐습니다. 그가 경험한 e스포츠는 그의 인생을 바꿔 놓을 정도로 강렬했고, 행복했고, 즐거웠고, 짜릿했다고 합니다.

“아직도 마지막 프로리그 결승전 무대가 어제 일처럼 떠올라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은 꼭 그 영상을 돌려봐요. 그때의 벅찬 마음이 아직도 제 마음 속에 있거든요. 그걸 잊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날 현장에 와주셨던 팬들 얼굴까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요. 다시 그런 마음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e스포츠로 돌아왔어요.”

◆가족과 또 하나의 가족, 그리고 팬들

채민준 캐스터가 이같이 무모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피로 이어진 가족 그리고 인연으로 이어진 가족들이 있었기에 그는 적지 않은 나이에 꿈을 쫓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항상 저를 믿어주시고 지지해 주세요. 공대를 다니다가 갑자기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도 그랬고 다니던 회사를 때려 치고 게임 캐스터를 하겠다고 말한 지금도 부모님은 ‘잘할 수 있다’고 해주셨어요. 부모님의 지지가 큰 힘이 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의 아내 덕분에 제가 이런 결심을 할 수 있었어요. 사실 아내가 반대했다면 할 수 없었던 도전이에요. 하지만 아내는 ‘한 번 사는 인생 한 명이라도 하고 싶은 것 하자’고 말해주더라고요. 아마도 저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 같아요. 평생 감사하며 살 예정입니다.”

그에게는 또 하나의 가족이 있습니다. 그가 잠시 e스포츠 캐스터로 살았던 시절 그를 옆에서 응원하고 도와준 유대현 해설 위원과 고인규 해설 위원이 그 주인공입니다. 지금도 채민준 캐스터는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것을 함께 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그들이 아니었다면 제가 e스포츠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제가 편하게 방송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제 꿈을 응원해 줬고 앞으로 제가 갈 길에 방향을 제시해 줬어요. 그들을 만났기에 e스포츠에 대한 추억의 이름이 ‘행복’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채민준 캐스터가 다시 e스포츠의 문을 두드리게 만든 또 하나의 이유, 바로 팬들입니다. 그에게 e스포츠 팬들은 고맙고 또 고마운 존재입니다. 타인에게 굉장히 엄격(?)한 e스포츠팬들이지만 채민준 캐스터에게 팬들은 한없이 사랑을 줬던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처음에는 팬들이 가장 무서웠어요. 제 중계에 대한 평가를 가장 객관적으로 내려줄 사람들인데다 다른 곳에서 온사람들에게 엄격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정말 많이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따뜻하게 반겨줬고 응원의목소리를 높여 줬어요. 아마도 게임과 e스포츠를 좋아하는 제 진심을 알아주셨던 것 같아요. 어디에 가든 e스포츠 팬들이 보내준 사랑을 잊지 못하겠더라고요.”

◆e스포츠 캐스터로서의 꿈

지금까지 e스포츠에 큰 업적을 쌓은 캐스터는 많지 않습니다. 이제 20년을 향해 가는 e스포츠 역사 가운데 캐스터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죠. 그만큼 e스포츠 캐스터는 장벽도 높고 성공하기도 쉽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미 자리 잡은 e스포츠 캐스터들은 자신들의 캐릭터가 확고합니다. 장점도 명확하고요. 채민준 캐스터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그는 자신이 어떤 캐스터가 돼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따라 한다거나, 누군가의 뒤를 잇는 사람이 되기 보다는 나만의 색을 가지고 중계를 해보고 싶어요. 기본에 충실한 캐스터, 정확한 발음과 정확한 정보 전달로 팬들이 신뢰할 수 있는 캐스터가 된다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캐스터는 해설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유닛이나 건물 이름을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것, 기본에 충실한 캐스터가 되겠습니다.”

채민준 캐스터는 “지금 먼 미래를 보기 보다는 당장 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고 멋쩍은 듯 웃었습니다. 그의 정확한 발음과 명쾌한 중계가 그리운 팬들이 많기에 아마도 채민준 캐스터의 바람은 조만간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제가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지 미리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다만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지금은 주어지는 어떤 일도 그저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이에요. 게임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어떤 새로운 종목이 주어진다 해도 잘해낼 자신이 있어요. 제가 가진 가장 큰 무기죠. 다양한 리그에서 자주 인사 드리겠습니다.

2019년 새해가 밝았어요. 올해가 저에게는 뜻깊은 한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 인터뷰를 읽는 모든 분들 역시 2019년에는 좋은 일들만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립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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