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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스킬]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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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스킬 표지
[데일리게임]
제 6화

“누구……세요?”

은호의 물음에 보라색 머리의 남자는 우리 쪽으로 조용히 걸어오며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손등으로 쓸어 넘기고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마치 잘 다듬어진 조작 작품을 보는 듯한 감정사의 눈으로 우리 셋을 하나하나 꼼꼼히 바라보며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막판에 시간이 모자라 걱정을 했는데 그럭저럭 성공했나 보군.”

시체처럼 창백하고 푸르스름한 손가락으로 자신의 새하얀 턱을 쓰다듬는 그를 향해 하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누구냐, 너는?”

하현이 건방진 말투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남자는 하현을 보며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하지만 바로 미소를 짓고는 우아하게 허리를 숙여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너희들의 주인인 마족 마스테마 후작이다.”

“……!”

뭐야, 마조옥?

드래곤도 아니요, 천사도 아닌 마족?!

설마…… 설마 우리 속은 거야? 그것도 천사의 탈……이 아니지, 천사로 변장한 마족에게?!

우리들의 주인이랍시고 건방을 떠는 마족의 말에 나는 속았다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울려 왔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도 못한 은호는 나의 일그러진 얼굴에 불안한 표정을 지었고 대충 눈치를 챈 하현은 나에게 두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

“무슨 소리야? 우린 드래곤이란 것으로 환생하는 거 아니었어?”

칼이 있었다면 나는 분명 저 싸가지 하현에게 칼침을 맞고도 모자라 두세 번 더 베일 상황이었다. 아니, 분명 토막 날 거야.

“그, 그게…….”

나는 서둘러 하현에게 변명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런 나에게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한 은호가 울먹이며 매달렸다.

“우리도 마족이라는 건가요?”

헉! 이러다가 나만 나쁜 놈 되겠잖아! 원인은 내가 아닌데, 억울해!

나는 울먹이는 은호와 하현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냐! 우리는 마족이 아니야. 나나 하현은 인간이지만, 은호 너는 엘프라고!”

나의 말에 하현은 무언가 얘기하려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마스테마란 빌어먹을 마족에게 손가락질하며 뿌드득 이를 갈았다.

“당신! 똑똑히 설명해 줘야겠어. 당신이 그 대빵 천자지?”

“큭! 헙헙!”

나의 지적에 조용히 우리를 지켜보던 마족 마스테마가 깜짝 놀라 헛기침을 토해 냈다.

“솔직히 말해. 감 잡았어! 어떤지 너무 쉽게 드래곤으로 환생시켜 준다 했더니, 다 거짓말이잖아. 사실은 이 몸에다 우리들의 영혼을 집어넣으려고 한 거지?!”

아닌 척 잡아떼면 곤란해. 어쩐지 등장이 그리 허접했다 했어. 진짜 천사라면 그리 허접하게 등장하진 않을걸!

“뭐?”

“도우 형!”

내 말이 끝나자 하현과 은호는 설마 하며 마스테마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 한쪽 귀를 후비며 딴짓을 하던 마스테마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나의 말에 수긍했다.

“뭐, 그렇지. 내가 천사로 변신해서 너희들을 데리고 온 건 사실이다.”

마스테마의 수긍에 나는 화가 났다.

“치사하다! 명색이 마족이라는 자가 천사로 변장해서 사람을 속이다니! 그것도 후작이라면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존재잖아?! 당신 말에 얼씨구나 하며 계약이든 뭐든 할 인간들도 많을 텐데 왜 하필 우리야? 우린 당신이랑 계약할 생각조차 없는데, 왜 우리냐구!”

나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는 척하던 마스테마는 가볍게 손바닥을 마주치며 나에게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염장의 한마디.

“선택받은 존재라니까.”

빠직―!

“개뿔이! 선택은 무슨 선택받은 존재? 그딴 사탕발림에 속을 것 같아?”

예의 대빵 천사가 하던 행동처럼 하늘을 향해 손을 들며 말하는 마스테마의 뻔뻔스러운 말에 나는 더욱 화가 뻗쳤다.

뭐? 선택받은 존재? 아무 영혼이라도 상관없으면서 무슨 선택받은 존재야?

이가 부서져라 빠득빠득 갈며 으르렁거리는 나의 말에 마스테마는 다시 곰곰이 생각하는 척하더니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붉은 혀를 내밀며 약을 올렸다.

“속았잖아?”

“윽!”

가스미 뜨끔거렸다.

그의 말대로 이미 속아서 이 꼴이 되었기 때문에 대꾸할 말이 없었다.

“…….”

“…….”

“아니야. 아니야! 제대로 된 설명이 필요해!”

말없이 주목하는 하현과 은호의 시선에 나는 괜스레 무안했다. 한순간 조용해진 분위기에 욱한 나는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말을 돌리려 입을 열었다.

그런 나의 행동에 마스테마는 자신이 왜 이래야만 했는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뭐 속인 점은 인정하지. 도후, 네가 말한 대로 그 세 육체 때문에 세 영혼이 필요했거든. 너의 말대로 계약자를 찾는 방법도 괜찮겠지만, 사실 계약자들이 나를 불러내기란 여간 힘들어서 말이야. 언제 날 부를지 모르는 인간을 찾는 것보다 내가 나서서 영혼을 데려오는 게 간편하지 않겠어? 그리고 영혼을 불러내는 것까진 좋은데 영혼의 동의와 영혼 본인이 차원의 문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천사로 변장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그렇잖아? 마족인 내 모습으로 등장해서 사실대로 말하면 거절할 게 뻔하니 아쉬운 내가 변장이라도 해서 속여야지. 안 그래?”

“다, 다른 영혼을 불러내면 되잖아.”

나의 말에 마스테마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머리를 긁적인다. 그리고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영혼을 훔쳐 오는 게 쉽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야. 차원의 법이 엄해졌기 때문에 명계의 허락 없이 영혼을 빼내 오는 건 금기거든. 뭐, 나 정도의 실력이라면 몰래 훔쳐 올 수는 있지만 꼬리가 기련 밟히는 법이거든. 걸리면 중간계에서 차원의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재판까지 하게 된다고.”

“그럼 왜 드래곤으로 환생시켜 주겠다고 한 거지?”

“원래 드래곤 따위 애초부터 해 줄 생각은 없었다. 지금 너희의 몸이 내가 원하던 나의 실험작이기 때문에 영혼만 있으면 되거든.”

그렇다는 건, 결국 우리가 드래곤으로 환생시켜 주지 않으면 안 한다는 말에 거짓으로 끄덕였단 소리군. 나쁜 놈!

속으로 이를 갈다 마스테마의 말 중에 ‘실험작’이라는 말이 걸렸다.

“하나만 더 물어보자. 실험작이라는 게 무슨 뜻이야?”

“아아, 별거 아니야. 너희들의 육체가 너무 약해 빠져서 내가 친히 강화 좀 시켜 준 것뿐이야.”

“강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으쓱거리는 마스테마의 말에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되물었다. 내뱉으면서 왠지 모르게 한쪽이 서늘했다.

“설마……?”

“도후 형……?”

화를 참는 듯 낮게 깔린 위협적인 나의 목소리에 하현과 은호가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나의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마스테마는 쿡쿡 웃으며 재미있다는 듯이 나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래, 강화. 키메라라고 알려나?”

비릿한 입술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마스테마의 말에 온몸이 경직되었다. 그리고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어느새 마스테마에게 달려들어 그의 멱살을 쥐고 있었다.

더 이상의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아니, 들을 필요가 없었다. 잘난 듯이 말하는 마스테마의 말에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살인 충동을 느꼈다.

“도후!”

“도후 형!”

등 너머로 부르는 그들의 하현현과 은호의 목소리에 나는 마음속으로 미안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

나의 단순하고 바보 같은 욕심에 그들까지 이렇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나 혼자였으면 상관없을 텐데!

‘죽여 버리겠어!’

죽일 듯이 노려보는 나의 눈빛에도 주눅 들지 않는 마스테마는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이 히죽거렸다. 그러곤 내 시선을 마주하며 빈정대듯 입을 놀렸다.

“호! 꽤 거친 아이로구나. [떨.어.져.]”

“윽?!”

히죽이며 장난스럽게 내뱉는 마스테마의 말이 귓속으로 파고들며 이어서 강하게 머릿속을 압박해 왔다.

머릿속에서 떨어지란 말이 울려 퍼지자 마스테마의 멱살을 쥐던 나의 손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저절로 풀어지는 손가락을 보며 다시 힘을 주려고 시도해 봤지만 나의 몸은 다른 사람이 조종하는 듯 제어가 되질 않았다.

결국 마스테마의 말대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손과 발이 움직여 녀석에게서 떨어졌다.

“이, 이게?!”

당황해하는 나의 표정을 보며 마스테마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킥킥거렸다.

그러곤 재미있다는 듯 억지로 눈물을 훔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왜 그 빈 육체에 너희들의 영혼을 집어넣은 줄 알아? 바로 나의 말에는 싫어도 복종할 수밖에 없는 몸으로 만들기 위해서야. 바로 이렇게. [목을 조여, 도.후!]”

“……!”

머릿속에서 강압적으로 마스테마의 말이 울려 퍼졌다. 이번엔 절대로 따르지 않을 거란 각오를 다지며 거부하기 위해 힘을 주어 반항을 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의 손은 마스테마의 명령대로 나의 목을 옥죄기 시작했다.

“크윽!”

목에 압박감이 강해지며 서서히 조여 왔다.

손의 압박이 강해지자 동맥에서 고통을 호소해 왔다. 그리고 뇌로 공급되는 산소가 일시적으로 중단되자 머릿속이 멍해지며 정신이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고통스러워 컥컥거리며 숨을 쉬려고 입을 벌리는 나의 모습에 하현이 놀라 달려왔다, 내 목을 죄는 내 손을 떼어 내기 위해 애를 쓰자 그런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던 마스테마가 살짝 다가와 장난치듯 지금의 기분을 물었다.

“어때? 저절로 명령에 복종하는 느낌이?”

“크윽! 죽……여 버릴 거야! 윽!”

내 옆쪽으로 히죽거리며 다가오는 마스테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나에게 복종하겠다고 빌면 풀어 주겠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저 재수 없는 면상에게 울고불고 살려 달라고 애원하고 싶지 않은 게 지금의 내 심정이고 오기였다.

그런 나의 심정을 읽었는지 마스테마는 재미있는 듯 변태같이 입술을 핥으며 미소를 지었다.

“후후! 맘에 드는군.”

‘저 재수 없는 면상을 한 번이라도 못 갈기로 가는 게 한이다, 한!’

“그만해.”

나와 눈싸움을 벌이는 마스테마의 사이에서 하현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곤 자신의 등 뒤로 나를 숨기며 하현이 마스테마에게 물었다.

“잘 알아들었어, 너의 뜻을. 그러니 본론이나 말해”

특유의 말투로 차갑게 내뱉는 하현의 말에 마스테마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우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뭐, 좋아. [그만해, 도.후.]”

마스테마의 말이 끝나자 내 목을 조였던 손에서 힘이 풀어졌다. 어찌나 온몸으로 힘을 썼는지 손이 떨어지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필요한 산소를 들이마시기 위해 나는 거칠게 숨을 들이켰다.

“윽! 헉! 하아, 하…….”

“도후 형…….”

은호가 조심스레 마스테마의 눈치를 살피며 다가와 내 등을 쓸어내렸다. 거칠던 호흡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 가는 내 모습을 확인한 뒤 하현이 다시 마스테마에게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우리들이 어떻게 하면 되지? 보아하니 당신이 뭔가 필요해서 우리들을 이렇게 환생시킨 것 같은데, 그 설명이나 해.”

하현의 질문에 마스테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간단한 임무만 해 주면 자유를 주겠다. 그 일만 해결해 주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뤄 주고, 원하는 장소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겠단 말이다.”

갑작스러운 마스테마의 제안에 하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재차 물었다.

“그게 뭐지?”

“인간계로 가 마왕을 소환해서 그 마왕을 없애 주기만 하면 돼.”

“마왕? 그게 뭐야?”

마왕이 뭐냐 묻는 하현의 질문을 듣고 나는 울컥해서 몸에 힘을 주고 일어났다.

뭐시라고라? 마왕을 없애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마스테마의 말에 나는 이를 갈며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어 다시 한번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잠깐! 마왕이라면 네가 모시는 왕이잖아?”

“서열이 어떻게 되는 거야?”

“내가 알기론 마신 다음이 마왕, 그리고 작위를 가진 마족, 다음이 하급 마족이야.”

하현의 질문에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마족 계보를 설명해 주었다.

나의 말에 틀린 점이 없었는지 마스테마도 나를 향해 놀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아는군. 도후 말대로 우리 마족의 왕이 마왕이다.”

“그런데 왜 마왕을 죽이려고 하죠?”

은호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마스테만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뭔가 기분 나쁜 기억을 떠올렸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그건 마왕이 마음에 안 들기 때문이다.”

“뭐?”

뜬금없는 말에 우리 셋은 이구동성으로 마스테마에게 질문을 던지며 인상을 찡그렸다.

“설명하자면 길지만……. 에잇! 원래 나와 그 마왕이란 놈과는 라이벌로, 그놈만 아니었으면 마왕은 내가 되는 거였다. 마왕의 시험 중에 실수로 그놈의 잔머리에 당하지만 않았어도 마왕은 나였는데……. 게다가 마왕이 되고 나서 나에게 하는 행동도 마음에 안 들어. 사사건건 나를 걸고넘어지고, 다른 마족들도 그놈 때문에 나를 우습게 알고 말이다. 정말 그놈 때문에 내가 발 뻗고 편히 잘 수가 없단 말이다.”

“…….”

그 마왕이라는 작자에게 쌓인 게 꽤 많았는지 울분을 토해 내듯 화를 내며 말하는 마스테마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맥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원래 내가 알고 있는 마족이란 일말의 정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로, 자신을 제외한 것, 즉 종족이라 할지라도 적으로 생각하는 사악한 존재, 그러니까 절대 악(惡)으로 온갖 간계를 꾸며 서로를 이간질시키며 세계를 멸망으로 이끄는 악의 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속임수에 능하고 거짓말을 달고 살며 계약자를 찾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간단하게 죽여 버리는 존재로 알고 있었으니까.

특히 작위를 지닌 마족들은 능력도 세니 더욱더 사악할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툭 까놓고 얘기하자면 후작이라는 건 마왕 다음이라는 것이니 마왕과 막상막하로 사악하고 음침하며 어딘가가 근접할 수 없는 무서운 오라가 뿜어져 나와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눈 한 번 깜빡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이 석화될 정도의 존재감은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은 대체 뭐란 말인가.

후작이라면서 자랑스레 말하는 것 빼고는 앞서 생각한 마족의 기본 조건과 능력은 전혀 보여 주지 않고 오히려 한 술 더 떠 무식하면서 어벙하고 푼수 같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지금 그런 모습을 보고 믿으라는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생각이 든 김에 나는 나의 마음이 가는 대로 그에게 한마디 해 줄 수밖에 없었다.

류현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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