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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장재호가 보여준 스타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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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G 공식 일정을 마친 장재호가 팬 사인회를 하고 있다(사진=WCG 제공).
WCG 2019의 종목별 그룹 스테이지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지난 19일 기자는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잠시 행사장 밖으로 나갔다. 기자보다 10m 앞에 어깨가 축 처진 채 경기장을 빠져 나가던 선수의 등 뒤에는 'MOON'이라는 아이디가 적혀 있었다. 워크래프트3 종목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장재호였다.

장재호가 힘이 다 빠진 듯한 걸음으로 나간 이유는 그룹 스테이지에서 중요한 경기 가운데 하나였던 'Infi' 왕수웬과의 대결에서 0대2로 완패했기 때문이다. 오전까지 4승1패(부전승 포함)를 기록하고 있던 장재호는 오후에 중국 선수들 2명과의 연전이 예정되어 있었고 첫 경기였던 왕수웬과의 경기에서 패했다. 4승2패가 된 장재호는 남아 있는 경기를 이겨야만 4강에 들어갈 수 있었기에 걸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장재호의 애타는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는 사람마다 사인을 요청했다. 중국 팬들은 물론, 행사 진행 요원들까지 '문'을 외치면서 사인을 해달라며 펜과 종이를 연신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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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일 때마다 팬들에게 둘러 싸인 장재호(사진=WCG 제공).


맥 빠진 걸음으로 이동하던 장재호는 팬들을 만나자 자세가 바뀌었다. 걸음을 멈췄고 펜을 받아 들고 즉석에서 사인을 해줬다. 장재호가 걸음을 멈추자 쭈뼛쭈뼛하던 팬들까지 동참하면서 순식간에 2~30명이몰렸다. 때마침 주위를 지나던 경기 진행 요원이 "장재호 선수의 경기가 남아 있으니 팬들의 이해와 양해를 바란다"라고 말하면서 주위를 물렸고 장재호는 숙소로 향했다.

WCG는 장재호의 공식 경기가 마무리된 대회 3일차에 정식 사인회를 열었다. 당시 장재호는 4강에서 중국 선수인 'TH000'에게 0대2로 패한 뒤 3~4위전을 치렀고 러시아 선수를 잡아내면서 동메달을 획득한 상황. 2003년 워크래프트3가 정식 종목으로 선정된 이후 금메달을 따기 위해 계속 도전했던 장재호였지만 또 다시 중국의 벽에 막히면서 3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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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일정을 마무리한 뒤 팬 사인회에 임하고 있는 장재호(사진=WCG 제공).


아쉬운 마음에 인상을 쓸 수도 있지만 사인회 내내 장재호는 밝은 얼굴로 팬들을 만났다. 팬들이 요청하는 대로 사인을 해주는 것은 물론 셀프 카메라까지 찍어주면서 환하게 웃었다. 16년 동안 WCG 금메달에 도전해왔고 또 다시 좌절했지만 팬들과 함께 할 때 장재호의 얼굴에서는 좌절감이나 우울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야구나 농구 등 프로 스포츠에서는 사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팬들이 사인을 요청했을 때 거절한다든지 불성실하게 임하면서 팬과 선수 사이에 갈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e스포츠가 아직 정식 스포츠나 프로 스포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장재호가 중국에서 보여준 팬을 대하는 자세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 그 이상이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성화 봉송 주자로 선택될 정도로 장재호가 인기를 얻은 배경에는 팬 서비스를 우선으로 하는 프로페셔널한 마인드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리라.

프로 스포츠는 팬에 기반해 운영된다. 경기장을 찾아 오는 사람이 없고 팀 혹은 선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프로 스포츠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장재호의 팬 사랑은 e스포츠 선수들 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 스포츠 스타들이 귀감이 될 만하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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