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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열쇠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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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16화

6. 두 번째 상자(1)

혜령에게 결국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해 아쉬움을 느끼며 강일은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때 그 여자가 정말 혜령이었나?’

강일은 자신을 구해줬던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흐릿하면서도 도무지 잊히지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 혜령의 얼굴이 보였으니 분명 자신을 구해 준 것이 혜령이었을 터인데도 강일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러면서 역시나 좀 더 기다려서 혜령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갔어야 했다는 생각을 했다.

“하아! 정신 차리자! 강일! 지금 내 처지에 뭔 딴 생각이냐!”

강일은 머리를 손으로 두드리고서는 정신을 차리자며 기차 밖을 바라보았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풍경에 강일 자신도 정신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집중을 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일단 구리 열쇠를 하나 더 얻었다.”

강일은 두 번째 구리 열쇠를 바라보며 신의 선물 상자를 열 수 있다는 희망에 미소를 지었다.

무엇이 나올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보통은 아닐 물건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깨비방망이나 이런 건 안 나오려나?”

강일은 우리나라 전래 동화 속의 도깨비방망이 같은 것은 안 나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신통방통한 요술을 부리는 도깨비방망이는 금덩이나 은덩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옛날의 할머니에게서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것이라면 지금의 자신의 처지를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을 터였다.

“에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지. 뭐가 나오든 귀한 보물일 터.”

어차피 몇 시간 내로 확인을 할 수 있을 터였다.

강일은 그렇게 덜컹거리는 기차에서 신의 선물 상자에서 뭐가 나올까 하는 호기심에 가슴이 설레다가 잠이 들었다.

혜령의 집에서 잠을 잤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자지도 못했고 석상을 찾느라고 고생을 한 피로가 쌓인 것이었다.

천연화를 가지고 갔다면 이토록 피로해지지 않았을 터였지만 가져 갈 수가 없었다.

행여 잃어버리거나 약한 꽃이 부서지기라도 한다면 너무나도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강일이 낮과 밤에 두 번에 걸쳐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던 것도 천연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천연화가 강일의 최고의 보물이었다.

“…….”

그렇게 졸다가 눈을 떴을 때 강일은 기차가 멈추었다는 것을 알았다.

고개를 들어 사람들이 나가고 있는 것에 창밖을 바라보고서는 청량리역이라고 써 있는 것에 화들짝 놀라서는 몸을 일으켰다.

“헉! 잘못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자신이 내릴 곳을 놓칠 뻔한 것에 강일은 한숨을 내쉬며 허겁지겁 기차에서 내렸다.

“9,800원입니다.”

그렇게 다시 기차를 타고서는 자신의 고시원에서 가장 가까운 역에 내린 강일은 편의점에 들려서는 마지막 남은 만 원으로 도시락 두 개를 사서는 집으로 들어갔다.

오늘 저녁과 내일 아침에 먹을 도시락이었다.

다음 임무가 돌아오기 전까지 아르바이트로 다시 돈을 마련해 놔야만 했다.

내일 먹을 점심값도 없는 상태였다.

천연화가 오늘 쌓인 피로를 풀어 주면 아침 일찍부터 일을 찾아야 할 터였다.

“후우! 나도 처량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지.”

끊임없이 마음을 다잡아보아도 힘든 삶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다시 한 발짝 내딛자는 생각을 하며 강일은 씩씩하게 걸었다.

철컥!

그렇게 고시원으로 돌아온 강일은 곧바로 자신의 고시방으로 들어가서는 문을 잠갔다.

“아! 별일은 없구나.”

다행히도 신의 선물 상자는 어디론가로 사라지지 않고서는 그대로 있었다.

강일은 호주머니에 넣어둔 구리 열쇠를 손에 들고서는 신의 선물 상자의 빈 열쇠 구멍을 바라보았다.

무려 두 개나 열쇠를 필요로 하는 선물 상자였으니 얼마나 대단한 것이 들어 있을지 가슴이 뛰었다.

“후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서는 내쉰 다음에 강일은 선물 상자의 열쇠 구멍에 구리 열쇠를 끼웠다.

그러고서는 양 손으로 두 개의 구리 열쇠를 잡고서 동시에 비틀었다.

탈칵!

탈칵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에 강일의 심장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열렸다.”

마치 어린 시절 부모님이 준비해 주셨던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상자를 여는 듯한 느낌이었다.

“뭐지? 웬 냄새가?”

조심스럽게 상자의 뚜껑을 열자 강일은 조금은 이상한 기름 냄새가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석유 제품의 그런 기름 냄새는 아니었고 무언가 조금 기이한 느낌의 역한 냄새였다.

강일은 조심스럽게 상자 안을 바라보았다.

“어? 도자기?”

강일은 상자 안에서 작은 도자기가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제법 아름다운 느낌의 도자기이기는 했지만 강일은 왠지 그것이 선물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백자 같은 도자기를 팔아도 제법 돈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또다시 인사동 같은 곳으로 가서 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제대로 가격을 쳐 줄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물병 같은 도자기를 들어 올려서는 살짝 흔들자 도자기 안에 액체 같은 것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물인가? 아니면 기름 냄새가 나는 걸로 봐서는 기름인가?”

도자기 안을 살짝 열어서는 바라보자 검은 빛의 기름인지 물인지 알 수 없는 액체가 담겨 있었다.

“이건 뭐에 쓰는 거지? 설마 마시는 것은 아닐 테고. 마시기에는 좀 냄새가…….”

마시기에는 왠지 모르게 역겨운 느낌의 색과 향기였다.

하지만 분명 신의 선물 상자에서 나왔으니 예사의 물건은 아닐 터였다.

“그래도 열쇠 두 개로 나온 것 치고는 꽃만도 못한 것 같은데…….”

강일은 천연화만도 못한 느낌에 인상을 찡그리다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두 번째 신의 상자에 정신이 팔려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었다.

“어? 그러고 보니 왜 꽃향기가 안 나는 거지?”

강일이 고시원 방으로 들어오면 항상 맡던 천연화의 꽃향기가 지금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강일은 천연화를 놔두었던 자신의 책상을 바라보고서는 깜짝 놀라야만 했다.

“뭐야? 시든 거야?”

컵에 물을 담고서는 그곳에 꽂아 둔 천연화였다.

강일이 집을 비운 사이에 물이 다 바닥이 나고 천연화의 꽃이 저 버린 듯했다.

강일은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급히 생수통의 물을 컵에 부었지만 시들어서는 꽃향기마저 사라진 천연화가 다시 되살아 날리는 없었다.

“말도 안 돼!”

그나마 강일을 지금까지 버티게 해 줄 수 있었던 천연화였다.

그 날의 피로를 잠깐의 수면에도 풀어 줄 수 있었기에 그나마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진 것에 강일은 허탈해져서는 방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꽃인 이상 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신의 꽃인데…….”

신의 선물 상자에서 나온 신의 꽃이기에 영원히 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강일이었다.

물론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렇게 믿고만 싶었던 강일이었다.

그렇게 천연화를 잃으면서 크게 상심을 한 강일이었다.

그렇게 강일은 시들어 버린 천연화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에 들려져 있는 도자기를 바라보았다.

“…….”

안에는 물인지 기름인지 모를 액체가 들어 있었다.

분명 마셔야 할 것 같은데 영 마시고 싶지는 않은 강일이었다.

마셨다가는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느낌마저도 들고 있었다.

주륵!

“아!”

강일은 자신도 모르게 도자기의 기름을 시든 천연화의 물 컵에 부어 버렸다.

그렇게 자신이 하고도 왜 그랬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이미 부어 버린 기름을 다시 도자기에 담기도 뭐해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강일이 알지 못했지만 신의 선물 상자에서 나온 도자기 속의 액체는 다름 아닌 공청석유(空淸石油)였다.

공기가 맑은 깊고 깊은 동굴 속에서 백년에 한 방울씩 모여 만들어진다는 공청석유는 대자연의 기운을 머금고 있는 신비의 영약이었다.

엄청난 내력을 가지고 있어서 잘못 마신다면 온몸의 내장이 녹아 버릴 수도 있다는 공청석유는 무공을 익힌 이들에게는 천하의 보물 중에 보물이었다.

그 액체 자체가 내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다른 영약들에 비해 신체로 흡수가 빠르게 되는 공청석유였다.

물론 무공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극독이 바로 공청석유였다.

너무나도 강력한 내력을 가지고 있어서 어지간한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면 신체를 파괴해 버릴 수 있는 영약이었다.

하지만 분명 공청석유는 세상에 둘도 없는 영약이었고 일반인들도 섭취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하기는 했다.

그런 공청석유를 그냥 부어 버린 것이었다.

“아! 몰라!”

강일은 상심한 마음에 고함을 내지르며 침대에 몸을 눕혔다.

너무나도 억울했다.

“제길!”

그렇게 눈을 감고 잠이나 자자는 생각을 하며 눈을 감은 강일은 공청성유와 만난 천연화의 변화를 알지 못한 채로 잠이 들어 버렸다.

스르륵! 스르륵!

강일이 잠이 든 사이 시들어 버린 천연화는 공청석유의 기운에 잠이 깼다.

사실 천연화는 시든 것이 아니라 다시 꽃을 필 다음 천 년 동안 잠이 든 것이었다.

벌써 천 년 동안이나 신의 선물 상자에 갇혀 있던 천연화는 자신의 첫 번째 수명을 다하고 잠이 든 것이었고 천 년 뒤에 다시 잠이 깨서는 천 년 동안 빛을 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러던 것이 공청석유와 만나면서 신비로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공청석유의 내력이 천연화를 깨우고 그것으로도 부족해서는 천연화를 진화시키기 시작했다.

화아악!

천연화의 꽃이 다시 만개를 하고 공청석유의 힘에 진한 향기를 발하며 점점 색이 진해지더니 천계에서도 몇 송이 없다고 하는 만연화로 다시 태어나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강일이 아닌 천연화가 기연 중에 기연을 얻은 것이었다.

수천 년 공력을 들여야 아주 희박하게 만연화로 활짝 필 수 있는 것인데 천연화가 그렇게 희대의 영약이라는 공청석유를 흡수해서는 만연화가 되었다.

그렇게 공청석유는 만연화에 모조리 흡수가 되어 버렸다.

그러고서는 천연화 때보다 더욱더 향기로운 꽃향기가 강일의 고시원방을 가득 채웠다.

그러고서는 천연화 때처럼 강일의 몸 속으로 꽃향기가 들어가면서 강일의 몸 속의 피로를 태워 버렸다.

주르륵!

그리고 그것에서 멈추지 않고서는 강일의 몸 속의 노폐물들을 제거하고 막혔던 혈도를 뚫어가기 시작했다.

처음 어머니의 배 속에서 막 태어났던 아기의 신체처럼 모든 혈과 기맥이 뚫리는 것이었다.

강일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지만 공청석유를 그냥 먹었다면 강일의 몸은 녹아 내려 버렸을 터였다.

만연화의 치료의 힘이 공청석유의 독을 중화시키며 강일의 몸 속의 독을 모조리 태워 버리고 있었다.

강일은 고통스러운 표정이 점차 편안해지며 깊고 깊은 잠에 빠져 들어갔다.

정말이지 지독하게도 운이 좋은 강일이었다.

그렇게 만연화의 향기는 강일의 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주고서는 자신의 기운을 거두어들였다.

천연화와는 달리 꽃임에도 불구하고 이지를 가지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만연화는 강일의 몸에 공청석유로부터 얻은 내력의 일부를 남겨두었다.

물론 아직은 강일이 그 내력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사용을 할 수 있게 되는 날 엄청난 일이 벌어지게 될지도 몰랐다.

박천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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