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구에서 ‘겐세이’라는 말도 견제의 일본식 발음에서 유래했다. 미국온라인용어사전에 따르면 픽오프라는 말은 1801년 한 명씩 쏜다는 의미로 사용됐다고 설명한다. 이후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가 타자를 아웃시킨다는 의미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견제구는 야구를 재미있고 전략적으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는 중요한 룰이라고 할 수 있다. 섬세한 투수와 타자 동작 하나 하나를 읽다보면 야구의 묘미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초보자 수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규정이기도 하다.
견제구는 하나의 수비행위이다. 투수가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지지 않고, 도루하려고 리드를 하는 주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공을 던지는 것이다. 투수는 꼭 주자를 태그아웃시키려는 의도만으로 견제구를 던지는 것은 아니다. 도루를 예방하기 위해서, 그리고, 발 빠른 주자가 리드를 많이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도 있다. 주자는 투수의 견제구가 심해지면 리드가 부담스러워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있다. 또 타자의 리듬을 깨기 위해 던지기도 한다. 투구를 기다리는 타자의 타이밍을 뺐고 투수는 긴장을 풀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구원투수에게 준비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던지는 수도 있다. 견제구를 던져서 시간을 벌고, 그 사이 구원투수는 충분한 워밍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견제구를 던질 때 투수는 투구 동작을 숨기려 한다. 이럴 때 잘못하면 보크가 선언된다. 보크를 범하면 주자를 그냥 한 칸 더 진루 시키는 셈이 되므로 수비 입장에서는 손해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투수가 견제구를 심하게 던지면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지기도 한다. 경기가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견제구는 정상적인 투수 활동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10개 이상 견제구를 한 이닝동안 던지는 사례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관중들은 답답한 마음에 견제구를 던지는 투수를 비판할 수도 있다.
견제구는 원칙상 투수의 투구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투수가 투구를 하지 않고 아웃을 잡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투구수 ‘제로’로 세이브를 기록하거나 심지어는 승리투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 2013년 월드시리즈에선 끝내기 주루방해에 이어 월드시리즈 사상 최초로 끝내기 견제구가 나오기도 했다. 보스턴 레스삭스가 9회말 402로 앞선 상황에서 세인트루이스 대주자를 견제구로 잡아 경기를 마무리했다. 사상 최초의 끝내기 견제구 아웃이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