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아리랑볼'로 불리는 '이퓨스'를 잘 던지는 두산 베어스 유희관.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1226084205065645e8e9410871751248331.jpg&nmt=27)
이퓨스라는 말은 영어가 아니다. 여러 영어 사전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 구글 검색을 통해 이 말의 기원이 히브리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대인출신으로 추정되는 메이저리거 외야수 모리스 반 로베이스(1914-1965)가 1942년 시범경기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팀 동료 투수 립 세웰(1907-1989)이 이상한 볼을 던지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이 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피츠버그는 인디애나주 먼시에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경기를 가졌다. 피츠버그 포수 알 로페즈는 디트로이트 타자 딕 웨이크필드를 상대로 ‘2스트라이크-3볼’ 상황에서 세웰에게 체인지업을 던질 것을 주문했다. 세웰은 높이 치솟다가 홈플레이트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볼을 던졌다. 좀처럼 보기 드문 변화구의 일종이었다. 타자는 잠시 주춤하다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헛 스윙을 하곤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다. 경기 후 피츠버그 선수들 사이에서 이 볼이 웃음거리가 됐다. 피츠버그 프랭키 프리쉬 감독조차 이 볼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했다. 로베이스는 이 때 이 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그 볼은 이퓨스입니다. 이퓨스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뜻입니다”라고 말했다. 히브리어로 ‘Efes’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의미의 영어 ‘Nothing’와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이퓨스는 히브리어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미국 용어 사전 등에서 설명한다.
1946년 올스타 멤버로 선정돼 보스턴 렉드삭스 홈구장인 팬웨이 파크에서 뛰기도 했다. 당시 올스타전에서 세웰이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타자인 테드 윌리엄스(1918-2002)와 맞승부를 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2차세계대전 참전영웅이 돼서 돌아온 윌리엄스를 상대로 그는 이퓨스 볼 3개를 던졌다. 1구 헛 스윙 스트라이크, 2구 파울볼로 처리한 뒤 3구를 던졌다. 천부적인 타격감각을 지닌 윌리엄스는 홈플레이트에서 한 두발 앞으로 나가 떨어지는 볼을 힘있게 때려 오른쪽 외야 펜스를 넘겼다.
세웰이 은퇴한 이후 이퓨스라는 말은 우스꽝스러운 볼의 대명사로 많이 사용했다. 미네스타 트윈스 투수 밥 텍스베리는 홈런타자 마크 맥과이어를 상대로 이 볼을 던져 2번 아웃(땅볼과 플라이아웃)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1989년 세웰이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 미국 USA 투데이 등 언론들은 “이퓨스 투수가 타계했다”며 그의 이름 대신 ‘이퓨스’라는 말로 대신하기도 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