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화“처음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땐 숲에 내가 누워 있는 거야. 물론 그때 기억을 잃었지. 그리고 내 주변에 나와 똑같이 도울이 쓰러져 있었고 카인도 쓰러져 있었지. 혹시나 아는 사이일까 해서 깨워 봤지만 둘 역시 자신들의 이름도 모르고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는 거야. 그렇게 하루가 지났을 때 우연히 하나의 상자를 발견했는데 그곳에 우리들의 무기가 들어 있었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고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각자 무기를 챙겼지. 그리고 그때부터는 악몽이었어.”“악몽?”기억하기도 싫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설명을 하자 내 말을 끊고 라휀이 입을 열었다. 주변의 사람들도 내 이야
2019-01-09
제 24화나와 라휀, 카인과 도울 이 넷은 말을 탈 줄 모르기 때문에(물론 라휀은 나이가 어려 장시간 말을 타면 힘들기 때문에) 마차에 몸을 실었다.“그럼 가자.”백작의 출발 명령과 함께 마부가 가볍게 채찍으로 말의 엉덩이를 때렸다.스윽 하며 마차가 움직이자 이어서 마차 주변에 있던 일행을 태운 말들이 움직였다.아직도 힘이 드는지 라휀은 땀을 닦지 않고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혀를 차며 억지로 라휀의 허리를 곧게 세워 주고 숨을 들이켜도록 유도해 주었다.“숨 쉬어, 숨. 크게 심호흡으로 이렇게 쓰읍! 하아아! 해 봐.”“허억, 쓰으읍…… 하아아아!”“좋아, 숨 쉬기 편할 때까지 계속해.”“쓰으읍! 하아아아!”
제 23화일행이라 해 봤자 우리 일행인 치르윈, 란슬로, 지크얀, 카인, 도울과 가르보 백작, 라휀 그리고 마부와 가르보 백작의 경비병 둘, 이렇게 열 한 명이 전부였다. 의외로 검소한 걸 좋아하는(물어보니 저택은 가르보 아버님의 유산이었다고 한다) 가르보 백작은 더 이상의 인원은 필요 없다 생각했고 용병인 우리들이 있기에 치르윈 역시 짐꾼 겸 잡일로 경비병 둘을 더 붙였던 것이다.짐을 풀고 점심 준비를 하는 일행을 두고 나는 라휀의 대련 연습을 위해 상대역을 고르던 중 큐링을 떠올리고 이놈들을 찾으러 온 산을 이 잡듯 뒤지고 다녔던 것이다.뭐, 다행히 찾았으니 망정이지만.어느덧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니 고소한 팬케이
제 22화행복에 겨워하는 나와 반대로 라휀은 제 아버지(가르보 백작)처럼 조신하게 앉아서 조심스레 고기를 썰어 얌전하게 입 안에 집어넣어 먹는다. 어떻게 보면 식사 예절은 깔끔하나 어떻게 보니 맛없는 것을 억지로 먹는 듯해 보여 나는 옆에서 슬쩍 라휀에게 이것저것 챙겨 주었다.“먹는 게 그게 뭐냐? 남자란 자고로 나처럼 잘 먹고 탐스럽게 먹어야지. 이런 걸 먹어야 키도 쑥쑥 크고 몸도 튼튼해져. 먹어.”“알아서 먹고 있다, 뭐…….”먹기 쉽게 잘라서 가지런히 자신의 접시에 올려 주는 나의 행동이 싫지 않은지 라휀은 살며시 얼굴을 붉히며 입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보던 일행들은 내가 백작의 아들에게 아무렇게나 말하는 걸
제 21화내가 지크얀을 얕보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항상 몬스터들과 상대하다 보면 내가 다치거나 죽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적당히란 있을 수 없다. 어떻게 빨리 베어 숨통을 끊느냐가 내가 살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때 카인과의 대련 또한 몬스터와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해서 죽어라 달려들었던 것도 차례대로 생각이 났다.‘내가 왜 그걸 간과했을까.’처음에도 그랬다. 내 장점인 스피드를 쓸 생각을 가졌으나 전부다 보여 줄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지크얀을 무시하고 적당히 풀자는 마음으로 대련에 임했다. 게다가 기술을 걸어 보기만 할 뿐 어떻게 지크얀을 쓰러뜨려 이길까 하는 필사의 생각은 해
제 20화뭔가 시간이라도 때울 만한 것이 없을까 찾던 중 문득 옆쪽에 앉은 지크얀과 란슬로의 허리에 찬 무기가 눈에 들어왔다.‘치르윈 말로는 저들은 특급 용병이라는데…… 싸워 보면 어떨까?’문득 우리는 몬스터들과 싸워 왔지 사람들과의 대련은 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나와 카인이 가끔 대련을 하긴 했지만 비슷한 실력이니 조언이라든가 잘못된 부분을 찾기란 어려웠다. 좀 더 숙달된 사람과 대련해서 알아보는 게 좋을 것이랑 생각이 들자 나는 재빨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백작에게 부탁을 건넸다.“저기요, 백작님!”“무슨…… 일이십니까, 아리스 님?”“제가 한동안 몸을 안 움직여서 그런데, 밖에 나가서 여기 형
제 19화배웅을 해 주는 여관 누나의 인사에 고개를 끄덕여 주고 여관을 나서니 어느새 왔는지 근육 덩어리인 란슬로가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안녕! 좋은 아침이지, 친구들.”스물여섯 살이라 소개하던 란슬로의 외모는 솔직히 제 나이로 안 보이고 서른에 가까워 보였다. 그렇게 말하면 본인은 근육 때문에 그렇다며 울기 때문에(?) 그의 요청에 따라 나는 가볍게 인사를 해 주며 입을 열었다.“안녕하세요, 형.”물론 나를 철석같이 여자로 믿는 란슬로였기에 나의 형이란 말은 상당히 싫어하지만 나 역시 한 고집 하는 성격이라 뜻을 굽히지 않고 계속 형이라 불러왔다.“아아! 아쉬운 아리스, 오빠라고 해 주면 어디가 덧난다니?”“흥! 누누
제 18화“어머, 란슬로, 지크얀. 제가 말했을 텐데요? 들어올 때는 문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히 열라고요.”“헉! 미, 미안, 치르윈. 너무 경황이 없어서…….”“그, 그래, 치르윈. 지크얀의 말대로 진짜 정신이 없어서 그랬어.”파랗게 얼굴이 변한 지크얀과 란슬로는 허겁지겁 문 쪽으로 달려가 문이 떨어져 있는지 확인하는 시늉을 하며 서둘러 변명했다.도대체 치르윈이 어떻기에 그리 겁을 먹는지 알 수 없는 우리는 그저 치르윈에게 어쩔 줄 모르며 눈치를 보는 두 남자와 치르윈을 번갈아 보며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어머, 매번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리 변명하면 안 되지요.”“아하하하, 잘못했어.”“미안.”땅바닥에 엎드
제 17화“아아, 냉정해라!”채앵―!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하현은 아무 말 없이 손에 쥔 검집에서 검을 빼 들었다.날카로운 쇳소리에 깜짝 놀랐는지 이제야 여자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불만을 토로했다.“어머? 여자에게 아무렇게나 검을 뽑는 건 죄라구요, 죄! 몰라요?”“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묻지. 대답이 없을 시엔 적이라 간주하고 그냥 베겠어.”투덜거리는 여자의 말을 가볍게 묵살한 하현은 마지막 경고 차 입을 열었다. 하현의 막가는 싸가지 성격으로 보건대 많이 참은 것이었지만, 그것을 모르는 여자는 아직도 하현이 허세를 떤다고 생각했나 보다.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깐죽거리는 만행까지 저지르면서.“
제 16화우리의 뒤쪽으로 엄청난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바닥에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놀라 뒤를 돌아보니 붉은 머리의 검은 테의 안경을 쓴 여자가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여자 뒤쪽으로 우락부락한 세 남자가 나타나 쓰러진 여자의 머리카락을 우악스럽게 잡아당기며 으르렁거렸다.“이년을 그냥!”“살려 주세요! 꺄악!”눈물을 흘리며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에 나는 슬쩍 인상을 찡그리며 세 놈을 향해 째려보았다.어딜 가나 치안이 안 좋은 곳이 꼭 있지. 이래서 여자들이 제일 불쌍하다니까.“뭐야, 넌?”여자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다 나와 눈이 마주친 남자는 인상을 구기며 위협적으로 입을 열었다
제 15화하지만 이상하게 나의 말에 젊은 여관 누나는 소스라치듯 놀라며 되묻는 게 아닌가?“삼 인실이요. 없나요?”“아, 아니, 그게…….”내가 확인 차 다시 묻자 이번엔 이 누나가 얼굴이 빨개지며 우리 셋을 번갈아 보는 게 아닌가.아니, 이 누나가 왜 이러나?우리를 슬쩍 훔쳐보듯 바라보는 여관 누나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나는 그녀에게 다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왜 그러시죠?”“저, 저기…… 여자 분은 따로 방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남자 둘과 같은 방에서 자는 건 위험해욧!”비틀―!뭐, 뭔 소리냐, 이 여자가.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지며 결심한 듯 단호히 하는 여자의 말에 다리에 힘이 빠진 나는 은호가 여자처럼 보이는
제 14화“그냥 잡자.”“말도 안 돼!”“말도 안 돼요!”처음으로 은호가 하현을 향해 큰 소리를 쳤다. 하지만 지금 그것에 신경 쓸 여유가 나와 하현에겐 없었다. 몬스터 떼거리가 우르르 우리들 앞까지 왔기 때문이다.지척까지 다가온 몬스터 떼에 질려 평소 잘 돌아가던 잔머리마저 굳어 버린 듯했다. 손에 든 무기를 휘두르며 켈켈 웃어대는 녀석들을 보자니 슬쩍 겁이 났다.아아, 이렇게 쪽수로 허무하게 무너지는 건가.아니지, 작전상 후퇴다. 나는 은호를 흘끗 바라보았다. 은호는 이미 도주할 길을 모색하고 있었고 하현은 씌 웃으며(도대체 왜 웃느냐 말이닷!) 검을 빼려고 자세를 잡고 있었다.‘안 되겠다!’“일단―!”큰 소리로 하현
제 13화저걸 언제 다 잡나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많은 수에 나와 하현은 비틀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저것을 못 잡으면 단계는 깨지지 않기 때문에 닥치는 대로 대량 학살을 시도했다.처음엔 석궁을 쓰길 꺼려하던 은호도 나와 하현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다 팔이 후들거릴 정도로 애쓰는 모습에 미안했는지 자신도 석궁을 쓰며 큐링을 잡기 시작했다.겨우 그렇게 해서 잠도 자지 않고 하루 반나절 만에 큐링 몰살을 완수해 2단계로 올라갈 수가 있었다.1단계에서 힘을 너무 많이 써 이틀간 휴식과 잠을 취해야 했지만 말이다.2단계에 나타난 몬스터는 맹호였다. 그것도 보통 맹호보다 몸집이 비약적으로 큰 것이었다. 동물원에서만 보던 동물
제 12화“안 그럼 명령할 거야.”‘치사한 놈!’꼭 제 뜻대로 안 되면 명령으로 약점을 잡이. 어우 재수.차마 본인 앞에서 내뱉을 수 없는 말이기에 나는 그저 입을 오리처럼 내밀고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입으로는 투덜거려도 머릿속으로 7일간의 여유밖에 없다는 걱정으로 좋른 방법이 없는지 고민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혹시 마스테마, 던전 만들 수 있어?”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묻는 나의 말에 마스테마는 어깨를 으쓱거렸다.“던전이야 바로 만들어 줄 수 있다. 내가 만들어 둔 던전도 몇 개나 있으니까 말이야.”“그럼 그 던전 안에만 시간을 정지시켜 둔다거나 오래 연장시키는 마법을 걸 수는 없어?
제 11화‘커윽―!’눈물이 앞을 가렸다. 하지만 성장기라는 걸 감안하여 마음을 진정시키고, 한 번쯤 폼 나게 들고 다니고 싶었던 무기를 생각해 냈다.천천히 주변을 돌아보니 장검들이 놓인 옆쪽에 내가 찾던 물건이 있었다.바로 단검.재빨리 단검들이 놓인 곳으로 달려가 하나하나 차근차근 손에 쥐고 살펴보았다.손잡이 부분이 손에 맞는지 꽉 쥐어 이리저리 휘둘러 보며 검의 길이가 적당한지 길이도 재 보았다.검 날이 휜 특이한 형태나 송곳처럼 생긴 디자인 등 여러 검들이 있었지만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뭐야, 단검 사용하게?”단검을 사용할 줄은 몰랐다며 말하는 마스테마에게 나는 생각해 두었던 검의 디자인을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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