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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MiG 강현종 "유인촌 아들에서 LOL팀 감독으로 변신"

[피플] MiG 강현종 "유인촌 아들에서 LOL팀 감독으로 변신"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전원일기'를 모르는 3~40대는 없을 것이다. 최불암, 김혜자, 김수미, 유인촌, 박윤배 등 중견 배우들이 20년 가량 호흡을 맞춘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는 말 그대로 국민 드라마였다. 워낙 오랜 기간 드라마가 방영되다 보니 등장 인물들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등장 인물중에 수남이를 기억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유인촌과 박순천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로 나온 수남이 역할을 맡은 사람이 10여 년이 지난 이후 e스포츠 게임단의 감독으로 역할을 바꿔 등장했다.

최근 각종 게임 차트에서 상한가를 치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의 최강팀 중 하나인 엠아이지(이하 MiG)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강현종 감독이 주인공이다.

1일 MiG의 연습실이 위치한 목동역에서 만난 강현종 감독은 어렸을 때의 얼굴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가려던 그는 평소 좋아하던 게임, e스포츠를 만나 변신에 성공했다. MBC게임에서 해설자로, 출연자로 활동하다가 MiG라는 LOL팀을 직접 꾸리는 감독을 맡을 때까지 '수남이'의 인생 역정을 들었다.

◆생계 위해 시작한 연기
아역 탤런트 출신인 강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연기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그는 가정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으로 연기 전선에 뛰어들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의 손을 잡고 드라마 촬영장을 돌아다녔어요. '전원일기'에 나오면서도 여러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아역 시절을 연기하는 배우로 활동했죠. 꽤 유명했어요. 지금도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아역 배우 아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죠."

1980년생인 강 감독은 아역 배우의 경력을 앞세워 서울예전 방송예술학과에 진학했다. 배우를 계속하기 위해 연기 공부를 더 하려 했다. 군에 일찍 다녀오려고 1학년만 마친 뒤 군에 입대한 그는 군대에서도 배우를 했다. 군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MBC '전원일기'의 연장선이었다.

"수남이가 군에 갈 나이가 되어 입대하는 설정이었어요. 이등병 때였는데 '전원일기' 팀에서 저를 촬영하러 온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최불암, 김혜자 선생님이 조부모로, 유인촌, 박순천 선생님이 부모로 저를 면회하러 오는 컨셉트라고요. 6개월 동안 신병 훈련을 받느라고 대본을 보지 않다가 다시 연기를 하게 되니까 낯설고 어색했어요."

이 때의 느낌은 강현종이 다른 일을 택하도록 마음을 고쳐 먹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불과 6개월 가량 쉬었을 뿐인데, 전역하고 나면 더욱 어색할 것 같았다는 것이 당시 생각이었다.

[피플] MiG 강현종 "유인촌 아들에서 LOL팀 감독으로 변신"


◆게임 해설자로 전환
2002년 제대한 강현종은 배우의 길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반년의 공백을 절실히 느낀 이후 연기를 포기하고 방송인으로 전향하려 했다. 일자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워낙 아역 배우로 인지도가 높았고 어린 나이에 연기에서 손을 뗀 이유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당시 게임 방송이 한창 인기를 얻을 때였어요. 저도 어지간한 게임은 한 번 이상 해봤을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있었거든요. 온게임넷이나 MBC게임의 문을 두드렸지만 이미 자리가 찬 상황이어서 받아주지 않더라고요. 일단 학교를 마쳐야 했고 개인적으로도 실력을 쌓아서 재도전하기로 했죠."

기다린 자에게는 복이 온다. 2005년 MBC게임이 MC 선발 대회를 개최하면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했는데 강현종은 "옳거니"라며 지원했다. 당시 박상현이 1위, 강현종이 2위로 선발됐다. 그토록 원하던 즐기는 장르를 직업으로 갖게 됐다.

"순탄할 줄만 알았죠. 그러나 복병이 있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잘못한 일에 제 잘못이 겹치니까 답답한 상황이 연출된 거죠."

MBC게임에 해설자로 선발된 강현종은 워크래프트3 종목을 배정받았다. 워크래프트3 리그에 있어 온게임넷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MBC게임은 장재영이라는 해설 위원의 맵 조작 사건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한 종족의 우승을 위해 유닛의 기본 공격력을 조작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장재영의 후임으로 강현종이 해설을 맡게 됐다.

"장재영이 맵의 밸런스를 조작하긴 했지만 이전까지 워크래프트3를 대표하던 해설자였거든요. 그 뒤에 들어가니까 온갖 비난이 쏟아졌어요. 조작 리그는 안 본다라는 의견부터 아역 배우 출신이 게임의 게자나 아느냐 등등 속된 말로 장난 아닌 비판들이었죠. 나름대로 전문성을 찾기 위해 클랜을 구성했는데 여기서 사고가 한 번 더 터졌어요."

워크래프트3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게 게임을 연구하기 위해 클랜을 만든 그는 소속 선수들이 MBC게임 워크래프트3 리그 오프라인 예선을 나간다고 했을 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선수들이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사용해서 대회 출전권을 얻은 것이 알려지면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그는 시말서를 썼고 방송계를 떠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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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종을 살린 '스무도'
"시말서를 쓰고 난 뒤 방송에 복귀할 길이 곧 생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상당히 오래도록 일이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별의별 일을 다 했습니다."

일반 회사에 취직해서 일을 하던 그는 도저히 하나의 직장만으로는 가족들의 생계를 꾸릴 수 없었다. 부업까지 해야 했고 낮에는 회사 출근,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면서 벌이에 나섰다. 회사 생활이 제대로 될 리 없었고 급기야 택시 운전까지 했다.

"허걱대는 날의 연속이었죠.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데 '스타무한도전(이하 스무도)'을 연출하는 이순옥 피디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돌아오는 길을 만들어 볼 생각인데 정말 열심히 할 수 있냐고 묻더라고요. 당연히 죽을 각오로 하겠다고 했죠. 그리고나서 '스무도K'라는 과정을 통해 합류했어요."

3년만에 MBC게임에 복귀한 그는 스타무한도전의 고정 패널을 맡으면서 서서히 영역을 넓혔다. 방송을 녹화하는 날을 제외하곤 PC방에서 살다시피하면서 e스포츠 리그로 성공시킬 수 있는 게임이 무엇인지 찾았다. 그러던 과정에서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을 알게 됐다.

◆해설자되려다 맡은 감독
강현종은 LOL의 메인 해설자 자리를 노렸다. 스타크래프트 중계진은 이미 포화상태였고 FPS나 스포츠게임도 어느 정도 영역이 정해져 있었다. 비선수 출신인 강현종이 낄 곳이 없다는 뜻이다.

"e스포츠로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을 찾다가 북미 지역에서 LOL이 인기라는 소식을 접했어요. 곧바로 등록하고 홀로 열심히 공부했죠. 다른 중계진에게도 같이 하자고 수도 없이 제안을 했는데 자기 일이 있다보니 신경 쓸 틈이 없더라고요."

강현종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LOL 홍보에 나섰다. 스타크래프트 해설자인 유대현이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하자 LOL을 알려주며 끌어 들였고 군에 갔다가 잠시 쉬고 있던 손대영에게도 전파했다. 점조직을 키우듯 한 명씩 끌어들이다 보니 강현종은 최종 레벨까지 도달한 챔피언을 4~5개씩 보유한 실력자로 변해 있었다.

"국내에 LOL이 알려지기 전부터 북미 서버에 접속해서 플레이했어요. 아마 한국 국적으로 LOL을 시작한 100명 안에 들 겁니다. 저와 함께 팀을 꾸린 MiG 선수들보다도 일찍 시작했으니까요."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라고 했던가. MBC게임이 음악 채널로 전환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강현종은 밥줄을 잃을 위기를 맞았다. 리그 프로그램이 아니라 게임을 통한 예능 프로그램을 주로 하고 있던 그는 진정한 파리 목숨이었다. 방송국이 문을 닫으면 직장을 잃는 1순위이기 때문이다.

"2011년 WCG 종목에 LOL이 포함됐잖아요. 한국 대표 선발전에 오를 팀을 선발하는 과정에 제가 끼어 있었어요. 한 대행사에서 선발전을 맡았는데 간단히 해설을 하라고 하더라고요. 수락한 뒤에 정확한 해설을 하려고 자세히 알려줄 게이머를 찾았는데 그 사람이 바로 MiG의 리더인 장건웅이었어요."

목동 근처에서 살고 있는 강현종과 장건웅은 LOL 해설자와 대회 출전 선수로 만났지만 금세 정이 들었다. 향후 LOL이 한국에 정식 서비스가 되고 리그가 만들어지게 되면 팀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두 사람은 리더와 감독을 맡기로 했다.

"당장은 WCG 2011 한국대표 선발전에 나갈 팀을 꾸려야 했어요. 장건웅이 함께하는 팀의 선수들과 연습을 같이 했죠. 저는 LOL 전문 해설자가 되려고 했고 그들은 팀을 아우를 수 있는 매니저가 필요했죠. 결국 선수들의 요청을 제가 받아들이면서 매니저 겸 감독직을 맡았어요."

[피플] MiG 강현종 "유인촌 아들에서 LOL팀 감독으로 변신"


◆세계 최고의 LOL 게임단 되겠다
장건웅, 홍민기, 정민성, 최윤섭을 주축으로 팀을 꾸린 강현종은 WCG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이 1차 목표였다. 그러나 EDG라는 팀에게 패하면서 꿈은 사라졌다. 그는 왜 WCG 한국 대표 자리를 갈구했을까.

"당시 LOL이라는 게임은 북미를 이미 강타하고 유럽, 중국까지도 흔들고 있어요. 한국에 지사가 늦게 설립되면서 현지 정식 서비스가 늦었지만 이미 북미 서버에서 1위부터 20위까지 톱랭커 가운데 7~8명이 한국인이었죠. 글로벌 e스포츠 종목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충분했기에 더더욱 한국팀이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쉽게 EDG에게 무너지면서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죠."

첫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MiG는 온게임넷의 LOL 인비테이셔널 대회를 노렸다. 이를 위해 이현우를 영입했고 일찌감치 숙소 생활을 시작하면서 전략을 다듬었다. 그 결과 MiG는 역대 LOL 대회에서 가장 많은 우승컵을 차지한 미국 대표 CLG를 2대0으로 완파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MiG를 이끌고 있는 사령탑인 강현종의 목표는 두 가지다. MiG가 세계 대회에 나가서 우수성을 보여줌으로써 한국이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는 사실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MiG 선수들이 안정적인 급여를 받으면서 LOL을 즐기면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일단 온게임넷의 LOL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면서 세계대회에서 한국팀이 갖고 있는 경쟁력을 증명한 강현종 감독은 두 번째 목표를 위해 뛰고 있다.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LOL 프로게이머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초창기 대회에서 반짝 성적을 내고 상금을 받은 뒤에는 해체하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상금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요. 우리 팀의 목표는 상금 사냥꾼이 아니에요.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는 LOL을 안정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에요. 팀 운영비 걱정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연습에만 몰입한다면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의 이름을 알리는 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강 감독은 기업의 지원을 간절히 원했다. 최근 들어 실력이 급상승한 덕에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서 열리는 LOL 대회로부터 참가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지만 비행기 삯이 없어 나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국위선양을 위한 좋은 기회를 앉은 자리에서 포기해야 하니까 아쉬울 수밖에 없다.

"LOL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죠. 그렇지만 초창기인 지금부터 선점하게 되면 10년 이상 인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이 혜안을 갖고 우리 팀을 지원해준다면 기대 이상으로 갚아드릴 자신 있습니다."

30대 초반 남성들이 안정적인 직장, 높은 보수를 원하는 추세에서 세계 최고의 LOL팀을 만들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던진 강현종 감독의 꿈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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