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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최종병기' 이영호의 현재, 그리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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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행보에 엄청난 관심이 모이는 프로게이머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그 선수가 현역 시절 쌓아놓은 인기와 명성이 엄청나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9년 동안 KT 롤스터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한 시대를 풍미했던 e스포츠를 대표하는 프로게이머 이영호가 그 반열에 끼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는 일입니다.

최고의 프로게이머로 9년을 보내고 지난 해 12월 은퇴를 선언했던 이영호, 그리고 두 달이 지난 현재 이영호는 아프리카와 전속 계약을 맺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그는 아프리카 에서 다양한 콘텐츠로 방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한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로 진행되는 대국민 스타리그에도 출전합니다.

이영호의 과거 이야기는 은퇴 인터뷰를 통해 너무나 많이 들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영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궁금증만이 남아 있겠죠. 데일리e스포츠가 아프리카와 전속 계약을 완료한 이영호의 이야기를 가장 처음 독자 여러분들께 들려 드리겠습니다.

◆아프리카를 택한 이유
이영호의 아프리카행 기사가 떴을 때 팬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습니다. 이영호를 방송을 통해서라도 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다른 선수들처럼 프로게이머의 이름에 먹칠하고 결국 최고의 프로게이머였던 자신의 명예에 먹칠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공존했죠.

팬들의 걱정을 이영호가 몰랐을까요? 아닙니다. 사실 팬들보다 이영호 스스로가 더 걱정했고 더 고민 했을 것입니다. 아프리카 개인방송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9년 동안 쌓아왔던 자신의 견고한 위치가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팬들보다 더 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영호는 결국 아프리카를 선택했습니다. 왜일까요?

"리그 오브 레전드 게이머들이 개인 스트리밍 하는 것을 보고 누구도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유독 아프리카에서 개인방송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명예가 실추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별풍선에 목 맨 일부 BJ들이 프로게이머 이름에 먹칠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좋지 않은 이미지가 생긴 것 같아요. 제가 그런 편견을 깰 수 있을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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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처음부터 이영호가 아프리카에 마음을 연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국 등 다양한 곳에서 이영호에게 솔깃한 제안을 해온 상태에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진 아프리카로 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았기 때문이죠.

"제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아프리카 채정원 본부장님의 진심이었어요. 가장 적극적으로 다가오셨고 누구보다 프로게이머의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시더라고요. 정말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계신 것을 보고 믿고 따라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채정원 본부장의 삼고초려 덕에 이영호의 마음은 조금씩 움직였습니다. 항상 남들과 같은 길을 걷지 않았던 이영호는 결국 지금까지의 BJ들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아프리카의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절대로 '최종병기' 이영호의 이름에 흠이 되지 않도록 방송을 꾸려갈 자신도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별풍선을 많이 받기 위해 방송을 하지 않을 겁니다. 별풍선을 의식하지 않고 방송할 자신도 있고요. 돈에 현혹된 은퇴한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은 저도 원하지 않고 아프리카도 원하지 않아요. 철저하게 팬들과 소통하고 게임을 보여주고 게임을 잘하기 위한 팁을 알려주는 유익한 방송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스타2, 리그 오브 레전드 등 다양한 콘텐츠로 방송
이영호는 오는 21일 일요일 오후 9시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통해 팬들과 만납니다. 그를 위해 이영호는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개인 방송의 정점으로 불리는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자주 시청하며 기존 아프리카 BJ들의 방송도 챙겨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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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잘 할 수 있다고 스스로 주문을 외우고 있지만 잘 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어요. 경기는 항상 자신 있었는데(웃음). 인터뷰는 정말 잘하는 편인데 혼자 이야기할 생각을 하니 막막해요. 그래도 팬들이 궁금해 하는 이야기도 허심탄회하게 들려주고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준다면 꽤 성공적인 첫 방송을 할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어요.

이영호는 첫 방송에서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를 보여줄 예정이지만 향후에는 스타크래프트2, 리그 오브 레전드 등 다양한 콘텐츠를 팬들에게 선보일 것이라고 합니다. 이영호의 리그 오브 레전드 실력이 벌써부터 궁금해 지네요.

"팬들이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만 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더라고요. 일단 시작을 스타1으로 하는 것은 지금 가장 잘할 수 있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스타크래프트2의 경우 최근 '공허의 유산'으로 들어오면서 게임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게다가 당장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는 없잖아요."

스타1으로 펼쳐지는 대국민 스타리그 출전을 결심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만약 스타크래프트2를 계속할 예정이었다면 굳이 팀에서 나올 필요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영호가 현재 출전할 수 있는 리그가 스타1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조만간 우리는 '최종병기'의 말도 안 되는 컨트롤과 수비 능력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영호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오늘도 미친 듯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드리며 연습에 임하고 있습니다.

"실력이 금방 올라올 줄 알았는데 답보 상태에요(웃음). 기량 회복이 더뎌서 이러다가 망신만 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돼요. 지금은 예전 실력의 50% 정도 회복한 것 같은데 이 이상으로 뛰어 넘으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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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어질 KT와의 인연
이영호와 KT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얼마 전 KT 마케팅 팀이 주관하는 웹툰에 이영호가 등장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물론 이영호 마음에 드는 캐릭터로 나오지는 않지만 이렇게라도 KT와 인연을 맺어갈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은퇴한 뒤 KT 본사에서 직접 연락을 주셨어요. 아프리카와 전속 계약을 맺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방송에 한해서거든요. KT와도 다른 분야에서 또다른 인연을 맺을 예정이에요. 잊지 않아 주시고 계속 아껴 주심에 너무 감사 드려요."

사실 은퇴를 하겠다는 의견을 말했을 때 KT 측에서는 코치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영호는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이미 팀을 잘 이끌고 있는 강도경 감독을 비롯해 김윤환, 류원 코치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지도자로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제가 KT에 지도자로 돌아간다면 지금은 아닙니다. 더 성장하고 더 많은 것을 배워야죠. 지금 제가 코치로 가게 되면 건방진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코칭 스태프가 엄청 불편할 거에요. 저 역시 선수들을 이끄는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고요."

은퇴 후에도 이영호는 KT 숙소나 연습실에 자주 놀러 갑니다. KT와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문득 그리워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항상 모든 것을 함께 하던 동료들이 옆에 없다는 것만으로도 허전한 모양입니다.

"혼자 방을 구해 지내고 있는데 조용한 방이 어색한 느낌도 들어요. 예전에는 항상 동료들과 웃고 떠들었는데 지금은 TV만이 저를 반겨주고 있어요(웃음). 은퇴 후 한동안 허전한 마음 때문에 힘들기도 했어요. 그만큼 KT 동료들은 제 인생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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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변신 기대해 주세요"
이영호는 게임을 제외하고는 잘 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심한 컴맹에 일상 생활에서 당연히 알 것이라 생각하는 일들을 모를 때가 많다네요. 게임 외적으로 완벽한 '허당'이라며 이영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정말 답답할 정도로 게임을 빼곤 문외한이에요. 은퇴 하고 나서야 알았어요. 내가 잘하는 일은 정말 게임밖에 없다는 사실을(웃음). 그래도 그동안 수백 번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말하는 능력은 어느 정도 생기지 않았을까요? 프로게이머 하는 것보다는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서툰 점도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영호의 또 하나의 고민은 자신의 성격입니다. 워낙 상남자 스타일이기 때문에 방송에서 낯 간지러운 말을 잘 못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자주 해야 할 텐데 그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며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방송을 봐주시는 팬들, 응원해 주시는 팬들, 별풍선을 주시는 팬들 모두에게 방송하면서 다정다감하게 이야기 하고 고마움을 표시해야 하는데 걱정이 커요. 부모님께도 직접은 낯 간지러운 말 못하겠거든요(웃음). 아무리 온라인 상이라고 해도 팬들에게 직접 이야기 하는 것이 아직은 쑥스러워요."

그래도 이왕 시작한 것 성공한 BJ가 되고 싶다는 이영호. 프로게이머를 그만 둔 뒤에도 그의 승부근성만큼은 멈추지 않나 봅니다. 어떤 BJ보다 전문적이고 깨끗한 방송을 팬들에게 보여주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도록 앞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팬들이 없다면 저도 없어요. 은퇴식 때 정말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팬들이 단체로 메시지를 펴니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잠시 은퇴한 것을 후회했어요. 이런 팬들과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앞이 깜깜했죠. 걱정하시는 일 발생하지 않도록 할 테니 이제 걱정은 그만 하시고 응원 부탁드립니다!"


글=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데일리e스포츠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코너를 통해 텍스트로 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들려드릴 에정입니다. 주성욱과의 불화설 등 당시에는 얘기하지 못했던 많은 뒷 이야기들이 준비돼 있으니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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