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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kt의 참신함과 팀워크가 만들어낸 락스 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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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롤스터의 미드 라이너 '플라이' 송용준
롯데 꼬깔콘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2016(이하 롤챔스)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팀은 락스 타이거즈다. 시즌 초반부터 11연승을 내달린 락스는 삼성 갤럭시에게 1패를 당했지만 가장 먼저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지었고 지난 25일 콩두 몬스터를 꺾으면서 결승전 직행 티켓까지 따냈습니다.

락스가 보여주는 2016년 스프링 메타는 속도전입니다. 초반부터 이득을 챙기면서 순식간에 스노우볼을 굴리고 30분만에 끝내는 플레이는 전세계 모든 팀들 중에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라운드 결산 기사에서도 정리한 바 있듯이 락스가 이길 때 경기 양상을 분석해보면 승리했을 때 경기 시간이 30.5분, 패배시에는 38.5분으로 전체 평균 31.6분으로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경기했습니다. 경기 시간 평균으로 따지면 다른 팀보다 6.2분 정도 빨리 끝냈고 세트 평균 최장 경기 시간을 보인 진에어 그린윙스보다는 10.9분이 짧습니다. 속도를 앞세운 락스의 플레이 스타일은 2016 시즌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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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챔스 스프링 1라운드 팀별 경기 시간.

지난달 30일 열린 롤챔스 2라운드에서 락스를 꺾은 주인공인 kt는 두 가지 요소에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락스의 주특기인 속도전에 휘둘리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락스가 흔들기를 시도하기 전에 kt 쪽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놓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팽팽하게만 흘러가더라도 중후반전에 돌입하면 끌려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것이지요.

두 번째 요소는 챔피언으로 변수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130개의 챔피언이 존재할 정도로 여러가지 카드가 있습니다. 공식전에 자주 쓰이는 챔피언들은 40개 정도로 한정되어 있습니다만 남은 90개 중에 어떤 챔피언을 기용하든지 팀이 이기면 되는 게임입니다. kt가 던진 승부수는 바로 말자하였죠. 롤챔스 통산 12번 밖에 쓰이지 않은 말자하를 꺼내면서 변수 만들기에 돌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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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자하(사진=라이엇게임즈 발췌).

◆4차원 성격이 발굴한 말자하 카드
kt는 2015 시즌이 끝난 뒤 리빌딩을 진행하면서 중국에서 활동하던 미드 라이너 '플라이' 송용준을 영입했습니다. 이전 시즌에 좋은 활약을 펼치던 '나그네' 김상문이 팀을 떠나면서 새로 합류한 송용준은 잘 생긴 외모 때문에 정형화된 스타일일 것 같지만 실상은 180도 다르다고 합니다. 허당기가 충만하고 실험 정신으로 똘똘 뭉친 선수라는 것이 kt 이지훈 감독의 평가입니다. 이 감독은 송용준을 한 단어로 '4차원'이라고 규정했는데요. 평범한 정신 세계로는 분석하기 어려운 선수라는 뜻입니다.

송용준은 남들이 쓰지 않는 챔피언을 선호합니다. 이런 성격은 2016 시즌 첫 경기부터 드러났죠. 대세 챔피언이라고 불리지 않던 럭스를 쓰면서 송용준은 4차원성을 드러냈고 시즌 중반에는 질리언을 두 세트 연거푸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기에 송용준의 4차원성은 코칭 스태프에게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락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kt 코칭 스태프는 변수가 필요하다고 공감하고 있었습니다만 딱히 변수를 만들 챔피언이 많지 않아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송용준이 말자하로 솔로 팽크를 플레이하는 장면이 눈에 띈 것이죠. 프로게이머들과의 경기에서 써도 될 정도로 숙련도가 높은 것을 확인한 kt 코칭 스태프는 말자하를 비밀 병기로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판은 만들어졌다
락스와의 대결에서 1세트를 가져간 kt는 2세트에서 락스의 반격을 받으면서 3세트까지 치러야 했습니다. 3세트의 밴픽 상황을 보면 무난히 흘러갔죠. 락스가 코르키, 아지르, 뽀삐를 금지시켰고 kt는 니달리, 킨드레드, 트런들을 제외시켰습니다. 락스가 알리스타, 엘리스, 갱플랭크를 가져갔고 kt는 브라움, 마오카이, 그레이브즈, 시비르를 골랐습니다. 여기까지는 롤챔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도입니다. 두 팀 모두 최고의 선택을 하면서 변수 줄이기에 나섰죠.

락스의 마지막 선택이 루시안과 라이즈로 이뤄지자 kt 코칭 스태프는 마음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말자하를 송용준의 손에 쥐어주기로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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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스 타이거즈와 kt 롤스터의 3세트 밴픽 화면(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kt가 말자하를 고른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라이즈는 이동기가 없는 챔피언이기 때문이죠. 락스의 미드 라이너 '쿠로' 이서행의 개인기가 좋다고는 해도 한 번 점멸이 빠지고 난 뒤에 치고 들어가면 킬을 따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6, 7레벨에서 수은 장식띠가 나올 수는 없기에 말자하의 궁극기인 황천의 손아귀를 쓰고 그레이브즈가 화력을 보태준다면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이지훈 감독은 "그레이브즈를 뽑았을 때만 해도 긴가민가 했는데 락스에서 라이즈를 가져가면서 느낌이 확 왔다"라며 "말자하의 궁극기로 라이즈를 잡을 수는 없겠지만 그레이브즈의 폭발적인 딜이 도와준다면 한두 번은 킬을 낼 기회가 올 것이라 예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승부를 가져온 '샷건빨대'의 2연킬
kt의 초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락스의 푸른 파수꾼 지역으로 들어간 '스코어' 고동빈의 그레이브즈가 락스의 정글러 '피넛' 윤왕호의 엘리스와 영혼의 1대1을 시도했다가 잡혔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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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행의 라이즈를 송용준의 말자하, 고동빈의 그레이브즈가 잡아내는 장면(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kt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고동빈과 송용준이 락스의 미드 라이너 '쿠로' 이서행을 노린 것이지요. 8분에 고동빈이 6레벨, 송용준이 7레벨을 달성하면서 궁극기를 모두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자 고동빈이 왼쪽 수풀에서 대기합니다. 와드가 없던 시점에 20초 동안 대기하고 있었고 라인전을 치르던 송용준의 말자하가 점멸을 쓴 뒤 황천의 손아귀로 이서행의 라이즈를 묶어 놓았습니다. 무의 지대를 깔았고 그 위로 고동빈의 그레이브즈가 공격하면서 송용준이 킬을 냈죠. 락스에서는 '스멥' 송경호의 갱플랭크가 포탄세례를 적중시키면서 말자하의 체력을 줄였지만 송용준은 적은 체력으로 포탄세례 범위를 빠져 나오면서 이서행만 잡아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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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탑 근처에서 수비하던 라이즈를 말자하와 그레이브즈가 제압하고 유유히 빠져 나오고 있다(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10분에 말자하와 그레이브즈가 락스의 중앙 지역을 압박하던 과정에서 또 다시 킬을 냈습니다. 락스가 라이즈와 엘리스를 포탑 근처로 올려보내면서 무난하게 막을 것처럼 보였지만 윤왕호의 엘리스가 정글 사냥을 위해 빠졌고 이서행이 포탑 옆에서 수비하자 kt는 곧바로 킬 각을 봤죠. 라이즈가 그레이브즈에게 스킬을 쓰자 송용준의 말자하는 황천의 손아귀를 라이즈에게 쓰면서 무력화사켰고 그레이브즈가 화약 역류와 무고한 희생자를 쓰면서 순식간에 잡아냈죠.

10분만에 2연속으로 이서행의 라이즈를 잡아내면서 분위기는 급속히 kt에게 넘어왔습니다. 락스의 중앙 포탑을 일찌감치 파괴하면서 맵을 넓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든 kt는 상단으로 올라가서 윤왕호의 엘리스를 3인 협공을 통해 제거했죠. 2분 뒤에는 송경호의 갱플랭크까지 끊으면서 kt가 상단을 장악했고 하단으로 타깃을 옮기면서 무난히 성장하던 '프레이' 김종인의 시비르까지 제압했습니다.

◆핵심만 빨아들인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부터 머리 속에 담아두면 부수적인 요소들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는 말인데요. 핵심만 빨아들이면 모든 것이 이어진다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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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 남작 스틸을 노리던 락스의 정글러 '피넛' 윤왕호의 엘리스에게 '빨대'를 꽂은 송용준의 말자하(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송용준의 말자하가 그랬습니다. 27분에 내셔 남작 지역에서 펼쳐진 전투에서 송용준은 핵심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었습니다. 오브젝트를 가져갈 때 정글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강타라는 소환사 주문을 통해 큰 데미지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먼저 공략을 시작한 쪽이 상대 팀 정글러의 강타를 막지 못해 스틸을 당하곤 하죠.

kt가 먼저 내셔 남작을 두드리기 시작했고 내셔 남작의 체력을 거의 빼놓았습니다. 락스가 한 발 늦게 진입했고 윤왕호의 엘리스는 호시탐탐 내셔 남작에게 강타를 언제 쓸 지 노리고 있었죠. 이를 본 송용준은 황천의 손아귀를 윤왕호에게 쓰면서 체력을 쭉쭉 빼놓았습니다. 강타에 신경을 쓰던 윤왕호의 엘리스는 허무하게 황천길을 가야 했죠. 정글러가 잡힌 락스는 바론 버프를 kt에게 넘겨줘야 했죠.

12대2까지 킬 스코어를 벌렸고 두 번의 내셔 남작 사냥, 두 번의 위상 효과를 갖췄던 kt는 락스의 격렬한 저항에 위기를 맞았습니다. '고릴라' 강범현의 알리스타가 kt 선수들 3명을 공중에 띄웠고 퇴각하던 락스 선수들이 화력을 퍼부으면서 잡아냈을 때 질 뻔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 때 송용준의 말자하는 후반전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말자하의 한계에 부딪히는 듯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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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행의 라이즈에게 회심의 '빨대'를 꽂은 송용준의 말자하(사진=네이버 스포츠 영상 캡처).

하지만 큰 탈 없이 부활한 뒤 말자하는 또 한 번 핵심을 빨아들입니다. 상단 억제기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락스 선수들을 녹여버린 kt는 대장군으로 부활하려던 이서행의 라이즈를 맞닥뜨렸고 말자하가 황천의 손아귀를 쓰면서 손쉽게 잡아냈고 넥서스까지 깨뜨렸죠.

kt와 락스의 3세트는 말자하가 갖고 있는 장점과 한계를 모두 보여준 대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은 장식띠가 나오기 전까지 말자하의 궁극기는 동료들의 화력과 어우러졌을 때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대치전에서는 그다지 할 것이 없어 보였죠.

만약 락스가 초반을 무난하게 넘겼고 kt를 밀어붙이는 양상으로 경기를 풀어갔더라면 이 핀포인트는 말자하의 한계에 대한 글이 됐을 수도 있겠네요.

챔피언들이 만들어내는 조합을 최대한 긍정적인 효과로 만들어낸 kt에게 박수를 보내고 그 중심에는 송용준이 있었다는 점은 높이 사고 싶습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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