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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L Run 체험기] 한 마음 한 뜻으로 즐긴 5Km의 여정

롤런 출발선 상에 선 4,000여 명의 러너들.
롤런 출발선 상에 선 4,000여 명의 러너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이 2014년에 이어 2018년에도 한국에서 열립니다. 2014년에는 그룹 스테이지가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 열리면서 한국 팬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했는데요. 2018년은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결승전까지 오롯하게 한국에서 열립니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도 한국에서 모든 일정이 치러지기 때문에 한국 팬들과 소통하는 채널을 다양하게 만들려고 백방으로 뛰고 있습니다. 9월 중순에는 서울 종로구에 새로이 문을 연 LoL 파크를 공개하면서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가 진행될 장소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롤드컵 개막을 이틀 앞둔 29일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월드컵 경기장 앞 평화 광장에서 LoL Run(이하 롤런)이라는 행사를 열었습니다. LoL 팬이라면 다들 한 번씩 방송으로 통해 영상을 보셨을 겁니다. LoL에 등장하는 챔피언들이 뛰기 시작하고 각종 이동 스킬을 사용하면서 먼저 도착하기 위해 뛰는 영상이 자주 등장했죠. 막판에는 탐 켄치의 심연의 통로와 라이즈의 공간 왜곡까지 사용되면서 서로 1등을 하려고 경쟁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죠.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2014년 롤드컵 결승전이 열렸던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서 선수들과 팬들이 함께 뛰는 행사인 롤런을 마련했습니다. 한국 대표팀들의 선전을 기원하고 팬들에게도 한국에서 개최되는 롤드컵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 달라는 뜻이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롤런이 끝나고 나서는 축하 공연과 함께 롤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한국 대표팀인 kt 롤스터와 아프리카 프릭스, 젠지 e스포츠 선수단의 각오를 듣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행사 개요는 이렇게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기자는 평소에 운동을 자주 합니다. 40대라는 나이에 비해서는 체력이 꽤 괜찮은 편이라고 자부합니다. 야근이 잦은 e스포츠 업계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체력을 갖춰야만 하죠.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가 롤드컵을 앞두고 롤런 이벤트를 발표했을 때부터 참가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피트니스 센터에서 근육 운동을 주로 하고 달리기는 기피하고 있어서 적정한 거리를 뛰고 싶었던 차에 5Km 정도로 기획됐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신청했죠. 때마침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30대 후반의 후배 기자도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서 29일 평화광장에서 만났습니다.

오전 11시에 현장에 도착해서 일단 티셔츠부터 수령했습니다. 택배로 받지 못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었더니 운영본부 옆에서 나눠주고 계시더라고요. 티쳐츠를 받고 번호표까지 달고 나니 마라톤 대회 출전한 사람처럼 긴장되더라고요.

11시30분이 되니까 넥센 히어로즈 야구단의 응원을 맡고 있는 치어리더들이 나와서 간단하게 공연을 펼쳤고 롤런 참가자들을 위한 스트레칭 방법을 알려주시더군요. 뻣뻣하게 굳어 있는 온몸의 근육들이 일제히 앓는 소리를 해대는데 참으로 민망했습니다. 옆에서 같이 따라한 후배와 같이 협주를 펼쳤습니다.

스트레칭을 마친 뒤 출발선에 섰습니다. 참가자들이 가는 쪽으로 무심코 따라갔는데 30분 이내 완주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인 A그룹이었죠. 속으로 '죽었다'라고 복창하면서 출발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직원인 룬테라가 '롤런~'을 외치고 참가자들이 '2018 롤드컵 파이팅'으로 답하면서 러닝이 시작됐습니다.

1분쯤 뛰었을까요. 후배와 같이 첫 코너를 도는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방금 전에 제 옆으로 새그웨이를 타고 지나간 취재진 한 명이 쿵 소리와 함께 넘어진 것이지요. 새그웨이는 길가로 혼자 달려가고 타고 있던 사람은 도로에 쓰러졌습니다. 충격이 컸는지 왜 넘어갔는지 말도 하지 못하더라고요. 참가자들은 곧바로 의료진을 불렀고 같이 뛰던 후배 기자가 길가에 배치된 앰뷸런스로 뛰어가서 의료진에게 응급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사고는 일단 수습됐습니다.

가장 먼저 롤런 참가자들을 맞이한 '쿠로' 이서행.
가장 먼저 롤런 참가자들을 맞이한 '쿠로' 이서행.

'별 일 없어야 하는데'라는 마음으로 다시 뛰기 시작한 우리를 처음으로 반긴 사람은 아프리카 프릭스의 미드 라이너 '쿠로' 이서행이었습니다. 1Km가 되기 직전에 서있던 이서행은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 팬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더라고요. 1Km 지점에서 만난 사람들은 스파이럴 캣츠를 필두로 한 코스프레 팀이었습니다. 클레드 복장으로 러너들을 만난 스파이럴 캣츠는 파이팅을 외치며 하이파이브를 해줬고 사진 촬영에도 적극적으로 응했습니다. 톱 라이너 자리라고 공지되어 있던 1Km 지점에는 클레드의 궁극기인 '돌겨어어억!!!'을 쓰면 나타나는 화살표 표시가 되어 있어 재미를 줬습니다.

1Km 지점에서 만난 스파이럴 캣츠.
1Km 지점에서 만난 스파이럴 캣츠.

가장 먼저 롤런 참가자들을 맞이한 '쿠로' 이서행.
가장 먼저 롤런 참가자들을 맞이한 '쿠로' 이서행.


1Km에서 500m 정도 더 뛰었을 때 후배와 저는 이별했습니다. 숨이 찬다면서 걸으면서 컨디션을 체크하겠다는 후배를 뒤로 하고 홀로 뛰기 시작했죠. 이전보다 조금 더 속도를 올리면서 뛰었고 많은 러너들을 뒤로 보내면서 선두권 진입을 노렸습니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던 '투신' 박종익을 만났을 때 반환점을 돈 선두권과 조우했고 조금 더 속도를 올리면 따라 잡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반환점이 멀리 있었습니다. 조이의 헤롱헤롱쿨쿨방울 존에서 제공한 비누 방울을 터뜨리면서 달렸더니 어느새 반환점을 돌았더군요.

kt의 원거리 딜러 '데프트' 김혁규(왼쪽)와 아프리카의 '크레이머' 하종훈이 언덕길의 막바지에서 러너들을 응원하고 있다.
kt의 원거리 딜러 '데프트' 김혁규(왼쪽)와 아프리카의 '크레이머' 하종훈이 언덕길의 막바지에서 러너들을 응원하고 있다.

선두권 진입의 꿈을 버리고 완주에 의미를 둔 찰나에 첫 고비가 등장했습니다. 마라토너들의 천적인 언덕길이 시작된 것이지요. 체력이 남아 있었기에 언덕길에서도 뛰었던 저는 언덕의 끝을 50m 남기고 나서 방전됐습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고 다리도 아파서 걷기로 전환했죠. 한 번도 걷지 않고 완주하려던 목표는 언덕길의 가파른 각도에 막혀 버렸습니다. 그 때 만난 두 명의 원거리 딜러들인 kt 롤스터 '데프트' 김혁규와 아프리카 프릭스 '크레이머' 하종훈이 힘을 불어 넣어줬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내리막입니다"라면서 희망을 줬고 손도 잡아줬습니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 50m의 짧은 휴식을 취한 뒤 내리막길을 만나자 물 만난 고기처럼 시원하게 뛰어 내려갔습니다. 속도를 더 붙일 수도 있었지만 40년 동안 사용한 무릎을 위해서 자제했죠.

3Km를 지나자 그늘이 나타났습니다. 양쪽으로 아름드리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고 자연 그늘이 만들어지면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 지쳐 있던 러너들에게 청량감을 줬습니다. 입구에는 생수를 나눠주는 코너가 등장해서 말라 있던 목도 축일 수 있었습니다.

정글러 존에서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전용준 캐스터(왼쪽).
정글러 존에서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전용준 캐스터(왼쪽).

그늘 속에서 달린 3Km 지점에서는 아는 분도 만났습니다. LoL 리그가 한국에서 열릴 때부터 캐스터를 맡으면서 리그 흥행에 큰 공을 세운 전용준 캐스터였습니다. 복장부터 마라토너의 포스를 뿜어낸 전 캐스터는 "같이 뛸까요"라는 기자의 제안을 단숨에 뿌리쳤습니다. 평소 경기가 있는 날에는 에스플렉스센터의 피트니스 센터에서 러닝 머신을 뛰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도로를 달린다는 전 캐스터는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완주에 성공했습니다. 전 캐스터는 4Km 지점에서 러너들을 기다리던 정글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시원하게 흩뿌리는 물안개.
시원하게 흩뿌리는 물안개.

그늘이 끝나자 언덕 길이 시작됐습니다. 4Km를 뛰어오면서 무릎도 슬슬 아파오고 근육도 뭉치려는 조짐이 보이길래 비루한 제 몸에 휴식을 주기로 했습니다. 3km 지점에서 받은 음료수를 마셨고 열 오른 몸에 뿌리면서 걸었죠. 그 때 오아시스처럼 미스트존이 나타났습니다. '이건 미스트야'라고 알려주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커먼 동굴이 등장했고 물방울이 떨어졌습니다. 잠시 서서 시원하게 물방울을 맞고 나니 오르막이 끝나고 내리막길로 변하는 마법(?)이 일어났죠.

마지막 500m는 시원하게 달렸습니다. 5Km의 대장정(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짧죠?)이끝난다는 생각에 다리에게 지축을 박차고 나가라고 명령했고 피니시 라인까지 전력 질주했습니다. 따로 기록을 재보지는 않았지만(라이엇 게임즈도 롤런은 기록 측정을 하지 않는다라고 사전에 고지한 바 있습니다) 30분 가량 걸린 것 같습니다.

완주 기념으로 전용준 캐스터(왼쪽)과 찰칵.
완주 기념으로 전용준 캐스터(왼쪽)과 찰칵.

피니시 라인을 넘자마자 완주자들에게 상품이 주어졌습니다. 가장 반가운 상품은 완주 배지가 아닌 음료수였죠. 이온 음료와 탄산 음료가 하나씩 제공됐고 점심을 굶었을 참가자들에게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빵과 에너지 바를 나눠 주더라고요. 롤런을 완주했음을 증명해주는 배지를 통해 2018년 9월 29일을 기억할 수 있겠지만 음료수와 빵은 12시 30분에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었습니다.

5km 완주를 통해 아직 늙지 않았음을 느끼며 선수단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코스별로 참가해서 러너들을 응원했던 선수들이 완주 의사를 밝히면서 뛰어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완주한 선수들은 모두 "팬들이 우리들에게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불어 넣어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라면서 고마워했고 "롤드컵에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 겠다라는 새로운 각오가 생겼다"라고 전했습니다.

체력은 젠지가 1등이라고 외친 주영달 코치(왼쪽)와 여창동 코치.
체력은 젠지가 1등이라고 외친 주영달 코치(왼쪽)와 여창동 코치.

코칭 스태프들도 완주 소감을 전했습니다. 감독과 코치가 모두 완주한 젠지 e스포츠는 "체력적으로 우리 팀 코칭 스태프가 가장 강하다는 사실을 입증했으니 롤드컵 기간 동안 상대 팀 분석과 훈련에 체력을 다 쓰겠다"라고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롤런이라는 행사를 통해 팬들은 롤드컵에 참가하는 한국 팀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 줬습니다. 이 기운들을 모아, 모아, 모아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마포=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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