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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스킬]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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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스킬 표지
[데일리게임]
제 5화

***

차원의 문으로 세 인간이 들어감을 확인한 천사는 서둘러 손을 들어 문을 사라지게 했다.

“휴우! 중요한 재료는 손에 넣었군.”

알 수 없는 이상한 말을 내뱉은 천사는 나직이 한숨을 쉰 뒤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자신의 옆에 있는 아기 천사들을 흘끗 바라보았다.

“쩝! 아무리 계획을 위해서라지만 이런 추태까지 보이다니……!”

여전히 나팔을 불고 꽃가루를 날리며 팽그르르 도는 아기 천사들이었다. 그런 아기 천사들을 향해 혀를 차며 무언가 불만을 토로한 천사는 손을 들어 짧은 단어를 내뱉었다.

“해제.”

천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기 천사들의 몸이 고무 인형처럼 주욱 늘어났다. 그러곤 대빵 천사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하더니 이윽고 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듯 흡수되어 사라졌다.

두 아기 천사가 사라지자 천사는 자신의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가 손을 떼었다.

그러자 환생의 문으로 사라진 세 사람이 봤다면 놀라 뒤로 자빠질 일이 벌어졌다.

대빵 천사가 얼굴에서 손을 떼자 전혀 다른 얼굴로 변해 있으니까 말이다.

아름다운 금발 천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새까만 옷을 입은 보라색 머리의 남자가 서 있었다. 순한 표정과 온화한 미소의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은 사라지고 차갑고 거만한 표정의, 마치 악마와도 같은 남자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보라색 머리의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칙칙하군. 복귀.”

투덜거리는 말투와 함께 어둡던 공간이 보라색 머리 사내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윽고 어둠이 다 빨려 들어가자 아무것도 안 보이던 어둡던 공간은 붉은 카펫이 깔린 넓은 홀로 변해 있었다. 아니, 변한 게 아니라 사실은 이 모습이 진짜였으리라.

넓은 홀 끝의 새하얀 옥좌를 향해 걸어가는 보라색 머리카락의 남자는 뭐가 기분이 좋은지 연신 흥얼거리며 웃음을 지었다.

남자는 옥좌에 엉덩이를 걸치고 한쪽 다리를 꼬아 등을 기대었다.

이 일을 위해 자신이 얼마나 기다렸던가!

이제 곧 나의 바람이 이뤄진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흥분이 온몸을 달아오르게 하자 남자는 비릿한 웃음을 짓다 이내 호탕하게 웃었다.

“큭큭! 크하하하!”

빨리 세 영혼이 눈을 뜨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축배를 들어야겠군.”

보라색 머리의 남자는 웃으며 허공으로 손을 들었다. 그러자 붉은색의 와인이 든 크리스털 잔이 허공에서 나타나 남자의 손에 쥐어졌다.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작은 소리로 무언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붉은 입술에 와인 잔을 가져가다 뭔가 생각난 듯 다시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감사하며.”

이번엔 제대로 들릴 만큼의 목소리가 홀 안을 가득 메웠다.

제 2장 키메라라고 알려나?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하나…….

햇살이 비쳐 온다.

반짝이는 햇살이 에메랄드빛 바닷속을 밝게 비춰 준다. 바닷속은 수백만 개의 공기 방울을 자아내고 있다. 무언가에 의해 출렁이던 물살들이 물방울들을 뿜어내고, 심장이 뛰는 듯한 기분 좋은 고동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며 아련히 멀어져 갔다.

둘…….

바닷속에 잠겨 있는 나의 몸은 스스로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보이지만 않을 뿐 내 자신이 이 바닷속에 잠겨 있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심하지는 않지만 물에 몸을 담갔을 때 살짝 죄어 오면서 부드럽게 감싸는 물결의 파장과 팔을 한 번 휘저을 때마다 물살을 가르는 감촉은 내 자신이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물속에 잠겨 숨을 쉴 수 있으며 그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셋…….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닷속에 있을 산호, 물고기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보이는 건 두 팔을 벌려 감싸 안을 정도의 둥근 물방울. 투명한 그 물방울 안에는 바닷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꽃이 들어 있었다. 새하얀 꽃, 줄기와 잎이 없는 새하얀 꽃 서너 송이가 물방울에서 나와 천천히 내 주위를 둘러싸고 모여 있었다.

눈이 뜨인 듯 꽃들이 선명하게 잘 보였다. 분명 눈을 뜨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상관없으리라. 문득 내 머릿속에서 이것은 꿈이라고 속삭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아름다운 꿈을 즐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아름다운 꽃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꽃 중에 이런 꽃은 없었다. 새하얀 꽃잎이라는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바다색과 비슷한 색에 투명한 꽃잎이었다.

한참을 빤히 바라보다 문득 내 앞에 떠 있는 하나의 꽃을 만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물살을 가르며 손을 뻗자 작은 물보라가 생겨났다.

작은 꽃잎이 손끝에 닿았다고 생각한 순간, 나는 섬뜩한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새하얗던 꽃잎이 나의 손에 닿자 기다렸다는 듯이 새빨간 색으로 물들어 가는 것이었다. 마치 하얀 휴지가 물에 섞은 빨간 잉크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한 잎, 한 잎 새빨갛게 서서히 물들더니 이내 점점 빠르게 물들어 갔다.

그러다 꽃잎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어느새 붉은 그것은 영역을 넓혀 깨끗한 바닷속을 점점 붉게 물들여 갔다.

바닷물이 점점 붉어지며 나에게로 퍼져 왔다. 붉은 그물이 나를 덮칠 듯 펼쳐지며 확장되는 모습에 당황하여 빠져나오려고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나의 발버둥에도 불구하고 붉은 그림자는 나의 팔을 잡아당겼다.

잡힌 팔은 불에 덴 것처럼 뜨겁기만 했다. 그 고통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잡힌 팔부터 시작해 서서히 올라온 열기는 어깨를 관통하여 서서히 심장으로 다가온다.

심장으로 다가오는 뜨거운 고통에 몸부림을 쳐 봤지만 이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더욱더 그 열기를 더해갔다.

그 뜨거운 고통에 흐르는 눈물을 떨구기 위해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사방은 붉은색으로 뒤덮여 나는 그 안에서 붉은 공포감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헉!”

꼬르륵―!

숨을 들이켜기 위해 입을 열자 입 안 가득히 물이 들어왔다.

‘우억! 이게 뭐야?’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는 물로 인해 괴로웠다. 놀라 눈을 뜨려 해도 떠지질 않았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숨까지 쉴 수가 없으니 이대로 죽을 거라는 공포가 밀려왔다.

내가 죽었다는 것도 기억 못한 채, 본능에 충실하게 어떻게든 그저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살기 위해 온몸으로 발버둥을 쳤다.

버둥거리던 내 발끝에 무언가가 닿은 듯한 느낌이 들자 재빨리 이것을 부숴야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힘껏 발로 찼다. 그러자 쿠웅! 하고 부서지는 소리가 온몸을 울렸고 이내 내 몸을 괴롭히던 물이 빠져나감을 느꼈다.

몸이 자유로워짐을 느끼자 재빨리 참았던 숨을 쉬기 위해 입을 벌렸다. 목에 걸린 듯한 물을 내뱉자 그제야 목이 트였다.

“우헥! 켁! 헥헥헥!”

남아 있던 물을 토해 내고 콧속에 들어간 물도 빼내기 위해 힘껏 코를 풀었다.

“크응! 젠장, 일어나자마자 이게 무슨 꼴이야?”

겨우 가슴이 트이며 살 것 같은 느낌이 들자 나는 재빨리 안 떠지는 눈을 뜨기 위해 손가락으로 눈을 비볐다. 비벼도 안 뜨여 다시 양 손가락으로 억지로 벌리고 나서야 흐릿하던 시야가 제 역할을 했다.

“뭐야, 이건?!”

나름대로 기대감을 가지고 눈을 뜬 나였다.

이유인즉 눈을 비비면서 내가 드래곤으로 환생하기로 한 대빵 천사의 말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고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그 유명한 드래곤 레어!

동굴이나 물속이나, 뭐 드래곤의 속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드래곤 레어일 거라는 기대감을 잔뜩 가지고 눈을 떴기 때문이다. 눈앞에 있을 나의 부모가 되시는 드래곤과 보물(목적은 이것)을 상상하며…….

‘기다려라, 나의 보물(?)! 걷게 되면 내 친히 너부터 만나 보러 가리!’

하며 금은보화 속에서 헤엄을 치리라 생각하고 눈을 떴는데…….

동굴이 아니었다.

그래, 동굴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산속도 아니요, 광산도 아니요, 어마어마한 궁궐 같은 저택도 아니었다. 약간 어두운 푸른색의 조명이 비치는 이곳은……?

“실험실?”

이상한 모양의 마법진부터 시작해 한쪽에는 빼곡히 늘어선 이름 모를 책들과 실험 도구들이 눈에 띄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빼곡히 그려진, 마치 피로 칠한 듯한 붉은 마법진에 주눅이 들어 저절로 뒷걸음질 치는데 문득 발뒤꿈치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다 내가 들어가 있던 곳이 어디였을까 하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아참, 내가 나온 곳이 어디지?’

“헉?! 으악!!!”

발에 밟힌 유리가 내가 빠져나온 그곳의 파편이라는 생각에 확인 차 고개를 돌린 나는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엔장! 기절 안 한 것만 해도 다행이라굿!

내가 들어가 있던 곳은 옛날 과학실에서 많이 보았던 그것!

끔찍한 것들을 담아 두었던 그 병! 동물 시체를 넣어 두던 포르말린 병!

그것도 사람 한 명이 거뜬히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의 크기의 병이 세 개나 있었던 것이다.

“뭐, 뭐야. 저건?”

내가 빠져나온 깨진 표본 병 양옆으로 같은 크기의 표본병이 각각 하나씩 서 있었다. 그 안엔 검은 머리카락의 미남(이 상황에서도 얼굴을 체크한다)과 귀여운 엘프가 들어가 있었다.

나머지 병 속에 잠겨 있는 두 사람을 보고 나는 그 둘이 하현과 은호일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 둘이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언가 깰 만한 도구가 필요해서였다.

“윽!”

대부분 엄청난 크기의 도구들뿐이라 나는 급한 마음에 다시 발을 사용하기로 했다. 다행히 구두를 신고 있어서 유리에 베일 염려는 없었기에 주저 없이 허리를 틀어 온 힘을 다해 표본 병을 발로 찼다.

와장창―!

‘어라?’

어느 정도의 고통을 각오한 내 생각과 달리 표본 병을 찬 발에서는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얇은 얼음이 깨지는 듯한 느낌과 발에 통증이 없음을 확인한 나는 서둘러 남은 하나의 표본 병도 깨 버렸다.

유리가 깨지며 병 속에 가득 담겼던 푸른 물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쏟아졌다. 물이 쏟아지면서 중심을 잃은 두 사람은 표본 병 바닥에 쓰러졌다. 정신을 잃었는지 깨어나지 못하는 두 사람을 안고 실험실 바닥에 가지런히 눕혔다.

“그나저나 왜 항상 나만 먼저 일어나는 거야? 에이 씨!”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재빨리 그들이 숨을 쉬는지 확인하기 위해 심장 쪽에 귀를 댔다. 미세하긴 하나 조금씩 규칙적으로 들리는 심장 소리에 나는 우선 먼젓번 방법처럼 몸을 흔들어 깨우기로 결심했다.

원래 물에 빠진 사람에게는 인공호흡이 필수겠지만 나의 아름다운(?) 퍼스트 키스를 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내린 결론이었다.

퍼스트는 아름다운 마이 달링과 함께라구.

“자아, 우선 깨우고…….”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제일 먼저 연약해 보이는 엘프의 어깨를 잡았다. 역시 이 엘프도 여자는 아닌가 보다. 가슴이 납작하잖아, 흑흑.

귀여운 얼굴이 제법 내 취향이라 살린 뒤 보답으로 여친이나 해 달라고 졸라 볼 셈이었는데. 쩝, 아깝군.

“아니지, 혹시 은호면…….”

그래, 만약 우리들 중 누군가 엘프가 돼야 한다면 분명 은호가 될 것이 분명해. 그 싸가지 하현이 된다면 엘프계의 커다란 불행이라 할 수 있지.

“핫!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혼자만의 망상 속에 빠진 나의 멍청함을 깨닫고 서둘러 귀여운 엘프의 어깨를 세차게 흔들었다.

“일어나아!! 여보세요!”

“으…….”

다행히 물을 먹어 정신을 잃은 게 아니었는지 서너 번 흔들고 나자 엘프는 서서히 눈을 떴다. 연둣빛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눈을 뜨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지금 자신이 보는 것에 믿음이 안 가는지 한 번 두 번 눈을 깜빡인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 나도 모르게 슬쩍 얼굴이 붉어짐을 느꼈다.

“도후?”

“은호니?”

“응…….”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은호임을 확인하고 서둘러 옆에 쓰러진 검은 머리의 남자에게 달려가 양어깨를 잡고 세차게 흔들어 깨웠다.

“야, 일어나!! 하현!!”

제일 먼저 깨어났기에 상황 파악을 먼저 해 버린 나는 모두의 안전이 확인되자 왜 우리가 지금의 이 모습인 건지 강한 의문을 느꼈다.

“뭐야, 도후?”

어떻게 된 일일까? 우린 드래곤으로 환생하기로 된 거 아니었나?

왜 이런 모습으로 깨어난 것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왜 우리들은 드래곤으로 환생이 안 되었는지, 그리고 이곳은 어디이며 왜 우리가 이렇게 이런 몸으로 환생을 했는지 정리가 안 되었다.

“뭐야, 이 모습이 드래곤이라는 거야?”

“형, 여긴 어디예요?”

바닥에 주저앉아 혼란스러워하는 나에게 하현과 은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그,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나에게 묻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말을 잇지 못하는 나를 하현과 은호가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의 표정을 읽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흐음 다들 깨어났나 보군.”

“……?”

“……?”

“…….”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꽤 만족스러운 말투가 방 안 가득 울려 퍼지자, 우리는 서둘러 말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새까만 옷을 입은 보라색 머리카락의 남자가 서 있었다.

류현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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