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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역주행 특집] 넥슨 조재윤 리더 "유저-선수-게임사가 하나돼 만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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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가요계는 역주행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1990년대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 지면서 가요 차트에서 20년 전 노래가 상위권에 오르는 일이 자주 일어났죠. 그 당시 노래를 들었던 중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 일으켰고, 젊은 세대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노래로 그 시대의 감성을 공유하며 세대간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역주행이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게임 업계에서도 10년이 넘은 게임이 PC방 점유율 탑10 안으로 재진입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노력하면 게임도 역주행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카트라이더(이하 카트)가 그 주인공입니다.

카트는 지난 12월 PC방 순위 탑 10에 진입했습니다. 2월1일 기준으로는 메이플스토리, 스타크래프트, 던전앤파이터를 제치고 7위까지 상승하면서 게임 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죠. 또한 11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최고 동시 접속자수가 약 260% 증가하는 등 믿기 힘든 지표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번 대중들의 눈을 떠난 게임이 다시 사랑을 받게 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역주행을 두고 게임 업계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게 할만한 분석들이지만, 무엇보다도 카트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개발팀의 이야기가 유저들에게 가장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게임 역주행으로 누구보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넥슨 카트 개발팀 조재윤 리더를 만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카트 역주행의 비결(?)을 들어 봤습니다.

◆유저들과 소통의 창구...카트 리그

DES=우선 팬들에게 인사 부탁 드려요.

조재윤=안녕하세요. 카트와 10년 넘게 동거하고 있는 카트 개발팀 조재윤 리더입니다. 최근 팬들과 자주 만나는데 저를 지겨워 하시면 어쩌나 걱정되네요. 그래도 제가 자주 전면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게임이 잘 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기분은 좋습니다.

DES=요즘 행복하실 것 같아요.

조재윤=정말 행복합니다. 사실 저는 카트 전성기가 끝난 뒤 하향세를 겪을 때 개발팀에 합류했거든요. 항상 바쁘게 움직였지만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서 속상했는데 최근 이렇게 웃을 일만 생기니 기쁘네요.

DES=내부적으로도 왜 이런 역주행 현상이 발생했는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아요.

조재윤=아무래도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물어 보시니 우리가 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토론을 정말 많이 했어요. 사실 정답은 없어요. 이 분석을 들어보면, 이게 맞는 것 같고 다른 분석을 들어보면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해요.

내부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우선 리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어요. 리그가 이번 역주행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죠. 리그와 관련된 것은 김대겸 해설 위원이 자세히 이야기 했다고 하니 저는 짧게만 말씀 드리려고요.

우선 개발팀이 유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아요. 하지만 리그는 일주일에 한번씩 유저들의 반응을 볼 수 있거든요. 개발팀에서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이 정도로 잘 받을 수 있는 것은 리그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유저들과 소통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고 바꿔나갔던 것이 이제와 빛을 본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선수들을 통해 우리가 미처 놓칠 수도 있었던 다양한 플레이와 전략을 볼 수 있어요.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선수들의 플레이 영상을 보면서 이렇게 하면 더 재미있게 게임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요.

DES=리그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하니 갑자기 리그 때문에 게임 내 표시되는 시간 자릿수가 바뀐 사건이 기억 나네요.

조재윤=그 당시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기억이 나죠. 저도 너무 놀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사실 게임 내적으로는 표시되는 시간보다 훨씬 세분화 돼 기록이 측정돼요. 즉 소수점까지 기록이 같다고 해도 누가 먼저 들어왔는지 게임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자세하게 시간을 표시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까지 동시에 들어오는 경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거든요. 정말 동시에 출발해서 짜고 달려도 소수점 두자리까지 같을 수는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 어려운 걸 문호준과 유영혁이 해내더라고요(웃음). 표시되는 시간은 같았을지라도 게임 내적으로는 충분히 승부가 갈려서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보는 사람이 직관적이지 않았고 불공정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안되겠다 생각했죠. 결국 시간 소수점 표시를 세자리까지 늘려야겠다고 판단했죠.

그때 무엇을 상상하든 선수들은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에는 많은 것들을 다시 검토하고 다시 보고 결정 내리는 버릇이 생겼어요. 리그는 개발팀을 쉬지 못하게 해줍니다(웃음).

DES=소수점 세 자리까지 늘려놨더니 말도 안되게 0.001초 차이 명승부가 또 나오면서 개발팀을 또 긴장시켰다고 들었어요.


조재윤=0.005초 차이도 말이 안 되는 거였는데 0.001초 차이는 진짜 꿈에서나 가능한 승부거든요. 내부적으로 소수점 넷째 자리까지 늘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당연히 나왔죠. 하지만 수많은 시뮬레이션 결과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져 아직은 바꾸지 않고 있어요. 이번은 확실한데 또 몰라서 불안하긴 해요.

◆장벽 낮추는 이벤트와 크리에이터들의 맹활약

DES=다양한 이벤트로 팬들이 다시 돌아오게 만든 것도 역주행의 원동력인 것 같아요.

조재윤=내부적으로 뽑는 역주행의 두 번째 이유에요. 지난 해부터 우리가 생각을 바꿔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우리의 진심을 알아줄 수 있도록 노력하자, 철저하게 유저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자는 비전을 세웠죠.

그래서 한 번이라도 접속한 유저들에게 혜택을 많이 주는 컨셉트로 이벤트를 기획했어요. 한 번이라도 잊지 않고 찾아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고 보답하자는 생각 이었죠. 이런 우리의 진심을 알아줄 거라 기대하면서요.

사실 이벤트만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에요. 이벤트 기획보다 더 어려운 것이 널리 알리는 일이거든요. 그 역할을 크리에이터들이 해줬어요. 유저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우리보다도 더 진실되게 알려줬고 그 덕분에 '혜자 이벤트'가 유저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얻게 됐죠. 카트를 떠났던 유저들도 많이 돌아오는데 큰 역할을 했어요.

DES=이벤트와 크리에이터들의 콜라보레이션이 정말 좋았네요.


조재윤=마치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딱 맞아 떨어졌어요. 이보다 더 운이 좋을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요.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기획한 것이 아니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죠. 그래서 카트 크리에이터들에게 너무나 감사해요.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준비한 이벤트가 빛을 바랐을 수도 있으니까요.

DES=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아이템전도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리그에 아이템전을 도입하면서 유저들이 아이템전 전략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더라고요.

조재윤=사실 처음 리그에 아이템전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얼마나 많은 반대에 부딪혔는지 몰라요. 아이템전은 운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과연 리그에서 공정한 승부가 가능할 것이냐는 물음표가 계속 따라 붙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아이템 유저들과 선수들에게 물어보니 아이템전은 스피드전보다 더 전략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실력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철저하게 실력과 경험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것이죠. 반신반의하며 도입한 아이템전이 지금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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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선수들도 아이템전이 더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조재윤=일단 아이템 하나 당 쓸 수 있는 전략이 무궁무진해요. 게다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아이템을 쓰는 것이 좋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죠. 플레이를 많이 해보지 않고는 터득할 수 없는 정보들이기에 스피드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해요. 스피드전의 경우 개인기에 기댈 수 있지만 아이템전은 철저하게 팀전이라 모든 선수들이 하나가 돼 달려야 해요. 최근 팀들이 아이템전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이유죠.

아이템전 덕분에 선수들의 스피드전 실력도 쑥쑥 늘고 있어요. 아이템전을 많이 하다 보면 사고 대처 능력이 생기거든요. 그래서인지 최근 리그를 보면 스피드전에서 하위권 선수들과 상위권 선수들의 실력 격차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DES=아이템전이 게임과 리그 판도를 많이 바꾸고 있네요.

조재윤=사실 의도한 건 아닙니다(웃음). 아이템전을 통해 게임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 자연스럽게 스피드전과 아이템전 모두를 즐기는 유저들이 늘어나고, 게임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역주행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드래프트 시스템의 나비효과

DES=오늘 본의 아니게 청문회를 하는 느낌이네요(웃음). 예전에 문호준의 독주를 막기 위해 드래프트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아니냐는 루머가 돌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것에 대한 진실도 이야기 해주실 수 있나요?

조재윤=저도 정말 많이 들었던 이야기에요. 그런데 모든 레이싱 게임에는 드래프트 시스템이 있어요. 카트만 유별하게 있는 것이 아니죠. 게다가 어떻게 문호준 한 명만 보고 게임 시스템 전체를 바꿀 수 있나요. 과장된 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드래프트 시스템이 카트 리그나 게임 내에서의 플레이 판도를 바꿔 놓은 것은 사실이에요. 그동안 리그에서는 한번 실수하거나 뒤쳐지면 거의 따라가기 불가능해져서 경기 중반 포기하는 선수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드래프트 시스템을 통해 끝까지 알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리그가 더욱 박진감이 넘쳐졌죠.

게다가 게임 내에서도 유저들이 뒤쳐져 있어도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인식이 심어져서 그런지 끝까지 열심히 하더라고요. 실제로 짜릿하게 역전하는 경우도 생기다 보니 플레이 하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그렇게 작은 변화에서 시작한 드래프트가 이제는 리그를 더욱 박진감 넘치게 만드는 요소가 됐죠. 문호준과 유영혁의 0.005초 명승부는 드래프트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이미 중반 실수로 유영혁은 절대 따라오지 못했을 거에요. 그렇게 리그에서는 명승부가 쌓이고 게임 내에서는 역전승이 쌓이면서 입소문을 탄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DES=결국은 꾸준함의 승리라고 볼 수 있겠네요.

조재윤=그렇죠. 무슨 일이든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조금씩 변화를 멈추지 않았던 것이 쌓이고 쌓이면서 톱니가 돌아갔고 유저, 선수, 개발자들의 욕구가 하나로 일치되는 순간 가속도가 붙은 거죠. 셋 중 누구 하나 멈췄었다면 톱니가 맞지 않았을테니 역주행은 불가능 했을 것이라 생각해요.

카트 유저들은 정말 열정적이고, 오래된 게임이라는 자부심이 상당해요. 가끔은 다른 게임 유저들과 비교하면서 뿌듯함까지 들어요. 최근에는 정말 다양한 피드백을 받고 있는데 카트를 오래 하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는 피드백들이 많아요. 어떻게 보면 지적이라 볼 수 있지만 애정 어린 지적은 게임을 발전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주거든요. 항상 감사 드려요.

DES=카트 역주행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도록 유지하는 일이 더욱 어려울 것 같은데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조재윤=뭐든 지키는 일이 제일 어렵잖아요. 지금의 성과에 취해있기에 카트는 롤러코스터 같은 역사를 겪었어요. 지금이 가장 좋으면서도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것, 모두가 잘 알고 있어요. 우선은 초심을 잃지 않을 겁니다. 2018년, 유저들의 눈에서 바라보자고 다짐했던 그 마음 절대 잊지 않을 거에요. 항상 그 마음을 장착하고 게임을 만들어 나갈 겁니다.

물 들어 왔을 때 노 저으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 저희는 계속 물이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지 노를 어떻게 빨리 많이 저을지 연구하지는 않을 거에요. 단기간의 성과보다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꾸준히 묵묵하게 걸어나가겠습니다.

이 모든 것은 카트를 사랑해 주시고 한 번이라도 플레이 해주셨던 모든 분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항상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고민할겁니다. 앞으로도 카트가 계속 국민 게임으로 남을 수 있도록 응원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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