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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크 '크러스티' 박대희 감독 "책임감 있는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

쇼크 '크러스티' 박대희 감독 "책임감 있는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
오버워치 리그 시즌2는 샌프란시스코 쇼크의 그랜드 파이널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시즌1을 12팀 중 9위로 마감한 쇼크였기에 쇼크의 우승은 그야말로 대반전이었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반전의 주역으로 '크러스티' 박대희 감독을 꼽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쇼크에서 보여준 팀적인 완성도와 전략, 그리고 다채로운 로스터 기용까지, 박대희 감독에게는 명장이라는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박대희 감독은 2019 오버워치 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감독을 맡으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게 됐습니다.

시즌2를 마치고 대표팀의 연습이 한창이던 때에 만난 박대희 감독과 처음 코치를 시작한 순간부터 앞으로의 목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명장의 품격이 묻어나는 박대희 감독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보시죠.

◆만년 하위권 쇼크의 반전을 이끌다

오버워치 리그는 마무리됐지만 여전히 박대희 감독은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매 스테이지에 시즌 플레이오프까지 결승에 오르며 숨 가쁜 시즌을 달려온 쇼크이기에 박대희 감독은 가볍게 피로감을 토로하면서도 작년에 TV로 그랜드 파이널을 지켜봤던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은 꿈만 같다고 합니다.

"선수들과 한국에 가면 연락하지 말자고 했어요." 박대희 감독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진짜 시즌 끝나면 아무 생각 없이 며칠만이라도 쉬고 싶었는데 건틀렛도 있고 선수 영입도 있고 하다 보니 쉴 시간이 도통 없었네요."

시즌 시작 전에는 박대희 감독의 말대로 꿈이었을 것입니다. 시즌1 만년 하위권이었던 쇼크가 시즌2 이토록 압도적인 모습으로 챔피언이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을 없었을 테니까요. 지난 시즌 스테이지4를 앞두고 쇼크에 합류했을 때를 돌이켜본 박대희 감독은 당시의 고충을 밝혔습니다.

"어떻게 보면 착잡했죠. 보스턴 업라이징에서 연승을 하고 스테이지3때 쇼크로 오게 됐는데 쇼크에서 당시 성적이 5승 5패였거든요. 그때 메타에 당시 로스터로 최대한 했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래도 성적 자체는 5승 5패잖아요. 더 나은 성적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다음 시즌은 진짜 칼을 갈아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내가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진짜 하루하루 되게 스트레스 받으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스테이지4를 마친 후 비시즌 기간은 박대희 감독에게 칼을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로스터를 꾸리고 실력을 끌어올리고, 무엇보다 박대희 감독이 비시즌 기간 집중한 것은 시스템 구축이었습니다. 시즌2 쇼크가 보여준 압도적인 경기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말이죠.

"시즌1은 워낙 스타들이 많은 시즌이었어요. 스타들이 많으니 선수들이 고정으로 메인 로스터에서 계속 플레이를 하는 시즌이었죠. 그러다가 시즌2때는 다양하게 상대 팀에 따라서 혹은 전략에 따라서 어떤 선수가 투입되고, 어떤 선수는 쉬고, 벤치에 남아있고 이렇게 돼야하는데 시즌1만 봤던 선수들은 '나는 지금 다른 팀에 가면 뛸 수 있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스트라이커' 권남주 선수도, '아키텍트' 박민호 선수나 초창기 '라스칼' 김동준 선수도 이대로 벤치가 되나 하는 생각도 많이 하고 되게 불안해하더라고요. 이제는 조금이라도 시스템이 정착이 된 것 같아서 누구보다 선수들이 자기가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팀의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 됐어요. 제가 그 시스템 자체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시즌2 스테이지1의 주인공은 쇼크가 아닌 밴쿠버 타이탄즈였습니다. 쇼크는 스테이지 결승전 밴쿠버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우승을 내주었죠. 박대희 감독은 그게 당연한 결과였다고 평했습니다. "저희 팀은 그 당시 12팀 중에 9위에 해당하는 그런 팀이었고 거기에 있던 선수들이 주축이 돼서 만들어진 팀이었죠.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뉴욕 엑셀시어나 밴쿠버 타이탄즈와 우리 팀이 같은 레벨이라고 스테이지1 때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아요."

패배를 맛 본 박대희 감독은 팀의 '위닝 멘탈리티'를 끌어올리려 했습니다. "처음에 뉴욕, 밴쿠버를 만났을 때 항상 아쉽게 졌는데 선수들 말하는 걸 보면 브리핑이 거의 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아, 평소에 하던 대로만 하면 되는데 애들이 너무 상대를 존중한다고 생각했죠. 그 다음부터는 아예 상대팀을 낮췄어요. 저 팀 보다 우리가 낫다는 걸 상기시켜 주고 '우리가 누구보다 세고, 우리가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플레이하도록이요."

아직은 강팀으로 거듭나기 전인 쇼크 선수들에게 박대희 감독은 끊임없이 상기시켰습니다. "너희는 이제 더 이상 열등감 덩어리인 시즌1 쇼크가 아니라 남들이 우러러보고 두려워하는 팀이다. 그러니까 진짜 자신감, 자부심 가지고 우리의 플레이를 하자"라고 말이죠. 그리고 이런 박대희 감독의 이런 노력은 스테이지2 무실세트 전승, 전승 우승이라는 결실로 돌아왔습니다.

박대희 감독의 말처럼 쇼크는 패배를 통해 강해지고 성장했습니다. 박대희 감독도 스테이지3 준우승은 많은 것을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 결승전에서 상하이 드래곤즈를 만난 쇼크는 0대3으로 뒤진 상황에서 내리 3세트를 가져가며 3대3을 맞추는 저력을 보여줬지만 결국 7세트에서 패하며 우승을 내줬습니다. 박대희 감독은 마지막 세트를 회상하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 때 저는 개인적으로 후회를 많이 했어요. 7세트 맵이 '도라도'였는데 위도우메이커가 정말 중요한 맵이었거든요. 다른 딜러 선수들을 넣을까 많이 생각을 했는데 당장 플레이하고 있는 선수들이 3승을 따내며 기세를 유지해갔기 때문에 진짜 고민 했어요. 결국 졌으니까 실패한 거죠."

박대희 감독은 긴 고민을 통해 결론을 내렸습니다. 감독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선택을 내릴 때 흔들리지 말자고 말이죠.

"그 때 선수를 바꿨어도 졌을 수도 있어요. 근데 그런 생각이 들면서 뭔가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내가 이거 바꿔서 지면 '명장병'이다 그런 말을 들을 거라는 생각을 처음에 했는데 그리고서는 어차피 결과는 내가 책임지는 거고 내가 다 안고 가야하는 부분인거고, 사람들 신경 쓰지 말고 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독이 정말 시도 때도 없이 갈려 나가는 역할이에요. 그러다보니까 저는 맡은 자리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그 결과가 안 좋게 나왔을 때 자신을 내려놓되, 선택을 할 때 절대 대중이나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 때문에 흔들리지 말고 내 신념으로 선택을 하자라는 게 모토가 됐어요."

박대희 감독이 이런 결론을 내리는 데 영향을 준 사람은 쇼크 선수들이었습니다. "선수들이 그 경기 끝나고 다 같이 울었거든요. 그걸 보면서 너무 미안했어요. 선수들이 되게 감동적인 선수들이에요. 선수들이 자기가 못해서 지면 바로 다른 선수들에게 울면서 '나 때문에 졌다'고 하는 거예요 애들한테. 정말 그런 선수들을 보면서 이 선수들한테 피해 안 끼치게 최선을 다해서 이 선수들 안 울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패배를 거쳐 또 한 걸음을 나아간 박대희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최고의 결실을 맺었습니다. 바로 시즌2 그랜드 파이널 우승이죠. 박대희 감독은 그랜드 파이널에 대해서는 의외로 덤덤했습니다. 자신들이 준비한 전략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승리를 직감했다고 전했죠.

"솔직히 말해서 한편으론 너무 기뻤는데 그래도 한편으론 뭔가 허무했어요. 첫 맵을 하고나면 경기가 예상이 되는데 저희가 방향성을 되게 잘 잡은 걸 느껴서 저희가 이길 거라는 확신했어요."

쇼크 '크러스티' 박대희 감독 "책임감 있는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
◆"묵묵하게 뛰어준 선수들에게 정말 고마웠어요"

시즌1 런던의 성공으로 로스터의 선택과 집중이 주목됐다면, 시즌2 쇼크의 성공은 다시금 더블 로스터의 중요성을 보여줬습니다. 쇼크는 다양한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며 메타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다양한 선수들을 로스터에 두고 메타에 맞는 선수들을 기용한다는 것은 우승을 노리는 팀에게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지만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박대희 감독은 선수들과 메타에 공을 돌렸습니다.

"선수를 고루 기용하지 못한 것은 너무 마음이 아파요. 어떻게 생각하면 제 능력 부족이고 그 로스터를 구성은 제가 한 거니까 다 제 잘못이죠. 선수들을 다채롭게 뽑았는데도 겹치는 스타일이 있고, 그러면 결국은 좀 더 팀에 맞는 선수를 기용 하거든요. 아마 그러면 그 선수도 똑같이 잘 할 수 있는데 기회를 안 준다는 생각을 할 거예요.

솔직히 운도 좋았어요. 팀을 평가하거나 구성할 때 이전 시즌만 보면 안 되고 모든 시즌을 다 생각을 하고 구성을 해놔야 해요. 다채로운 조합을 다 준비 해놓자고 했고 메타도 저희에게 맞게 작용을 했죠. 만약 이게 특정 선수만 쓰는 메타였으면 저희가 이렇게 로스터를 꾸렸어도 특정 선수들만 뛰었을 거예요. 정말 이번에 메타가 이렇게 돼서 선수들 다 한 번씩은 뛰고 이 승리에 누구나 다 한 번씩 일조를 했다는 게 크나큰 행운이고 축복인 것 같아요."

박대희 감독은 로스터 운용의 시행착오도 솔직하게 밝혔습니다. 모든 일들이 그렇듯 선수단 구성과 기용 역시 생각한대로만은 되지 않았죠.

"시즌 초기에 그런 게 있었어요. 최대한 모든 선수들을 다 한 번 활용해보려 했는데 오히려 특정 맵만 뛰게 하고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그 맵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크게 돼버린 거예요. 이론상으로는 모든 선수들이 다 뛰고 특정 맵은 더 잘하는 선수를 기용하고 좋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별로 연습도 못하고 그 맵만 했던 선수가 대회를 나가면 더 긴장하고, '이 맵을 내가 무조건 이겨야 해, 내가 이 맵만 연습했어'하고 생각하다 보니까 실패했죠.

선수들이 지고 나서 펑펑 우는 거예요. 자기는 진짜로 팀을 위해서 그 맵을 이겨주고 싶은데 못 이겼다고요. 선수들이 승리에 열망이 너무 커서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제가 너무 이론적으로 생각해서 선수들 너무 피해를 줬으니까요. 차라리 그냥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고 왜 기회를 안 줬냐고 욕을 먹는 게 낫지, 그 선수가 뛰는 맵을 다 졌는데 그러다보니까 오히려 더 트라우마가 생기고 선수의 가치도 떨어지게 됐잖아요. 그런데도 묵묵하게 뛰어주는 선수들이라 정말 고마웠어요."

쇼크 '크러스티' 박대희 감독 "책임감 있는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
◆게이머에서 국가대표 감독까지, 박대희 감독이 걸어온 길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던 박대희 감독은 어느새 게임이 인생의 일부가 됐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공부하고 평범하게 살 수도 있었지만 오버워치를 하면서 정말 이 길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처음에는 팀을 도와주려 시작한 코치 일은 박대희 감독에게 꼭 맞는 일이었고 박대희 감독은 본격적으로 코치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박대희 감독의 행보는 플래시 녹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박대희 감독이 선수 겸 코치로 활동했고 이후 코치로 전향하게 됐죠. 플래시 녹스는 에이펙스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후 중국과 연이 닿아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중국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wNv의 탄생이죠. 첫 팀을 회상하는 박대희 감독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습니다.

"정말 애착이 많이 갔던 팀이에요.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바꿔가고 선수들의 스타일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팀을 키워나갔죠. 에이펙스에서 아쉽게 탈락한 후에 '비도신' 최승태 선수가 리그 오브 레전드 팀 인빅터스 게이밍의 연습생이었는데 후원사와 연이 닿아서 중국으로 가게 됐죠."

하지만 wNv와의 마무리는 좋지 못했습니다. 원거리로 코칭을 하며 노력했던 것들이 무색하게 팀에서는 경질 통보를 내렸습니다. 박대희 감독은 씁쓸함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너무 허무했죠. 내가 6개월간 키운 팀이고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든 팀인데 끝이라는 게 너무 허무했어요."

허탈한 심정으로 무너질 수 있었던 박대희 감독을 다시 일으킨 것은 자신감이었습니다. 박대희 감독은 포기하려 했던 순간 "그 팀을 만들었던 건 나"라는 오기와 자신감이 자신을 붙잡았다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저는 노하우가 있고 시스템을 잘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헥사에 갔을 때도, 보스턴에 갔을 때도 팀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죠."

"헥사라는 팀이 있었는데 그 팀이 진짜 아무것도 없고 대전에 조그만 숙소가 하나 있었어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해보자고 시작해서 선수들 밥부터 다 챙겨주면서 피드백 하고 했어요. 점점 선수들 실력도 오르고 잘 따라와 주면서 이후에 NC 폭시즈로 4강에 올랐어요. 정말 축복이었죠."

보스턴 업라이징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박대희 감독의 업적은 너무도 유명합니다. 보스턴의 리그 최초 스테이지 전승과 14연승을 이끌었고 쇼크로 옮겨온 후에는 2019시즌을 쇼크의 해로 만들었죠. 스테이지1과 준우승, 스테이지2 우승, 스테이지3 준우승을 거쳐 그랜드 파이널 우승까지 차지했습니다. 명실상부한 최고의 팀으로 자리 잡은 쇼크에게는 이제 챔피언 타이틀을 지켜내야 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박대희 감독은 챔피언의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습니다.

"챔피언이라는 자리는 그 자리를 계속 유지하는 게 제일 부담되죠. 그리고 1등을 했던 팀이기 때문에 경기를 지거나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안 돼요. 1등 팀이 2등 같은 플레이를 한다면 2등도 충분히 잘하는 플레이인데도 욕을 먹는 거잖아요. 그러다보니 정말 저 자리가 무거워질 것 같아요. 챔피언이라는 타이틀도 중요하긴 하지만은 그 자부심 하나만을 가지려고요. 더 이상 부담은 생각하지 않고 저희의 플레이를 생각하려고 해요."

부담감이라고 한다면 국가대표 자리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겠죠. 2019 오버워치 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감독을 맡게 된 박대희 감독은 "만약 지면 미국에 시민권을 요청하려고요"라는 농담으로 부담감을 드러내면서도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부담은 있지만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보고 싶은 자리고 뽑아주신 만큼 후회하지 않게 여기서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죠."

보스턴과 쇼크, 그리고 이제는 한국 대표까지. 박대희 감독이 키워낸 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유독 치열한 올해 오버워치 월드컵에 걱정이 앞설 수도 있지만 대표팀에 혼신을 다하는 박대희 감독의 모습에서 이런 우려는 없어질 듯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선수를 엄청 키우는 스타일이라서 약간 걱정이 되긴 해요. 다른 팀에 있던 선수인데 스타일을 바꾸다 보니 그 팀 코치님들한테도 미안하고 나중에 적으로 만날 때가 걱정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진짜 만만치 않다고 생각을 해서 후회는 나중에 하고 지금은 코칭에 집중하고 있어요. 선수들한테 개인적으로 피드백을 엄청 많이 하고 있죠.

선수들은 정말 하루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요. 전 지금 이 팀이 엄청 더 강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최대한 선수 한 명 한 명한테 피드백을 아끼지 않고 코치진과 매일 영상만 몇 시간씩 볼 정도로 최선을 다 하고 있어요."

쇼크 '크러스티' 박대희 감독 "책임감 있는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
◆"책임감 있는 감독으로 기억됐으면"

박대희 감독은 단순히 우승팀의 감독이 아니라 우승을 이끈 감독이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감독입니다. 자신의 코칭 스타일을 설명하는 박대희 감독의 이야기 속에서 쇼크뿐 아니라 수많은 강팀을 만들어냈던 박대희 감독의 코칭 철학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항상 이기고 있어도 전략적으로 선수들을 풀어주려고 노력해요. 경기가 막혔을 때 해답지처럼 볼 수 있게요. 왜냐면 경기장에서는 자기 컨디션이 안 나올 때도 있고 평소에 연습 경기에서 항상 이기면서 상대를 찍어 눌렀는데 그게 안 되면 플레이가 망가져요. 저희가 청두 헌터즈, 휴스턴 아웃로즈 이런 팀들과 붙을 때 실제로 그런 문제가 일어났어요. 그래서 최대한 이기고 있어도 어떤 플레이 때문에 이겼고 좀 더 전략적으로 짜인 플레이를 정하려고 해요.

슈퍼플레이를 지향하기 때문에 선수들 개개인의 플레이를 죽이지 않아요. 다만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는데 그게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의 최솟값은 줘야한다 생각해요. 그래야 자기 플레이가 안 될 때 ‘나 뭐하지?’가 아니라 ‘아, 잘 안 되네. 내가 이 팀에서 이 역할 정도만 해야지'가 될 수 있게요. 선수들이 갑자기 컨디션 난조를 겪을 때 머리 속에 제가 말했던 것이 하나라도 떠오른다면 그게 엄청난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박대희 감독의 이런 코칭은 선수들의 이해가 있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메타를 파악하고, 이에 맞게 팀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박대희 감독의 지도 아래 선수단 역시 빠르게 따라왔죠.

"코칭에 있어서 제 의견을 내는 걸 절대 두려워하지 않아요. 선수들이 게임을 할 때도 중간에 들어가서 뒤에서 소리를 지르죠. 누구보다 빠르게 메타를 파악하는 게 코치의 역할이고 파악이 됐으면 그 메타에 맞게 선수를 키우려고 노력을 해요. 그래서 선수들에게 제가 생각하는 걸 계속 얘기해주고 선수들이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갖게끔 하면 선수들이 제일 똑똑해져요. 그러다보니까 이제 의견을 나눌 때도 초반에는 제가 의견을 많이 내고 후반에는 선수들 의견을 많이 듣는 식이죠."

감독으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묻자 박대희 감독은 "책임감"이라고 답했습니다. "책임감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 코칭을 하려고 노력해요"라고 운을 뗀 박대희 감독은 "자리가 자리인 만큼 맡은 자리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해요"라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책임감을 가지고 이끌면 선수들도 따라 와주죠. 대표팀 선수들도 피드백을 할 때마나 눈이 정말 초롱초롱해져요. 그러다보니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요"라는 말에서 박대희 감독이 맡은 팀 분위기가 밝은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이뤄낸 박대희 감독에게 눈에 보이는 커리어나 명예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코치가 되고 싶은지를 묻는 추상적인 질문에 박대희 감독은 의외의 답을 던졌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최고가 아니라 제 마음 속에서 정말 최고의 코치라는 생각이 들게끔 후회하지 않을 코칭을 하고 싶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언젠간 저도 결국 솔직히 말해 몰락할 수 있어요 메타가 안 맞고 하면 그냥 중상위권에 머무를 수 있을 거예요. 저는 그래도 정말 책임감 있게 최선을 다한, 팀을 밝게 만들고 선수들이 게임을 좋아하게 만든 코치로 팬들의 기억에 남고 싶어요."

박대희 감독은 응원해주신 팬들에 대한 인사로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책임감을 드러내면서 말이죠.

"개인적으로 제가 팬이 있는지 몰랐는데 한국 건틀렛을 갔을 때 처음으로 팬분이 계시다는 걸 실감했어요. 와, 나한테도 팬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제 자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깨우치게 됐어요. 그래서 점점 더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욱 더 겸손해지고 그리고 팬분들이 응원해 주시는 만큼 성적으로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원래 코치는 성적으로 보여드려야 하잖아요."

김현유 기자 hyou0611@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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