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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루시우' 항저우 'iDK' 박호진 "좋은 영향력 주는 선수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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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 스파크의 메인 힐러 'iDK' 박호진 선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선수입니다.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환한미소와 '현실 루시우'라고 불릴 만큼 밝고 활기찬 성격은 '임덕구'라는 친근한 별명과 정말 잘 어울리죠.

물론 박호진 선수가 그 성격만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아닙니다. 에이펙스 때부터 컨텐더스, 오버워치 리그를 거치는 내내 최고의 루시우가누구냐는 물음에 그의 이름이 빠진 적이 없었으니까요. 게임 밖에서나 게임 안에서나 팀원들을 든든하게뒷받침해준 박호진 선수는 2019년 항저우의 돌풍을 이끌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박호진 선수는 경기장에서 보인 긍정적인 모습과 달리 자신의 고민과 부족함을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특유의 미소와 함께 좋은 선수에 앞서 좋은 사람이되고 싶다고 전하는 박호진 선수. 한 마디 한 마디에 그런 진정성이 담겨있기에 더욱 응원하게 되는 박호진선수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오기로 시작한 프로게이머, 꿈의 무대에 오르기까지

박호진 선수가 프로게이머가 된 이야기는 그의 개인 방송과 다른 인터뷰를 통해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여러 팀의 입단 테스트를 봤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못했던 박호진 선수는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프릭스 블루에 지원했고 '아르한' 정원협 선수의 강력한 추천으로 프로의 문을 두드리게 됐죠.

"제가 사람을 워낙 좋아해서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고 그런 걸 좋아해요. 오버워치도 친구들이랑 같이 게임을 하다가 시작하게 됐죠. 그러다가한 친구가 프로게이머를 도전한다고 해서 '네가 해? 그럼나도 해'하는 오기로 저도 프로게이머에 도전하게 됐어요."

가볍게 도전한 프로게이머라는 길이었지만 오히려 실패는 박호진 선수의 의욕에 불을 붙였습니다. 처음 봤던 입단 테스트에서 최종 탈락이 발표된 순간, 너무 아쉽고 힘이 없을 정도였지만 오히려 그 때 반드시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습니다.

아프리카에 들어간 후에는 정원협 선수가 박호진 선수의 멘토가 되어줬습니다. 박호진 선수는 "처음에는 욕도 엄청 먹고 되게 혼났어요. 원협이 형이 욕하면서 저를 키워줬죠"라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지금도 원협이 형을 존경해요. 저를 뽑아줬고 믿어줬잖아요. 그 뒤로 제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아직도 미안한 게 있어요. 다른선수들은 다 우승을 목표로 했는데 저는 4강에 갔다고 나태해졌던 것 같고, 그 때의 자세를 정말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

박호진 선수는 꿈의 무대였던 오버워치 리그에 입성한 첫 순간의 떨림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밝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면 상상도 안 되지만 박호진 선수는 첫 무대에서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장을 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리그 첫 시즌 때 저는 제가 리그에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리그에 와서도 당연히 와야 했던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무대에 서보니 '내 자리가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설렘도 있지만 떨림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게임할 때 긴장을 해본 적이 없는데 리그 데뷔전을 치를 때 긴장돼서 손도 떨리고 게임도 안 보였어요. 경기장에서 갑자기 눈물도 나고 그랬죠.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팀원들이 잘 해줘서 이겨서 정말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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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과 함께 만든 값진 4위

항저우는 오버워치 리그에서의 첫 시즌을 4위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3탱커 3힐러 메타에서 보여준 끈끈한 팀워크와 2-2-2 고정 이후 선수개개인의 성장한 기량은 항저우에 대한 평가를 한 단계 높이게 만들었습니다. 박호진 선수는 그런 2019년을 기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호진 선수는 자신도 이런 호성적을 예상치 못했다고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실제로 첫 스테이지에서 항저우는 팀에 쏟아지는 많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스테이지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죠. 박호진 선수는 이때의 문제점을 경험 부족에서 찾았습니다.

"제게 아홉 개 팀에서 오퍼가 왔는데 처음에 항저우는 생각도 안 했어요. 왜냐면 저랑 어울리는 선수가 없다 생각을 했고 그렇게 잘 할 거라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요. 항저우 오게 돼서도 많이 불안했어요. 저도 저를 못 믿었고 팀원들도저를 못 믿었던 그런 시기였던 것 같아요.

첫 스테이지에서는 경험의 차이를 많이 느꼈어요. 타 게임 선수들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는 데 '무대 경험의 차이다, 경험이 중요하다'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스테이지1 때 그걸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처음 두 경기를 이기고 '두 경기 잘했으니 나머지도 다 이기자'가 아니라 저희도 모르게 '우리 잘하네?'가 된 것 같아요. 그래도 스테이지2부터 팀원들이 다시 폼을 올려서 정말 자랑스러워요."

항저우는 스테이지2부터절치부심하며 중국 팀 중 처음으로 스테이지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물론 그 뒤에는 피나는 노력이있었습니다. 박호진 선수는 그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경험이부족하면 무대에서 어떻게든 더 해보려고 하고, 연습 시간이 부족하면 연습 경기를 늘리고, 다른 팀이 연습을 아홉 시간 하면 항저우는 열 시간, 열 한 시간을했다고. 또 그래서 2019시즌의 결과가 더욱 값지고 뜻깊었다고요.

"저는 리그 첫 시즌은 기적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항저우에는 스타플레이어가 없다는 평가가 되게 많았어요. 그런데 저희가 그걸 깨고 4등이라는 성적을 냈을 때는 전 정말 기적이라 생각했어요. 특출난선수도 없고 스타플레이어도 없는데 단지 저희의 호흡과 분위기, 노력으로만 성적을 내서요. 저의 2019년은 기적이었어요. 4등을 한 것부터 제가 국가대표가 된 것까지 전부요."

박호진 선수는 스스로에게는 "국가대표에서는 0점이었다면 항저우에서는 50점"이라는 냉정한 점수를 줬습니다.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며 만족보다는아쉬움이 컸다는 박호진 선수지만 그럼에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바라봤습니다.

"사람들의 평가도 국가대표를 계기로 한 단계 내려간 것 같아요. 씁쓸하기도하지만 그래도 내가 밟고 올라갈 사람이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오히려 최고로 평가받는 'moth' 그랜트 에스피 선수, '슬라임' 김성준 선수를 이기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또 밑에서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에게도 절대 지지 말자는 생각이 들어요."

박호진 선수는 처음 오버워치를 시작했을 때 '토비' 양진모 선수를 롤 모델로 삼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첫 한국 대표 메인 힐러였던 양진모 선수를 보여 우승보다도 앞에 국가대표라는 목표를 세웠다고요. 2019시즌 종료 후 오버워치 리그에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영감을 받은 선수로 양진모 선수를 꼽으며 한결같은존경을 표한 박호진 선수는 리그에서 자신의 롤 모델과 부딪혀 보는 경험 역시 뜻 깊었다고 전했습니다.

"아프리카 때는 존경하는 형과 같은 경기를 치렀고 그 팀한테 깨진 후에 수준 차이를 느끼고 더 배워야 한다는 자세였죠. 리그 와서는 제가 이제 서울을 세 번 이겼잖아요. 그때는 좀 '아, 나도 이제 어느 정도 비빌 위치까지 왔구나. 나도 이제 이 형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자리까지 왔구나'하는 느낌이들었어요. 이제 그렇게 형을 좋아하고 종격하는 선수가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보여줄 수 있는 느낌? 진모 형은 정말 같은 포지션으로서 아직도 정말 존경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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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의 '모범'을 꿈꾸다

박호진 선수가 프로게이머가 된 데는 부모님이 큰 힘이 됐습니다. 꿈이 없어서 고민이었던 아들이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하자 부모님은 단번에 그 꿈을 응원해주었죠. 숙소 생활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자 '네가 하고 싶은 게 생겼는데학교만의 이유로 막고 싶지 않다'는 말로 자퇴를 지지해 주셨죠.

박호진 선수는 비단 선수로서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부모님께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박호진 선수가전하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자 그가 어떻게 이런 성격이 됐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었으니까요.

"옛날부터 부모님은 저에게 크게 바라시는 게 없었어요. 딱세 가지, 인성과 예절, 인사성만 바라셨죠. 공부하라고 하시는 말도 없었고 항상 책 많이 읽어라, 어디 가서어른들 앞에서 인사만 잘해도 반은 간다고 말씀하고는 하셨죠.

가끔은 어른들 앞에서 착하게 하는 게 내 모습인가, 아니면 친구들 앞에서 말을 쉽게 하는 게 내 모습인가 헷갈리기도 했어요. 결국그걸 잘 조절하지 못해서 이제 팬 분들 앞에서 실수도 했죠. 거기에 대해서 자책을 하고 이젠 절대 안그래야지, 하면서 많이 조심하고 있어요."

박호진 선수는 대회에서 보인 것처럼 마냥 밝기만 한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분위기를 띄우고, 팀원들이 고민을 누구보다앞장서서 듣고 해결해주려 했지만 막상 자신의 고민들은 혼자서 끌어안고는 했죠.

"제가 사람들에게 보이는 직업이다 보니까 팬 분들이 저를 봤을 때 제가 우울해있거나 안 좋은 모습으로 있을 때면 걱정을 하실 수도 있고 '어? 쟤는 왜 이렇게표정이 안 좋아?' 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웃고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해요. 그래야 이제 팬 분들도 '져도 다음에 잘하면 되지' 이렇게 되고, 제 안 좋은 모습은 저만 알고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경기 중에 실수를 하고 그런 모습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보여주게 될 때는 뭔가 발가벗은 느낌이에요. 속상하고, 아쉽고, 이러면 안됐는데 하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도 그 생각은 저만 갖고 있는 거죠. 사람들에게는 웃으면서 인사하고 분위기를 띄우고요. 그래서 친구들이 놀라요. 너 이미지가왜 이렇게 좋냐고요(웃음)."

모범생, 외골수라는말이 절로 떠오르는 박호진 선수는 정말로 모범이 되는 게 자신의 목표 중 하나라며 웃었습니다. 박호진선수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페이커' 이상혁 선수처럼, 오버워치의 모범이 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웃으며 "쉬운 길이 아니지만 그렇기 때문에 해야 하는 거죠"라고말하는 박호진 선수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팬들에게나 관계자들에게나 언제나 밝고 명랑한 선수로 평가받는 박호진 선수였기에 그 뒤에 이런 고민들이 있다는 것은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어려운 길, 끊임없는 노력을 선택한그의 행보가 더욱 멋져 보입니다. 박호진 선수는 계속해서 관계자들도 팬들도 자신을 밝은 선수로 생각해줬으면한다고 전했습니다.

"제가 게임을 하는 동안은 계속 많은 분들이 저를 밝은 선수, 성격이좋은 선수로 평가해주셨으면 해요. 실력적으로는 부족할 수 있어요. 실력은언젠가는 떨어질 수도 있고, 계속 게임이 잘 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실력으로는 까여도 사람으로서는 까이지 말자고 생각하고, 사람으로 좋은 선수가 되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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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마음에 새긴 세 가지 목표

2020시즌, 항저우는 첫 해의 성공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봤습니다. 더 올라갈 수 확고한 믿음, 그 뒤에는 항저우 팀원들 간의 굳은신뢰와 팀 게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습니다.

"저는 게임 실력보다도 사람이 먼저라 생각을 해요. 결국게임을 잘해도 인성이 안 좋으면 그 팀은 잘되지 못한 팀이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서로를 믿어요. 저도 '갓스비' 경보형을 믿고, 경보 형도 '아도라' 재환이를 믿고, 재환이도 '베베' 희창이를 믿죠.

그래서 기대가 돼요. 이팀에서는 더 잘 할 수 있다, 4등보다 더 잘 할 수 있다, 지난시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분위기는 1등이라고자부할 수 있으니까 그 분위기와 시너지로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시즌 목표도 당연히 우승이었습니다. "무조건 우승"이라고 운을 뗀 박호진 선수는 "4등까지 하면서 무대 경험을 이정도 쌓았으면 이번 시즌 우승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라며 2020시즌 각오를 다졌습니다.

2020년 개인적인 목표를 묻자 박호진 선수는 밝게 웃으며 휴대폰에 적어둔 글을 보여줬습니다. 리그 우승하기, 팀원들 더 이끌기, 인성 좋고 실수 안 하는 선수가 되기. 틈틈이 보며 스스로가 나태해지지 않도록 되새긴다는박호진 선수의 목표들은 정말로 그답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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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일단 사람들에게 박호진이 누구냐고 했을 때 '그선수? 인성 바르고 착한 애'라는 이야기를 듣는 선수가 되기. 두 번째는 리그 우승하기. 그리고 세 번째는 사람들이 나를 통해바뀔 수 있는,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에요. 저만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남도 잘되게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걸 적어두고제가 좀 나태해지거나 게을러지거나 할 때 한 번씩 보는 거죠. 이거 적었을 때가 언젠데 너 또 이러고있냐, 하면서요."

선수 생활의 궁극적인 목표는 당연히 최고였습니다. 최고의 선수가 되는 것. 여기에 덧붙여 박호진 선수는 "최고가 됐을 때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게 이 악물고 더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 함께 하는 선수들과 꼭 우승을 하고싶다고 말하는 박호진 선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굳은 결의가 담겨있었습니다.

박호진 선수는 마지막으로도 다시 한 번 이런 자신의 목표를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그의 말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과 의지는 앞으로 박호진 선수의 여정을 함께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했죠.

"제가 말을 할 때 부족할 수 있어요. 왜냐면 저는 열아홉살에 프로게이머가 됐고 완벽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저도 지금 사회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우는과정이라고 생각을 해요. 제가 좀 부족할 수 있어도 응원해주신다면 그 만큼 더 노력하고 더 좋은 사람, 좋은 어른이 되겠다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김현유 기자 hyou0611@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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