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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전용준 캐스터 "듣보잡에서 1위까지 팬 덕분"

"스타리그 우승자, OOO!"

전용준 캐스터의 목소리가 스타리그 결승전 무대에 울려 퍼지면 그 자리에 있던 프로게이머는 물론, 현장 관람객이나 시청자 모두 짜릿하다. 데일리e스포츠가 창간 기획으로 설문한 바에 따르면 프로게이머가 가장 선호하는 캐스터 부문에서 102표를 얻어 2위와 압도적인 표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프로게이머들은 "전용준 캐스터는 경기를 보는 재미를 배로 늘려주는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관중의 환호성을 자유자재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캐스터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프로게이머가 뽑은 최고의 캐스터 전용준과 만난 것은 어느 수요일. 스타리그를 준비하기 위해 2시간 전부터 경기장에 나온 그와 대화를 나눴다.

전 캐스터는 그 어떤 1위보다 소중하다며 연신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이 뽑은 1위이기에 감회가 남다르다고.

"캐스터로서 팬들에게 신뢰를 주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가장 큰 행복입니다. 그래서 프로게이머가 뽑은 최고의 캐스터라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네요. 사실 조금 걱정했거든요. 선수단이나 게임단에 내 이미지가 어떻게 자리잡았을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운 좋게 좋은 콘텐츠의 캐스터를 7년이 넘도록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이라며 겸손해 하던 전 캐스터. 하지만 처음부터 전 캐스터가 인기를 끌고 각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제가 첫 캐스터를 맡았을 때가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그때 인터넷에서 '저 놈 누구냐', '빨리 없어져라'등 별의별 소리를 다 들었습니다. 다른 콘텐츠를 진행했을 때와 너무 다른 반응이어서 힘들었죠. 한편으로는 내가 왜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하나 회의가 들기도 했구요."


그때 포기했다면 지금의 전용준도 없었을 것이다. 한창 욕을 먹으면서도 전 캐스터는 장단점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채찍질 했다. 팬들의 동향, 선수들의 심리 상태까지 파악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 좋은 결실을 맺은 것. 전 캐스터는 그 시기가 스스로 가장 많이 성장했을 때라고 회상했다.

수많은 우승자와 우승팀의 이름을 외쳤던 전 캐스터.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누굴까. 그는 온게임넷에서 두 번째로 진행한 스타리그인 스카이 스타리그 2002의 결승전에서 우승한 박정석을 꼽았다.

"제가 제일 처음 진행했던 결승전은 네이트온 스타리그였어요. 월드컵과 겹치는 바람에 흥행에 실패했는데 저는 그게 괜히 제 탓 같았어요. 모든 상황이 똑같고 캐스터만 바뀌었던 대회였거든요. 그래서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후회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두 번째로 진행했던 스카이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대박이 터졌어요. 박정석과 임요환이 맞붙었던 결승전이었는데 비가 왔음에도 많은 팬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켜주셨어요. 경기도 재미있었고요. 운이 정말 좋았죠. 또한 프로토스의 영웅 박정석이 탄생하기도 했죠. 이렇게 멋지고 전설적인 경기를 중계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는 일이었습니다."



전용준 캐스터 혼자 무대를 지켰다면 얼마나 생뚱맞았을까. 그의 베스트 파트너 두 명이 있었으니 엄재경, 김태형 해설 위원이다. 이들은 '엄전김 트리오'라 불리며 스타리그를 최고의 콘텐츠로 만들어 놓았다.

"셋이 멋진 중계를 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에요. 사물 하나를 보더라도 셋의 의견이 모두 다르거든요. 오히려 그것이 잘 조화되며 경기를 보는 즐거움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다름 속의 조화'가 시너지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할까요. 두 해설 모두 최근 흐름이나 팬들의 동향을 살피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항상 배우고 있죠."

누구보다 e스포츠에 오래 종사했던 전 캐스터이기에 요즘 일각에서 흘러 나오는 e스포츠 위기론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10년 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이유로 위기론이 거론됐고 매 해마다 e스포츠 위기론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라는 단어에 집착하지 말고 발전하기 위한 '고민'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전 캐스터의 생각이었다.

"e스포츠가 처음 태동했던 1999년에도 e스포츠 위기론은 존재했습니다. 그 때는 스타크래프트 하나 만으로 1년도 유지하기 힘들다며 위기론이 나왔어요.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하는 e스포츠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결국 '위기론'의 실체는 더 발전시키기 위한 '고민'이었던 거죠. 지금 거론되고 있는 '위기론' 역시 더 나은 리그를 만들기 위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봅니다."

명쾌한 해답을 내놓은 전 캐스터는 e스포츠를 '마술 상자'에 비유했다. '팀 단위 리그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몇몇 관계자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했던 것이 프로리그와 팀리그로 현실화됐고 다른 종목도 리그가 열려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면 다른 종목으로 리그를 열고 활성화됐다.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라고 꿈꾸는 일들이 모두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며 마술상자라 했다.



"2009년 바람이요? 정말 2008년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제 바람대로 이뤄지지 않고 항상 더 발전되더라고요(웃음). 전에도 그랬듯 e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항상 위기론은 존재하고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과정을 되풀이 하며 최고의 문화 콘텐츠로 성장해 나갈 겁니다."

캐스터로서 스타크래프트2 출시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전 캐스터는 "스타크래프트2는 무조건 잘 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동안 외국에서 관심이 있는 게임과 국내 리그에서 중심이 되는 게임이 달라 'e스포츠의 글로벌화'가 쉽지 않았는데 스타크래프트2가 이 고민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단다.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세계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축적된 노하우로 성공한 리그를 만든다면 'e스포츠 글로벌화'와 'e스포츠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일은 쉽게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전 캐스터의 설명이다.

"스타크래프트2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입니다. 지금까지 e스포츠를 이끌었던 협회, 방송국, 기업팀, 선수단, 매체 등이 모두 협력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새로운 도전 과제가 생기니 벌써부터 설레네요."

앞으로의 소망을 물어보는 질문에 전 캐스터는 전혀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앞으로 제가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은 것이 소망입니다. 계속 게임을 중계하고 싶고 지금 하던 일을 나이 먹어서 계속 하고 싶어요. 아주 쉬운 목표 같지만 참 어려운 목표이기도 합니다. 내가 속한 e스포츠계가 더욱 발전해야만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겠죠. 결국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소망이지만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믿습니다."

전 캐스터는 자신을 '밴드 웨고너(무임승차객)'이라 불렀다. 하던 일을 계속했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의 노력 덕에 e스포츠 위상이 올라갔고 그의 위상도 올라갔다며 흐뭇해 한다. 앞으로도 계속 무임승차하고 싶다며 너털 웃음을 짓는 전 캐스터의 모습에서 e스포츠가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읽을 수 있었다. '맡은 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겸손의 미학 덕이 아닐까.

"제게 또 하나의 협상 카드를 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나중에 온게임넷과 계약할 때 '프로게이머가 뽑은 최고의 캐스터'라는 명함을 내밀면 유리하지 않을까요(웃음)? 아무튼 부족한 저에게 이런 큰 사랑을 주신 프로게이머와 팬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발전하고 노력하는 캐스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스포츠 파이팅!"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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