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게이머를 포기하고 싶었다고 고백한 문성진은 다시 프로게이머로 명성을 얻을 수 있기까지 힘든 일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앞으로 더 가야할 길이 많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고 다시 출발선에 섰다고 한다.
문성진은 2007년 드래프트를 통해 하이트 유니폼을 입었다. 아마추어에서 승승장구한 실력을 바탕으로 입단했기 때문에 프로로 입문한 뒤에도 성공하겠다는 자신이 넘쳤었다고 한다. 하지만 곧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프로게이머가 된 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연습을 도와주며 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도 했지만 사실 '예선전도 통과하지 못하며 무슨 프로게이머냐'라고 자책을 많이 했어요. 1년 여 동안 예선전만을 바라보고 연습을 했는데 단 한 번도 통과하지 못해 프로게이머가 과연 내 길일까라는 의심을 가졌어요."
문성진의 첫 번째 시련은 이렇게 다가왔다. 2006년 문성진은 용돈벌이로 참가한 '수원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뒤 당시 하이트 코치였던 현 이스트로 오상택 코치의 부름으로 프로게이머가 됐다. 하지만 아는 이 한 명 없는 곳에서 숨 막히도록 연습만 하는 것이 쉽지많은 않았다고.
"(이)승훈이 형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프로게이머를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당시 여러 연습생들이 팀에서 나가는 타이밍이었기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려 저도 그만둘 수 있었죠. 2008년 첫 예선전까지만 해보자라고 마음을 먹었었어요."
문성진이 여느 선수였다면 마지막 예선에는 참가의 의의만 두고 될대로 되라는 식의 경기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성진은 보통내기가 아니었고, 먹고, 자는 시간만 빼고는 PC 앞에 붙어 있었다고 한다.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후회는 남기지 말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미친듯이 연습에 매달렸고 예선장으로 향했습니다."
결과는 현재까지 프로게이머를 하고 있는 것으로 대신 말해줄 수 있다. 문성진은 MBC게임 예선을 통과했고 서바이버 리그와 MSL까지 올라서며 승승장구했다. 또 박찬수의 이적과 함께 프로리그 출전기회도 잡으며 탄탄대로를 예상했었다고.
"하지만 아우토반이 될 것만 같았던 길은 곧 막다른 길로 변했어요. MSL에서 떨어진 뒤 다시 예선으로 돌아갔고, 프로리그도 패배가 쌓이며 동생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죠.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간 것이었어요."
패배감과 자괴감에 빠진 문성진은 이때부터 자신의 삶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기력증에 빠지며 연습도 줄었고 성적은 더욱 나빠졌다. 이제서야 진짜 은퇴의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또 다시 예선 대진표가 공개됐어요. 이번 박카스 스타리그 2009 예선 대진이었죠. 갑자기 하늘이 열리는 것 같았고 마지막 찬스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성진은 1년 전에 했던 연습을 또 했다고 한다. 1년 전의 연습으로 실력을 늘렸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신감까지 더해져 예선통과에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제가 예선을 통과하자 다시 '듣보잡'이라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제가 듣보잡이 맞았죠. 하지만 모든 힘을 스타리그에 집중시키고 절치부심했습니다."
◆진영수를 통해 알게 된 '스타크래프트'
문성진은 고향이 전라북도 익산이다. 남창 초등학교에서 5학년까지 다니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했는데, 그 남창 초등학교는 STX 진영수의 모교이기도 하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어렸을 때 영수랑 친했던 것 같아요, 서로 집이 가까이 있어서 영수 집에서 많이 놀기도 했죠. 스타크래프트도 진영수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둘 사이는 초등학교 인연으로 끝이었고 이후 프로게이머가 된 진영수와 아마추어 문성진은 단 한 경기를 치렀다고 한다. 문성진은 한동안 스타크래프트와 동떨어 지냈다. 학업에 열중하던 고2 친구들과 PC방에 들렀고 오랜만에 만난 스타크래프트에 빠져들고 말았다.
"사실 집에서는 고등학교를 마친 뒤 대학에 가길 원하셨죠. 그런데 수시원서를 접수한 전북대학교에서 떨어졌어요. 너무 상심이 커서 다른 학교는 보지 않았어요. 그때 용돈을 벌기 위해 나선 아마추어 대회에서 상위권에 들었어요. 그리고 준프로게이머 자격을 주는 수원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문성진은 고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을 앞둔 3일전부터 숙소에 합류했다. 사실상 고등학교를 마친 뒤 프로게이머를 시작했다. 10대 중반부터 프로생활을 하는 여느 선수들과 달리 고등학교를 마쳐 이례적이었다.
"고등학교 생활을 뒤돌아보니 선생님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쌓을 수 있는 전인교육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포기하고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자신의 삶 중 일부를 포기했으니 다들 잘 됐으면 좋겠어요."
◆힘들고 지칠 때 위안 되는 선수 되고파
문성진은 박카스 스타리그 2009에 참가하면서 4강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전 제 실력으로 4강에 올랐다고 생각을 하지 않아요. 주위에서는 운도 실력이라며 칭찬을 해주시지만 아직 멀게만 느껴지고 있습니다. 4강전에서 (박)명수형에게 패한 뒤 '난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성진은 '그래도 난 될 수있다"고 마음을 고쳐먹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연습시간을 늘리며 실력을 더 쌓을 수 있도록 힘을 내고 있다고. 최근 라식 수술을 감행한 것도 스스로 변화된 모습을 찾았던 것이고 새로운 힘을 얻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한다.
"정말 프로게이머로 화려하게 지내는 선수들은 몇 안 되잖아요. 지금에서야 저도 관심을 받고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 역시 무명이었고요. 제 목표가 있다면 그런 선수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싶다는 것이예요."
문성진은 어느새 팀에서 박명수에 이어 두번째로 나이가 많은 선수가 됐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조언을 듣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동생들이 힘들어하고 지쳐 있을 때 조언을 주는 선수가 됐다고.
"제가 동생들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 있어요. '나도 이렇게 하고 있는데 네가 못하겠냐'라는 말이예요.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자신의 모든 힘을 짜낸다면 못 이룰 꿈도 없을 것 같아요. 앞으로 제가 그것을 증명하고 싶기도 하고요."
문성진은 이와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했다. 정말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고 그것을 위해 노력을 한다면 하늘이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두 차례 그만두려고 했을 때 마지막을 붙잡았고 그 노력에 보상을 받았다고 한다.
◆신상문 본 받아 성공할 것
최근 문성진은 신상문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부족한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팀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상문을 '공부'하고 있다.
"(신)상문이는 동생이지만 배울 것이 정말 많은 선수예요. 제가 연습 때 좋은 성적을 내는 편이 아닌데 연습방법도 조금 느슨한 것 같아요. 아마 상문이는 프로게이머 중에서 연습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선수임에 틀림 없어요. 그 점을 배우려고 합니다."
문성진에 따르면 신상문은 연습시간을 2시간을 줘도, 10시간을 줘도 똑같이 능률적인 연습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을 쪼개고, 활용하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문성진이 신상문의 연습방식을 따라간다면 본인 역시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스타리그를 진행하며 제 사인을 받아가는 팬도 늘었고, 팬미팅에 참석하는 인원도 늘었어요.이제 기대를 받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죠. 프로게이머 중에는 신인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가며 성공하는 선수가 있지만 저처럼 무명에서도 의지와 노력으로 성공하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사랑해주시고 기대해 주세요.
오상직 기자 sjoh@dailyesports.com
사진=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