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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인터뷰] 강민-박용욱의 유쾌한 수다(2편)

[더블 인터뷰] 강민-박용욱의 유쾌한 수다(2편)
*1편에서 계속

◆박정석
데일리e스포츠(이하 DES)=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박정석과 겹치는 에피소드가 많은 것 같다. 박정석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달라.

박용욱=박정석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많다. 한빛 스타즈에서 함께 활동할 때 박정석과 라이벌 관계이면서도 친구로 편하게 지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해도 끝이 없다. 부산 출신으로 이재균 감독과 강도경 선배와 함께 팀을 꾸렸죠. 제가 한빛소프트 스타리그에서 느닷없이 4강에 진출했고 이후 공부를 하겠다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 정석이가 만류했죠. 1년 뒤에 정석이가 스타리그 우승을 했고 저에게도 많은 자극이 됐어요. 돌아오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는 정석이의 우승이기도 했죠.

강민=정석이랑 비슷한 시기에 KTF 매직엔스(현 KT 롤스터)로 이적했어요. 소속팀이 달라 친분이 없어 초기에는 서먹서먹했지만 같은 팀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많이 친해졌죠. 정석이가 오면서 역할 분담이 가능해졌습니다. 정석이가 팀플레이를 거의 맡아 하면서 저는 개인전에 치중할 수 있었고 전략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일 수 있었죠. 프로리그에서 KTF가 정규 시즌 23연승을 할 때 정석이가 없었다면 그 성적이 나올 수가 없었죠. 물론 진호나 용호, 정민이도 팀플레이에서 정말 열심히 해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박용욱=오늘 더블 인터뷰가 아니라 정석이도 같이 있어서 트리플 인터뷰였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얼마전에 휴가 나왔다는데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들어가 버렸어요. 제가 WCG 한국 대표 선발전 해설을 한다고 정석이가 상황을 봐준 것 같네요.

강민=저도 정석이가 공군에 입대한 이후로는 사적인 자리에서 본 적이 없네요. 워낙 자기 관리를 잘하는 친구여서 술도 잘 안 마시고...

DES=아까 강민, 박용욱 해설위원이 선수로 활약할 당시에 서로간의 긴장 관계가 존재했다고 했습니다. 초창기에는 박용욱 해설위원이 강민 해설위원만 만나면 긴장하면서 경기했지만 성적은 오히려 좋았다고 했고 2005년 후반기부터는 상황이 역전되었다고 했죠. 그러면 박정석 선수와의 상호 관계는 어떤가요. 선수로서.

박용욱=저는 정석이한테 항상 억눌려 있었죠. 한빛 소속으로 활동할 때 서로 연습을 도와주다 보면 제가 뭘 해도 정석이를 넘지 못하는 거에요. 그래서 팀이 달라진 이후에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에요. MSL에서 다크 아콘을 썼을 때 있잖아요. 그 전까지 상대 전적에서도 제가 많이 뒤져 있었어요. 한 번도 못 이겼을 걸요. 아마도.

[더블 인터뷰] 강민-박용욱의 유쾌한 수다(2편)


강민=정석이와는 대등했어요. 마이큐브 스타리그 4강전 때가 기억이 나는데요. 치고 받는 난타전이었죠. 첫 세트는 제가 이겼고 두 세트를 내리 정석이가 이겼고 막판에 역전승했죠. 결승전에서 용욱이를 만나는 발판이 된 경기였어요. 그렇게 보니까 제가 용욱이를 키웠던 것처럼 정석이가 저를 키웠네요. 하하하.

박용욱=누가 뭐라고 해도 당시 프로토스의 대표 선수를 꼽자면 박정석이었어요. 이전에 종족 최강전이라는 프로그램이 MBC게임에 있었는데 정석이가 연승을 굉장히 많이 오래 하면서 새로운 스타로 떴죠. 그리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스타리그에서 우승하면서 '프로토스=박정석'이라는 등식이 성립됐죠. 저와 강민 선배는 유명세나 인지도로 보면 정석이보다 한참 아래 쪽에 있었어요. 따라잡아야 하는 입장이었죠.

강민=아까 말씀드릴 때 제가 "용욱이는 내 상대가 아니었다"는 말의 연장선인데요. 솔직히 말해서 용욱이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박정석이라는 원톱이 있었기 때문에 그를 따라잡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죠. 심리적으로 삼각 관계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서로 물고 물리는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해설자도 꿈 꾼다
DES=박정석이 현장에 없어 정말 아쉽다.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은데 화제를 돌려보자. 해설하면서 어려운 점과 만족스러운 점을 느꼈을 텐데...


강민=용욱이보다 먼저 해설자 일을 시작했으니 제가 먼저 말을 해볼게요. 저는 해설을 하면서도 꿈을 꿔요. 선수 시절 별명이 '몽상가'였잖아요. 해설자가 되어서도 이런 습성이 남아 있어요. 선수들의 경기를 해설하다 보면 어떻게 진행할 것 같다는 예측을 하잖아요. 저는 특이한 방향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프로토스가 테란과 경기를 할 때 시타델오브아둔을 먼저 건설하면 다크 템플러 드롭보다는 아비터쪽으로 갈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하죠. 패스트 아비터 전략이 잘 통할 때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선수는 다시 로보틱스를 건설하고 옵저버를 뽑은 뒤에 아비터를 생산합니다. 그러면 시청자들은 "강민의 감이 많이 떨어졌다", "화면 좀 보면서 해설하라"고 비난하죠.

선수 시절에 제가 그렇게 플레이를 해서 이기면 팬들은 "강민답다", "도전 정신이나 모험심이 살아 있는 선수다"라고 평가했거든요. 졌을 때는 저도 비난을 듣지만 이기면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는 이야기에요. 어찌 보면 선수가 해설자보다 편해요. 말도 안된다는 전략을 써도 이기면 인정해주니까요. 그렇지만 해설자는 꿈을 꾸면 안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하나씩 짚어가면서 선수의 의도를 풀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요.

박용욱=제가 강민 선배와 다른 점은 코치를 거쳤다는 것입니다. 1년6개월 정도 코칭스태프로 활동하면서 선수들의 성향을 파악했는데 요즘 선수들은 도전 정신이 별로 없어요. 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실험이나 모험을 하려 하지 않습니다. 예전보다 소심해졌다고 할 수도 있고 창의력이 떨어졌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만큼 스타크래프트에서 더 이상 나올 수 있는 전략의 가지수가 줄었다고 할 수도 있겠죠.

코치 시절 선수들의 연습 장면을 지켜보다가 불현듯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어요. SK텔레콤 최연성 코치가 저그를 상대로 메카닉 전략을 고민하던 것을 예로 들어 볼게요. 테란 선수에게 저그전에서도 메카닉을 활용할 수 있다라고 던져줘요. '입구를 막고 벙커로 초반 러시를 막은 뒤에 팩토리를 올려서 벌처로 저글링을 잡아주거나 드론을 견제한 뒤에 발키리나 골리앗으로 넘어가면 될 것 같다'라고 말하면 선수들의 반응은 둘로 나뉩니다. '바이오닉 할게요'라고 단정 짓는 선수와 '같이 고민해보죠'라는 선수로 구분이 되죠. 코치 입장에서 어떤 선수와 더 호흡을 맞출까요. 당연히 후자에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고 하는, 소위 꿈을 꾸는 선수들에게 더 붙어 있으려 하죠. 그러다가 답을 찾은 케이스가 정명훈 선수입니다.

강민=요즘 선수들의 연습 환경이 각박해진 것도 상상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프로게임단이 많은 선수를 보유하면서 랭킹전 결과를 통해 출전 선수를 결정하잖아요. 특히 프로리그는 팀의 명예가 걸려 있기 때문에 더욱 랭킹전 결과가 중시되는데, 그 자리에서 특이한 빌드 오더를 쓰면 이기든 지든 그 선수는 지적을 당할 때가 많아요. 선수들한테는 "날빌(날카로운 빌드) 쓰지 마라", 코칭스태프로부터는 "기본기가 중요하다"라는 말을 듣죠. 그러면 창의성은 사라지는 거에요.

박용욱=지난 광안리 결승전에서 SK텔레콤은 기본기보다는 전략에서 앞섰기 때문에 승리했다고 봅니다. 이제동과 정명훈의 마지막 에이스 결정전이 좋은 사례죠. 상상력을 발휘할 줄 아는 팀과 기본기에 충실한 팀의 대결에서 상상력이 승리한 거에요. 요즘 선수들은 모두 기본기를 갖고 있거든요. 참신한 아이디어를 누가 갖고 있고 실전에서 사용할 용기가 있느냐가 변수가 되는 거죠.

[더블 인터뷰] 강민-박용욱의 유쾌한 수다(2편)


◆에피소드
DES=분위기가 매우 진지해졌다. 환기하는 차원에서 해설자로 활동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알려달라.


강민=저는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네요. 지난해 이맘 때 MBC게임의 해설자로 인사드린 것 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노래 제목 처럼 벌써 1년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에피소드는 이미 방송으로 거의 다 나왔어요. MBC게임에서 프로리그 세트 사이마다 보여주는 '리얼 중계석' 있죠?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팬들에게 많이 보여졌죠.

박용욱=1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WCG 한국 대표 선발전이 1주일에 4일 이상 방송을 해서 참 많은 에피소드를 낳은 것 같아요. 일단 '혈압 해설'이라는 별명을 얻었죠. 시작부터 끝까지 하이톤을 고수하다 보니 팬들이 '혈압약 사드려야 겠어요'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장기전이 언제 나올지 모르니 화장실과 관련한 이야기도 회자되고 있더라고요. 지적도 많지만 사랑도 많이 받고 있어요.

강민=한승엽 해설 위원, 김철민 캐스터와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한승엽 해설 위원과의 에피소드를 소개해 드릴게요. 한승엽 해설 위원이 유닛이나 건물 이름을 말할 때 뒷말을 '먹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 말하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까 침 삼킬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유닛 이름이 이상해지죠. 한 해설이 성큰 콜로니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다가 숨을 돌리려고 침을 삼켰는데 다음 말이 안 나오는 거에요. 그 말을 제가 이어 받다가 다크 템플러를 '다큰 템플러'라고 발음한 적이 있거든요. 한 해설과 김 캐스터가 이걸 듣고 뻥 터진 거에요. 두 분 다 말을 못하고 웃는 상황에서 제가 말을 이어야하는데 저도 터진 거죠. 셋이 소리는 내지 못하고 웃으면서 '다큰이래', '다크 템플러가 다 커서 나왔어'라며 배꼽을 잡았던 기억이 나요.

박용욱=생중계만 하면 뇌의 활동이 정지되는 것 같아요. WCG 중계하다가 벌처가 상대 진영에 들어간 경우가 있었어요. 벌처 4기가 들어가서 마인을 매설하는데 제가 "4기가 3개씩 마인을 심을 수 있으니까 16개가 매설되겠죠"라고 말한 거에요. 저는 곱셈 잘한 줄 알고 무덤덤하게 넘기는데 실시간 중계 보시는 분들이 난리가 난거에요. '박용욱 해설 곱하기도 못한다', '4X3=16이래. 새로운 곱셈 공식 나왔다'라는 글이 올라온 거죠. 그래서 삽시간에 '곱셈도 못하는' 해설 위원이 되기도 했죠.

강민=마인과 관련해서는 저도 에피소드가 있어요. 보통 '마인을 심는다', '매설한다'이렇게 표현하잖아요. 어느날 방송에서 마인을 '배설한다'라고 말하는 바람에 또 터졌죠. MBC게임 중계진은 이런 게 터지면 키득키득하느라 말이 잘 안 나와요. 가끔 중계가 잠잠할 때면 웃음이 크게 터진 상황이라 생각하시면 되요.

박용욱=해설자 준비를 하는 동안에 양 방송사 경기를 모두 시청하고 해설자들의 특징과 캐스터의 특징을 분석했는데요. 어떤 분인지 몰라도 '스포닝풀'을 '스폰지풀'이라고도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때 터졌어요.

[더블 인터뷰] 강민-박용욱의 유쾌한 수다(2편)


◆상호 평가
DES=(한참을 웃다가) 정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습니다. 기자들도 경기를 보면서 기사를 쓰려고 하다가 그런 사고가 터지면 배꼽을 잡고 웃는데... 생방송하다 웃음 터지면 난감할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해서 평가를 한 번 해보죠. 선수 시절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니 해설자로서의 강민, 박용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강민=앞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박용욱 해설 위원은 어딘가에서 해설자를 하다가 온 것 같아요. 말이 빠르고 사투리를 쓴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지만 차차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한 발 앞서 상황을 예측하는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긴장하지 않는 점도 훌륭하고요.

박용욱=강민 선배가 쿨하게, 대장부처럼 평가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후배가 선배를 평가한다는 것이 말이 안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울 점이 있다면 3인 해설 체제에서 강민 선배가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배우고 싶습니다. 제 데뷔 무대를 생각해보면 김태형 해설 위원과 전용준 캐스터가 배려해준 덕분에 저는 마음껏 소리지르고 뛰어 놀았던 것 같아요. 서서히 저도 다른 분들과 보조를 맞추는 법을 배우려고 하는데 강민 선배가 모범이 되어주고 있어요.

강민=용욱이한테 부러운 점이 있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중계를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저는 시작부터 3인 중계진이었고 지금도 정규 리그 중계는 세 명이 하거든요. 그런데 용욱이는 2, 3인 체제를 모두 경험하고 있잖아요. 메인 해설이 되었다가 보조를 맞춰주는 역할도 하고 있고 다양한 방식을 체득하고 있지요.

박용욱=디테일한 질문을 하나 해도 될까요.

DES=하세요.

박용욱=강민 선배나 저나 프로토스로 선수 시절을 보내다가 해설자가 되었잖아요. 저그나 테란은 어떻게 공부를 하시는지 궁금해요.

강민=프로로스라면 플레이어의 입장을 100% 대변할 수 있지만 다른 종족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에요. 제가 테란이나 저그로 플레이해봐도 세밀한 것 하나까지 모두 알 수는 없거든요. 그렇지만 현장에서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연습실을 방문해서 궁금한 점에 대해 물어본다면 100%에 다가갈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저는 KT 숙소를 자주 갔죠.

박용욱=저는 저그와 저그의 경기가 가장 중계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드론 한 기에 의해 승부가 갈리는데 전체적인 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어렵잖아요. WCG 대표 선발전을 하면서 이제동과 박찬수가 경기할 때 정말 스피디하게 진행되면서 따라가기가 어렵더라고요. 해설자라면 내면까지 시청자들에게 전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저그전은 정말 난해해요.

강민=저그전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해설자 가운데 저그 출신이 거의 없다는 것도 정보 교류와 확보에 어려운 점으로 작용하기도 하고요.

[더블 인터뷰] 강민-박용욱의 유쾌한 수다(2편)


DES=앞으로 어떤 색깔을 가진 해설자가 되고 싶은지 한 마디씩하고 인터뷰를 정리하죠.

박용욱=어떤 색인지는 몰라도 박용욱만의 컬러를 갖고 싶어요. 선배 해설위원들은 모두 색깔이 있잖아요. 그들과 차별화된 무언가를 가져야 시청자나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혈압 이상의 무언가를 찾아야죠(웃음).

강민=해설하는 도중에 꿈을 꾼다고 했잖아요. 꿈같은 해설을 그대로 현실로 보여주는 선수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요즘 경기를 보면 패턴화되는 경향이 많은데 새로운 전략이나 전술을 들고 나오는 선수가 늘어나고 해설자들도 따라가기 위해 공부하도록 만드는 선수가 있었으면 합니다.

DES=어려운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리고 좋은 말씀에 또 감사드립니다. 못다한 이야기는 3편 외전에서 계속하지요.

글=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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