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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인터뷰] 황제, 적자(適者)를 만나다…③

임요환 "공중파 출연은 사막에 홀로 선 느낌"
김택용 "요환이형 노하우 모두 받아들이고파"


▶②편에서 계속



◆스타로서의 사명감
데일리e스포츠(이하 DES)=2008년 12월에 임요환이 제대하고 난 뒤 기자회견에서 ‘김택용이 차세대 e스포츠 아이콘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함께 생활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김택용의 어떤 면을 보고 언급한 것인가.
임요환=e스포츠계에서 스타로서 갖춰야 할 모든 덕목을 갖고 있어요. 일단 자기가 하는 게임에 대한 애정이 대단해요.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니까 열심히 연구하고 전략도 잘 만들죠. 그리고 열심히 하고요. 그 결과 성적도 잘 내고 있죠. 모든 리그에서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수로서 훌륭한 자질이라 할 수 있죠. 게다가 외모도 출중하죠. 요즘 팬미팅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은 팬에 둘러 싸인 선수가 바로 택용이에요. 올스타전 투표에서도 당당히 1위를 차지했죠. 팬들이 원하는 스타라 할 수 있어요.

김택용=요환이형에 비한다면 저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함께 생활한 지 6개월 가량 됐는데 본받을 점이 정말 많아요. 오전 10시부터 연습에 들어가면 새벽이 될 때까지 미동도 없이 연습만 하세요.

임요환=택용이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소극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동료들과 잘 어울린다는 거에요. 저 정도 위치에 오르면 솔직히 거만해지고 우쭐할 만하지만 그런 우월의식이 없어요. 플레이하다가 잘 풀리지 않으면 동료들과 대화하면서 답을 찾아가는 능력은 저도 배울 점이라고 생각해요.
DES=임요환에게 ‘e스포츠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과정을 보면 방송 출연이나 여러 매체의 인터뷰 등 홍보 대사 활동이 많았다. 김택용에게도 이러한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임요환=이와 관련해서 정말 할 말이 많아요. SK텔레콤으로 창단하기 전에 있던 일이에요. 정말 초창기 스토리죠. 스타리그에서 두 번 연속 우승하고 나니까 눈코 뜰 새 없이 부대 업무가 늘어나더라고요. 인터뷰는 둘째치고 방송 프로그램 출연, 광고 섭외, 심지어 영화 출연까지 제의가 왔죠. 그리고 그 일을 다 했어요. 다음 대회 연습을 거의 하지 못할 정도로 일정이 바빴어요. 시즌 중에 라디오 고정 패널을 맡을 정도였으니 거의 연예인이었죠.



김택용=저는 시작부터 프로게임단에 소속되었으니까 그런 정도는 아니었지만 약간 맛은 봤어요. 2007년 곰TV MSL 결승전에서 마재윤 선수를 이기고 나니까 인터뷰가 쇄도하는 거에요. 말도 어눌하고 할 말도 많지 않은데 하루에 3개 정도 인터뷰가 왔고 한 달 넘도록 계속되더라고요. 부담스러웠어요.

임요환=프로게이머에 대해 물어보는 인터뷰라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아요. 진정한 공포는 공중파 프로그램 출연이죠. 저는 10번 가량 출연한 것 같은데, 섭외 요청이 들어온 시점부터 긴장하기 시작해요. 특히 예능 프로그램은 최악이에요. 저도 택용이처럼 숫기가 없는 편인데 출연하면 무조건 무언가를 보여줘야 되잖아요. 그 압박은 정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사막에 홀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랄까요.

김택용=얼마 전에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그 때 마재윤, 이영호 선수와 함께 나가서 그런지 괜찮았던 것 같아요.



임요환=라디오는 편하게 소화할 수 있는데 공중파 카메라는 아직 저에게도 부담돼요. e스포츠계에도 온게임넷과 MBC게임이라는 케이블 게임 방송이 있지만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압박감이 존재하죠.

DES=임요환의 대를 이어서 e스포츠를 널리 알리는 일을 해야 할 선수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김택용에게 바통을 넘긴 것 아닌가.

임요환=택용이도 서서히 그런 압박을 받을 거에요. 실력으로 현재 최고의 선수이지만 외부 활동에서도 최고가 되어야죠. 그러려면 더 큰 물에서 뛸 각오를 해야죠.

김택용=요환이형이 건재한데 벌써 제게 그런 짐을 주시면 안돼죠. 30대를 넘어 40대까지 프로게이머를 하시면서 대표 선수가 되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임요환=그건 무리고. 프로게이머가 단순히 방송 출연을 한다고 해서 e스포츠가 알려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 아직 남아 있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해야 하는 책무가 있어요. e스포츠는 공정한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곳이고 프로게임단은 중독자들의 집단이 아니라 직업으로 택한 선수들이 모인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죠.

김택용=요환이형과 한 팀에서 생활하면서 배워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경기만 잘하면 인기를 얻고 유명해지는 것만 생각했지 큰 틀에 대한 생각은 거의 해본 적이 없어요.



DES=서로에게 덕담을 하면서 인터뷰를 정리하자.

김택용=저는 복받은 선수인 것 같아요. SK텔레콤 T1으로 이적하고 나서 요환이형처럼 좋은 멘토를 만나게 되었으니까요. 요환이형이 갖고 있는 좋은 생각과 책임감들이 후배들에게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하셔야겠죠? 30대 프로게이머로서 성공하시고 저도 옆에서 열심히 도울게요.

임요환=택용이가 갖고 있는 실력과 앞으로 보여줄 잠재력은 e스포츠의 새로운 아이콘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어요. 스타 플레이어가 가져야만 하는 사명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네요. 김택용의 행동 하나와 말 한 마디가 외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프로게이머의 전형이 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해요. 깊이 생각한 후에 행동하고 말해야 하죠. 프로게이머를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행동한다면 e스포츠를 대표할 만한 선수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글=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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