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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rGraphy] '투신'을 키운 건 8할이 서울대생…박성준 편(1)

[GamerGraphy] '투신'을 키운 건 8할이 서울대생…박성준 편(1)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최연소 로열로더의 탄생


스타크래프트는 세 종족으로 이뤄져 있다. 테란과 프로토스, 저그가 특성화된 유닛을 앞세워 상성을 이뤄가면서 10년 이상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가운데 저그 종족은 최근 들어 각종 개인리그를 휩쓸면서 최강 종족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우승과 거리가 먼 종족이었다. 생산력은 발군이지만 유닛의 체력이 그리 많지 않다는 단점으로 인해 개체 수로 상대 종족을 압도해야 하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요즘에는 마법 유닛을 자주 활용하면서 약점을 보완하고 있지만 해법을 찾기 전까지 애로 사항을 많이 겪었다.

그래서 저그 종족으로 인기 스타의 반열에 오른 선수들은 방어력보다 공격력을 높게 평가 받는 경우가 많다. 큰 인기를 얻었던 홍진호가 '폭풍'이라 불렸던 이유는 상대가 체제를 갖추기 전부터 정신 없이 몰아치기에 들어가는 능력이 발군이었기 때문. 또 박성준의 별명이 '투신'인 이유도 정면 대결에서 압도하는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게이머그래피' 코너에서는 저그의 공격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평가받고 있는 '투신' 박성준에 대해 알아본다.

[GamerGraphy] '투신'을 키운 건 8할이 서울대생…박성준 편(1)
◇질레트 스타리그 2004 4강전에서 SK텔레콤 T1 최연성을 꺾은 이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박성준.

◆애초에 테란이었다
박성준은 저그보다 테란에 관심이 많았다. 저그 가운데 최고의 공격력을 갖고 있던 선수로 평가되지만 테란으로도 기본 이상을 해낼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었다. 박성준이 처음 프로게이머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던 2002년은 '스타크래프트'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점이었기에 어느 종족을 해야할 지 명확히 정하지 못했다. 박성준은 테란으로 각 팀의 문을 노크했다.

박성준은 당시 최고의 명문 프로게임단이었던 IS에 입단 테스트를 보려 했으나 문전박대를 당했다. 테스트조차 받지 못한 것. 당시 임요환과 홍진호, 이윤열 등 최고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던 IS는 더 이상 신인을 받을 생각이 없었다.

프로게이머의 꿈을 접을 뻔한 박성준은 POS라는 신규 프로게임단이 생길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고 입단 테스트를 통해 꿈을 이어갔다.

그리고 꿈을 전향했다. 테란이 아니라 저그로 종족을 전향한 것이다. 박성준을 지도했던 서형석 현 한국e스포츠협회 경기국 대리는 "박성준의 테란전 실력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프라인 예선을 통과할 기량은 갖췄다. 그렇지만 저그로 플레이할 때 더욱 자신있게 밀어붙였다. 저그로 전환하면 대성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고 종족을 굳혔다"고 회상했다. '투신'이 탄생할 수 있던 배경이다.

[GamerGraphy] '투신'을 키운 건 8할이 서울대생…박성준 편(1)

◇2003년 온게임넷 챌린지리그를 통해 방송 경기를 치른 박성준의 앳된 모습.

◆투신을 키운 건 서울대생?
미당 서정주 시인의 '자화상'은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어서 자주 인용된다. 박성준에게 이 문구를 적용하자면 '초창기에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서울대생이다'라고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박성준은 고등학교를 재학중이던 2002년 하태기 감독이 이끌던 POS(현 MBC게임 히어로)의 막내로 프로게이머가 됐다. 2002년 8월15일 프로게임단을 창단한 하 감독은 나이 어린 선수를 육성해야 한다는 기치 아래 학교를 다니고 있던 박성준을 선수로 받아들였다. 당시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PC방을 운영하던 하 감독은 연습실을 PC방 안에 마련하면서 선수들을 키워 나갔다.

박성준은 PC방의 주요 고객이었던 서울대학교 고시생들과 함께 성장(?)했다. 인터넷 세대였던 고시생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하 감독이 운영하던 PC방을 찾았고 나이 어린 프로게이머가 연습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친분을 쌓았다. 이미 인지도를 쌓고 있던 주전들은 대하기 어려웠지만 고등학생인 박성준은 서울대생들로부터 동생 뻘로 인식됐고 특유의 친화력을 앞세워 친해졌다.

고시생들은 박성준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어려울 때마다 간식과 끼니를 제공했고 커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다. 박성준은 지금도 신림동 PC방 시절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고시생 '형님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 그에게 고시생들은 최초의 스폰서였기 때문이다.

박성준이 친분을 쌓은 서울대생 가운데 평생 잊지 못할 인연도 있다. POS에서 코치를 맡았고 2006년 SK텔레콤으로 이적한 뒤에도 한솥밥을 먹었던 서형석과의 만남이다. 박성준이 질레트 스타리그에서 우승할 때 전담 코치를 자임하며 희비를 같이 했던 서 코치는 영원히 기억에 남을 지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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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토너먼트에서 '최고의 스타' 임요환을 꺾은 뒤 스타리그에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킨 박성준.

◆임요환 꺾고 유명세
박성준이 이름을 알린 건 8할이 SK텔레콤 T1 선수들 덕이다. 2002년부터 예선에 참가했고 팀리그나 프로리그 등 단체전에 간간히 출전했지만 강인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언제나 지는 쪽에 이름을 올렸고 짧은 머리를 제외하고는 얼굴을 각인시키지 못했다.

2004년 4월1일 박성준의 프로게이머 인생에서 첫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다. 스타리그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인 듀얼 토너먼트에서 박성준은 박정석, 전상욱, 임요환과 한 조를 이뤘다. 스타리그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임요환, 스카이 스타리그 2002에서 임요환을 꺾고 1위에 오른 박정석 등 몇 해 되지 않은 스타리그에서 톱을 차지했던 선수들 사이에 끼이면서 박성준은 당연히 희생양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박정석에게는 패했지만 전상욱과 임요환을 연파하며 최대의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저그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는 임요환이었기에 박성준의 승리는 스타크래프트 게시판을 '박성준이 누구야'로 도배하기에 충분했다.

[GamerGraphy] '투신'을 키운 건 8할이 서울대생…박성준 편(1)

◇질레트 스타리그 2004 4강에서 로열로드를 노리던 sK텔레콤 최연성을 3대2로 제압한 뒤 키보드를 정리하던 박성준. 짧게 자른 머리가 인상적이다.

◆파란은 계속된다
데뷔한 지 3년차에 스타리그 본선 무대에 발을 들인 박성준은 강인한 포스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질레트 스타리그 2004에서 박성준은 스타리그 준우승자인 전태규를 완파했고 최수범과 한동욱을 연파하며 16강을 3전 전승으로 통과한다. 8강에서 만난 상대는 올림푸스 스타리그 우승자인 서지훈. 1패를 당했지만 내리 두 세트를 따내며 역전승한 박성준은 파란을 이어가면서 4강에 올랐다.

4강전 상대는 저그전 18연승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고 MSL을 3회 연속 제패한 SK텔레콤 '괴물' 최연성. 저그만 만나면 손쉽게 승리하던 최연성이 바위였다면 박성준은 계란이었다. 커리어도 없던 박성준이 5전3선승제 경기에서 최연성을 이길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없었다.

'그렇지만'이라는 단어를 또 써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1, 2세트를 박성준이 먼저 따낸 것. 저그 플레이어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던 저글링과 럴커를 활용해 최연성이 치고 나오는 병력을 모두 잡아내고 역공을 펼치며 승리한 박성준은 최연성을 상대로 전진 해처리라는 참신한 전략을 사용하면서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최연성을 긴장하게 만든 박성준은 5세트에서 드론을 잔뜩 생산한 뒤 하이브로 전환해서 치고 내려오는 운영 방식을 택하면서 결승에 오른다. 임요환을 듀얼 토너먼트에서 꺾은 뒤 최연성까지 꺾으면서 박성준은 로열로드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GamerGraphy] '투신'을 키운 건 8할이 서울대생…박성준 편(1)

◇2004년 8월1일 박정석과 결승전을 치르기 직전 대기중인 박성준. 붉게 머리를 염색한 박성준은 처음 치른 결승전임에도 불구하고 박정석보다 덜 긴장한 듯하다.

◆로열로드
박성준은 2004년 8월1일을 잊지 못한다. 질레트 스타리그 2004의 결승전이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날이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공이라는 단어를 맛본 날이기 때문이다. 듀얼토너먼트에서 박성준을 꺾으면서 스타리그에 안착한 박정석에게 박성준은 또 한 번 달걀의 입장에 처한다. 스타리그에서 저그만 사용하면서 우승한 선수가 없었기 때문에 박성준에게는 '저그의 저주'까지 겹쳐 있었기 때문.

스타리그에 처음 올라온 선수답지 않게 박성준은 침착했다. 박정석의 맹공을 모두 막아낸 박성준은 무지막지한 병력을 이끌고 박정석을 KO시켰다. 스코어는 3대1. 1986년 12월18일생으로 만 17세만에 스타리그를 제패한 박성준은 2008년 이영호가 우승하기 전까지 최연소 스타리그 우승자 기록을 보유했다.

짧은 머리에 붉은 색으로 염색한 17세 소년의 우승은 새로운 트렌드의 탄생을 예고했다.

thenam@dailyesports.com

*기사 수정했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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