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펼쳐지는 '이동 통신사 더비' 결승전으로 더욱 관심을 모았던 광안리 결승전. 무관의 제왕이라는 한을 풀어내기 위해 10년 동안 칼을 갈았던 KT 롤스터와 6강 플레이오프부터 강팀을 줄줄이 꺾고 올라온 SK텔레콤 T1의 대결은 승패를 떠나서 두 팀이 붙는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한 매치였습니다.
4대2로 치열하게 펼쳐졌던 결승전. 하지만 승부는 1세트에서 갈라졌습니다. 1세트에 출전해 기선을 제압한 우정호가 핫플레이어로, KT 기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었던 상황을 날려버린 에이스 김택용이 콜드 플레이어로 선정됐습니다.
◆Hot Player – 우정호
결승전에서 1세트 경기의 중요성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가 SK텔레콤이라면 더더욱 1세트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죠. 다전제 판짜기를 워낙 잘하는 SK텔레콤이기 때문에 상대가 생각하는 대로 경기가 흘러가게끔 내버려 두지 않으려면 1세트부터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1세트에서 고인규가 승리했을 경우 경기 판도는 완전히 뒤집어졌을 것입니다. 초반 전략을 선택한 고인규가 전진 배럭 전략으로 우정호를 잡아냈다면 KT 코칭 스태프들과 선수들은 ‘이번 세트에는 어떤 전략이 나올까’라며 불안할 수밖에 없죠.
고인규의 일꾼이 우정호의 본진으로 몰래 숨어 들어 배럭을 건설하기 시작했을 때 SK텔레콤은 이번 결승전은 자신들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1세트에 출전한 우정호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선수가 아니라는 계산을 하지 못한 것이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우정호는 마치 이런 전략을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던 듯 자신의 본진에서 베럭을 건설하고 있던 일꾼을 발견하며 SK텔레콤이 생각한 경기 흐름을 완벽하게 엎어 버렸죠.
그리고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을 정도로 우정호는 고인규의 전략을 완벽하게 막았고 사실상 1세트에서 결승전 승부는 끝이 났습니다 SK텔레콤은 ‘전략이 안 통하는구나’라는 생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고 KT는 ‘SK텔레콤 전략쯤이야 우리 손바닥 안에 있지’라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KT 선수들이 큰 무대의 부담을 떨치고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큰 무대 경험이 별로 없던 우정호. 하지만 경기 전 인터뷰에서부터 “박수 한번 주세요”를 크게 외치며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았고 결국 1세트에 출전해 KT 선수들에게 자신감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줬습니다. 우정호가 이뤄낸 것은 단순히 1승이 아닌 결승전 판도를 결정짓는 역할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정호의 완벽한 승리는 KT 프로토스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습니다. 우정호의 승리를 발판 삼아 김대엽, 박재영까지, KT 프로토스 라인은 결승전에서 3승을 합작하며 우승의 주역이 됐습니다. 상대를 흔들고 같은 팀 동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우정호의 플레이는 광안리를 ‘핫’하게 달구기에 충분했습니다.
◆Cold Player – 김택용
1세트에서 고인규의 전략을 잘 막아낸 우정호가 승리하면서 승부는 KT로 많이 기울었습니다. SK텔레콤으로서는 2세트에 출전하는 선수가 분위기를 끊어내야 하는 임무를 안고 있었죠. 2세트는 SK텔레콤 입장에서 단순히 1승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KT쪽으로 흘러간 주도권을 다시 가져와야 하는 중요한 세트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SK텔레콤에서 그 중요한 임무를 맡은 사람은 바로 에이스 김택용이었습니다. 팬들은 그리고 SK텔레콤 관계자들은 김택용이기 때문에 희망을 걸었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을 것입니다. 위기의 순간에서 김택용이 승리한다면 분명 SK텔레콤에게는 1승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택용은 또 중요한 순간에 김대엽에게 발목을 잡히고 맙니다. 포스트시즌에서 프로토스를 만났을 때 항상 사용하던 다크템플러 빌드를 사용했고 KT 김대엽은 이를 마치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맞춤 대응으로 김택용을 압살했습니다.
물론 이는 김택용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3번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거치면서 전략이 노출됐고 준비 기간도 길지 않았던 상황에서 김택용이 선택한 전략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투혼이 에이스 결정전으로 빠지면서 김택용이 출전할 맵이 폴라리스랩소디밖에 없었기 때문에 KT는 김택용을 노리고 준비했지만 김택용은 이영호가 출전할 것도 대비해야 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은 김택용에게 불리하게 돌아갔죠.
하지만 팀의 에이스라는 것은 다른 선수보다 더 많은 짐을 어깨에 짊어지게 마련입니다. 승리하기 힘든 상황에서 승리해야 하는 것이 에이스의 숙명이기도 하죠. 누가 뭐래도 SK텔레콤의 에이스는 김택용이라는 것을 본인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sora@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