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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두 번이나 신노열을 속여 넘긴 김구현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프로리그 이어 MSL에서도 중앙 2게이트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장르는 RTS라고 부릅니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의 약자인데요. 턴이 돌아가면서 응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간의 생각을 곧바로 게임에 반영하면서 상호 작용에 의해 결과가 나오는 게임입니다.

생각을 반영한다는 것은 곧 전략을 짠다는 것을 말합니다. 10년이나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세 종족을 상대로 다양한 전략이 나왔고 최근 들어 초반에 방어 타워를 건설한 뒤 자원력을 극대화시켜 중후반전에 생산력을 폭발시키는 전략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략은 언제나 약점을 하나씩 갖고 있는데요. 이번 '핀포인트'에서는 상대 선수의 전략을 막연하게 생각하고 나온 폭스 신노열과 허를 찌르기 위해 같은 전략을 두 번 들고 나온 STX 김구현의 경기를 복기하려 합니다.



◆일찍 빠져 나온 프로브
김구현과 신노열은 1월8일 피디팝 MSL 16강전 1차전에서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맵은 이번 리그에 새로 투입된 '단테스피크'였죠. 4인용 맵이고 중앙 지역에 넓은 전장이 마련되어 있는 이 맵은 무난한 힘싸움을 펼치기 좋습니다. 그리고 저그가 확장 능력을 앞세워 프로토스를 상대로 2전 전승을 달성하고 있었습니다.

김구현은 머리를 썼죠. 무난한 장기전을 펼치다가는 하이브로 넘어간 저그를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고, 일찌감피 프로브를 빼놓습니다. 테란이 8번째 SCV가 생산되는 타이밍에 배럭을 짓고 벙커링을 시도하듯 프로브를 중앙 지역에 배치시키고 파일런을 건설합니다. 경기 시작 1분15초에 게이트웨이를 하나 건설하고 그 프로브로 정찰을 보냅니다.



세로 방향에서 프로브가 내려오자 앞마당에 해처리를 짓고 있던 신노열은 김구현의 본진이 11시에 위치해 있을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합니다. 앞마당에 해처리를 건설한 신노열은 또 한 번 막연한 판단을 내리는데요. 5시 지역으로 보낸 오버로드로 앞마당 지역을 확인했을 때 아무런 건물이 없는 것을 보고 '5시는 아니구나'라는 오판을 하게 됩니다.



◆시작 3분만에 해처리 '마패'?
프로게이머들 사이에서 '마패'라는 것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겼다고 생각한 선수가 공격을 시도하면서 상대편의 앞마당이나 본진 지역에 해처리나 커맨드 센터, 넥서스 등 가장 많은 자원이 들어가는 건물을 짓는 플레이입니다. 어서 항복을 선언하고 나가라는 뜻이지요. 암행어사가 출두할 때 마패를 주머니에서 꺼내 보이듯 플레이한다고 해서 '마패'라고 불립니다.

그런데 신노열은 불과 3분만에 '마패'를 꺼냅니다. 꺼내고 싶어 꺼낸 것이 아니라 정찰의 실수와 판단 미스가 겹쳐서 나온 '불상사'였죠.

최근 프로토스가 저그를 상대할 때에는 앞마당 입구 지역에 파일런과 포지, 게이트웨이를 지으면서 입구를 좁히고 캐논을 건설하며 방어책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단테스피크'도 자원이 많고 장기전을 할 만한 맵이어서 김구현이 당연히 앞마당을 가져갈 것이라 생각한 신노열은 오버로드로 앞마당만 본 뒤 '5시 지역 앞마당에는 건물이 없으니 김구현의 진영이 아니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세 번째 해처리를 이 곳에 펼치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구현의 게이트웨이는 중앙 지역에 2개나 건설되어 있고 본진에는 넥서스와 파일런만 쓸쓸하게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신노열이 앞마당에 해처리를 지은 거죠. 이를 본 해설진은 "초 패스트 마패 전략이네요"라고 평가합니다. 허탈하게 웃으면서 말이죠.



◆질럿은 강하다
신노열이 패스트 마패 전략(?)을 구사하는 타이밍에 김구현은 질럿 2기와 프로브 2기를 대동해 러시를 시도합니다. 질럿은 원래 저글링을 상대할 때 세 번의 공격을 적중시켜야만 한 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프로브가 동원되면 두 번의 칼날 공격과 프로브의 미약한 공격력이 합세하면서 금세 잡을 수 있지요. 그래서 스타크래프트 초창기에 '깡질럿' 러시를 시도하면서 프로브를 3기 가량 섞어 동반 러시를 하기도 했죠.

김구현은 질럿 2기와 프로브 2기를 컨트롤하면서 신노열의 저글링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만 또 한 번 재미난 상황이 연출됩니다. 신노열이 저글링을 생산한 뒤 질럿을 상대하지 않고 11시 지역으로 뛰쳐 올라간 것이지요.

김구현의 본진과 가까운 5시에 해처리를 펼쳤던 신노열은 갑자기 질럿이 뛰쳐 나오자 프로토스의 진영이 11시에 위치한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11시를 뒤져도 아무 건물이 없자 1시로 병력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신노열은 중앙 지역에 지어 놓은 파일런과 게이트웨이 2개를 확인하게 됩니다. 뒤늦게 알아챘지만 이미 앞마당 해처리는 강력한 질럿의 공격에 의해 파괴된 상황이죠.



5시에 지었던 해처리마저 취소하면서 자원은 무척 많이 남았을 신노열은 부랴부랴 본진에 성큰 콜로니를 지으면서 막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저글링을 우회시켜 5시 본진에 보내보지만 이미 김구현의 질럿 2기가 입구를 막아 놓으면서 아무런 피해를 입히지 못했습니다.



◆사거리 유닛 '캐논'
신노열이 본진에 성큰 콜로니를 짓자 김구현은 신노열의 본진 주위에 포톤 캐논을 지으면서 사정 거리 유닛으로 활용합니다. 사실 이 전략의 핵심은 캐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만약 신노열의 저글링이 본진에 난입했다면 일찌감치 캐논을 지어서 본진 방어에 활용하고 질럿이 살아 남은 상황이라면 공격을 시도할 때 캐논의 엄호 하에 상대 유닛을 갉아 먹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신노열의 저글링에 의해 중앙 지역에 지은 게이트웨이를 지탱하던 파일런이 깨지자 자원이 남은 김구현은 캐논을 3개 가량 소환합니다. 신노열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저글링과 드론을 동원해 워프되는 캐논을 공격했고 김구현은 질럿과 프로브로 한 기씩 잡아냈습니다.

결국 캐논이 한 개소 살아 남았고 질럿과 프로브가 여전히 살아 남으면서 승리했습니다. 다이내믹한 전략을 성공시키면서 6분만에 가볍게 1승을 추가했습니다.

◆신노열에게 두 번째 시도한 전략
이 경기만 놓고 보면 참신하다고 볼 수 있는 김구현의 중앙 게이트웨이 전략은 사실 최근 들어 두 번째 쓰인 전략입니다. 김구현이 '벤젠'이라는 맵에서 저그를 사용할 때 한 번 쓴 적이 있는 전략이죠.

지난해 12월20일 김구현은 프로리그 '벤젠' 맵에서 중앙 지역에 2개의 게이트웨이를 지으며 이번 경기와 똑같이 플레이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전략의 희생양이 바로 신노열이었다는 점이지요. 같은 선수를 상대로 불과 3주일 사이에 두 차례나 같은 전략을 성공시킨 것입니다.

신노열은 속으로 '김구현이 한 번 쓴 전략을 또 쓸까라'고 안일하게 플레이를 펼쳤던 것이고 김구현은 '4인용 맵이니까 더 잘 통하겠지'라며 과감하게 같은 전략을 쓴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스타크래프트가 머리를 써야 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느낌을 확연하게 알 수 있게 됐죠. 또 스타크래프트가 식지 않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도 선수들의 창의적인 수 싸움과 상호간의 엮여 있는 히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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