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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공군 김태훈의 예정된 개스러시

저그와 저그의 경기는 빌드 오더에 따라 승부가 결정됩니다. 본진에서 드론을 몇 기나 생산하느냐, 스포닝풀을 어느 타이밍에 건설하고 익스트랙터를 먼저 짓느냐, 앞마당에 해처리를 건설하느냐, 오버로드 생산 타이밍은 언제인가에 의해 전략이 시작됩니다. 일찌감치 저글링을 생산할 수 있기에 날카로운 빌드는 쓰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지요.

그렇지만 5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룩스 히어로 센터에서 열린 공군 에이스와 KT 롤스터의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시즌 6라운드 1주차 1세트에서 열린 김태훈(사진)과 고강민의 경기에서는 상식을 깨는 전략이 등장했습니다. 김태훈이 고강민의 진영으로 드론 한 기를 일찌감치 보내 개스 러시를 시도한 것이지요.


◇김태훈의 드론이 고강민의 크립을 피해 개스 위에 안착하고 있다.

◆시작하자마자 드론이 움직인 이유는?
스타크래프트를 해보신 분들은 경기를 시작할 때 일꾼이 4기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꾼 한 기를 더 생산할 수 있도록 미네랄 50이 주어진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흘러가는 저그전에서는 드론이 모두 미네랄을 채취하도록 명령을 내린 뒤 라바에서 드론을 한 기 생산하는 것으로 전략을 개시합니다.

김태훈은 라바에서 드론을 누른 뒤 드론 한 기를 곧바로 고강민의 진영으로 보냅니다. 드론 한 기가 미네랄을 채취할 때 가져오는 차이가 초반에는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김태훈의 선택은 이동 시간 동안 자원을 채취하지 못하는 미네랄 이상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확신에서 기인합니다.

10초 이상 이동한 김태훈의 드론은 고강민의 크립을 피해 벽을 타고 개스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시야가 전혀 없던 고강민은 김태훈의 드론이 개스 위에 자리를 잡을 때가 되어서야 개스 러시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김태훈의 드론은 익스트랙터로 변신하고 건물을 완성시킵니다. 고강민은 개스 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다급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익스트랙터를 드론으로 공격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합니다. 미네랄은 남고 어쩔 수 없이 오버로드와 드론을 계속 생산한 뒤 앞마당 지역에 해처리를 짓게 되지요.

김태훈은 이를 알고 있다는 듯 9번째 드론까지 뽑은 뒤 스포닝풀을 건설합니다. 그리고 저글링을 뽑게 되지요.


◇남는 미네랄을 사용하기 위해 앞마당에 해처리를 건설하는 고강민.

◆미네랄과 개스 배분의 차이
고강민의 대처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앞마당에 해처리를 지었어야 할까요. 그랬어야 한다고 답을 하고 싶습니다. 개스 채취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 저그는 어떤 유닛도 뽑을 수 없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유닛을 생산할 수는 있지만 효용성이 극히 떨어집니다. 미네랄 50에 2기가 생산되는 저글링이 나올 수는 있지만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없다는 한계에 다다릅니다.

김태훈의 전략 전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고강민에게 앞마당을 강요한 김태훈은 개스 기지와 스포닝풀을 거의 동시에 올립니다. 익스트랙터가 먼저 완성된 김태훈은 저글링을 생산한 뒤 개스 100을 모아 스피드 업그레이드를 시도합니다. 고강민이 앞마당 지역에 건설한 익스트랙터에서 개스를 100까지 모으지 못하도록 강제하겠다는 것이지요.

일단 고강민의 드론을 수비에 동원하도록 만들었고 이리저리 병력을 움직이는 동안 김태훈의 저글링은 스피드 업그레이드가 완료됩니다. 본진과 앞마당에서 흔들기를 히도한 김태훈은 앞마당 지역에서 개스를 채취하려던 고강민의 드론을 파괴하면서 이익을 챙깁니다. 드론을 무려 3기나 잡아내면서 격차를 벌리지요.


◇스피드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김태훈의 저글링이 고강민의 앞마당 지역을 공격하고 있다.

공격과 압박을 통해 김태훈은 테크트리를 확보했습니다. 병력을 뽑을 만한 드론을 채워 놓았고 저글링으로 고강민의 드론을 줄였기 때문에 남은 것은 테크트리 격차를 벌리는 것이지요. 그동안 모아 놓은 개스 차이는 레어와 스파이어를 가져갈 수 있느냐로 직결됩니다. 1차 저글링 공격이 끝난 이후 김태훈의 본진을 보면 레어가 완성됐고 스파이어까지 올라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강민은 아직 저글링의 스피드 업그레이드도 제대로 되지 않았지요.

◆고강민의 어쩔 수 없는 저글링 러시
미네랄 자원만 채취한 고강민이 생산할 수 있는 유닛은 저글링과 드론 뿐입니다. 두 부대 가량 저글링을 뽑은 고강민은 어쩔 수 없이 김태훈의 본진으로 공격을 시도합니다. 드론 피해를 입혀야만 벌어진 개스 격차를 좁힐 수 있기 때문이지요.


◇고강민이 김태훈의 앞마당을 공격해보지만 성큰 콜로니가 완성되면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입구 지역에서 한 차례 교전을 펼쳤고 고강민은 김태훈의 진영으로 입성합니다. 성큰 콜로니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파한 고강민은 변태중이던 성큰 콜로니를 집요하게 두드립니다. 그렇지만 스피드 업글에ㅣ드가 완료된 저글링과 일하던 드론으로 수비에 나선 김태훈이 완벽하게 방어를 해냈습니다.


◇당황함에 스포닝풀을 엉뚱한 곳에 지은 고강민이 김태훈의 뮤탈리스크에 의해 큰 피해를 입었다.

이후 경기는 완벽하게 김태훈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개스 러시에 당황한 고강민은 스포어 콜로니 위치와 스포닝풀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은 건물 배치를 했기 때문에 뮤탈리스크에 스포닝풀을 무방비로 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몰래 빼놓은 김태훈의 저글링을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에 앞마당과 본진 모두 피해를 입게 되죠. 스포어 콜로니가 있긴 했지만 스파이어도, 스포닝풀도 없는 고강민은 드론과 저글링으로만 방어를 해내야 하는 상황이 됐고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저그전에서 개스가 중요한 이유
저그전은 뮤탈리스크와 스컬지, 저글링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글링은 스피드 업그레이드를 필수적으로 해야 하고 뮤탈리스크와 스컬지도 개스가 상당히 많이 투입됩니다. 그래서 개스를 하나만 가져가느냐 2개를 확보하느냐가 유불리 판단의 기준이 되죠.

김태훈의 이번 전략은 상대방이 개스를 채취하지 못하게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막으면서 고강민을 패닉 상태에 빠뜨리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일반적인 4인용 맵에서야 쓰지 못할 전략이겠지만 2인용 맵이고 위치를 시작하자마자 알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가능했겠지요.

실제로 고강민은 개스 러시를 당한 이후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미네랄은 남고 개스 채취를 위해 드론으로 익스트랙터를 공격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에 앞마당에 해처리를 펼쳐야 했죠. 저글링이 생산된 뒤에야 본진에 지어진 남의 개스 기지를 깰 수 있고 그 때까지 앞마당 쪽에서 개스를 채취해야만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생각했을테니까요. 김태훈이 그 틈을 주지 않은 것이 베스트 플레이였다고 봅니다.

만약 고강민이 이 전략을 연습 과정에서 경험했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스포닝풀을 지은 뒤 개스 기지 근처에 성큰 콜로니를 하나 지어 익스트랙터를 파괴하고 본진에 하나의 해처리를 가져가면서 저글링 숫자를 맞췄으면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본진 개스를 회복한 뒤 남는 라바를 저글링으로 돌리고 공격을 퍼부으면서 앞마당에 해처리를 짓고, 스포어 콜로니 방어선을 구축하며 중장기전을 노릴 수 있었다고 봅니다.

아무튼 김태훈이 선보인 '얼터너티브'에서의 개스 러시 전략은 참신하네요. 공군이 그만큼 전략 연구에 공을 들였다는 점에 박수를 보냅니다. 만들어진 지 10년이 넘는 게임에서 새로운 전략이 튀어나오는 것도 신비롭네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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