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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웅진 윤용태 "열정은 식지 않았다"

10-11 시즌 부진하며 은퇴-군입대 의혹 받아
11-12 시즌 웅진 우승과 개인리그 우승 통해 부활 예고
"새로운 목표 설정 통해 박수 받으며 떠나고파"


웅진 스타즈 윤용태에게 10-11 시즌이 갖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2005년 데뷔 이후 한빛과 웅진을 거쳐 주전으로 자리 잡은 뒤 처음으로 로스터에서 제외되면서 2군에 내려갔고 팀이 포스트 시즌에 오르는 과정에서도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어느덧 주전으로 올라선 후배 김명운, 김민철의 뒤로 밀렸고 이적한 뒤 웅진의 유니폼을 입은 이재호에게도 자리를 내줬다. 프로토스 최강 6명 가운데 한 명으로 들어갔던 적도 있지만 10-11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윤용태의 이름을 넣기가 민망할 정도다.

혹자는 말한다. 윤용태가 그만 두는 것 아니냐고. 누군가는 공군 에이스에 가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용태는 이를 받아들일 마음이 조금도 없다. 공군에 가더라도 최고의 자리에서 갈 것이고 은퇴하더라도 정점을 다시 한 번 찍은 뒤에 가겠다고 했다. 아직 프로게이머로서 보여줘야 할 것이 많고 마음 속에서 타오르는 불씨가 살아 있기에 물러설 생각이 없다.

10-11 시즌을 마친 어느날 윤용태를 만났다.

◆파격적인 데뷔
윤용태의 데뷔 무대는 PC방이었다. 2005년 11월 스타리그 예선이 열린 신림동의 한 PC방에서 윤용태는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앳된 얼굴을 한 윤용태가 스타리그 2회 우승자인 이윤열을 제압하면서 대형 사고를 터뜨렸다. 당시 억대 연봉을 받던 선수들이 동반 하락을 경험하던 시기였기에 오프라인 예선은 'PC방 스타리그' 또는 'PC방 사대천왕전'이라 불릴 정도로 관심을 모았고 이윤열의 행보에 초점이 몰렸다. 병력으로 상대를 질식시키던 이윤열의 경기를 기대하던 사람들은 윤용태라는 생전 처음 보는 선수가 이윤열을 눌렀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제가 봐도 화려하게 데뷔했어요. 당대 최강이라는 이윤열 선배를 꺾을 것이라고는 저도 생각하기 어려웠으니까요. 앞뒤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 스타일 덕에 이긴 것 같아요."

한빛 스타즈가 신예를 잘 키우는 팀으로 정평이 나긴 했지만 윤용태의 데뷔는 충격적이었다. 팀 내에서도 윤용태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짜여진 전략을 구사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게임하는 자세도 남들과 달랐다. 마치 FPS 선수들이 키보드를 조작하듯 대각선으로 자판을 놓는 자세만 봤을 때 '아마추어구나'라고 생각하기 딱 좋았다.

"강도경 선배한테 엄청나게 혼났어요. 키보드를 대각선으로 게임하다 보면 얼마 안 있다가 손목이 아플 것이고 선수 생활을 그만둬야 할 거라고 지적을 당했죠. 2007년도 쯤에 완벽하게 수정하긴 했는데 3년이 더 흐르니까 정말로 손목이 아프더라고요. 그 때 말을 들을 걸 그랬어요."

◆추억의 한빛
막내 시절 윤용태는 고생을 많이 했다. 모기업인 한빛 소프트의 사세가 기울면서 게임단에 대한 지원이 많지 않았기 때문. 2006년 들어 화승, 온게임넷, CJ, MBC게임, 이스트로 등 대부분의 게임단이 창단하면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한빛 스타즈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 때문에 한빛은 에어컨을 틀면 PC가 다운될 것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연습해야 했다.

"2006년 여름이었을 거에요. 선배들이랑 한창 연습하는데 기자분이 인터뷰를 하러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유니폼을 입고 있으라고 감독님이 지시했고 선수들 모두 갖춰 입었죠. 한 시간 정도 기다리는데 땀에 흠뻑 젖은 거에요.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니 에어컨을 틀 수가 없었고 선풍기 몇 대로 무더위와 싸우려니 땀을 주체할 수 없었죠."

실제로 한빛 스타즈 시절 선수들은 연습실에서 상의를 탈의하거나 민소매 티셔츠에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에어컨을 틀면 전원이 차단됐기에 3~4 경기를 치르고 나면 등목을 하러 가기도 했다.


"그래도 그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대만, 박경락, 김준영, 김선기 등 선배들이 든든하게 팀을 받쳐주고 있었고 막내인 저는 겁 없이 플레이할 수 있었거든요. 웅진 스타즈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경력이 오래된 선수가 되고 나니까 막내였던 때가 그립네요."

◆책임 전가와 성적 하락
프로게이머들이 자주 즐기는 구기 종목은 축구다. 농구나 배구처럼 손을 쓰는 운동을 하다 보면 손목이나 손가락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팀들은 축구를 적극 권장한다. 윤용태는 막내 시절부터 골키퍼를 봤다. 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짬'이 되지 않아 골키퍼를 봤지만 경력이 찼을 때에도 윤용태는 축구 경기가 있을 때면 골키퍼 장갑을 낀다. 왜 그랬을까.

"동네 축구에서 골키퍼를 하려는 사람은 없어요. 보통 '개발'들을 골키퍼에 배치하죠. 제 생각은 달라요. 아무리 동네 축구라도 하더라도 실점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골키퍼를 보면서 동료들에게 '뒷문은 내가 책임질테니 골을 넣는데 집중하라'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팀이 이기는 데 일조하는 골키퍼가 되고 싶었고 지금도 그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어요."

10-11 시즌 윤용태는 골키퍼를 맡을 때의 마음으로 임했다. 그러나 한두 번 무너지다 보니 책임감은 부담감으로 다가왔고 꽁무니를 빼게 됐다. 특히 에이스 결정전이라는 자리는 윤용태보다 김명운이 더 어울리는 무대라는 생각이 한 번 드니까 출전하겠다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워졌다.

"한 시즌을 돌아보고 나니 후회가 많이 되더라고요. 명색이 웅진의 대표 선수인데 김명운에게 책임을 전가했죠. 그러다 보니 책임감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성적이 떨어지는 요인을 스스로 만든 것 같아요."


◆박수칠 때 떠난다
10-11 시즌 윤용태는 2군에 내려갔다. 위너스리그가 한창 진행될 때인 4라운드 초반 1군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팬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고 이재균 감독의 결단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윤용태가 이 감독의 2군행 지시에 반발해서 은퇴할 것이라는 추측까지도 나왔다.

"처음에는 반감도 들었죠. 실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닌데 왜 2군에 가야 하는지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어요. 감독님을 비롯해 사무국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이유를 들었고 받아들였어요. 개구리가 더 높이, 멀리 뛰기 위해서는 한 번 웅크려야 하는데 그 단계라고 설명하시더라고요."

1개월이 지나고 윤용태는 복귀했다. 5라운드에 들어 4승2패를 기록하면서 살아나는 듯했다. 2군 효과라는 평가도 들었다. 물론 6라운드에서는 하향세로 전환됐지만.

"요즘은 군에 언제 가냐는 주위의 말을 많이 들어요. 나이도 찼고 기량도 하락세이다 보니 하루라도 빨리 다녀오라는 걱정과 우려죠. 그렇지만 저는 갈 생각이 없어요. 아니, 이런 타이밍에 가면 도망 가는 것 같잖아요. 다시 한 번 불태우고 나서, 전성기의 윤용태의 실력을 보여주고 박수 받으면서 가고 싶어요. '공군에 가서도 윤용태는 현역 때와 같이 좋은 활약을 할 것이다'라는 예상을 받으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위기는 기회다
윤용태가 10-11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이유는 무얼까. 주위에서 바라보는 윤용태의 부진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본인의 말이 궁금했다. 직설적으로 물었다. 왜 못했냐고.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목표를 이뤘기 때문이란다.

"프로게이머를 시작할 때 연봉을 많이 받는 것을 목표로 삼았어요. 한빛을 거쳐 웅진이 되고 나서 제가 간판스타라면서 회사에서 좋은 대우를 해주셨죠. 너무 쉽게 목표가 이뤄지니까 목표가 사라져버렸어요. 5~6년 동안 이뤄가려 했던 목표가 3~4년만에 달성되니까 제2의 목표를 찾지 못한 사이에 또 시간은 흘렀고 기량은 떨어지더라고요."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 윤용태는 11-12 시즌 새로운 목표를 잡았다고 했다. 입으로만 말하던 웅진의 프로리그 우승과 윤용태의 개인리그 우승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10-11 시즌 윤용태가 힘을 보태지 못했지만 팀이 포스트 시즌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선수들의 활약에다 내가 40승 정도만 해주면 전체 1위도 가능하겠다'라고 생각했다. 또 김명운의 ABC마트 MSL 결승전을 지켜보면서 개인리그에서도 한 번쯤은 우승을 해야만 평생 잊혀지지 않는 선수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목표가 없을 때는 참 많은 길이 보였어요. 집중력이 떨어진거죠. 그렇지만 두 가지 목표를 세운 만큼 입으로, 말로만 하는 우승이 아니라 몸으로, 실력으로 만드는 우승을 하고 싶어요. 10-11 시즌 프로게이머 인생에 큰 위기를 맞았으니 더 이상 떨어질 곳은 없어요. 기회라는 동앗줄을 잡고 올라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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