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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만사] STX 조규백 코치 "e스포츠 위기, 재미가 답"

스페셜포스(이하 스포) 프로리그가 시작된 지도 벌써 햇수로 3년이 다됐다. 스포 프로리그가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 프로리그와 가장 크게 달랐던 점은 바로 절대 강자가 없었다는 것. 네 번의 리그가 진행되는 동안 왕좌의 주인공이 모두 달랐다.

그리고 스포로 진행되는 마지막 프로리그였던 지난 8월 결승전 드디어 2회 우승을 차지하며 춘추천국시대를 평정한 팀이 나타났다. 바로 조규백 코치가 이끄는 STX 소울 스포 팀이 그 주인공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STX가 스페셜포스2(이하 스포2)를 함께 준비하면서 일군 우승이라는 점이다. 도대체 어떤 노하우로 선수들을 지도했길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선수를 지도하는 데는 철칙이 있었다. 재미가 없다면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선수들이든, 코칭 스태프든 즐거움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조 코치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현재 e스포츠 위기는 재미를 회복한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수 수 있다는 다소 파격적인 발언까지 했다.

과연 그가 꿈 꾸고 있는 e스포츠 미래는 어떤 것일까? 조규백 코치가 그리고 있는 e스포츠 세상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자.

◆조규백 코치의 특이한 선수 지도법
조규백 코치 휘하에 있는 선수들은 늘 "신나게 놀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 성적이 좋지 않아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만날 재미있게 놀면서 도대체 어떻게 훈련 하길래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일까? 비결은 바로 집중력이었다.

"다들 같은 경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유독 공부가 안 되는 시간이나 안 되는 날이 있잖아요. 그때는 책을 아무리 들여다 보고 있어도 눈에 들어 오지도 않죠. 프로게이머들도 마찬가지더라고요. 게임을 하고 있기는 한데 손 놀림이 의미 없다고 판단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과감히 선수들에게 마우스를 놓으라고 해요. 그리고 바람을 쐬고 오죠."

조 코치는 가끔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고 있는 지도자였다. 신나게 놀고 온 선수들은 이후 연습실로 복귀 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따로 연습하라고 윽박지를 필요가 없었다.

또한 조 코치와 함께 지내는 선수들이 "신나게 놀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늘 뒤에 따라 붙는 말이 있다. 바로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요!"다. 이쯤 되면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조 코치에게 양면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될 정도다.

"원래 철학이 ‘일 할 때는 확실하게, 놀 때도 확실하게’에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엄격하죠. 선수들이 놀 때는 거의 친구처럼 대해도 연습을 하거나 일을 할 때에는 누구 보다 무서워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엄할 때는 누구보다 엄하게 대하고 풀어 줄 때는 확실하게 풀어주면서 같이 노는 것이 선수를 지도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시즌 조 코치는 4개 팀이 미친 듯이 순위 다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과 남이섬에 놀러 갔다. 1승이 중요한 순간에서 조 코치는 선수들에게 승부에 대한 압박감을 풀어주고 게임 자체를 즐기게 해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몇 시까지 어디로 모여라"는 말을 던져 놓고 남이섬으로 데려가 신나게 놀았다. 물론 자비로 말이다.

"그 때 놀다 온 이후로 선수들이 연승을 하더라고요(웃음). 승부에 대한 압박감이 심하게 되면 오히려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해요. 저희 선수들의 실력을 믿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에요. 제 실력만 발휘하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이렇게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죠. 그리고 나서 우승을 거머쥐었으니 제 지도 방식이 지금의 STX 선수들에게는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욱 대단한 것은 이번 시즌 중 조 코치가 선수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서로 의견 충돌이 잦아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깨진 모습을 본 조 코치는 선수들에게 집으로 갈 것을 명했다. 그리고 시간을 정해 온라인으로만 연습하게끔 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선수들을 집으로 보낸 뒤 저는 숙소에서 혼자 지내면서 기다렸어요. 선수들이 스스로 깨닫게 되길 바랐던 거죠. 그런데 신기한 것이 선수들이 이야기 하지도 않았는데 한 주가 지나고 나자 모두 숙소로 돌아오더라고요. 스스로 깨닫고 연습실로 돌아온 선수들이 후에 얼마나 열심히 마음을 맞췄는지는 말 하지 않아도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뭐든 선수들과 함께 하고 때로는 놓을 줄도 아는 조규백 코치만의 선수 육성 방법은 결국 스포 최초의 2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이뤄낼 수 있었다.

◆"선수들에게 재미를 찾아주자"
조규백 코치가 선수들을 독특한 방법으로 육성하는 이유는 ‘재미’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 때문이다. 누군가가 어떤 일을 열정적으로 할 수 있을 때는 바로 ‘재미’라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조 코치의 생각이다.

"선수들이 아무런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우승을 백 번 한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선수가 게임에 재미를 느끼고 우승하는 데 보람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동안의 과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들 모두는 ‘재미’를 본능적으로 찾아갈 수밖에 없잖아요."

조규백 코치는 선수들 스스로 재미를 찾아가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다른 팀들에 비해 STX가 스포팀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 역시 조 코치의 숨은 공이었다.

"우승을 하고 난 뒤 그에 맞는 대우를 받으면 선수들이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회사와 이야기를 나눴죠. 스포가 스타만큼 인기가 높은 e스포츠 종목은 아닐지라도 선수들을 위해 우승팀다운 대우를 해준다면 선수들도 자신이 쏟은 열정에 대한 재미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재미'없는 e스포츠는 죽은 콘텐츠
선수들에게 재미를 찾아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결국 팀을 2회 우승이라는 반열에 올려 놓은 조규백 코치. 그는 모든 위기는 재미를 잃어버렸을 때 찾아온다고 단언했다. 지금 e스포츠가 겪고 있는 위기 역시 단순히 재미가 사라졌기 때문에 오는 현상일 수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e스포츠가 위기라고 말하는 이유 중에는 시청률이 줄어들고 현장을 찾는 관객들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더라고요. 그런데 단순히 생각해 보면 이 모든 현상이 e스포츠 콘텐츠가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저 판을 넓히는데 주력하느라 재미를 잃어버린 것이죠. 거창하게 글로벌이니 시장을 넓히는 것이니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재미를 추구하다 보면 결국 떠나간 팬들도 돌아오고 새로운 팬들도 유입될 겁니다. e스포츠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재미’에요."

조 코치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바로 스스로의 변화 때문이었다. STX가 비스폰 팀이었을 때 그는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하고 하루에 4시간씩 자면서 일했어도 힘들지 않았다.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일을 열정을 가지고 일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스스로도 재미가 없어지는 것을 느꼈고 그 때부터 e스포츠에 위기가 찾아왔다는 말들이 들려왔다. 재미있게 게임을 하는 선수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경기도 재미없어졌다. e스포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 조 코치의 생각이었다.

"묘하게도 저나 선수들이 점점 재미를 잃어가면서 e스포츠 위기설이 대두됐어요. 그리고 지금도 몇 개 게임단이 해체 위기에 처해있죠. 만약 아직까지 e스포츠가 재미있었다면 아무리 블리자드가 태클을 걸어도, 승부조작 같은 사건이 터져도 종사자들은 위기를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결국 모든 것은 재미로 귀결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 코치는 스타 경기가 일주일 내내 펼쳐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희소성이 너무나 없다 보니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국산 종목 육성을 하고 싶어도 프리미엄 시간대에 스타 관련 리그가 모두 자리잡고 있으니 국산 종목 육성은커녕 인기 있던 스타 관련 리그까지도 지겨워진 수준에 도달했다.

"한 팬이 하소연 하더라고요. 스타와 스포 동시에 좋아하는 STX 팬이었는데 선수들 일정을 모두 쫓아서 응원하려면 일주일에 5일을 따라다녀야 한다며 정말 힘들다고 하는데 할말이 없었어요. 팬들도 이지경인데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오죽할까 생각해요. 일정에 치이다 보면 생산적이고 미래적인 안목이 생길 수 있을까요? 주3일 정도 스타 관련 리그를 하고 남은 기간에는 국산 종목을 육성한다면 서로 윈윈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변화가 있으려면 아이디어가 계속 나와야 하는데 지금처럼 빡빡한 일정이라면 아이디어를 생각할 겨를도 없을 것 같아요."

조 코치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단순한 논리지만 이보다 더 설득적인 논리가 있을까 싶었다. 결국 재미있는 것은 살아남는다는 조 코치의 이야기에 한국 e스포츠가 추구해야 할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e스포츠든 게임단이든 선수든 코칭 스태프든 스스로 재미를 느껴야 그 문화는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e스포츠 여러 문제를 조금 더 단순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e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두가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노력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스포2 프로리그도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재미있는 e스포츠를 만들기 위해 다들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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