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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최종병기'는 연습으로 만들어진다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즌1 1라운드 5주차 MVP로 선정된 KT 롤스터 이영호.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지난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KT 롤스터 '최종병기' 이영호는 산타 할아버지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다름 아니고 아홉수 없이 프로리그 정규 시즌 200승을 달성한 것이지요. 최연소, 최단기, 최소경기만에 달성한 이 기록은 e스포츠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깰 선수가 과연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 기록을 달성하는 동안 이영호는 끊임 없는 노력을 기해왔습니다. 중학생 신분으로 게임단에 입단했고 2007년부터 KT 롤스터를 떠받치는 선수로 활동하면서 '최종병기'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지만 '소년가장'이라는 좋지 않은 평을 들어야 했죠. 물론 이영호가 혼자 팀을 지탱한다는 의미에서 개인에게는 좋은 뜻이겠지만 팀이 계속 지는 상황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이영호에게, 그리고 KT 롤스터에게 도움을 줄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오는 과정을 기다려야만 했죠. 슬럼프가 올 수도 있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이영호는 꾸준히 승수를 쌓았고 12월24일 웅진 스타즈와의 경기에서 마침내 200승 고지를 점령했습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이영호는 기록 달성은 물론, 팀의 2연승까지 책임을 졌습니다. 대기록을 작성한 이영호에게 주간 MVP가 주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죠. 그 경기를 함께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귀맵 논란
이재호와의 경기는 초반에 싱겁게 끝이 났습니다. 이재호가 극단적인 수를 던졌지만 이영호가 정찰을 통해서 눈치챘고 너무나도 완벽한 수비 능력을 선보이며 승리했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팬들은 귀맵 논란을 제기했습니다. 이영호가 선택한 SCV 정찰 방향이 세로였다가 함성이 들린 이후 가로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웅진 이재호가 6시 지역 근처에 배럭을 건설하고 있다.

전황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보죠. 1시에 위치한 이재호는 생산된 SCV를 곧바로 중앙 지역으로 보냅니다. 서플라이 디폿보다 배럭을 먼저 짓고 머린을 생산하면서 초반에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이재호의 작전은 성공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영호가 첫 SCV 정찰을 1시 지역으로 보내려고 했기 때문이지요. 5시에 위치한 이영호는 언덕 위에 배럭을 짓고 SCV 한 기를 세로 방향으로 올려 보냅니다. 이재호의 본진으로 정확하게 이동하는 경로였죠. 잠시 후에 이영호는 가로 방향으로 SCV를 다시 보냅니다. 팬들의 함성이 들린 시점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이를 본 팬들은 이영호가 소리를 듣고 방향을 틀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논란 거리가 될 수 있는 움직임입니다.


◇논란이 됐던 KT 이영호의 정찰 방향. 1시 지역으로 올라가려던 것이 아니라 가로로 보내기 위한 사전 조치였음이 리플레이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이영호는 애당초 5시에 위치했을 때에는 가로 방향으로 정찰을 보내려 했다고 합니다. 황병영과의 연습 과정에서 전진 배럭 작전에 호되게 당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리플레이 파일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지만 세로로 보내는 과정에서도 이영호는 1시 지역으로 SCV를 이동시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앞마당 언덕에서 내려오는 지역으로 보내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애초에 1시까지 갈 생각이 아니라 중앙 지역으로, 즉 가로로 보내는 과정의 일부였다는 것이지요.

연습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정찰을 통해 털어내려는 움직임이었지, 소리를 듣고 나서 뒤늦게 SCV의 정찰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영호가 이재호의 본진에 SCV를 밀어 넣으면서 정찰을 성공했다. 머린이 2기나 배치되어 있었지만 살아 들어갔다.


◇구석에 2개의 스타포트를 건설하며 변수를 만들려 했던 이재호.

◆2스타포트 전략에 대한 대처
이재호의 본진으로 SCV를 밀어 넣은 이영호는 이재호의 트릭에 속아 넘어갑니다. 이재호가 개스를 1개의 SCV로 채취하면서 확장을 일찌감치 가져갈 것처럼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입니다. 이영호의 정찰 SCV가 빠져 나간 뒤 이재호는 2개의 스타포트를 건설하면서 레이스에 힘을 줍니다.

이영호의 대응은 앞마당에 커맨드 센터를 안착시킨 뒤 팩토리를 3개까지 늘립니다. 벌처를 모은 뒤 한 번에 치고 들어가서 심대한 피해를 주겠다는 심산이지요.

배럭을 이재호의 지역으로 이동시킨 이영호는 뒤늦게 상대의 전략이 2스타포트 레이스임을 알아챕니다.

이후의 대응이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벌처를 3기까지 모은 이영호는 이재호의 언덕 위에 배치된 병력과 교전을 펼치면서도 본진에서는 대응책을 마련합니다. 이미 앞마당 확장 기지에서 자원을 채취하고 있었던 이영호는 본진에서 골리앗을 생산하기 위한 기본 건물인 아모리를 지으면서도 앞마당 지역에서 엔지니어링 베이를 짓는 센스를 발휘합니다.


◇이영호의 앞마당 지역에 지어진 엔지니어링베이.

이재호가 아모리를 짓는 SCV를 레이스로 공격하면서 자신의 본진 입구를 서플라이 디폿과 커맨드 센터로 막는 동안 이영호는 이미 엔지니어링베이를 완성시켰고 본진과 앞마당에 터렛을 하나씩 지으면서 방어선을 구축했습니다. 전투를 진행하면서 방어대책을 세우는 것까지 모든 판단이 삽시간에 이뤄낸 것이죠.

얼마나 많은 경기를 치렀고 준비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매뉴얼대로 플레이하듯 착착 단계를 밟아갈 수 있을까요.

◆벌처만으로 마무리
이영호는 3개의 팩토리에서 계속 벌처를 생산했습니다. 이재호가 탱크 2기를 확보하고 공격에 동원했던 레이스를 수비에 동원하면서 방어하려 했지만 이영호는 과감하게 치고 들어갔습니다. 벌처의 마인이 곧 개발될 때까지 탱크를 공격하고 개발이 완료된 뒤에는 자신에게 경기가 기운다는 것을 알고 공격을 시도한 것이지요.


◇벌처 8기로 탱크를 공격하며 입구를 뚫는 이영호.

이영호의 계산은 정확했습니다. 이재호의 탱크가 2기나 배치됐지만 이영호는 언덕 위에서 공격하는 이점을 알고 있었기에 공격을 개시했지요. 사실 벌처만으로 탱크 2기를 잡아내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탱크가 기본적으로 화력이 강하고 벌처는 탱크에게 큰 데미지를 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탱크의 체력은 150이고 벌처의 공격력은 20밖에 되지 않기에 벌처가 탱크를 파괴하려면 8번을 공격해야 합니다. 이미 8기의 벌처를 확보하고 있던 이영호는 일점사를 통해 탱크를 잡아냈죠.

공중에서 레이스가 때리든 말든 이영호는 일점사를 통해 탱크 한 기를 파괴했고 빈틈이 보이자 벌처를 밀어 넣어 마임을 매설하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매설되는 10여 기의 마인을 탱크 한 기로 처리하는 것은 무리가 있죠.

모든 상황을 머리 속에 넣어 놓고 계산이 끝난 이영호였기에 과감한 공격을 시도할 수 있었습니다.

◆팔이 아프면 머리로
이영호는 지난 시즌 막판 오른팔 부상으로 인해 연습량을 채우기도 벅차했습니다. 포스트 시즌에 인터뷰를 했을 때에도 "많은 게임 수를 채우기 보다는 머리 속으로 생각을 많이 하고 시뮬레이션 게임을 한다"고 털어 놓았죠.

비시즌을 맞아 외과 수술을 한 뒤 재활 치료를 받는 기간 두 달 동안 이영호는 거의 게임을 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시즌에 들어올 때 이영호의 회복 정도가 어떠냐에 따라 KT의 승수가 결정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영호는 모두의 우려를 기우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즌1 1라운드에서 이영호는 5전 전승을 이어가며 다승 공동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영호에게 비결을 물었습니다. 답은 간단하더군요. 수술을 받고 재활하는 동안에도 계속 게임을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고요. 몸은 아프지만 두뇌는 계속 연습 경기를 치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 이영호이기에 최연소, 최소 경기, 최단기 프로리그 200승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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