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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의 핀포인트] 임요환이 사랑한 드롭십

[이소라의 핀포인트] 임요환이 사랑한 드롭십
드롭십의 역사(1)

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입니다.

첫 번째 칼럼에서는 벙커링 전략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임요환과 홍진호 등 레전드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기 때문인지 독자 여러분들께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특히 임요환이 홍진호를 꺾었을 때 사용했던 '벙커링 전략'이 아직도 회자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그 시절을 기억하는 팬들과 함께 향수에 젖기도 했고요.

벙커링 전략을 소개하면서 임요환을 예로 들었지만 사실 임요환을 대표하는 전략은 벙커링이 아닙니다. e스포츠 최고의 선수로 각광 받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유닛은 하늘을 날아 다니며 병력을 수송하는 '드롭십'입니다.

임요환을 대표하는 유닛이 드롭십이라는 것은 50만 회원을 자랑하는 임요환의 팬카페 이름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한때 최고의 한류 스타인 동방신기보다 더 많은 팬카페 회원이 소속돼 화제를 모았던 임요환의 팬카페 이름은 '임요환의 드롭십이다'입니다. 그만큼 임요환의 드롭십 플레이는 e스포츠 역사를 흔들 만큼 기발하고 특별했습니다.

임요환을 다른 프로게이머들과 차별화시켜 지금의 위치에 올라 올 수 있도록 만든 '임요환의 드롭십' 플레이는 과연 어땠을까요? 지금은 너무나 보편화된 드롭십 플레이는 대부분 임요환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소라의 핀포인트] 임요환이 사랑한 드롭십

◇왼쪽 밑 공중에 있는 보라색 유닛이 드롭십 입니다.

◆드롭십은 어떤 유닛?

드롭십은 테란의 지상 병력을 태워 이동시키는 수단입니다. 머린들을 전장으로 데려다 주지만 공격 기능이 없는 운송기라고 볼 수 있는데요. 드롭십에는 테란의 지상 병력인 마린, 파이어뱃, 메딕, 탱크, 벌처, 골리앗, 일꾼 등이 탑승할 수 있습니다.

드롭십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스타포트를 건설해야 하는데요.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애드온을 달아야지만 드롭십 생산이 가능합니다. 미네랄 100과 가스 100을 소모하고 인구수2를 차지하는 드롭십은 공격력이 없기 때문에 방어력 업그레이드만 가능한 유닛입니다.

드롭십 1대에는 바이오닉 병력(마린, 메딕, 파이어뱃)은 8기 탑승할 수 있으며 벌처와 골리앗은 4기, 탱크는 2기를 태울 수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나온 초반에는 유리한 상황에서 상대가 입구 지역을 막고 버티거나 섬 맵이라 병력이 지상으로 이동할 수 없을 경우에만 드롭십을 생산했습니다. 임요환이 등장하기 전까지 드롭십은 공격적인 플레이에 이용되는 유닛이 아닌 하나의 이동 수단으로 인식됐습니다.

◆드롭십에 생명을 불어 넣은 임요환

드롭십과 함께 수송 역할을 맡고 있는 다른 종족의 유닛들은 경기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프로토스는 리버를 활용하기 위해 수송 유닛인 셔틀을 생산해야 했고 저그는 인구수를 늘려 주는 오버로드가 업그레이드를 통해 수송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팬들이 자주 그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죠.

그러나 드롭십은 테란 플레이어들에게 기피 대상이었습니다. 워낙 이동 속도가 느려서 저그의 스컬지를 피하지 못하고 프로토스전에서는 드라군에게 잡히기 일쑤였기 때문인데요. 드롭십의 이동속도 업그레이드가 없어 프로토스의 셔틀이나 저그의 오버로드보다 활용도가 떨어졌죠.

특히 저그전에서는 드롭십을 사용하는 선수가 거의 없었죠. 저그의 공중 유닛인 스컬지 2기로 손쉽게 잡히는 드롭십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소라의 핀포인트] 임요환이 사랑한 드롭십

◇드롭십 플레이의 진수를 보여준 임요환

애물단지인 드롭십에 생명을 불어 넣은 선수가 바로 임요환입니다. 벙커링의 창시자가 임요환이 아니라 나도현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드롭십 플레이를 대중화시킨 선수가 임요환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임요환이 지금도 팬들에게 기억되는 이유는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색다른 플레이를 자주 해 스타크래프트를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었기 때문인데 그 시작이 바로 드롭십 플레이였습니다.

임요환이었기에 생각하고 실전에 옮길 수 있었던 드롭십 플레이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지금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스컬지 피하기의 달인

임요환이 드롭십을 얼마나 잘 쓰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1년 한빛소프트 스타리그 결승전 장진남과 경기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 경기는 당시 테란이 저그를 상대하는 데 있어 교과서와도 같은 경기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섬맵이었던 '홀 오브 발랄라'에서 임요환은 기가 막힌 드롭십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홀 오브 발랄라'는 '요환 오브 발랄라'라 불릴 만큼 임요환이 승승장구한 맵이었습니다. 임요환이 드롭십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홀 오브 발랄라'라는 맵에서 저그의 뮤탈리스크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아까도 말했듯 저그전에서 드롭십이 자주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스컬지 때문입니다. 저그 입장에서는 미네랄 25, 가스 75밖에 들지 않는, 적은 자원으로 스컬지 2기를 생산해 많은 테란 병력이 타고 있는 드롭십을 공중 요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테란은 저그를 상대할 때 스컬지가 무서워 드롭십을 생산하는 것이 꺼려지기 마련입니다.

[이소라의 핀포인트] 임요환이 사랑한 드롭십

◇임요환과 장진남의 한빛스타리그 결승전 3경기에서 보여준 디펜시브 매트릭스 드롭십

그러나 임요환은 장진남과 결승전 3경기에서 스컬지를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스컬지 두 개에 드롭십이 요격당하지 않도록 사이언스 베슬을 생산해 드롭십에 디펜시브 매트릭스를 걸어준 것인데요. 지금이야 흔한 플레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플레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임요환이 드롭십에 디펜시브 매트릭스를 걸자 팬들은 환호성을 터뜨렸습니다.


지금도 테란들은 저그 확장 기지를 드롭십으로 공격할 때 디펜시브 매트릭스를 자주 활용합니다. 이제는 저그도 테란이 이 같은 플레이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잘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아직까지 당하는 선수가 많습니다. 그것은 스컬지를 두 개씩 묶어 컨트롤 하는 저그의 특성 때문인데요.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테란이 활용하는 전략의 시초가 바로 임요환입니다. 그가 왜 드롭십의 아버지로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소라의 핀포인트] 임요환이 사랑한 드롭십

◇저그 스컬지를 교묘하게 피해 드롭십 플레이를 시도하는 임요환

임요환의 드롭십이 대단한 점은 스컬지를 피해 저그 본진으로 파고드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인데요. 마치 맵핵을 켜고 플레이 하는 듯 임요환은 스컬지를 기가 막히게 피해 다닙니다.


임요환의 연습량을 알 수 있는 장면인데요. 임요환이 드롭십 플레이를 자주 펼치자 저그 선수들은 '홀 오브 발랄라'에서 임요환의 드롭십이 지나가는 길목에 스컬지를 다수 배치해 놓곤 했는데요. 임요환은 수많은 연습을 통해 저그가 스컬지를 배치해야 하는 곳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소라의 핀포인트] 임요환이 사랑한 드롭십

◇'홀 오브 발랄라'에서 스컬지를 잡아내기 위해 탱크로 히드라리스크를 유인하는 임요환

게다가 본진 주변에 있는 스컬지를 잡아내기 위한 임요환의 탱크-드롭십 플레이는 '홀 오브 발랄라'에서 저그를 상대하는 테란들이 그대로 따라 하기도 했는데요. 탱크 포격으로 히드라를 끌어들인 뒤 저그가 히드라 컨트롤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뒤 그때 드롭십으로 머린을 지상에 내려놓아 스컬지를 잡아내곤 했습니다.

임요환은 드롭십 전략이 통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데 주력했습니다. 발상의 전환으로 상대가 생각지도 못한 드롭십 플레이를 펼친 임요환은 이후 저그에게 지옥을 경험하도록 만들었죠.

◆알고도 못 막는 드롭십

임요환이 드롭십으로 울린 것은 장진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다음 열린 코카콜라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세기의 라이벌이었던 홍진호와의 대결에서도 드롭십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세트 스코어 2대2로 팽팽한 상황에서 임요환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플레이인 드롭십 전략을 선택했죠. 우승의 향방을 가리는 중요한 경기에서 결국 임요환을 2연속 우승이라는 자리에 올려 놓은 것도 드롭십이었습니다.

임요환이 '홀 오브 발랄라'에서 드롭십을 쓸 것이라고 홍진호가 과연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아닙니다. 누구보다 임요환을 잘 알고 있었던 홍진호는 드롭십 플레이를 차단하기 위해 공중을 제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지상 병력 보다 뮤탈리스크를 먼저 생산한 것인데요. 어떻게든 임요환이 드롭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임요환의 드롭십은 알고도 막지 못하는 유닛이었습니다. 홍진호는 눈 뜨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요. 임요환은 벙커와 터렛으로 뮤탈리스크를 방어한 뒤 스컬지가 드롭십을 떨구지 못하도록 마린을 배치해 스컬지를 유도하는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이소라의 핀포인트] 임요환이 사랑한 드롭십

◇코카콜라 스타리그 결승전 5세트에서 임요환은 드롭십으로 홍진호의 본진을 초토화시킨 뒤 우승을 차지했다

2부에서는 임요환의 드롭십 플레이를 한층 더 발전시킨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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