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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의 핀포인트] 저그의 패러다임을 바꾼 뮤탈 뭉치기(1)

[이소라의 핀포인트] 저그의 패러다임을 바꾼 뮤탈 뭉치기(1)
◇뮤탈리스크 뭉치기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한 저그 선수 가운데 한 명인 8게임단 이제동.

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입니다.

지난 칼럼에서는 드롭십 플레이의 창시자인 임요환의 전략적인 플레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벙커링과 드롭십 등 최근에도 운용되고 있는 테란 전략들을 이미 십 년 전부터 고안해 팬들을 열광시켰죠. 만약 임요환이 없었다면 지금의 테란 플레이는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임요환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가장 많이 언급됐던 종족은 바로 저그였습니다. 임요환이 아무래도 저그전에서 명경기를 많이 남겼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임요환의 생애 최고의 라이벌 홍진호의 종족이 저그인 것만 보더라도 임요환과 저그의 인연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저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사실 저그는 스타리그에서 매번 테란에게 치이는 불쌍한 종족이었습니다. 2000년 프리챌 스타리그부터 시작해 2004년 한게임 스타리그까지 약 5년 동안 저그는 스타리그 결승에서 테란을 우승시키는데 일조했죠. 테란 입장에서는 저그가 참 고마운 종족이었죠.

2004년 질레트 스타리그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박성준부터 조금씩 저그의 시대가 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컨트롤이 발견되고 난 뒤 저그는 승승장구했으며 이제동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탄생시켰죠. 2006년 이후 저그는 13번의 스타리그 중 7번 우승을 차지하며 최강 종족이라는 수식이 어울릴 만큼 성장했습니다.

저그의 트렌드를 완벽하게 바꿔놓은 이 컨트롤은 바로 뮤탈리스크 뭉치기(일명 뮤짤)입니다. 만약 뮤탈리스크 뭉치기 기술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제동, 아니 지금의 저그 종족은 아예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자는 뮤탈뭉치기가 2000년부터 있었다면 만년 2인자 홍진호가 우승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만큼 뮤탈리스크 뭉치기는 저그 종족이 진일보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었습니다.

◆뮤탈리스크 뭉치기 기술은 무엇일까?
스타크래프트를, 그것도 저그 종족을 한 번이라도 플레이 해본 사람이라면 뮤탈리스크 뭉치기라는 단어에 대해 한 번은 들어봤을 것입니다. 뮤탈리스크 뭉치기란 뮤탈리스크와 오버로드(또는 멀리 있는 유닛)를 하나의 부대로 지정한 뒤 여러 기의 뮤탈리스크를 마치 한 기가 움직이듯 컨트롤하는 기술인데요. 오버로드 대신 라바, 드론 등을 묶어 부대 지정을 하기도 하는데 선수들의 취향이나 경기 시간에 따라 다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뭉치기를 하지 않은 뮤탈리스크(위)와 뭉기를 시도한 뮤탈리스크(아래).

뮤탈리스크 뭉치기를 시도하려면 일단 뮤탈리스크의 시야에서 벗어난 지역의 유닛을 같은 부대로 지정해야 합니다. 1시 지역에 뮤탈리스크가 있다면 5시 지역에 있는 오버로드를 한 부대로 넣고 컨트롤과 1번을 눌러 하나의 부대로 만드는 것이지요. 초반에는 대부분 오버로드를 묶어 부대지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교전이 일어날 곳에서 가장 먼 오버로드를 부대로 지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느리긴 해도 한 부대로 묶은 오버로드가 교전하는 곳에 와버리면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저그 선수들은 오버로드와 뮤탈리스크를 한 부대로 지정할 때 어떤 지역에 배치된 오버로드를 택할지 신중하게 선택합니다.

뮤탈리스크 뭉치기를 할 때 라바를 사용하는 것은 상대가 클로킹 유닛을 사용할 경우입니다. 상대 유닛을 보기 위해서는 오버로드 속도 업그레이드가 불가피한데요. 그럴 경우에는 오버로드이 이동 속도가 빨라져 교전이 이뤄지는 장소로 금방 도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그 때는 병력 생산을 하지 않는 해처리의 라바 하나를 뮤탈리스크와 함께 묶어 부대지정을 하게 됩니다.

뮤탈리스크 뭉치기를 가장 먼저 발견한 선수는 전 MBC게임 히어로 소속으로 활동했고 은퇴 후 해설자로 변신했던 서경종인데요. 이를 대중화시키고 팬들에게 알리기 시작한 것은 그 당시 같은 팀 동료였던 박성준이었습니다. 한때 뮤탈리스크 뭉치기의 원조가 누구냐는 논쟁이 있었지만 박성준이 "(서)경종이형이 우리에게 알려줬고 그것이 널리 퍼진 것"이라고 답해 논란이 가라 앉았었죠.

◆뮤탈리스크 뭉치기 덕에 수월해진 테란전
뮤탈리스크 뭉치기 기술이 발견되면서 저그는 일대 변혁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테란전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뮤탈리스크 뭉치기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저그가 테란을 상대하는데 뮤탈리스크를 주력 병력으로 사용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뮤탈리스크를 생산하면 그 타이밍에 진출하는 테란의 바이오닉 병력에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뮤탈리스크 뭉치기로 인해 저그는 테란의 공격 타이밍을 늦추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뮤탈리스크를 뭉쳐 놓은 뒤 마우스 오른쪽 클릭을 하면 엄청난 데미지가 클릭된 유닛에게 집중되고 홀드를 누르거나 패트롤을 누르면 공격력이 분산되면서 머린 여러 기에게 피해를 나눠 줄 수 있습니다. 즉 테란 병력이 모이지 못하도록 하거나 뮤탈리스크로 테란 본진 일꾼을 잡아내면서 바이오닉 병력이 자신의 확장이나 앞마당으로 공격오지 못하도록 하는데 뮤탈리스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덕에 저그는 성큰콜로니 건설을 최소화하면서 테크트리를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수비 병력과 지상병력 업그레이드를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뮤탈리스크로 시간을 벌면서 테란과 장기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시작했죠. 장기전을 치르면 저그가 절대로 테란을 이길 수 없다는 상식이 무너지게 된 것입니다.


◇테란의 본진에서 뮤탈뭉치기로 일꾼을 잡아내며 시간을 버는 장면.

게다가 뮤탈리스크 뭉치기는 저그 선수들의 연습 패턴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사실 저그 선수들은 컨트롤을 보여줄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테란의 경우 머린을 산개하면서 럴커를 잡는다든지, 벌처를 드라군 사이에서 비비면서 마인을 매설해 큰 피해를 입히는 등 세심한 컨트롤로 팬들을 열광시켰죠. 프로토스의 경우에도 캐리어의 치고 빠지는 컨트롤이나 옵저버가 없는 상황에서 드라군의 움직임을 통해 마인을 제거하는 등 컨트롤을 보여줄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그 유닛의 경우 양으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세세한 컨트롤을 보여줄 기회는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죠. 그러나 뮤탈리스크 뭉치기 기술이 발견된 이후 저그 선수들은 컨트롤에 열을 올렸습니다. 뮤탈리스크 컨트롤로 경기가 좌우되는 경우가 워낙 많다 보니 선수들은 유즈맵을 만들어 뮤탈리스크 일점사 컨트롤을 연습하면서 개인 기량으로 특화시켰죠.

뮤탈리스크 뭉치기가 나타난 이후 테란은 지옥을 경험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저그는 뮤탈리스크만으로 바이오닉 병력을 상대할 수 없었고 테란의 주병력이 공격을 시도하며 본진을 비울 때면 터렛 한두 기 정도만 지으면 든든했습니다. 테란이 저그를 만났을 때 승률이 높았던 이유도 럴커 올인 공격만 잘 막으면 됐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상황이 바뀌었죠. 공격적인 성향을 띄던 머린의 움직임은 움츠러들었고 한두 개만 지어도 되던 터렛은 5~6개를 짓지 않으면 뮤탈리스크에 의해 뚫려버리는 상황이 연출된 것입니다.

뮤탈리스크 뭉치기 기술이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2006년 초였습니다. 그리고 이후 저그는 13번의 스타리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7번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2006년 이전까지 저그는 결승전에서 테란에게 1승9패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는데요. 2006년 이후에는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저그가 테란에게 무려 4승2패를 거뒀습니다. 이 모든 것이 뮤탈뭉치기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스펙터클해진 저그전
뮤탈리스크 뭉치기 기술로 저그와 테란의 경기 양상이 달라진 것 이외에도 저그전 경기 양상도 큰 변화가 일었습니다. 기존에는 저글링 교전에서 끝이 나거나 대규모 뮤탈리스크 교전에 따라 저그전 승패가 갈렸습니다. 즉 저그전은 단기전 아니면 장기전이었죠.


◇뮤탈뭉치기를 통해 스컬지를 격추시키는 모습.

그러나 뮤탈리스크 뭉치기를 통해 정교한 컨트롤이 가능해지면서 저그전 경기 시간은 엄청나게 단축됐습니다. 예전에는 뮤탈리스크가 두 부대 가량 모이기 이전에는 교전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후로는 뮤탈리스크가 세 기 정도 모였을 때부터 공격을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스컬지 격추 컨트롤도 뮤탈뭉치기 기술로 충분히 가능해졌습니다.

이전 저그전 양상은 누가 더 오래 참느냐가 관건이었지만 지금은 누가 뮤탈리스크 컨트롤을 더 잘하는지에 따라 경기 결과가 갈립니다. 공중 교전에서 상대방의 스컬지를 더 잘 격추한 선수가 승리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뮤탈리스크 컨트롤 최강자라 불리는 이제동이 저그전 최강자로 불리는 것은 저그전에서 뮤탈리스크 컨트롤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뮤탈리스크 뭉치기 컨트롤이 개발된 이후 저그전은 점차 공중전 중심으로 흘러가게 됐으며 뮤탈리스크 컨트롤 능력은 이제 저그 선수들에게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습니다.

2부에서는 뮤탈뭉치기 기술이 탄생하게 된 비화와 뮤탈뭉치기 기술을 활용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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