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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송병구 "택뱅리쌍은 인생의 동반자"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송병구 "택뱅리쌍은 인생의 동반자"
안녕하세요. STX 소울 프로게이머 서지수입니다.

지난 주까지 최고의 대세 삼성전자 박대호 선수를 만나봤는데요. 별명이나 연관검색어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급작스럽게 주목을 받는 바람에 박대호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박대호 선수에 대해 팬들이 많은 것을 알게 된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주 메딕데이트 주인공은 대세 박대호와 같은 팀에 소속된 선수입니다. 가장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는 선수이자 팬들의 공격 또한 가장 많이 받았던 선수. 힘든 과정을 거쳤지만 모든 것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 결국 최고의 자리를 되찾은 선수. 7년만에 프로리그 프로토스 부문 다승 1위에 당당히 오르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선수. 여자친구가 있다고 당당히 밝히고도 성적을 그대로 유지해 프로게이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바로 삼성전자 칸 송병구입니다.

송병구 선수도 이제는 올드라고 볼 수 있는데요. 지금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 가운데 박정석과 고인규 선수를 제외하고 제가 가장 오래 본 선수니 저도 모르게 송병구를 올드 게이머로 분류하게 되더군요. 송병구 선수는 과연 올드게이머라는 사실에 동의할지는 의문이지만요.

사석에서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항상 경기장에서 저를 반갑게 맞아주는 몇 안 되는 프로게이머인 송병구. 그의 인사성과 친화력은 e스포츠계에서 본받아야 한다고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이번 메딕데이트 인터뷰는 시종일관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송병구 "택뱅리쌍은 인생의 동반자"

◆송병구와 서지수의 인연

서지수=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그동안 잘 지냈어?

송병구=예전에 올스타전에서 보고 못 봤으니 거의 1년이 넘은 것 같네요. 저는 보다시피 잘 지냈죠(웃음). 물론 시련도 많았지만 이번 시즌에는 팀도 2위를 하고 저도 프로토스 부문이지만 다승 1위도 해보고 좋은 일이 많은 것 같아요. 누나는 어떻게 지냈어요?

서지수=열심히 연습하면서 지내고 있지. (송)병구를 꺾을 날을 기다리며(웃음).

송병구=예전에는 누나랑 게임 한번 하고 싶어도 아마추어라 감히 프로에게 대전을 신청하지도 못했었는데(웃음). 진짜 한 십 년 전 이야기인 것 같아요. 제가 아마추어 때 누나를 처음 봤는데.

서지수=그때 배틀넷에서 네거 먼저 인사를 했던 것 같아. 그때 네가 중학교 1학년이었지?(웃음).

송병구=그때는 '까까머리' 중딩(?)이었죠(웃음). 그때부터 가입하고 싶은 길드 채널이 있었는데 그 길드에 (서)지수 누나의 쌍둥이 누나를 알게 됐어요. 그때 (임)성춘이형도 그 길드였죠. 그 길드에 들어가고 싶어서 지은이(서지수의 쌍둥이 언니) 누나랑 게임도 많이 하고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던 기억도 나네요.

서지수=(서)지은이가 자주 그런 이야기 해. 사람들한테 '나 송병구랑 팀플레이도 했던 사람'이라고. 그런데 다들 별로 믿어주지는 않는 눈치지(웃음). (송)병구가 유명해지고 난 뒤 사람들한테 매너 좋은 선수라고 얼마나 칭찬하는지 몰라.

송병구=(서)지은이 누나에게 밥이라도 한 번 사야겠는데요? 이렇게 저를 좋게 말해주시는 사람이 있다니 뿌듯하네요.

서지수=나는 그 때를 제외하고는 너와 게임 했던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웃음). 매 번 당했잖아. 그것도 항상 처참하게 당했던 것 같아서 말이야.

송병구=누나가 테란이고 제가 프로토스라 그래요. 만약 누나가 저그였다면 히드라리스트나 저글링 러시로 저를 끝내버렸을 수도 있어요(웃음). 아니면 5드론 하면 되요(웃음).

서지수=우리가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본 게 언제지?

송병구=2005년 소양교육 때에요. 그때를 기억하는 이유가 처음으로 1박2일로 소양교육을 갔거든요. 이상하게 누나가 다른 팀들과 경기할 때는 경기장에 자주 왔는데 삼성전자랑 할 때는 오지 않아 저희들 많이 속상했어요(웃음).

서지수=그래도 너한테 배틀넷에서 항상 배우고 많은 것을 물어보고 했던 것 같아. 처음에는 잘 못하더니 진짜 순식간에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송병구=그때는 누나한테 꽤 졌죠(웃음). 누리꾼들은 아마추어한테도 누나가 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한 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웃음). 제대로 당해야 봐야 다시는 그런 이야기 못하지 않을까 싶어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송병구 "택뱅리쌍은 인생의 동반자"

◆송병구와 남자 팬들의 상관관계

서지수=(송)병구를 만나면 꼭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하나 있었어. 유독 다른 선수들보다 남자 팬들이 많은 것 같은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송병구=그건 아주 간단해요. 내가 성적을 잘 낼 때마다 잘생긴 상대를 만나서 꺾었거든요. 여성 팬들이 많은 선수들을 제압했다. 올드 게이머들 가운데 팬이 많은 선수들은 대부분 외모가 출중하시잖아요. 그리고 지금 라이벌이라 불리는 (김)택용이도 잘생겼고. 원래 남자들은 불쌍한 사람을 응원하게 돼 있어요. 제가 하도 상대와 비교했을 때 못생겼다 보니 저를 응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서지수=그건 말도 안 된다. 팬들도 (송)병구 호감형이라고 이야기들 많이 하잖아. 남자들이 빠지는 마성이 있을 것 같아.

송병구=마성은 불쌍함(웃음)? (김)택용이랑 한 화면에 잡혀봐요. 내가 남자라도 나를 응원하게 될 것 같아요. 잘생긴 선수들은 게임을 조금 못해도 다 먹고 살겠지만 저는 게임이라도 잘해야 할 외모잖아요(웃음).

서지수=그래도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남자 팬들이 진짜 많은 것은 사실이야. 결승전이나 4강 정도로 높은 곳에서 경기할 때는 항상 상대들이 응원에서 밀리곤 하는 모습을 자주 봤거든.

송병구=프로토스라는 프리미엄도 있죠. 원래 프로토스가 남자 팬들이 많거든요. 유독 저만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프로토스인데다 불쌍하니 남자들이 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송병구 "택뱅리쌍은 인생의 동반자"

서지수=그래도 데뷔할 때보다는 확실히 외모가 나아지긴 했어(웃음).

송병구=그때 별명이 '안여돼'였어요. 안경 쓴 여드름 많은 돼지라는 뜻이었죠.

서지수=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살이 많이 빠지면서 멋있어진 것 같아. 특히 코가 정말 예뻐졌더라고. 혹시 보톡스라도 맞았니(웃음)?

송병구=저도 가끔 2005년 사진을 보며 깜짝 놀라곤 해요. 다른 사람 같다니까요. 이래서 돈이 좋은 것 같아요(웃음). 피부 관리만 했을 뿐인데 이렇게 달라지다니 다들 돈 많이 버세요(웃음). 상추 다이어트를 했는데 그래서 살이 많이 빠졌죠. 지금은 다시 먹어서 살이 찌고 있어 속상해요.

서지수=남자 팬들이 많은 것은 그래도 행운이라고 생각해.

송병구=남자든 여자든 팬이라는 존재는 선수들에게 항상 소중해요. 그 선수가 200% 실력 발휘를 하도록 만드는 것은 팬들의 응원 덕분이거든요. 결승전에서는 무대에서 응원 의 함성을 다 들을 수 없는데 4강에서는 항상 바로 앞에서 응원 소리를 들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4강 성적이 좋은 것 같아요.

◆송병구에게 택뱅리쌍이란?

서지수=송병구가 생각하는 택뱅리쌍 서열은 어떤 것 같아요?

송병구=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일등이 저라고 말하고 싶죠(웃음). 하지만 (이)영호가 1위라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거에요. 그 다음이 (이)제동, (김)택용 그리고 제가 아닐까 생각해요. 일단 버는 돈이 다르잖아요(웃음). 솔직히 2007년에는 제가 제일 잘했는데 요즘은 하도 선수들이 잘하니 주눅 드는 것도 없지 않아 있죠.

서지수=본인 말대로 이미 데뷔한 지도 한참 됐고 전성기가 아닌 상황에서 택뱅리쌍에 낀 것에 대해 부담감도 있을 것 같아요.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송병구 "택뱅리쌍은 인생의 동반자"

송병구=저는 항상 어중간했어요. 예전에 신 3대 프로토스로 오영종, 박지호, 송병구가 꼽혔을 때 제가 가장 먼저 주목 받았지만 나중에 (오)영종이형이 우승하고 (박)지호형이 4강 가면서 '송병구는 빠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사실 지금도 그런 처지죠.

작년에는 '택리쌍'과 '뱅덴참'으로 나뉜 적도 있어요. 김택용이 프로리그 다승왕, 이영호와 이제동이 개인리그 휩쓸면서 저는 택뱅리쌍에서 빠지고 새로 떠오르고 있던 신동원, 정명훈과 한 조라고 팬들이 평가하더라고요. (신)동원이나 (정)명훈이가 우승했을 때 '송병구 대신 다른 선수를 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자주 나왔죠. 그래도 지금은 프로리그 성적이 어느 정도 나오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들어가 다행이라고 생각해요(웃음).

서지수=어떻게 보면 송병구가 너무나 오랜 기간 잘하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 같은 것이네요. 사실 비교할 대상은 아닌데(웃음). 이것은 마치 임요환과 이윤열을 비교하는 것과 같은 일이잖아요. 분명 둘 다 전성기 시절이 다른데 누가 더 잘한다고 싸우는 것 같아요. 그래도 다른 프로게이머들은 부러워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송병구=저도 요즘은 그런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요(웃음).

서지수=그렇다면 송병구에게 택뱅리쌍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송병구=사실 예전에는 라이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동업자라는 생각이 더 강해요. 특히 매년 다른 일로 e스포츠가 위기라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니 서로 좋은 모습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요. 경기 수도 줄어서 서로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었으니 만약 만났을 때 더 멋진 경기를 보여줘야 팬들도 열광하고 e스포츠 열기도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에요.

얼마 전 (이)영호와 붙은 적이 있는데 함성 소리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팬들도 정말 많이 기다렸구나 생각하니 코 끝이 찡해지더라고요. 물론 캐리어를 가다 역전패 당하긴 했지만 그런 함성을 자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지수=개인적으로는 택뱅리쌍 중 누가 라이벌이라고 생각해요?

송병구=개인적으로 이영호도 그냥 테란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가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할 때도 있어요. 라이벌이라고 하기에는 나이나 경력 차이가 너무나 많이 나잖아요. 마치 삼촌과 조카를 라이벌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제가 영호 눈에 들지 않는다는 거에요. (이)영호 눈에는 (이)제동이 밖에 라이벌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람이 없을 거에요. 저는 아마 퇴짜 맞을걸요(웃음).

같은 종족이고 나이도 비슷한 (김)택용이가 라이벌이죠. 다승 순위도 그렇고 외모는 비교가 안 되지만 어쨌건 (김)택용이랑 붙으면 사실 진짜 지기 싫어요. 그래서 라이벌이구나 생각할 때가 있어요. 왠지 지기 싫은 선수가 라이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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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수=송병구에게 이영호란 어떤 존재인가요?

송병구=처음에는 고마웠지만 지금은 미운 존재죠(웃음). (이)영호가 주목 받기 시작하고 초반에는 저에게 많이 졌거든요. 그런데 2주 동안 치러진 결승전에서 모두 패해 갑자기 2대6이 됐어요. 그 때부터 (이)영호가 미워졌죠(웃음).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벌어졌다고 생각해요. 이제 그는 너무나 먼 존재요(웃음).

서지수=그래도 지난 번에 만나 보니 아직은 순박한 20살 청년이던데.

송병구=물론 사석에서 만나면 귀여운 동생이에요.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제가 많이 귀여워해줘야 하는 상황인데 이상하게 (이)영호에게는 그런 감정이 잘 안 생겨요. 저보다 돈을 많이 벌어서 그런 가봐요(웃음). 동생들에게 제가 밥을 많이 사주는 편인데 (이)영호에게는 왠지 얻어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서지수=나도 그런 감정이 들기는 했는데(웃음). 왠지 비싼 음식을 얻어 먹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웃음).

[서지수의 메딕데이트] 송병구 "택뱅리쌍은 인생의 동반자"

송병구=개인적으로 (이)영호와 (이)제동이에게 바라는 점이 있어요. 둘 다 골든마우스 타갔고 스타리그 우승 상금으로 꽤 많은 금액을 챙겼을 것 같아요. 가지고 있는 금을 팔아 '리쌍배' 스타리그 한번 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빨리 스타리그가 열렸으면 좋겠어요. (이)영호가 떨어져서 내가 스타리그 연속 출전 기록도 깰 수 있었으면 해요(웃음).

서지수=진짜 그동안 리쌍이 가져간 상금과 금마우스를 팔게 되면 충분히 스타리그를 개최할 수 있겠네(웃음).

송병구=식은 죽 먹기라니까요! 아마 두 번도 가능할걸요(웃음).

*(2)편에서 계속

정리=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사진=데일리e스포츠 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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