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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이영호가 디파일러에 대처하는 자세

[핀포인트] 이영호가 디파일러에 대처하는 자세
◇이영호가 수많은 탱크로 디파일러의 다크스웜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장면입니다.

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입니다.

2주에 걸쳐 스타크래프트 3대 사기 유닛 중 하나인 디파일러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디파일러의 경우 저그가 테란을 상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유닛이라는 점에 모두 동의했지만 그래도 디파일러는 사기 유닛입니다. '사기 유닛' 중 하나가 '사기 유닛'으로 인정했기 때문이죠.

무슨 말이냐고요? 프로게이머들에게 사기 유닛을 조사하면서 흥미로운 답변이 있었습니다. 유닛을 고르는 선수 사이에 간간이 한 선수의 이름이 눈에 띄었습니다. 네 명중 한 명은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유닛을 고르지 않고 이 선수의 이름을 이야기했는데요. 바로 '최종병기' 이영호의 이름이었습니다.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그냥 이영호 자체가 사기 유닛이라고 주장하는 선수가 의외로 많았습니다.

사실 득표수로만 보면 이영호는 스타크래프트 3대 사기 유닛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사람을 사기 유닛이라 쓸 수는 없겠죠? 앞으로 다룰 핀포인트에 이영호가 사기 유닛으로 등장하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프로게이머들은 이영호라는 존재에 대해 사기 유닛 만큼이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 보입니다.

아무튼 프로게이머들이 인정한 사기 유닛인 이영호는 디파일러를 스타크래프트 최고의 사기 유닛으로 꼽았습니다. 이영호의 절규가 아직까지 생각납니다.

"디파일러만 뜨면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니까요! 정말 답답하다고요!"

하지만 이영호의 저그전 승률을 보면 도대체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일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이영호의 현재 공식전 저그전 승률은 71%입니다. 게다가 무려 187전의 저그전을 했는데도 이 정도의 승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면 이영호가 왜 사기 유닛으로 꼽힐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네요.

그러나 이영호도 무서워(?)하는 유닛이 바로 디파일러입니다. 오늘은 최근 '철벽수비'로 새로운 저그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김민철과 함께 디파일러를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그리고 이영호가 디파일러를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비형 저그가 디파일러를 잘 사용한다?

디파일러는 원래 공격할 때 더 유용한 유닛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디파일러를 수비 용도로 쓴다는 것은 저그가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수비에 디파일러를 사용하는 것은 잠시 후 저그가 항복할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이론은 전면 수정돼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철벽수비'라 불리는 웅진 김민철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김민철은 디파일러를 수비용으로 사용합니다. 테란이 공격하다 지칠 때까지 수비를 한 뒤 테란의 병력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 싸움을 걸어 승리하곤 합니다.

우승자 출신 저그인 CJ 신동원은 "요즘은 공격적인 선수들이 디파일러를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하이브까지 가지 않고 경기를 끝내는 경우가 더 많고 어쩌다 하이브를 간다 하더라도 디파일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즉 디파일러는 수비를 좋아하는 저그 프로게이머들이 자주 사용하는 유닛이라는 거죠.

이 말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습니다. 디파일러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형근도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저그 선수는 아니었죠. 김준영, 마재윤, 그리고 디파일러 마스터라 불리는 김성대까지 모두 수비형 저그라 불리던 선수들이었습니다.

[핀포인트] 이영호가 디파일러에 대처하는 자세

◇'철벽수비' 웅진 김민철.

어떻게 보면 '철벽수비'라는 별명을 가진 김민철이 새로운 디파일러 마스터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김민철은 저그도 수비 위주로 충분히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 저그 선수입니다.

김민철은 디파일러를 사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고 못박았습니다. 특히 디파일러는 럴커와 합동 공격을 펼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타이밍을 잘못 조율하게 되면 럴커도, 디파일러도 모두 죽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죠.

김민철의 경우 테란의 병력이 공격을 들어보면 우선 침착하게 다크스웜을 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당황하다 보면 병력을 모으느라 정신이 없는데 차라리 다크스웜을 쳐 놓은 뒤 병력을 정비하고 다크스웜 안에 럴커를 버로우시키는 것이 더 낫다고 하네요. 이때 탱크 포격을 맞아 줄만한 저글링 등을 먼저 던져 주면 금상첨화입니다.

김민철은 테란이 공격할 때 당황할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습니다. 디파일러가 나온 뒤 김민철은 무조건 수비 태세를 갖추고 테란 병력을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테란이 언덕 지역에 탱크를 시드모드를 하고 수비 라인을 갖춰 버티면서 지친 상대가 공격오기를 바라듯이 말입니다.

그렇게 테란의 공격을 유도하고 난 뒤 김민철은 기다렸다는 듯 다크스웜과 병력으로 공격 온 테란 병력을 야금야금 갉아먹습니다. 김민철은 우선 후방에서부터 다크스웜을 친 뒤 점차적으로 앞으로 이동해 결국 탱크가 시즈모드된 지역까지 다크스웜을 쳐 저글링만으로 테란 병력을 잡아내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데요. 그렇게 세 번 정도의 수비를 해내면 테란은 그만큼의 병력을 모으기 어려워진다고 하네요.

◆사이언스 베슬이 무섭지 않은 디파일러

예전에 디파일러가 자주 사용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사이언스 베슬 때문이었습니다. 이레디에이트 한 번으로 디파일러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저그들은 굳이 디파일러를 사용하려고 하지 않았죠.

그러나 선수들의 멀티태스킹 능력이 좋아지면서 디파일러는 더 이상 사이언스 베슬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김민철은 "이게 다 플레이그 덕분"이라고 하더군요. 테란이 사이언스 베슬로 디파일러를 잡기 위해 근처로 왔다가 플레이그를 뒤집어 쓰게 되면 테란이 애지중지 모아 놓은 사이언스 베슬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테란 선수들은 저그와 장기전을 펼칠 때 사이언스 베슬을 다수 생산하는 전략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딱 필요한 수만큼 생산하죠. 예전 'SK테란'이라 불렸던 전략을 보면 사이언스 베슬을 한 부대 넘게 생산해 저그를 상대하는 플레이는 저그의 디파일러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없는 전략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이언스 베슬 한 부대가 모여있는 곳에 디파일러의 플레이그가 적중하게 되면 모든 사이언스 베슬의 체력이 3까지 떨어지고 뮤탈리스크 한 기만으로도 사이언스 베슬들을 모두 잡아낼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이영호가 왜 디파일러를 사기 유닛이라 울부짖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이영호는 결국 디파일러를 상대하는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아무리 디파일러를 잘 사용하는 '철벽수비' 김민철이라 하더라도 이영호에게 5전 전패를 당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디파일러, 이제 탱크로 상대한다

이영호는 저그와 장기전을 펼칠 것 같은 낌새가 보이면 곧바로 팩토리를 늘립니다. 그리고 사이언스 베슬 생산을 최소화한 뒤 모든 자원을 탱크에 투자합니다. 탱크를 마치 바이오닉 병력처럼 쉴 새 없이 생산합니다. 벌처조차도 이영호는 단 한 기도 생산하지 않고 오직 탱크에 집중합니다. 여기에 이영호의 비법이 숨겨져 있습니다.

[핀포인트] 이영호가 디파일러에 대처하는 자세

◇디파일러가 무섭다고 하면서도 가장 디파일러를 잘 대처하는 테란 이영호.

이영호는 저그를 상대할 때 테란의 가장 큰 무기는 화력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저그의 경우 정직하게 한 유닛이 한 유닛을 공격해 잡아내는 경우가 많지만 테란의 경우 탱크가 모이고 공격력 업그레이드까지 충실히 해주면 탱크 4기 만으로 히드라나 저글링 6부대를 몰살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즉 테란이 탱크를 무한대로 모으게 되면 저그가 아무리 다크스웜을 사용하고 플레이그를 뿌려도 다수 탱크 병력을 당해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이영호는 현재 디파일러를 가장 잘 사용한다고 알려진 김민철에게 5전 전승, 김성대에게 2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영호가 디파일러를 사기 유닛이라 규정해도 저그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테란 선수들도 탱크만 생산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영호의 논리와 이론이 모두 타당하지만 따라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고 합니다. 아마도 저그전 후반에 탱크만 모으는 데는 이영호만의 노하우가 있는 것 같은데요. 아마 절대 이야기해 주지 않겠죠?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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