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A는 인터뷰에 익숙지 않습니다. 데뷔한 지 오래됐고 팀에서 고참 대우를 받고 있지만 인터뷰를 위해 기자실에 들어오면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못합니다. 쑥스러움을 많이 타기 때문이죠. 경기석에서 봤던 A의 모습을 연상하는 기자들은 그런 모습에 자주 놀라곤 합니다.
얼마 전 프로리그에서 소속 팀이 승리했고 승자 인터뷰로 A가 선정됐습니다. 이날 인터뷰도 조용히 진행됐습니다. 특별한 질문이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 질문인 '하고 싶은 말'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A가 점퍼에서 종이를 꺼냈습니다. A의 행동이 의아했던 기자들은 A가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읽는 순간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지금까지 고마웠던 사람들과 함께 소속팀에 대한 감사함이 글씨로 하나하나 적혀 있었기 때문이죠.
한 기자는 그 종이를 누가 만들었는지 물어봤습니다. A는 그 질문에 "매니저가 적어줬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B기자는 매니저에게 A선수가 종이를 적어서 하고 싶은 말을 답했다고 웃으면서 묻자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야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