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기자를 하다 보면 이런 e메일이 솔찮이 온다. 대형 이슈는 아니지만 경기장을 직접 찾아 관전하는 팬들에게는 엄청나게 큰 이슈다. 좋은 자리-용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으로 치면 의자가 있는 좌석-를 잡으려면 경기 시작 4~5시간 전에 가야 한다. 빅매치를 앉아서 보기 위해서는 오전부터 줄을 서야 한다. 선착순이기 때문이다.
e스포츠 업계에 있어 2013년은 안녕하기 그지 없는 해다. 일부 기업들이 경영 악화로 인해 프로게임단을 포기하는 안녕하지 않은 소식들이 들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신규 e스포츠 종목이 대성했고 국내외 각종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의 승전보도 잇따랐다. 2014년을 뜨겁게 달굴 리그 오브 레전드 시즌4 월드 챔피언십의 한국 개최까지 확정됐으니 내년까지도 안녕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e스포츠 팬들은 안녕치 않다. e메일을 보낸 팬 뿐만 아니라 현장 관전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용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이 개장한 2005년만 하더라도 정말 관전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졌다고 평가했지만 이제 팬들의 눈높이는 더욱 올라갔다. 게다가 야구와 축구 등 프로화가 잘된 분야는 팬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관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다각도의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e스포츠 관전 환경은 계속 제자리 걸음이다.
e스포츠계도 2014년 나아진 경기장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고 있는 IT 콤플렉스 안에 e스포츠 경기장이 마련됐기 때문. 지난 8월에 열린 핫식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서머 결승전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론, 전병헌 한국e스포츠협회장 또한 "2014년 5월 즈음에는 새로운 경기장에서 e스포츠를 관전할 수 있을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여기에 오는 28일 개장할 예정인 넥슨 e스포츠 아레나까지 준비된다면 현재의 관전 환경보다는 나이질 것이다.
문제는 향후 운영이다. e스포츠 팬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0대도 관전하고 즐길 수 있는 e스포츠는 10대 시기를 넘기고 나면 20대, 30대로 팬들의 수요가 늘어난다. 구매력을 갖춘 2~30대에게 시간이라는 귀중한 자산을 들여 선착순 대기를 하라고 하는 일은 다른 스포츠 종목으로 떠나가라는 뜻과 똑같다.
e스포츠가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고, 무료 관전 문화가 익숙해져 있다고 지적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금액을 들이더라도 팬들이 찾아오도록, 더 편하게 관전하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만 팬들이 '안녕들' 할 수 있고 e스포츠의 미래도 안녕들 할 수 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