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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히어로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자석] 히어로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 팬들 사이에선 개발사 블리자드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다.

공식 발표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지난 스프링 글로벌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중국의 에드워드 게이밍이 히어로즈 팀을 해체할 것이라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고,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의 MVP 블랙은 김광복 감독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이 히어로즈 e스포츠의 현 상황에 대한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히어로즈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이 공통된 이유였다. 이어 슈퍼리그 초대 우승 팀인 TNL과 2015 블리즈컨 우승 팀인 북미의 클라우드 나인까지 해체했다. 유럽 강팀 중 하나였던 나투스 빈체레는 이미 지난 4월에 해체됐다.

그렇지 않아도 유저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이는 히어로즈인데, 게임을 가장 좋아했고, 가장 잘하는 프로게이머들이 게임을 그만두네 마네 하거나 우승 경험을 가진 팀들이 줄줄이 해체를 하니, 블리자드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 게임 홍보에 열중하며 '레스토랑스'라는 별명까지 얻은 유저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히어로즈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만에 맞이한 상황이다. 출시와 함께 5위까지 치고 올랐던 히어로즈의 PC방 순위는 이제 20위권 안에서는 찾을 수조차 없다.

유저 유입이 없다보니 슈퍼리그에 출전하는 팀들도 새 선수를 찾기가 힘들고, 선수층은 고인물이 된지 오래다. 최근 열린 슈퍼리그 시즌2 결승에서 참패를 맛보긴 했지만 MVP 블랙이 독주하다시피 하고 팀 간의 실력 차가 크다보니 대회를 보는 재미도 점차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욱 큰 문제는 히어로즈의 현 상황이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외에서 게임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 트위치TV에서 히어로즈의 평균 실시간 시청자 수는 5천 명 이하로 떨어진지 한참 됐다.

MVP 블랙만 국내에서 독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스프링 글로벌 챔피언십에 출전한 12개 팀 중 8개 팀이 또 다시 서머 글로벌 챔피언십에 진출했다. 대만 대표로 선발된 PBA 선수들 중 3명이 지난 시즌 GIA로 출전한 것을 감안하면 12개 팀 중 9팀은 변화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유럽에서는 디그니타스와 마이인새니티가 양강 체제를 구축했고, 북미에선 나벤틱이 여전히 강세다. 중국도 e스타 게이밍이 독주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치고 올라오는 팀이 없다보니 최강팀의 독주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히어로즈에서는 왜 신흥강자가 발생하지 않을까. 간단하다. 대회가 없고, 상금이 적기 때문이다.

현재 북미와 유럽에서 열리고 있는 히어로즈 대회는 ESL이나 드림핵을 통해 열리고 있는데 모두 글로벌 챔피언십과 연계된, 각 지역대표를 선발하는 대회다. 글로벌 챔피언십을 제외하면 대회가 전무한 것이다. 대회가 없다고 투정하는 국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그나마 한국에선 파워리그, 중국에선 골드리그가 추가로 열리는 것이 전부다.

상금 규모도 다른 종목과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히어로즈의 연간 총상금은 400백만 달러(한화 약 46억 원)에 달한다. 해외의 e스포츠 전적 사이트를 토대로 2016년 주요 종목들의 연간 총상금 규모를 조사해본 결과 프리미어급 대회만 스타크래프트2는 약 25억, 리그 오브 레전드는 약 65억,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가 약 72억, 도타2는 225억 원 정도다. CS:GO와 도타2는 계속해서 상금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히어로즈의 총상금도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실제 각 지역의 대표 팀들이 가져갈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있다. 예를 들어 한국 팀이 국내에서 슈퍼리그 3회, 글로벌 챔피언십 3회를 모두 우승한다고 치더라도 가져갈 수 있는 상금은 10억 원을 넘길 수가 없다. 상금을 받아서 그 중 일부를 팀에 넘기고 남은 상금을 다시 5~6명이 나누면 1인에게 돌아가는 몫은 1억 원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참고로 도타2 팀인 MVP 피닉스는 지난해 디 인터내셔널5에서 8강에 든 것 하나로만 9억 원을 넘게 벌었다.

프로게이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상금이다. 상금을 따는 것은 곧 삶의 질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상금 규모가 클수록 하위 팀들이 벌어들이는 수입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회가 거의 없는 히어로즈에선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하위권 팀들은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없다보니 미래에 대한 설계나 투자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판이 커지지 않고 정체되는 원인이다. 하위 팀들도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리그가 꾸준하게 돌아갈 수 있다. 하위 팀들이 붕괴되면 그 영향은 정상에 있는 팀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리그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세계 랭킹 1위의 MVP 블랙조차 쉽게 후원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아래의 팀들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겠는가. 국내에 남은 팀들이 언제 사라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블리자드의 e스포츠 종목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종목과 대회의 지속성이다. 매년 가을 열리는 블리즈컨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를 뽑기 때문에 대회가 사라질 염려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 외의 대회를 키울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블리즈컨 하나만 바라보고 가기엔 각 팀들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너무나도 크다.

3년 뒤에도 블리즈컨에서는 분명히 히어로즈 대회가 열릴 것이고, 한국 팀이 출전할 것이다. 하지만 그 때 국내에 블리즈컨 한국대표 선발전을 제외한 히어로즈 대회가 남아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처럼 말이다.

블리자드가 e스포츠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을 똑바로 하고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해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히어로즈 e스포츠야 말로 머지않은 시일 내에 '그들만의 리그'가 될지도 모른다.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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