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ad

[창간 9주년 기획] 9년차 프로 게이머에서 베테랑 시스템 엔지니어로, '천마' 최범호

[창간 9주년 기획] 9년차 프로 게이머에서 베테랑 시스템 엔지니어로, '천마' 최범호
프로게이머에게 은퇴란 비단 선수 생활이 끝나는 것뿐만 아니라 경력 단절을 의미한다. 10대부터 게임을 잘한다고 평가 받았고 20대의 대부분을 프로 선수로 살아왔던 프로게이머에게 경력을 이어가기 위한 수단은 감독이나 코치 등 지도자가 되거나 트위치TV, 아프리카TV 등을 통해 개인 방송을 하는 것이 전부다.

데일리e스포츠는 창간 9주년을 맞아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사람들 가운데 은퇴하고나서 특이한 직업을 택한 인물들을 인터뷰했다.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게이머 은퇴자 특집 인터뷰는 총 5회로 기획됐고 다섯 번째 주자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프로게이머로 다년 간 활동한 뒤 투철한 학업 정신을 발휘해 시스템 엔지니어로 변신한 최범호다.<편집자주>


9년 차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프로게이머가 시스템 엔지니어로 변신했다. 벌써 6년 차 베테랑 엔지니어다. FvW, e스포츠 유나이티드, 메이븐 크루, 루나틱 하이 등에서 활동했던 '천마' 최범호의 이야기다.
최범호는 KPGA, JCGE, 넥슨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리그 등 국내 대회에서 수차례 우승했을 뿐만 아니라 WCG 3위, CPL 준우승, ESWC 4강, WEF 우승 등 국제 대회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걸어온 최범호에게도 은퇴는 찾아왔다. 2009년 프로 무대를 떠난 것이다. 게임 외에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암담했다는 최범호는 은퇴 후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 하나로 길을 개척해 나갔다. 2년 간의 아르바이트, 1년 간의 공부, 6개의 자격증. 오로지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였다.

최범호는 은퇴에 대해 고민하는 선수들에게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것저것 다 해본다는 마음가짐으로 부딪혀야 한다고. 선택한 일이 자신과 안 맞으면 곧바로 돌아서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최범호는 "선택의 범위는 넓다"며 "다양한 것을 경험해보며 자신에게 맞는 일을 좁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막연한 목표를 좁히고 좁혀 새로운 길을 만들어낸 최범호. 오로지 노력으로 쓰여진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창간 9주년 기획] 9년차 프로 게이머에서 베테랑 시스템 엔지니어로, '천마' 최범호
Q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영림원 소프트랩'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6년째 재직 중이다. 서버 네트워크 보안 및 DB 관리를 담당하고 있고, 고객사 ERP 관리도 하고 있다.

Q 시스템 엔지니어라는 직업은 프로 게이머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은퇴 후 어떤 과정을 거쳐 직업을 선택했나.
은퇴 이후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암담했다. 막연하게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고, 이왕이면 비전 있는 직업을 선택하고 싶었다. 전망 있는 직업을 검색하니 정보보안 쪽이 나왔다. 관련된 학원을 찾아봤는데, 학원에서 "학위 없으면 취직 어렵다"고 하더라. 어차피 정보보안 쪽으로 가려면 시스템 엔지니어 지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쪽으로 권유를 받았다. 본래 학위가 없으면 힘들고, 우리 회사도 대학 졸업자를 받는데 운이 좋게 입사할 수 있었다. 처음엔 C언어 등 개발 쪽으로도 배워봤는데 내 타입이 아니더라. 시스템 엔지니어가 나와 잘 맞았다.
Q 시스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점이 있다면.
분야가 굉장히 넓어 여러 가지를 알아야 한다. CCNA 같은 기본적인 자격증들을 따두는 것이 좋다. 나도 윈도우 서버 OS 관리자 자격증 등 취업하기 전에 6개를 땄다. 자격증 비중을 크게 보지 않는 회사도 많지만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 좋다.

은퇴 후 학원비를 벌기 위해 2년 동안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일을 했고, 이후 1년 동안 공부해서 취업했다. 2년이나 준비했기 때문에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어서 엄청 열심히 했다. 처음에는 많이 뒤처지는 감이 있었다. 학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였는데, 나는 아침 9시부터 도서관에 가서 공부했다. 그랬더니 나중에는 학원에서도 1, 2등을 다투게 됐다.

Q 다수의 프로 게이머들은 게임 외의 활동이 저조한데, 자기 계발을 위해 추천하는 활동이 있나.
활동적인 취미생활을 가지고 있는 게 활력소가 된다. 나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아마추어 밴드 보컬을 하면서 해소가 됐다. 회사 생활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도 큰 도움이 되더라. 영어 공부도 필요하다.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해외에 많이 나가 봤는데 언어에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것이 제일 후회된다. 영어만 열심히 해도 되는 것 같다. 어떻게든 써먹을 곳이 있다.

Q 프로 게이머라는 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엔 무엇이 있을까.
팀 게임을 하다 보니 여럿이 단체 생활을 하면서 작전을 짜고, 브리핑을 하고, 개선안을 위해 논의하고, 실행에 옮기고, 다시 수정하고 이런 작업들을 반복했다. 회사 생활도 똑같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항상 더 나아가려는 행동들이다. 회사에서 주는 것만 하는 사람들 있는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뭔가 개선하려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그런 부분이 도움이 많이 된다.

Q 사회에서 프로 게이머라는 경력은 어떤 평가를 받는지.
선입견을 가질까봐 처음에는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간이 나서 대회에 출전했는데, 회사 직원이 TV에서 나를 보는 바람에 회사에 알려지게 됐다. 그 때문에 CEO도 나를 알게 됐다. 다행히 '대단한 일 했다'고 좋게 봐주시더라.

Q 얼굴이 알려져서 새로운 것을 하기 두려워 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뭐라도 해야 한다.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이것저것 많이 접해서 시야를 넓혀야 한다. 찔끔찔끔하지 말고 할 때 열심히 해야 된다.

Q 상대적으로 프로 게이머들의 학력이 저조한데, 이 점이 문제시되진 않나.
영어 공부를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했는데,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것도 후회된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학력에 따라서 급여가 달라진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그렇다. 아무리 잘해도 학위가 없으면 안 된다. 웬만하면 대학교는 나오는 것이 좋다.

Q 은퇴 후 진로 설정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뭐든 다양하게 많이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저것 다 해봐야 한다. 한 가지를 실패했으면 '나는 안 돼'가 아니라 '이게 나와 안 맞으니 다른 걸 하면 되겠구나'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나도 C언어를 배우다 나와 안 맞으니 그걸 빼고 고르면 되겠구나 싶었다. 선택의 범위는 넓다. 아니라고 생각되면 과감히 버리고 다른 것을 해봐야 한다. 그러면 하나씩 좁혀지게 돼있다. 물론 할 때는 열심히 해야 한다.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다 보면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된다. 뭘 알아야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고를 수 있다. 뭘 해본 것도 없이 고르면 안 골라진다.


진행=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정리=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

1젠지 18승 0패 +31(36-5)
2한화생명 14승 4패 +20(31-11)
3T1 11승 7패 +8(25-17)
4농심 10승 8패 +3(24-21)
5KT 10승 8패 +2(23-21)
6DK 10승 8패 +2(24-22)
7BNK 6승 12패 -12(17-29)
8OK저축은행 5승 13패 -13(17-30)
9DRX 5승 13패 -14(14-28)
10DNF 1승 17패 -27(8-35)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