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야구 역사에 따르면 플레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쓴 것은 1876년부터라고 한다. 내셔널리그가 창설되며 초창기 야구가 체계를 잡아가던 무렵, 경기 시작을 알리는 말로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뉴욕 신사들의 모임인 ‘니커보커스 클럽’에서 여가활동으로 야구를 시작하면서 경쟁보다는 놀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플레이 볼이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야구가 다른 구기종목과는 달리 경기장을 ‘볼 파크(Ball Park)’라고 말하는 것도 놀이의 장소라는 의미와 연관돼 있다. 이기기 위해 경쟁적으로 승부를 벌이기 보다는 볼을 갖고 공원에서 한가롭게 노는 종목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착상이 아니었을 까 싶다. 다른 구기 종목이 코트(Court, 법정), 필드(Field, 전장터) 등 딱딱하고 무거운 용어로 불리는 데 비해 야구장은 파크라고 말함으로써 마치 싸우러 가기보다는 소풍간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사실 어릴 적 야구를 처음 접하면서 흰 공을 쫓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는 장면이 흡사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노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경기 자체가 천천히 진행되며 공격과 수비가 교체되며 플레이가 끊어지기도 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공식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경기를 보면서는 자유를 만끽하고 한가로운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미국 영어사전을 보면 플레이 볼은 ‘기꺼이 협조하다’는 다른 의미도 갖고 있다. 공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 여러 명이 서로 참여해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해야한다. 야구에서 경기를 시작한다는 의미로 플레이 볼이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은 서로 협조하면서 즐긴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 볼 선언과 함께 공을 갖고 먼저 플레이하는 주체가 공격측이 아닌 수비측인 이유도 상대를 배려하며 협조하는 양보의 미덕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플레이 볼이라는 말 안에는 유희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에 잘 어울리면서도 사회적 도덕과 질서를 존중하는 덕목의 가치가 녹아들어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