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승까지 오른 과정에서 '톰' 임재현 감독대행이 이끄는 T1과 양대인 감독이 이끄는 웨이보는 모두 준수한 밴픽 능력을 보여줬다. 조커 픽을 준비해서 경기의 구도를 뒤트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의 핵심 픽을 일찌감치 봉쇄하면서 변수를 차단하기도 했다. 밴픽에서 어느 한 팀의 실수에 가까운 픽으로 게임의 유불리가 갈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지금까지의 T1의 밴픽 구도를 살펴보면, 다전제에서 명확한 콘셉트를 지니고 밴픽을 진행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스위스 스테이지나 8강 경기에서는 니코와 마오카이를 집중 견제했고, 4강에선 상대가 잘 다루는 라칸과 고티어 픽이 니코를 고정 밴했다. 특히 '샤오후' 리위안하오의 챔피언 풀에 니코가 들어있는 것을 토대로 고려해보면, 이번 경기에서도 니코는 고정 밴 리스트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미드의 핵심 밴픽 카드는 아지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페이커' 이상혁과 '샤오후' 모두 아지르를 가장 많이 플레이했다. 더욱이 이상혁의 경우 아지르-오리아나 구도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LNG 전을 완승으로 이끈 바 있다. 경우에 따라 오리아나를 풀고 아지르로 다시 상대할 수도 있고, 혹은 오리아나를 밴한 상황에서 아지르를 가져오면서 상대 '샤오후'의 다른 픽을 유도할 수도 있다.
탑에서 가장 핫한 카드는 역시 럼블이다. '점화'를 들고 강하게 라인전을 압박하는 럼블은, 현재 카운터치기 굉장히 어려운 픽으로 꼽힌다. '더샤이' 강승록과 '제우스' 최우제 모두 럼블을 몹시 잘 다루는 선수이기 때문에 럼블은 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두 선수의 모스트 1은 모두 아트록스지만, 아트록스의 경우 선픽으로 꺼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강전에서 두 선수는 각각 탑 그레이브즈와 탑 요네로 아트록스를 훌륭히 카운터치는 모습을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탑에서는 럼블이 산다면 럼블을 먼저 가져가고, 그렇지 않은 경우 아랫 티어 픽인 크산테나 아트록스 등을 가지고 심리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바텀의 경우 양팀 모두 변칙적인 전술을 선호하기 때문에 가장 예상하기 어려운 라인이다. 서포터 픽이 특히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핵심이 될 만한 카드는 라칸과 레나타다. 라칸의 경우 현재 압도적인 밴픽률을 기록하고 있는 카드로, 고정 밴되거나 풀리게 되면 먼저 가져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레나타 역시 양 팀의 서포터가 모두 선호하는 카드 중 하나로 선호도가 높을 전망이다. 대부분의 바텀 밴픽이 자야-라칸, 바루스-애쉬, 칼리스타-레나타 등으로 시너지 있는 잘 알려진 조합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지만, '서커스단'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바텀에서 변칙을 잘 구사하는 T1이기 때문에 닐라-세나나 진-바드 처럼 모두의 예상을 깬 조합을 1세트 레드진영서 준비해올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