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설은 이어진다' T1 '페이커' 이상혁](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73113181504456b91e133c1f11015245119.jpg&nmt=27)
지난 27일 T1 '페이커' 이상혁의 4년 계약이 발표되자 전 LCK 해설자인 '몬테크리스토' 크리스토퍼 마이클스는 자신의 SNS에 "'페이커'가 오랜 기간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서도 계속 지킬 수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라며 "선수 생활 내내 한 팀에만 머물면서 이런 성과를 냈다는 사실은 LoL e스포츠 전반에 엄청난 지속력을 가져다줬다. 정말로 이 세대에 한 번 나올 법한 e스포츠 선수다"고 평가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충격에 빠트렸던 소식이었다. '페이커' 이상혁은 소속팀 T1과 2029년까지 동행을 결정했다. 이상혁은 이번 계약으로 '원클럽맨'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T1은 27일 인천 중구 운서동 인스파이어 아레나서 벌어진 LCK 로드쇼 홈그라운드 마지막 날 농심 레드포스와의 경기가 끝난 뒤 팬 미팅서 이상혁과의 재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T1은 이날 경기 후 하이라이트가 될 소식을 발표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지만 이상혁의 재계약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상혁의 재계약 소식이 발표되자 LoL e스포츠 SNS는 '긴급뉴스'로 소식을 타전했다. '몬테크리스토' 뿐만 아니라 많은 해외 관계자들이 놀라움을 나타냈다. LTA 북아메리카 해설인 '라즈' 바렌토 모하메드는 "'페이커'는 게임에 헌신하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잘 관리한다면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계속 활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며 손을 치켜세웠다. 플라이퀘스트 '파파스미시' 크리스토퍼 스미스 COO는 "'페이커'의 재계약으로 LoL e스포츠는 2029년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4년 재계약은 LoL e스포츠에서 극히 드문 사례다. G2 e스포츠 '캡스' 라스무스 뷘터, 클라우드 나인(C9) '블래버' 로버트 후앙, 나투스 빈체레 '라센' 에밀 라르손 등 일부 선수에 불과하다. 그만큼 4년 계약이라는 건 팀과 선수와의 신뢰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지난 2013년 LCK 전신인 LoL 챔피언스 스프링서 SK텔레콤 T1 2팀으로 데뷔한 이상혁은 '고전파'라는 닉네임으로 인지도를 쌓았다. 데뷔전 상대는 CJ 엔투스 블레이즈 '앰비션' 강찬용. 당시 이상혁은 강찬용을 압도하며 게임 MVP에 선정됐다.
첫 시즌을 3위로 마친 이상혁은 서머 시즌서는 kt 롤스터 불리츠를 3대2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서도 정상에 오른 그는 롤드컵 우승 5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우승 2회, LCK 우승 10회, e스포츠 월드컵(EWC) 우승 등 현재까지 꾸준하게 활동하며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기획] '전설은 이어진다' T1 '페이커' 이상혁](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73113254805217b91e133c1f11015245119.jpg&nmt=27)
LoL 챔피언스 윈터서도 우승을 차지한 이상혁은 2014년 LoL 챔피언스 서머서 8강에 올랐다. 하지만 8강전서 삼성 화이트(현 젠지e스포츠)에 1대3으로 패해 탈락했다. 이어진 롤드컵 한국 지역 선발전 결승전서도 도장 깨기를 하고 올라온 나진 화이트 쉴드(현 OK 저축은행 브리온)에 1대3으로 충격 패를 당했다. 이 패배로 SK텔레콤 T1은 처음으로 롤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2014년 한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열린 롤드컵에 나가지 못한 SK텔레콤 T1은 2018년 한국서 열린 롤드컵 진출에도 실패했다. 한국서 열리는 롤드컵에 못 나간다는 징크스가 이어졌다. 이 징크스는 T1으로 리브랜딩 된 2023년 우승을 차지하면서 깰 수 있었다.
두 번째 시련은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에서 열린 MSI 첫 대회였다. 2015 LoL 챔피언스 스프링서 우승을 차지하며 MSI 출전권을 얻은 SK텔레콤은 결승전서 '폰' 허원석, '데프트' 김혁규가 속한 중국 에드워드 게이밍(EDG)에 2대3으로 패해 우승컵을 내줬다. 당시 EDG는 LoL e스포츠 대회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LPL 팀 기록을 세웠다.
세 번째 시련은 2017년 롤드컵이었다. 2017년 11월 4일 '빅버드'라고 불리는 중국 베이징 국립 경기장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서 SK텔레콤은 삼성 갤럭시에 0대3으로 패해 우승에 실패했다. 많은 이가 SK텔레콤의 우승을 예상했지만 삼성 갤럭시의 완승이었다. 우승으로 주목받은 선수는 '룰러' 박재혁(현 젠지e스포츠)이었다. 반면 이상혁은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경기 부스 모습과 경기장을 퇴장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많은 이를 안타깝게 했다.

이상혁의 첫 번째 위기는 2021년 LCK 스프링이었다. 당시 T1 지휘봉을 잡고 있던 양대인 감독(현 인빅터스 게이밍)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던 10인 로스터를 도입했다. 당시 이상혁과 경쟁하던 선수는 T1 유망주였던 '클로저' 이주현(현 OK 저축은행 브리온)이었다.
이상혁은 이주현에게 밀려 경기에 못 나오는 일이 빈번했다. 이상혁이 나오지 못하자 팬들도 '돌림판을 돌리지 말라'면서 비판을 계속했다. 성적도 좋지 못했다. 결국 T1은 2021년 7월 양대인 감독과 '제파' 이재민 코치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감독대행으로 나선 '스타더스트' 손석희 코치(현 브라질 로스 코치)가 위기를 수습한 T1은 LCK 서머서 준우승, 롤드컵 지역 선발전서 한화생명e스포츠를 3대2로 승리하며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두 번째 위기는 손목 부상이었다. 2023년 7월 LCK 서머 1라운드 농심 레드포스와의 경기 이후 손목 부상으로 이탈한 이상혁은 한 달간 휴식과 함께 치료를 병행했다. 당시 3군에서 2군으로 올라왔던 '포비' 윤성원(현 프나틱)이 갑작스럽게 1군으로 올라와서 이상혁의 공백을 메워야 했다.
윤성원이 올라왔지만 T1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6승 2패로 LCK 서머 3위를 달리고 있던 T1은 이상혁이 빠지자 1승 7패를 기록하며 고꾸라졌다. T1의 부진은 LCK의 시청자 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e스포츠 리그 시청자 수를 집계하는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70만 후반(기준 트위치, 유튜브 공식 방송)을 기록하던 T1의 시청자 수는 이상혁이 빠진 이후 40만 초반까지 떨어졌다. 2라운드 중반 경기는 30만 대로 내려갔을 거라는 추측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혁이 돌아오자 시청자 수는 거짓말처럼 원래대로 돌아갔다.

LoL e스포츠에서 30대 프로게이머는 존재한다. 다만 극히 극소수다. 현재 LTA 북아메리카에서 활동 중인 팀 리퀴드 '임팩트' 정언영과 '코어장전' 조용인이 대표적인 30대 프로게이머다. 사실 한국은 군 문제 때문에 20대 중반이면 은퇴한 뒤 선수 생활을 접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상혁은 이번에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33살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현재 2008년생 프로게이머가 등장하는 상황서 10년 이상 꾸준하게 활동하는 이상혁의 활약은 경이로운 게 사실이다.
더불어 한국 e스포츠 최초로 30대 프로게이머라는 기록도 세웠다. 이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LoL e스포츠가 언제까지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서 이상혁의 이번 계약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조용인은 최근 데일리e스포츠와의 화상 인터뷰서 이상혁의 재계약에 관해 "대단하다"라며 "사실 7~8년 전 동기부여가 잘 되면서 하는 걸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저도 가끔씩 부침이 있을 때가 있고 힘들 때도 있다. 저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제가 좋아서 한 일이고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상혁이도 대단한 게 계속 나아기고 있는 거고 자라고 있다는 거다. 거기에 더 자극된다. 저도 잘해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상혁은 "처음 팀에 들어왔을 때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낯설기도 하고 부담도 큰 자리였다"며 "지금은 익숙해졌고 이런 생활 속에서 많이 배우고 재미를 느끼고 있다. 예전과는 다르게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