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는 절망의 신음성을 흘리며 다시 몸을 날렸다. 그러나 아직 가속도가 붙지 않은 상황이라서 바로 뒤까지 따라잡은 벌레의 무리들을 따돌릴 수는 없을 것 같았다.그런데 그때 앞쪽에서 커다란 바위가 날아와 카슈가 있던 자리에 떨어졌다.-쿵“어서 뛰어요!”라크였다. 그가 수십 미터 앞에서 커다란 바위를 하나 들어 던진 것이다.“우와! 자네는 힘이 세군.”카슈는 거의 감동의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벌레가 바위에 막혀 돌아오는 사이 그는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휘익, 쿵, 쿵다시 몇 개의 바위가 날아와 땅에 떨어졌다. 카슈는 정말 열심히 달렸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왜냐하면 커다란 바위
2020-03-02
“자네야말로 대단하군. 실체가 어디 숨어 있는지 전혀 찾을 수가 없어. 그 단검은 진짜인가?”카슈도 나름대로 감탄한 듯 말했다. 언제 라크가 환영으로 변했는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자신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환영을 남기고 본체는 숨었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라크의 몸에서는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눈으로 보이는 것이 워낙 확실해서 다른 감각이 보내오는 신호를 무시했던 것 같다.상대의 움직임은 무척 빠르기는 해도 전혀 검법을 수련한 자의 몸놀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었는데, 막상 싸워보니 그게 아니었다. 환영, 그리고 집요하게 자신을 노리는 두 개의 단검. 그건 정말 목숨을 위협
Chap 7. 산에 잠들어 있는 것 라크는 산 정상을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갔다. 봉우리 전체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 중앙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산의 중앙, 즉 정상에 무엇인가가 있는지 확인을 해 봐야 한다.길을 가던 도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죽은 나무들이 시커멓게 변해 있는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아래쪽보다는 위쪽이 더 먼저 이렇게 된 것 같았다. ‘역시 정상인가?’라크는 점점 그런 확신이 들었다. 그는 걸음을 재촉했다.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이제 거의 산꼭대기 근처까지 오게 되었다. 라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이제부터는 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처럼 느낄 수 있었다.
이자의 말하는 속도와 발음은 웬만한 정신공격마법보다 더욱 강렬한 것 같았다. 어떻게 할까? 라크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제임스의 뒤쪽 봉우리를 보면서 말했다.“저건 누구지요?”“응? 앗, 설마 벌써?”제임스는 기겁을 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수풀이 우거진 산봉우리뿐, 사람은 없었다.“뭐야? 놀랐잖아! 윽.”-털썩 속았다고 생각한 제임스는 화를 내려고 다시 라크를 보다 신음소리와 함께 쓰러졌다.어느 새 라크의 왼손에는 파란 빛을 내는 투명한 단검이 들려 있었다.“죄송합니다만, 모르는 사람과 함께 갈수는 없습니다.”라크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발쪽을 보았다. 이미 두 개의 달이 환하게 떠 있는데 그
“멜로니아 왕국의 자이로 지방이라고요?”“예, 그렇습니다. 그쪽 길드에 확인을 하러 오셨다는군요.”용병길드의 접수원 도리스는 자세를 곧게 하고는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결혼적령기의 그는 난생 처음 보는 미녀 앞에서 말하는 석상처럼 굳었다.그리고는 속으로 투덜댔다.‘역시 잘난 놈에게는 미녀가 따르는 게 세상의 법칙인가? 으윽, 난 왜 미남으로 태어나지 못했지?’3개월 쯤 전에 이곳에서 의뢰를 한 라크라는 청년은 정말로 미남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를 찾아온 여인을 보니 정말로 질투가 날 정도였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신비로운 여인이 지금 그의 앞에서 라크의 행방을 묻고 있다.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그녀였지만,
“하아, 라크님의 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사정을 알아주신 것에 대해 감사할 뿐입니다.”마법사들은 그때서야 자신들이 아직 살아 있는 것이 행운이었다는 생각을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뒷짐을 진 채 서 있는 라크를 보니 확실히 그가 자신들을 죽이려 마음먹었다면 단 한사람도 살아남기 힘들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의 가족까지도 배신자의 낙인이 찍힌 채 평생 힘든 삶을 살아야 했을 것이다.그들 대부분은 얼굴이 깨지고 팔다리가 부러진 상태였기에 고통이 말도 못하게 심했다. 하지만 베르타의 말대로 그것이 가벼운 징계였다고 생각하니 고통도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았다.늙은 마법사 한명이 베르타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중에는 베르타보다 상급의 마법사도 있었고, 또 한 템포 늦게 마법을 시전하여 반사막이 사라진 뒤에 날아온 것도 있었다.“아아악! 젠장!”베르타는 비명을 질렀다. 역시 혼자 힘으로는 무리다. 하지만 단 한 호흡의 공격도 막지 못하다니!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앞으로 날아오는 마법을 보았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죽음처럼 보였다.그런데 그때, 시전 된 마법보다 빠르게 베르타에게 다가온 존재가 있었다. 바로 라크였다.라크는 베르타의 바로 앞으로 와서 몸으로 그 모든 마법을 막았다. 이미 강력한 마법에 몇 차례나 공격을 당한 후였을 텐데 그의 몸은 전혀 상처가 없이 멀쩡했다.-팍, 콰콰콰콰쾅다시 화려한 폭발이 일어나며
얼굴에 털이 가득 난 마법사가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마법사인지 전사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커다란 덩치를 한 마법사였다. 그는 크게 화가 난 듯 두 팔의 소매를 걷어 붙이고 있었다.“좋습니다.”“네놈의 근력강화마법이 대단하다고 하던데, 나랑 겨뤄보자!”“과연, 알기 쉽군요.”라크는 그렇게 말하고 한쪽 팔을 내밀었다.“잡으십시오.”“이놈! 파워 스트랭스!”-척마법사는 크게 괴성을 지르며 라크가 내민 팔을 잡았다. 동시에 그가 마법의 시동어를 외우자 팔뚝에 새겨진 마법진이 발동했다. 그러자 털복숭이 마법사의 양쪽 팔뚝이 우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두 배나 두꺼워졌다. “으스러뜨려주지!”그는 이를 드러내며 라크를 잡
“문을 열겠소? 아니면 우리가 들어가야 하오?”“들어올 테면 들어와 봐라. 침입자여.”이미 안에서는 베르타와 라크를 침입자로 규정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싸늘한 말투 속에 담긴 적의가 열려진 구멍을 통해 전해져 왔다.하지만 베르타는 여전히 웃었다. 이 정도에 겁을 먹을 정도라면 아예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럼.”베르타는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라크를 보았다. ‘말할 것은 했으니 이제 당신이 실력행사를 하시오.’베르타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라크는 천천히 저택의 옆쪽으로 가서 모서리에 있는 굵은 돌기둥을 보았다. 마법적으로 강화된 돌기둥은 이 저택을 단단히 바치고 있음이 틀림없다. 특히 웬만한 마법은 아
“그거야 제가 알 도리가 있습니까? 전 현자의 탑 소속도 아니고, 출신도 북부이기 때문에 지라트님의 비위를 거스릴 수는 없거든요.”재크는 ‘나는 원래 착한 마법사에요’라는 눈으로 라크를 보며 말했다. 이제 악몽이라면 지긋지긋 했다. 며칠 동안 악몽을 꾸었더니 아예 불면증에 걸려 스스로는 잠을 잘 수가 없게 된 재크였다. 결국 라크는 자신의 또 하나의 검으로 그를 재우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행복한 꿈을 꾸게 하는 단검이었기 때문에 재크는 정말 지옥에서 천국으로 단번에 이사를 한 기분이 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은 라크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로 굳게 결심한 상태였다.라크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크씨가 샬칸의
시원하게 뻗은 코는 붉은 입술에 이르러 매력적인 여성의 향취를 풍겼다. 여섯 개의 핀으로 틀어 묶은 백금색의 머리카락은 처음 보는 특이한 모양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것이 그녀의 모습을 더욱 신선하게 강조했다.그것만이 아니다.단순히 얼굴 생김새만으로 따지면 어쩌면 그녀와 비견될 만한 미인이 있을지 모른다. 세상은 넓고 미녀는 많으니까. 하지만 그녀 특유의 분위기나 부드러운 목소리, 그리고 기품 있는 행동 등을 볼 때 제국을 다 뒤져도 비견될 여성을 찾기는 힘들 것 같았다. 무엇보다 맑은 아쿠아마린색의 눈은 잠깐 스쳐보기만 했는데도 뇌리에 박혀 잊혀 지지 않았다.‘여신인가?’제임스는 완전히 상상 속에 빠져들었다. 그러
슈트 사제 역시 동의하며 끼어들었다. 마법사는 기본적으로 준귀족 취급을 받기 때문에 그는 라크에게 경의 칭호를 붙였다.하지만 라크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거절했다.“몇 가지 밝힐 수 없는 비밀이 있어서 지금은 같이 다닐 수 없습니다. 이곳에서 숨어 지낸 이유도 그것 때문이지요. 저는 혼자 떠나겠습니다.”“으음, 그런가?”길버트는 정말로 아쉬운 듯한 눈으로 라크를 보았다. 원래 그는 이번에 몇몇의 마음이 통하는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용병단을 조직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라크와 같은 마법사가 용병단에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용병단의 평가가 달라진다. 암살단이 라크를 노렸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정식으로 용병단에 소속
“두목!”“멍청한 놈들, 벌레에게 몇 번 물려도 안 죽는다.”“그게!”그래도 산적들은 쉽게 사냥꾼들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샬칸은 그 모습을 보고 크게 화가 났다.정말 하나같이 멍청한 놈들이다. 샬칸은 속으로 그렇게 욕을 했다. 사실 그는 지금 그물로 용병들을 제압을 한 상황에도 죽이지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죽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모두들 몸을 웅크리고 방어태세를 취하고 있어서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만약 무리를 해서 한 놈을 죽이려고 집중하면 그 사이 다른 놈이 그물을 빠져나올지도 몰랐다. 그러면 정말 피터지게 싸워야 한다. 바보 같은 부하들이지만 지금은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 몇 백의 무리를 이룰 때
나르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사람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 손짓에 따라 사냥꾼들이 뒤로 물러나고 용병들이 앞으로 나섰다.라크는 슈트 사제와 함께 그 사이에 섰다. 오면서 상의를 한 결과 라크가 슈트 사제의 보호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슈트 사제 자신도 강하기는 하지만, 일단 전투가 벌어지면 여러 가지 신성마법을 사용하여 동료들을 돕는 것이 더욱 좋다. 의외로 슈트 사제의 신성력은 상당히 뛰어난 것이어서, 이대로라면 산적들이 불쌍할 정도였다.“그럼 내려갑시다.”나르타는 나직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스스로 앞장서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상당히 용감한 행동이었다.길버트와 그의 동료들은 나르타 일행의 뒤
길고 붉은 머리카락이 아무렇게나 풀어 헤쳐져 제멋대로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이분은 파라나, 북부산맥의 바바리안 출신입니다.”“바바리안!”사람들은 상당히 놀란 듯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웅성거렸다. 보통 때에는 절대로 산을 내려오지 않고 자신들의 영역에서만 사는 야만인 전사들이 왜 남부까지 내려왔단 말인가?하지만 파라나는 그런 마을 사람들의 시선에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 듯 무뚝뚝한 얼굴로 대답했다.“파라나입니다.”대답하는 목소리는 의외로 가늘었다. 라크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파라나를 보았다. 이름도 그렇고, 목소리도 역시 남자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단지 외모와 체격은 절대로 남자였다.“혹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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