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준플레이오프 8게임단전을 앞두고 엔트리 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정규 시즌 내내 김택용, 정명훈, 어윤수를 한 조로 묶고 정윤종과 도재욱을 한 조로 편성했던 SK텔레콤은 8게임단이 이에 대한 해법을 들고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박용운 감독은 "정규 시즌 동안 엔트리를 크게 변경하지 않고 계속 운영하면서 모두를 속이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풀이했다. 8게임단은 물론, 관계자, 전문가, 심지어 팬까지 SK텔레콤이 8게임단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정규 시즌 내내 끌어왔던 정공법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1차전에서 8게임단이 이제동을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에 내세울 것이라 예상했다. 김택용, 정명훈, 어윤수 모두 이제동에 대한 상대 전적에서 앞서고 있었고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에 8게임단으로서는 이제동을 굳이 스타1에 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고정 관념을 만들어낸 박 감독은 비틀기를 시도했다. 정명훈과 도재욱의 위치를 바꿈으로써 8게임단 전체를 동요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도박수이기도 한 엔트리 비틀기를 시도한 이유는 이제동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정명훈이 1차전에서 스타2 종목에 출전하면서 SK텔레콤은 이제동에 대한 압박을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정윤종이 이번 시즌 이제동을 상대로 2전 전승을 기록하며 앞서 있었고 정명훈은 스타리그에서 임재덕을 제압하면서 저그전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또 신예 이예훈은 저그 종족이기에 이제동과 가위바위보 싸움을 펼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었다. 누구 하나 이제동을 상대로 모자람이 없는 조합이었다.
박 감독의 시도는 성공했다. 1일 열린 1차전 후반전 1세트에서 이제동은 정명훈을 상대했고 정명훈이 승리를 거뒀다. 스타1을 0대2로 패하면서 내준 8게임단으로서는 스타2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했지만 에이스 이제동이 무너지면서 뒤에 배치된 선수들에게 중압감이 가해졌고 이예훈이 전태양을 잡아내면서 1차전을 가져갔다.
1차전 승리는 2차전에서도 이어졌다. 이제동이 스타1에 출전하기 때문에 박용운 감독은 선수들에게 저그전에 대한 집중 훈련을 지시했다. 저그가 출전하기 어려운 3세트 '신저격능선' 담당 최호선을 제외하고 1, 2세트에 나서는 정명훈과 정윤종에게는 이제동을 염두에 두고 연습을 시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세트에 이제동이 출전했고 이를 상대한 정윤종은 완벽한 대응책을 선보였다. 이제동이 스타1에서 프로토스를 상대로 올인 전략을 자주 선보이는 패턴을 알고 있던 정윤종은 정찰에 실패했지만 감각적으로 눈치를 챈 정윤종은 캐논을 5개나 지으면서 이제동의 히드라리스크와 저글링 올인 공격을 막아냈다.
1차전과 2차전에서 이제동을 잡아낸 SK텔레콤은 8게임단의 투쟁심을 떨어뜨렸고 두 경기 모두 낙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박용운 SK텔레콤 감독은 "이번 시즌은 종목 교차 출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엔트리에 고민을 쏟아 넣었고 이제동을 집중 견제하기 위해 정명훈을 1차전 스타2 종목에 넣은 것이 큰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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