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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그라피] 무엇이든 처음이었다…임요환(2)

임요환의 '게이머그라피' 1편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에서는 이런 반응이 보이지 않았던 것과 비교했을 때 임요환의 등장이 e스포츠에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왔는지 다시 한 번 놀라게 됩니다.

2001년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데뷔한 임요환은 2002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2001년보다 승률이 대폭 떨어졌고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임요환의 상승세를 다른 선수들이 수수방관할 리는 없겠죠. 드롭십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임요환의 기지 근처에 스컬지를 한 부대 이상 배치하는 선수도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요환은 스타리그뿐만 아니라 MSL의 전신인 KPGA 투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양 방송사 개인리그를 오가며 활약했고 국제 대회인 WCG에서도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죠. WCG가 제정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습니다. 공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임요환의 전성기를 정리했습니다.

◆스타리그 3회 연속 결승
2001년 한빛소프트 스타리그와 코카콜라 스타리그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 뒤 임요환은 '황제'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곧 이어 열린 스카이 스타리그 2001에서도 결승전에 오르면서 사상 초유의 한 대회 3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프로토스 김동수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임요환은 최강의 이미지를 굳혔다.

스타리그에서 3회 연속 결승전에 오르는 위업은 임요환 이후에 KT 이영호와 SK텔레콤 정명훈이 기록했습니다. 이영호는 EVER 스타리그 2009와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1, 2에서 3연속 결승에 올랐고 정명훈은 박카스 스타리그 2001, 진에어 스타리그, 티빙 스타리그에서 3연속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임요환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기록은 두 대회 연속 스타리그 제패입니다. 2001년 한빛소프트 스타리그와 코카콜라 스타리그에서 2회 연속 우승한 임요환의 기록은 2009년 바투 스타리그와 박카스 스타리그를 연거푸 우승한 이제동이 나오기 전까지 무려 8년 동안 깨지지 않았습니다. 대기록 가운데 하나입니다.


◆무대를 넓히다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통해 이름을 알린 임요환은 MBC게임(당시 겜비씨)이 주관하는 KPGA 투어로 영역을 넓힙니다. 2001년까지만 해도 월간 단위로 진행되던 KPGA 투어가 본격적인 리그의 형태를 띄기 시작한 첫 대회에서 임요환은 당당히 우승컵을 거머쥐면서 양대 리그를 모두 석권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2차리그에서는 부진했지만 3차리그에서도 3위에 오르면서 차지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임요환의 아이디는 Slayers_'Boxer'라는 것을 다들 아시죠? 이 아이디가 외국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전설로 남은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월드사이버게임즈(이하 WCG)였습니다.

WCG는 국내에서 주관하는 대회이지만 가장 많은 국가들이 참가하는 국제적인 e스포츠 대회를 지향했습니다. 2000년 WCG 챌린지를 통해 시범 대회 형식을 치렀고 2001년부터 본격적인 막을 올렸죠.

임요환은 1회 대회에서 조정현, 최수범, 박태민과 태극마크를 달고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함께 참가한 동료 선수가 외국 선수에게 핵폭탄을 맞자 그 선수를 다시 만난 임요환이 핵폭탄으로 복수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탄생한 대회이기도 합니다.

첫 해 우승한 임요환은 이듬해 어려운 난관을 모두 극복하고 2연속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소속사 갈등과 개인장비 문제 등이 겹치면서 재경기를 통해 결승에 오른 임요환은 또 다시 1위에 우뚝 서면서 전세계 게이머들의 뇌리에 Slayers_'Boxer'라는 아이디를 각인시켰습니다.

◆1인 후원에서 팀 후원을 이끌어내다
WCG 2회 대회를 치를 때 임요환은 팀 소속이 아니었습니다. 전 소속팀인 IS가 무너지면서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임요환은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고 개인으로 활동했습니다. WCG 대회도 주훈(당시 매니저)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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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환이 홀로 움직이는 것을 간파한 동양 오리온이 개인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동양 오리온은 온게임넷의 모회사이기도 하죠. 임요환이라는 스타 플레이어가 사라지는 것을 우려해서 임요환에게 투자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개인 후원을 받던 임요환은 2003년 팀을 주축으로 하는 팀리그와 프로리그가 창설된다는 소식을 듣고 주훈 감독과 함께 팀을 꾸리기 시작합니다.

임요환은 최연성을 발굴했고 주 감독은 한빛 스타즈에서 활동하던 박용욱을 영입하면서 틀을 갖췄습니다. 김성제와 김현진이 합류했고 이창훈과 백대현 등 저그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팀 단위 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진용을 꾸렸죠.

프로리그에서 그다지 활약하지는 못했지만 임요환이 속한 동양 오리온 팀은 2003년 프로리그 첫 대회인 KTF EVER 프로리그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면서 프로리그의 전설이 될 기반을 닦았습니다.

이후 동양은 팀리그와 프로리그에서 선전했지만 2003년말 후원 계약이 만료되면서 '4U(포유)'라는 팀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 이름 안에는 '팀을 사라(다른 방식으로 읽으면 '사유'라는 충청도 사투리가 됩니다)'라는 뜻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절실한 마음을 읽었는지 4U는 국내 굴지의 통신 기업인 SK텔레콤과 손을 잡으면서 안정적인 후원사를 잡았고 임요환은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습니다. 이후 임요환은 2007년 재계약을 통해 2억원으로 몸값을 올리기도 했죠.

SK텔레콤이 임요환을 중심으로 한 4U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기도 했습니다. SK텔레콤의 고위 관계자가 프로게임단을 만든다는 보고서를 받으면서 실무자에게 물었답니다. "가장 잘하고 유명한 선수가 임요환인 것 같은데 농구로 치면 허재 정도 되나?"라고 물었더니 실무자가 상관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 마디를 던졌답니다. "허재는 발에도 못 미치고요. NBA의 마이클 조던입니다." 이 한 마디에 SK텔레콤 T1의 창단 결재 서류에 사인이 곧바로 됐다고 하죠.


◆하향세? 매년 결승!
임요환은 2002년 이후 기세가 한 풀 꺾였습니다. 데이터상으로만 봐도 승률이 점차 5할에 가까워지고 있었죠. 공식전 데이터 집계 결과 2001년 73%였던 임요환의 승률은 2002년 61%, 2003년 55%, 2004년 54%, 2005년 58%, 2006년 53% 등으로 점차 떨어졌습니다.

임요환의 뒤를 이어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나서는 선수들이 많아지며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또 임요환의 스타일이 알려지면서 초반 전략을 막아내는 방법도 다양해졌죠. 컨트롤을 중심으로 하는 경기 운영에서 생산력을 기반으로 하는 양산형 선수들이 늘면서 임요환은 한계에 다다른 듯했습니다.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임요환은 매년 한 번씩은 개인리그에서 결승전까지 올라가는 특이한 패턴을 만들어냈습니다. 2001년 스카이 스타리그에서 김동수에게 패해서 준우승했고 2002년에 같은 스폰서가 후원하는 스타리그에서는 박정석에게 아쉽게 패했습니다. 2003년 부진에 빠졌지만 2004년초 KT-KTF 프리미어리그와 EVER 스타리그에서 준우승했고 2005년에는 So1 스타리그에서 오영종에게 무너지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준우승 기록이 많지만 임요환은 2005년까지 개인리그에서 결승전에 오르면서 최고령 결승 진출자라는 새로운 기록도 세웠습니다. 이 기록은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로 치러지는 대회에서 임재덕이 우승하면서 깨졌습니다만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에서는 여전히 최고령 결승 진출자는 임요환입니다.


◆e스포츠를 알리는 창
임요환은 군에 입대하기 전인 2006년까지 각종 지상파 프로그램에 출연, e스포츠를 널리 알리는 홍보 대사 역할도 자임했습니다. 2001년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게임 중독자로 오인을 받은 에피소드도 있지만 2006년 파워 인터뷰에 나서면서 업그레이드된 e스포츠의 이미지를 세상에 알리기도 했습니다.

임요환은 이 밖에도 출발 드림팀, 브레인 서바이버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섰고 영화 '도둑맞곤 못살아', KBS 드라마 '사랑은 이런거야' 등에 출연하면서 e스포츠를 알리면서 홍보 대사로 적극 활동했습니다. 그 결과 스타크래프트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임요환은 안다는 사람들이 여럿 생겼죠. e스포츠가 낳은 최고의 스타가 임요환인 것은 분명합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3편에서 계속

*SK텔레콤과 함께하는 e스포츠 세상(www.sktele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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