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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KDA로 표현할 수 없는 '페이커' 이상혁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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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T1의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2016에서 SK텔레콤 T1이 2년 연속, 통산 세 번째 4강 진출이라는 신기원을 이뤄냈다. 2년 연속 4강 진출 기록은 중국의 로열클럽이 한 차례 달성한 바 있고 통산 세 번 4강에 오른 것은 유럽의 프나틱이 이뤄낸 적이 있지만 한 팀이 두 기록을 모두 달성한 것은 SK텔레콤 T1이 처음이다. 특히 SK텔레콤은 2013년 팀 창단 이래 4년만에 이 기록을 모두 세우면서 최단 기간, 최고의 성적을 냈다.

SK텔레콤이 롤드컵에서 강력한 면모를 발휘하는 중심에는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이 자리하고 있다. 2013년 SK텔레콤이 처음 출전한 롤드컵에서 우승까지 차지했을 때 멤버인 이상혁은 지금까지도 주전 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2013년 멤버 가운데 아직까지 팀에 남아 있지만 서브 멤버로 나서고 있는 '벵기' 배성웅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상혁은 이번 대회에서 전과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세계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던 참신한 챔피언을 고르지도 않고 슈퍼 플레이가 보이지도 않는다. 게다가 KDA(킬과 어시스트를 더한 뒤 데스로 나눈 수치)에서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상혁이 하락세를 겪고 있으며 눈에 띄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 또한 이번 8강전 로열클럽 네버 기브업(이하 RNG)과의 대결에 앞서 만든 영상에 'Faker Rise or Fall'이라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RNG와의 대결에서 이상혁은 왜 사람들이 이상혁에 열광하느냐를 보여줬다. 팀에서 가장 많은 킬을 내지도, 슈퍼 플레이를 보여주지도 못했지만 허리를 든든히 지키는 무게감을 보여주면서 팀의 몰락을 막았고 살아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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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T1 이상혁(사진=라이엇게임즈 제공).

1세트에서 SK텔레콤은 RNG에게 대패를 당했다. 상단에서 '듀크' 이호성이 'Looper' 장형석에게 솔로킬을 당한 뒤 한 번 더 죽었고 하단에서도 '울프' 이재완이 잡히면서 0대3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중단에서는 이상혁의 빅토르가 버텨주면서 희망을 살릴 기미가 보였다. 20분에 이상혁이 4인 협공에 잡히긴 했지만 이후에 중앙 1차 포탑을 먼저 밀어내는 등 강력히 저항했다. 결국 패했고 이상혁은 1킬도 따내지 못했지만 존재감은 대단했다.

2세트에서 이상혁은 바루스를 택했다. 한국에서 거의 쓰지 않았던 챔피언이었지만 16강에서 높은 꿰뚫는 화살 명중률을 보였던 바 있던 이상혁은 '블랭크' 강선구의 자크가 킬을 만들어내는 데 관여했다. 강선구가 정글 지역에서 RNG의 정글러 'Mlxg' 리우시유의 올라프를 만나자 이상혁은 추격하자고 사인을 보냈고 2킬로 이어졌다. 이후 SK텔레콤은 무난히 경기를 승리로 이어갔다.

신드라를 가져간 3세트에서 이상혁은 15분이 넘도록 킬도, 데스도, 어시스토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존재감은 '하드 캐리' 이상이었다. RNG의 미드 라이너 'xiaohu' 리유안하오의 블라디미르의 체력을 수시로 깎아내렸고 포탑도 홀로 파괴했다. 이상혁이 중앙 지역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아준 덕분에 강선구의 올라프는 상단과 하단에만 집중하면 됐고 그 결과는 낙승으로 이어졌다.

4세트에서 이상혁은 슈퍼 플레이를 만들어내면서 자칫 기울 수 있는 전세의 균형추 역할을 해냈다. RNG가 초반에 하단 지역에서 2킬을 가져가면서 우위를 점하자 이상혁의 말자하가 타깃이 됐다. 'Mlxg' 리우시유의 리 신과 'xiaohu' 리유안하오의 아우렐리온 솔이 8분에 이상혁을 노리고 들어오면서 유체화와 점멸을 모두 쓴 이상혁은 몸을 사리면서 라인 유지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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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G와의 8강 4세트에서 보여준 이상혁의 슈퍼 플레이(사진=네이버 동영상 캡처).

점멸이 돌아오기 직전 타이밍인 12분에 RNG가 장형석의 케넨, 리유안하오의 아우렐리온 솔을 앞세워 이상혁을 잡으러 들어왔을 때 슈퍼 플레이가 나왔다. 아우렐리온 솔의 위성이 일부러 맞은 이상혁은 포탑이 아우렐리온 솔의 본체를 두드리자 곧바로 황천의 손아귀를 걸면서 옴쭉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따라 들어온 리 신의 공격에 잡히긴 했지만 동료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시간을 벌었던 이상혁의 수비는 킬로 이어졌다. 2대3으로 수적 열세에 놓였던 SK텔레콤이 오히려 2대1 교환을 이뤄내면서 팀 전체의 사기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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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G와의 4세트에서 장형석의 케넨이 쓴 궁극기를 점멸로 회피하는 이상혁(사진=네이버 동영상 캡처).

16분에 하단으로 내려간 이상혁은 RNG의 서포터 'Mata' 조세형의 카르마와 원거리 딜러 'Uzi' 지안지하오를 녹이면서 퇴각했고 한 발 늦게 합류하던 리유안하오의 아우렐리온 솔에게 황천의 손아귀를 걸면서 배준식에게 추가 킬을 선사했다. 장형석의 케넨이 날카로운 소용돌이를 쓰면서 체력이 없던 이상혁의 말자하를 노리자 드래곤 둥지 쪽으로 점멸을 쓰면서 시야를 벗어난 이상혁은 침묵을 걸면서 동료들의 추가 킬을 도왔다.

팀이 3대1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혁의 개인 기록은 그리 좋지 않다. 8강 네 세트를 치르는 동안 16킬 9데스 20어시스트를 기록한 이상혁의 KDA는 4.0이다. 공교롭게도 16강 여섯 세트에서의 기록인 4.07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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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T1 선수들의 16강 KDA. 붉은 색 네모 안의 수치가 이상혁의 KDA다.

KDA로만 놓고 봤을 때 이상혁의 수치는 16강 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존재감은 분명히 달랐다. 8강에서 이상혁의 컨디션을 물었을 때 최병훈 SK텔레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최병훈 감독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그대로 옮겨본다).

"조별 리그에서도 컨디션이 좋았었는데... 외부에서 보는 기대치가 너무 과하게 높은것 같습니다. 승리할 만큼의 컨디션은 항상 유지하고 있습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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